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69

    그렇게 고든의 도움으로 정보실에서 탈출한 다이튼과 예르나.

     

    하지만, 무리한 돌파를 감행한 것인지 고든의 상태가 심상치않다.

     

    “고든, 얼마나 다친 거에요?”

    “별 거 아니야, 그냥 좀 지친 거지.”

    “머리에서 피가 나잖아요.”

    “원래도 가끔 나. 다 내가 늙어서 그런거야.”

    “지금 농담이 나옵니까?”

    “하하하. 아니면 네가 때려서 나는 걸 수도 있고.”

     

    다이튼은 그가 이런 상황에도 여전히 실없는 영감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워낸 고든이 말했다.

     

    “그보다, 얼른 자리를 벗어나야 할게다. 모든 병력들이 지금 이 곳을 향해 오고 있어.”

    “고든의 말이 맞아, 우리도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해.”

     

    예르나도 고든의 말에 동의했다.

    아마도, 지금 이외의 기회는 없으리라.

     

    “고든, 앞장서요.”

     

    그러나, 고든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알아봐야 하는 게 있어. 너희는 나가서 기다리게.”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상황에 알아보긴 뭘 알아봐요. 빨리 나가야지요!”

     

    다이튼은 경험이 없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예르나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듯 보인다.

     

    “……시간을 벌테니, 우리는 탈출하라는 거군요.”

    “역시, 눈치가 빠르구나.”

     

    고든은 피식 웃었다.

     

    “나는 살 만큼 살았잖아. 너희는 살아야지. 가서, 가정에 충실하게.”

    “…….”

     

    그의 말에 예르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내 그녀는 몸을 돌린 후, 다이튼의 팔목을 끌며 말한다.

     

    “가자, 다이튼.”

    “아무래도 청첩장은 못 받겠군.”

     

    역시, 그런 말은 재수가 없는 모양이다.

     

    “아니……, 잠시만!”

     

    그 때였다.

     

    “웃기지 마요, 지금 도망치면 모두 살 수 있잖아!”

     

    예르나의 손을 떨쳐낸 다이튼이, 고든을 집어들었다.

     

    “크헉! 자, 잠깐만!”

    “가만히 있어요!”

     

    ——

     

    “…….”

    “…….”

     

    그렇게 탈출은 성공했다.

     

    하지만, 고든은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복부에 이 관통상…….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아마 처음부터였겠지, 아마 그도 그것을 알았기에 자신이 남아 시간을 벌겠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혈은 했지만, 아무래도 급소를 뚫린 탓인지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 결과로, 고든은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한 채 쓰러져 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명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져간다.

    이것은 어쩌면, 노쇠한 고든에게는 정말로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지금 얼마나 지났지?”

    “글쎄……?”

     

    다이튼이 묻는다.

    “어떡해,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거 아냐?”

    병원이라는 말에 예르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병원은 안돼……. 병원은 오히려 위험할거야.”

     

    그런 예르나의 대답에 다이튼은 뒷목을 긁으며 묻는다.

     

    “그럼 어떡해? 이 사람은 네 아버지같은 전 상사라면서? 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만.”

     

    예르나는 그렇게 묻는 다이튼의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올려다보았다.

    병원에 데려가자니, 참 순진한 남자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나 다름없는 뒷세계의 일을 받다 보면, 필연적으로 많은 적을 만들게 된다.

    언제나 이쪽을 돕는다는 것은, 다른 쪽을 적으로 돌린다는 뜻이니.

    그러니 뒷세계의 용병단장인 그에게는 이미 적이 꽤 많았다.

    그를 그냥 병원에 데려간다면 그들에게 꼬리를 잡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병원에 데려가는 것 자체가 큰 실수다.

     

    그래도 만약 병원에 가서 그가 산다면 당연히 그리 하겠다만, 지금은 모르겠다.

    이내 예르나는 냉정해지기 시작한 사고를 바탕으로, 감정이 배제된 최선의 해결책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런 훈련이 되어있었으므로.

     

    “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우리끼리 묻어버리는 게…….”

    “무, 무슨 살벌한 농담을! 그건 안되지!”

     

    예르나의 대답에 다이튼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물론 내키진 않는 해법이다.

    하지만, 때로는 불분명한 실종이 확실한 죽음보다는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큰 충격을 받은 듯 보이는 다이튼의 모습에 예르나는 어쩔 수 없이 역시나 농담이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건 그렇지.”

    “그럼 어떡하지……, 아.”

     

    고민하던 다이튼이 이내 답을 내었다.

     

    “그러고보니, 루크가 사람의 부상을 낫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뭐? 너, 설마 그 능력을 쓰자고?”

    “그럼, 다른 방법 있어? 병원은 안 된다며.”

    “……없는 것 같긴 한데…….”

     

    예르나는 루크의 그 불가사의한 힘을 떠올리곤 고개를 저었다.

    현대 마법의학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 한 흉터를 순식간에 고친 그 능력은, 그녀의 이해를 벗어난 범주에 있었으니까.

    아마, 고든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루크는……?

     

    “루크는 충격을 받지 않을까?”

     

    고든의 상태는 출혈을 동반한 타박상, 관통상, 골절상…….

    아무래도 어린애가 보기엔 상당히 심각한 부상이 아닌가?

     

    “장난해? 일단은 사람 살리는 게 더 중요하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린아이의 손을 빌려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지만.

    다이튼은 이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걔는 이런 걸로 충격 받는 아이는 아닐 걸.”

     

    아마도.

     

    —–

     

    잠시 후.

     

    집에 막 돌아와서 아이들을 재워두고 목욕을 마친 상태인 루크는, 예르나와 다이튼이 다급하게 데려온 한 명이라고 불러야 할 지, 아니면 한 구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를 상태의 노인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이 사람을 내게 데려왔다는 거군요.”

    “으응, 네가 혹시나 고칠 수 있을까 해서…….”

    “왜 병원에 데려가질 않고 저한테?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응, 병원은 안돼. 큰일이 생길거야.”

    “병원은 안 된다라…….”

     

    그러고보면 서드 때도 비슷한 사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그것과 비슷한 경우인가.

    하지만, 진단에 앞서 궁금증이 들었다.

     

    이건 명백히 마법으로 입은 상처들이다.

    그는 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이런 부상을 입은 것일까?

     

    루크는 예르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할게. 가능할 것 같아?”

    “흐음.”

     

    루크는 턱을 쓸었다.

    물론 고칠 수 있는 능력이야 있다.

    신성력을 사용하면 죽은 자도 살리는데 이런 외상쯤이야 당연히 회복시킬 수 있지.

    “그런데 정말 이래도 되나…….”

     

    다이튼은 자신이 낸 의견임에도 계속 고뇌하고 있었다.

     

    환자를 애한테 맡긴다니, 상식적으론 말이 안되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루크에겐 왠지 그 상식이라는 것이 제대로 먹히질 않다보니…….

     

    다이튼이 중얼거리는 말에, 이내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뭐, 알겠어요. 제가 한번 힘을 써보죠.”

    “정말? 괜찮겠어? 숨기고 싶은 힘이잖아.”

    “숨겨야 할 힘인 건 맞지만, 그래도 혹시 필요할 때에 잘 사용하려면 연습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루크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살다보면, 사고로 가족들이 다칠 수도 있는 법이다.

    언젠가 어쩌면 마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고.

     

    이전까지는 어떻게든 운과 감으로 해냈지만, 그 때도 과연 자신에게 운이 함께할 지는 의문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누구를 일부러 다치게 한 뒤에 신성력을 연습할 수도 없는 법 아닌가.

     

     

    그나저나 이런 상황이라서야, 아무래도 오늘 경품으로 얻은 온천 여행권 얘기는 못 하게 생겼다.

     

    “그럼, 다이튼. 일단 그를 내 방 침대에 눕혀주겠는가?”

    “응, 알겠어!”

     

    루크의 허락에 다이튼은 곧장 노인을 루크의 침대에 눕혔다.

    그러고나서 이제는 어떡하냐는 듯 한 표정으로 루크를 가만히 지켜보기 시작한다.

     

    “이제 나가주겠나? 내가 말할 때 까지는 안에 들어오지 마.”

    “응? 갑자기 들어오지 말라니……. 어째서?”

     

    그야, 곧 죽을 자를 살려내려면 날개와 헤일로를 꺼내게 되니까.

     

    ……하고, 말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힘을 쓰려면 옷 갈아입어야지.”

    “……어, 알겠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건 거짓말은 아니었다.

    자신이 힘을 꺼내면, 또 잠시 몸이 성장할 테니까.

    그리고 예르나와 다이튼도 그런 자신의 사정은 이미 알고 있었다.

     

    루크의 말에 순순히 방에서 나가는 다이튼과 예르나였다.

     

    —–

     

    다이튼이 나가는 모습을 확인한 루크는, 이내 손수건을 가져와 노인의 얼굴에 덮었다.

    기도하는 동안 피가 베개에 묻으면 좀 그렇잖은가.

     

    그 후, 루크는 가만히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서히 머리 위가 밝아지는 것이 느껴지고, 등 쪽이 뻐근하게 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헤일로와 날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루크는 잠시 날개를 움직여보고, 머리 위에 뜬 헤일로를 확인한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그야말로 전설로나 전해지는 ‘천사’ 와도 같은 모습이다.

    날개는 사실 그냥 용이 섞인 이 몸의 신체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 별 의미 없지만, 헤일로만큼은 다르다.

     

    그것은 신성력과 대기중의 마나가 공명하여 빛을 내는 일종의 현상.

    지식과 이성을 전제로 발생하는 마법과는 대척점에 있는, 오롯이 상위존재에 대한 믿음과 육신의 생명을 사용하는 신성력은 감정을 억제하는 마법과는 반대로 이성을 억제한다.

     

    그렇기에 서클이 감정을 막기 위해 심장에 새겨지는 것과 비슷하게, 헤일로는 이성을 상징하는 머리 위에 떠오르는 것이다.

     

    그런 헤일로가 나타났다는 것은, 이제 확실히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증거.

    루크는 마치 술을 마신 듯 붕 뜨는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크게 심호흡하며 입을 열었다.

     

    “힐.”

     

    방 안이, 은은한 빛으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우와 천사다 천사!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