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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8

   [2왕비는 여전히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새겨진 후회를 없애십시오.]

   [2왕비가 자신의 옛 친구를 만나게 하기]

   [보상 : 바라는 능력치 10 상승]

   

   카리아가 커즈 뉴먼을 괴롭히는 동안 퀘스트 창을 살피던 나는 보상에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원하는 능력치 10 상승이라니! 그렇다는 건 이 보상만으로 능력치 네 개 100을 넘기는 게 가능해진다는 소리야?!

   

   아니. 아니지. 그건 영약으로 보충하다 생각하고 신성 200을 넘기는 것도 괜찮을 거다. 한 능력치가 200을 넘기게 되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겨나니까.

   

   아마 그 변화는 게임일 때보다 현실인 지금 더 격하지 않으려나.

   

   으음. 생각해보니 이것도 별로네. 어차피 내가 주신의 사도인 이상 신성이 200을 넘기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그보다는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것. 내게 부족한 것부터 챙기는 게 옳아. 그러니까 지능을 올리자.

   

   58이 68이 된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틀린 말은 아냐. 솔직히 말해서 내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다른 능력치를 올리는 것에 비하면 분명 비효율적인 행동이지. 모니터 너머에 있었을 때라면 고려조차 하지 않을 멍청한 선택지고.

   

   그렇지만 말야. 난 스스로가 빡대가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멍청할 수는 있지만 그게 지능 58의 빡대가리여도 된다는 건 아니란 말야!

   

   “저기 고용주님. 듣고 있어?”

   

   속으로 병신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던 나는 카리아의 말을 듣고서 현실로 돌아왔다.

   

   ‘대충은요.’

   “아줌마의 새된 목소리는 좀 듣기 힘들더라고. 그래서 대충 듣고 있었어.”

   

   “안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네.”

   

   이마를 부여잡고 보란 듯 한숨을 내쉰 카리아는 다시금 설명을 이어나갔다.

   

   나와 2왕비 사이에 싸움이 있었던 종강파티로부터 이틀 뒤 2왕비 측에서 먼저 뉴먼 가문에 접촉했다.

   

   나와 뉴먼 가문의 정확한 관계는 모르지만 내가 뉴먼 가문과 연이 있음을 짐작하고 있던 그녀는 뉴먼을 중재자로 삼아 내게 사죄함과 동시에 거래를 청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왕궁의 권력자이자 공작 가문과의 연이 있는 세라느와의 거래를 뉴먼 측은 두 손을 들고 환영했고 나와 세라느 사이를 이어주며 여러 가지를 얻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허나 뉴먼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그들의 계획이 현실이 되기 전에 카리아가 끼어들었으니까.

   

   “적당히 떼먹는 정도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이 놈이 선을 넘으려 그러더라고.”

   “그으. 오해십니다. 카리아님. 저희 가문이 음지에서 주로 일을 하지만 은을 모르는 쓰레기들은 아닙니다. 그저 중개에 필요한 것을 취했을 뿐…”

   “야. 커즈. 자꾸 그러면 내가 아는 거 베네딕한테 다 말한다? 너 얘 감당할 수 있냐?”

   “…죄송합니다.”

   

   변명의 말을 내뱉다가 순순히 고갤 숙이는 커즈 뉴먼을 본 나는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을 느꼈다.

   

   몇 달 전에 처음 커즈 뉴먼은 만났을 때 이 사람은 뒷세계의 사람다운 오만함과 음습함 그리고 철저함을 지닌 귀족이었는데 왜 카리아 옆에 있으니까 평범한 양아치가 되어 있는 걸까.

   

   “하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굳이 고용주님을 찾아온 이유는 이번 거래로 얻을 것에 대해 조언하고 싶어서야. 당장 2왕비에게 얻어 내야하는 게 없다면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

   

   카리아의 눈빛이 진지함을 눈치 챈 나는 괜한 말을 꺼내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는 바란다면 대부분의 물건들을 얻을 수 있는 입장이기도 하고 성기사 루트를 타고 있는 이상 왕비의 지위를 빌려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지도 않으니까.

   

   내가 선선히 제안을 따르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카리아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나는 고용주님이 2왕비님에게 1왕비님의 동향을 요구하길 바래.”

   

   카리아가 제안한 것은 1왕비의 감시였다.

   

   궁중에서 함께 생활을 하는 그녀라면 자신들보다 더 촘촘한 경계망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면 1왕비가 움직임을 보였을 때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며 목소리를 드높이는 카리아에게서는 1왕비를 향한 깊은 적개심이 묻어났다.

   

   게임 속에서는 이미 고인이었기에 그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지 못하는 나는 저 적개심의 근원이 어디인지 추측하지 못했지만 카리아가 내뱉은 의견 자체에는 동의했다. 1왕비가 위험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하죠.’

   “아줌마 마음대로 해. 썩을 대로 썩은 노처녀의 음습함이라면 알아서 잘 하겠지.”

   

   “고용주님 입장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건 알아. 그렇… 응? 뭐?”

   

   방금 전의 말은 차마 웃어넘겨줄 수 없었던 듯 카리아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자 베네딕이 다급히 카리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놔. 베네딕. 내가 이런 걸로 화낼 사람으로 보여?”

   “그런 말을 하려면 일단 단검 위에 올려둔 손부터 떼야하지 않겠는가.”

   “이건 단검을 짚은 게 아냐. 그 옆에 있는 암기를 잡은 거지.”

   “그게 그거 잖은가.”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커즈 뉴먼이 식은땀을 흘리던 나는 문득 거리 전체에 수많은 신성들이 퍼져있음을 깨닫고 고갤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어제만 하더라도 바드로넬 영지에 이렇게 많은 성직자들이 머무르지 않았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카리아. 물어볼 것이…’

   “썩어가는 노처녀 아줌마. 짜증 그만 내 봐. 물어볼 게 있어. 지금 마조 변태들이 사는 거리에 무슨 일 생겼어?”

   

   별 생각 없이 꺼낸 물음에 테이블 위가 조용해졌다. 나는 그제서야 이 사람들이 아침 댓바람부터 모인 이유가 단순히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 아님을 깨달았다.

   

   ‘무슨 일인데요?’

   “시끄럽다고도 안 했는데 입을 다물어 버리다니. 주제파악을 너무 잘하는 것도 징그러워서 별론데. 솔직히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

   

   베네딕은 애써 내 시선을 피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고 뉴먼은 카리아의 표정을 살피다가 입을 꾹 다물어 버렸고 그 중심에 있는 카리아는 할 말을 고민하는 듯 침묵을 지켰다.

   

   <여아야. 저 쪽에서 말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무언가 눈치 챈 듯 너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니 존중해야 한단 할배의 말을 들은 순간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할배는 날 위해서 저런 말을 한 거겠지만 저 말이 내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베네딕은 그렇다치고 할배나 카리아마저도 말을 아낄만한 사안이라면 하나밖에 없지.

   

   나와 연관되었기에 벌어진 사람의 죽음.

   

   카리아나 할배는 내가 그리 멘탈이 약하지 않다는 걸 알아. 어지간한 일을 앞에 두더라도 불평어린 소리를 내뱉을 뿐 회피하거나 절망해 무너져 내리지 않는단 걸 말야.

   

   그렇지만 사람의 죽음만큼은 다르다. 나는 여태까지 죽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여럿 보여줬으니까.

   

   커다란 틀을 잡았다면 그 다음을 끼워 맞추는 건 어렵지 않다.

   

   거리에 신성이 느껴진다는 것은 성직자와 관계된 일이라는 것. 신성의 수가 많으니 평범한 죽음과는 거리가 테고 신성이 퍼져 있는 범위가 넓은 걸 보면 그 수는 한 둘이 아냐.

   

   최근 바드로넬 영지에 있던 사람 중에서 대륙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주신 교회의 사람 여럿을 망설임 없이 참살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

   

   아무리 내 지능이 58이라지만 이쯤 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라샤. 그녀가 바드로넬 영지에서 교회의 성직자들을 죽였다. 그것도 나를 위해서.

   

   추측해보자면 대충 이런 식이려나.

   

   라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주신의 신성을 끌어올린 걸 교회의 사람이 보았고, 나를 마음에 들어한 라샤는 교회의 성직자가 보고를 하기 전에 그 입을 막는 걸로 비밀을 지키게 했다. 내가 주신 교회에 의해 곤경에 처하지 않기를 바라며.

   

   졸지에 그녀의 호의를 떠맡게 된 셈이지만 난 전혀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다. 난 단 한 번도 다른 이들의 목숨을 빼앗아가면서까지 내 안전을 지키고 싶다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

   

   아아. 쉬어도 된다 이야기를 했을 때 에린이 느꼈을 심정이 이런 식이었으려나. 바라지 않는 형식의 호의는 상당히 기분을 더럽게 만드네.

   

   “저어. 루시? 괜찮니?”

   

   겉으로 드러난 표정이 좋지 못했던 듯 베네딕이 내 눈치를 봤지만 난 거기에 대답하는 대신 카리아를 노려봤다.

   

   “그 멍청한 근육 돼지 지금 어디에 여물을 먹으러 갔어?♡”

   “…이럴 때도 좀 눈치가 없어주면 안 될까. 고용주님.”

   

   한숨 어린 답변이 내 추측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라샤. 걔가 개짓거리를 했단 말이지.

   

   “늙긴 했어도 아직 귀 먹을 나이는 아니지 않아?♡”

   “뭐 하려고.”

   

   나는 카리아의 물음에 답변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내용이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저 내가 라샤를 만나면 뭘 할지 모르겠어서 대답할 수 없었을 뿐이다.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화를 내고 싶기도 하고. 눈치가 없으면 그냥 닥치고 살라고 타박하고 싶기도 하고. 내가 짜증이 난만큼 라샤도 짜증나게 만들고 싶기도 하지만. 정확하게 뭘 하고 싶냐 그러면 대답하기가 어려워.

   

   그렇지만 한 가지는 명확해. 난 라샤를 만나야겠어.

   

   “군도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음에 대한 답변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돌아왔다. 커즈 뉴먼은 카리아와 베네딕의 날선 시선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꿋꿋이 말을 이었다.

   

   “최근 군도 쪽에서 이름을 떨치는 여인이 있거든요. 아마 그 사람과 싸우러 간 것이겠죠.”

   “야. 커즈.”

   “뉴먼 백작. 당신.”

   “…앞서 말했듯 저는 알른 영애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러니 저 분께서 바라는 것이라면 이루어 드리는 것이 도리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말을 지키려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한 두 사람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커즈 뉴먼에게선 한 가주의 주인다운 당당함이 엿보였다.

   

   강자를 사냥하러 갔단 거지? 그럼 이야기가 쉽겠다. 그 강자 옆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면 자연스레 라샤를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야.

   

   군도라. 마침 잘 됐네. 안 그래도 세나르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그 쪽에 가야 했는데.

   

   겸사겸사 친구들도 데려가야겠어. 그 쪽에 있는 중형 던전들 중에선 재밌는 녀석들이 많으니까. 거기를 하나하나 공략시키다 보면 던전을 공략하는 능력도 많이 늘어나겠지.

   

   으음. 이렇게 되면 내가 짜증이 난만큼 라샤를 짜증나게 하기만 한다면 모든 일이 다 잘풀리는 셈인데.

   

   팔짱을 낀 채 생각을 거듭하던 나는 문득 한 가지 발상을 떠올렸다. 강자를 사냥하는 걸 인생의 낙으로 삼는 사람을 화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자를 사냥하지 못하게 만들면 되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난 즉시 커즈에게 물음을 던졌다.

   

   ‘뉴먼 백작님…’

   “좆밥 당주님. 깡촌인 군도에서 명성을 떨친다는 그 허접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커즈의 설명을 들은 나는 내 발상을 실현시킬 수 있을거란 생각에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좋아. 라샤가 노리고 있는 강자를 이 쪽에서 먼저 사냥해보실까.

   

   자신이 노리던 사람을 빼앗겼을 때 라샤가 얼마나 짜증을 내려나.

   

   후흫. 상상만 해도 즐겁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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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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