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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8

       “춘풍소소라 불리는 모용연화 소저란 말씀이십니까?”

         

       놀랍게도 혁기린을 제외한 일행 중에서 가장 번듯한 명가의 일원이라 할 수 있는 당도연이 무림의 예법에 맞추어 응대했다.

         

       “그렇습니다.”

         

       일행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용연화의 포권을 받았다.

         

       모용연화는 어제 나타났던 자칭 직계의 모용모와는 다른 진짜 모용세가의 직계이자 핵심 인물이었으니까.

         

       본래의 신분만을 따지자면 우리 일행을 대표할 만한 사람은 점창파 대제자 혁기린이다. 그러나 지금 혁기린은 대외적으로는 황소월이라는 가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무명의 무림인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뇌검낭인임을 밝히기는 조금 애매한 상태였고.

         

       결국 여일예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모용가의 사정은 익히 알고 있는 바. 크게 괘념치 않고 있었으니 사과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읍할 따름이네요.”

         

       잠시 여일예와 당도연 그리고 모용연화의 담화가 이어졌다. 점창이나 당가가 모용세가가 평소에 교분이 있기 마련이니 가볍게 안부를 물으며 친분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저쪽의 황소월 소저는 처음으로 뵙는 분인데도 어째 낮이 익군요.”

         

       “저, 저는 소저를 처음 봅니다만!”

         

       “후후,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놀라게 해 드렸네요.”

         

       후기지수끼리의 교분이 있었는지 모용연화가 여자 상태의 혁기린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일도 있었지만 별 일 없이 넘어갔다.

         

       “요녕에서 먼 길을 오셨군요.”

         

       “예. 분타를 순회하며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며 견식을 넓히고 있습니다.”

         

       나는 담화를 나누는 모용연화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분타를 순회하며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한 모용연화.

         

       뭐, 충분히 있을 수 있을 일이었다.

         

       실제 무림세가의 후기지수들이 가문의 분타를 살핀다며 중원 유람을 떠나곤 하니까.

         

       하지만 지금 이 섬서가 돌아가는 사정을 생각해보면 그냥 겉치례일 뿐 이곳의 방계들이 일으키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혹여 소저께는 홀로 여행을 나오셨는지 궁금합니다.”

         

       “…그게 왜 궁금하죠?”

         

       갑자기 뾰족하게 날을 세우는 흑묘.

         

       “호 무사님.”

         

       “무슨 저의십니까?”

         

       뿐만 아니라 혁기린과 여일예의 즉각적인 반응까지.

         

       사실 내 질문이 조금 무례한 감이 있기는 했다.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 혼자 여행 다니냐고 대놓고 묻는 것은 대저 흑심을 품고 물어보는 상황일 테니까.

         

       “크흠, 그런 의미가 아니라…”

         

       말끝을 살짝 흐리고 있자니 내 질문과 일행의 반응에 놀란 듯한 모용연화가 부드럽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어냈다.

         

       “후후, 저는 괜찮습니다. 필중일휘 모용서 어르신과 제 동생 찬경이가 동행했지요.”

         

       역시 풍요로운 마음의 소유자답게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주는 모용연화.

         

       눈총을 보내는 세 사람의 오해를 풀기 위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꽤나 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분파들을 순회하고 계신 모양입니다. 모용서 대협이시라면 중원에서도 명망 높으신 분 아닙니까.”

         

       초면에 무례하다는 말을 들어도 싼 질문의 연속이었지만 모용연화는 여전히 부드럽게 답했다.

         

       “그저 저희들의 보호자를 자처해 주신 것 뿐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요.”

         

       무림명숙인 모용서가 움직이는 이유가 그냥 후기지수들 호위라니.

         

       뭐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이 섬서분타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되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았다.

         

       나는 머릿속에서 하나의 계획이 착착 조립되는 것을 느끼고 턱을 쓰다듬었다.

         

       이거…잘만하면 괜찮은 해법이 될 수 있겠는데?

         

       일이 잘만 풀린다면 숨기를 작정한 정철이라도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계획.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있자니 이런저런 담화를 나누던 모용연화가 몸을 일으켰다.

         

       “오래간만에 즐거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해야 할 일이 있어 이만 자리를 파해야 할 듯 합니다. 다시 한 번 저희 가문의 일원이 저지른 일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모용 소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뻤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추후에도 언제든지 교분을 가졌으면 합니다.”

         

       여일예 역시 공손하게 포권을 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여일예를 보며 나 역시 입을 열었다.

         

       “제가 배웅해 드리지요.”

         

       모용연화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전권자가 아니다.

         

       이번 사태의 전권자는 모용세가의 중역이라 할 수 있는 모용서고 모용연화와 모용찬경은 그런 모용서의 수행원 격이지 않을까.

         

       그러니 우선 모용서를 만나 볼 필요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모용연화를 배웅해 주면서 모용서와 안면을 트고 올까.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반쯤 일으켰을 때였다.

         

       턱! 텁!

         

       …양 쪽에서 흑묘와 여일예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후후.”

         

       “아하하.”

         

       살벌하게 웃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웃음에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토록 자연스럽게 모용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밖에 없었으니까.

         

       나중에 설명해줄게!

         

       흑묘와 여일예한테 필사적으로 눈빛을 보냈지만 이미 두 사람의 눈은 뒤집힌 지 오래였다.

         

       “아, 아니…이곳까지 오신 소저분을 혼자서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후후후, 그렇지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하하하하. 그렇네요. 함께 가시죠.”

         

       “…어머.”

         

       …결국 모용연화의 배웅에는 나와 흑묘 그리고 여일예까지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 ***

         

       ‘…은공.’

       

       여일예는 호시탐탐 모용연화에게 말을 걸 기회를 노리는 호천안을 보면서 눈을 흘겼다.

         

       여일예도 이제는 안다.

         

       호천안이 자신에게 답을 주기 전까지는 결코 다른 여자에게 눈 돌리지 않을 것임을.

         

       호천안이 지금 모용연화에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머릿속에 무슨 계획이 떠올랐기 때문이지 결코 모용연화에게 흑심을 품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여일예는 지금의 호천안을 보면서 아주 조금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여일예는 호천안의 등판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만났을 때도 볼품없는 등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그야말로 태산과 같다. 단순히 단련 강도의 차이가 아니라 그 등으로 대변되는 호천안이라는 사내 자체의 격이 달라졌다.

         

       그저 도박을 잘 하는 일개 사천낭인에 불과했던 호천안은 사천의 영웅이고 대 협객이며 동시에 화경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 되었다.

         

       ‘좀더 언사와 행동을 조심하셔야죠!’

         

       여일예는 그 등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호천안의 경지와 입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무명의 도박사 사천낭인이 주변을 맴돈다고 한들 어느 소저가 마음을 줄까.

         

       그러나 사천성의 영웅이자 협객, 화경고수 뇌검낭인이 주변을 맴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호천안의 성장은 기껍지만, 나만의 작은 은공이 화경 고수이자 영웅이 되어 뭇 다른 소저들이 꼬이는 것은 절대 기껍지 않았다.

         

       그게 여일예가 호천안을 믿으면서도 호천안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는 이유였다.

         

       “후후, 세 분 사이가 참으로 좋아 보이시는군요.”

         

       “…예.”

         

       여일예는 모용연화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모용연화를 바라보는 여일예의 경계심이 더욱더 올라갔다.

         

       춘풍소소(春風小笑).

         

       같은 여성이 보아도 아리따운 용모에 포용력 있는 부드러운 웃음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뿐인가.

         

       여일예의 시선이 모용연화의 목 아래로 내려갔다.

         

       가슴팍에 그려진 목란이 매달려 있기에 참으로 버거워 보이는 큰 흉부가 눈에 들어왔다.

         

       모성이 풍부하게 고여 있는 현장을 목도한 여일예의 경각심이 한층 더 올라갔다.

         

       여일예가 모용연화에 대한 경각심을 무럭무럭 키우는 동안 일행은 착실하게 전진해서 객잔 앞에 멈추어 섰다.

         

       “기왕 이곳까지 오셨으니 어르신께 인사나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또한 무림초출이라 견식이 부족한 제 동생과 교분을 터 주셨으면 합니다.”

         

       “이를 말입니까. 이곳까지 왔으니 당연히 어르신을 뵈어야지요.”

         

       바라던 바를 이룬 호천안이 냉큼 나서 포권했다.

         

       세 사람은 모용연화의 안내에 따라 모용서와 만났다.

         

       ‘음.’

         

       여일예는 묵직한 기도를 흘리는 모용서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갈하게 기른 수염과 강건한 육신. 그리고 형형한 정기가 흘러나오는 모용서의 모습은 그야말로 무림명숙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었으니까.

         

       모용연화가 세 사람을 소개했다.

         

       “반갑소. 본인은 모용서라 하오.”

         

       “말학 후배, 점창파의 여일예가 선배님을 뵙습니다.”

         

       “그대가 바로 홍죽군협 여일예로군. 소문을 듣고 한번쯤 만나 보고 싶다 여겼거늘, 과연 소문이 부족함이 없는 기개요.”

         

       흑묘의 외모에 대한 덕담이 지나가고 이윽고 모용서의 시선이 호천안에게 닿았다.

         

       호천안을 바라보는 모용서의 시선은 그야말로 감탄이 가득했다.

         

       “장강의 뒷 물결을 앞 물결이 밀어낸다더니…그 나이에 그 경지를 개척하였는가? 참으로 대단하군.”

         

       “과찬이십니다. 어르신.”

         

       “아닐세. 내 그대의 이름 석 자는 오늘 이곳에서 처음 들었으나 뇌검낭인의 활약상은 귀가 따갑게 들었소. 소문이 과장된 것이라 여겼거늘 그 소문이 그대를 채 담아내지 못했구려.”

         

       ‘역시 바로 눈치채셨는가.’

         

       호천안 일행이 뭉쳐 다닌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또 철저하게 숨긴 비밀은 아니었으니 오대세가의 정보력이라면 호천안 곁에 여일예와 당도연, 당소열이 붙어다닌다는 사실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일.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야 호천안의 정체를 유추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일예는 곧바로 호천안을 알아보는 모용서를 보며 호천안이 얼마나 큰 존재가 되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오대세가 중 한 곳인 모용세가.

         

       그런 모용세가의 중진인 모용서도 뇌검낭인에 대한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곧 호천안의 명성이 전 중원에서 통하는 것이라는 반증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모용서는 눈을 빛내며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그래, 어찌하여 본인을 찾아오셨소이까?”

         

       단도직입적으로 호천안의 용건을 묻는 모용서. 그런 모용서를 보며 호천안 역시 빙그레 웃어 보이며 말했다.

         

       “모용세가의 섬서분타. 그 섬서분타의 방계들. 모용세가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골치가 아픈 일이 아닙니까?”

         

       그 대화를 듣던 흑묘와 여일예가 깜짝 놀랄 정도의 직언.

         

       가문의 치부라 할 수 있는 부분을 면전에서 지적당한 모용서는 껄껄 웃었다.

         

       “허허허허. 이미 모용모 그 아이를 만났다 하니 무엇을 숨기겠소? 그대가 말한대로 섬서분타의 방계들은 그야말로 골칫덩이일세.”

         

       “제가 깔끔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호오.”

         

       그 골칫덩어리들을 깔끔하게 해결해 준다고?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괜히 가문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꺼지라고 축객령을 내렸을 터였지만….상대는 뇌검낭인 호천안이었다.

         

       모용서의 머리에 한 대회가 떠올랐다.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

         

       ‘충격적이었지.’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의 소식을 접한 모용세가의 수뇌부는 아주 큰 충격을 받았다.

         

       저절로 그 명성이 퍼져나가는 뚜렷한 특징을 지닌 극히 일부의 후기지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후기지수들의 이름을 알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는 어떠했는가.

         

       단 한번의 대회 개최로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을 군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모용서를 비롯한 가문의 중진들은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를 철저하게 분석했고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를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살아가는 터전 바로 옆에서 치러진 생동감 있는 경기.

         

       각 단계의 통과를 증명하는 증표.

         

       볼거리를 적절하게 섞으며 다양하게 무인의 역량을 시험하도록 설정된 규칙.

         

       관중들의 호응과 몰입을 유도해 낼 수 있는 각종 연출까지.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에 치밀한 안배가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모용서는 생각했다.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를 기획한 호천안이라면…섬서분타의 방계들 문제도 깨끗하게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대가에 따라서는 호천안에게 일을 맡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았다.

         

       “그렇다면 자네가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

         

       모용서의 물음에 호천안은 웃으며 말했다.

         

       “정철과의 다툼에서 제 편좀 들어 주시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 이거 해결해주면 이제 내 편 하는거다?

    *
    외모 묘사를 단 한 줄도 하지 않았음에도 거유임을 간파하는 사륜안이 넘모 무섭습니다…

    *
    [최신화]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끼에엑! 이것은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여! 끼오오옥!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미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코인펀치! 코인펀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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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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