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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9

       “그러니까 외부인들에게 우리의 세계는 일종의 유희였던 셈이구나.”

       “저희가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게 다른 세계였다고요?!”

       

       백호의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 엔리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를 평범한 게임이라 여기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이니 그럴 법 했다.

       

       백호가 설명을 나름 잘 해주었기에 다행이지 본인의 말솜씨였다면 저를 설명시키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는지.

       

       신기한 것은 눈동자를 둘 곳을 모르는 엔리에 비해 바루의 얼굴이 너무도 평온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마냥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에게서는 자그마한 놀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알고 있었느냐?”

       “그럴 리가 있나. 허나 저들의 우리의 세상을 유희라 생각했다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여럿 있잖으냐.”

       

       자신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것. 어느 순간 훌쩍 사라졌다가 훌쩍 나타나는 것.

       

       지닌 능력에 비해 과도한 여러 외부인의 특권. 애초에 내가 다른 세상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던지라 바루는 백호의 설명을 듣고서 빠르게 납득을 한 모양이었다.

       

       “차원을 넘어 이 세상에 당도한 시점에서 이 이상으로 놀랄 일이 더 있느냐?”“그도 그렇구나.”

       “그보다 본인은 다른 것이 더 신경 쓰인다. 우리의 여정을 다른 이들이 보고 있었다니.”

       “왜 중간중간에 내가 입을 다물 때가 있지 않았느냐. 그 때 본인은 방송을 보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상 우리가 여행을 다니던 대부분의 때이지 않으냐?”

       

       부정할 수 없구나. 과거 방송을 끈 채 혼자 재밌는 것을 즐겼다가 혼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 되도록 방송을 키고 움직이고 다녔으니까.

       

       그대의 말이 옳다고 답을 해주었더니 바루가 지팡이로 내 머리를 툭하고 때렸다.

       

       피하고자 한다면 얼마든 피할 수 있는 허술한 움직임이었지만 그러진 않았다. 이 경우에는 내 죄과가 너무도 명확한지라.

       

       “그런 것은 미리 말하거라! 본인의 위엄과 관계된 일이지 않나!”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다마는.”

       “시끄럽다. 우선은 그 방송이라는 것에 내가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보자꾸나.”

       

       일이 곤란하게 흘러가는 구나. 무공 채널에 있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상관없다. 어차피 그 곳에는 본인의 대적자와 싸우는 영상이 대부분이니.

       

       허나 일상채널은 다르다. 온갖 잡다한 영상들이 올라가는 그 곳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귀여운 바루의 모습이다.

       

       바루가 본다면 본인의 위엄을 왜 신경 쓰지 않느냐면서 큰 소리를 칠 게 분명한 영상이란 말이다.

       

       그런 것을 바루에게 보여주었다가는 분명 그 영상을 내리라고 소리를 치겠지.

       

       그래선 안 된다. 그것은 나의 보물이다. 가끔 힘든 일이 생길 때에 그것을 보며 마음의 안식을 얻고 있거늘 그를 지우는 건 불가하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엔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눈만 보아도 척하면 척인 것인가. 이런 부분에서는 눈치가 한 없이 빠른.

       

       “바루님이 나온 영상 보여드리면 되는 거죠? 일…”

       

       재빠르게 엔리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 녀석. 노렸구나. 본인이 곤경에 빠지는 꼴을 보고 싶어서 바루에게 그 채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 한 것이야.

       

       눈치가 빠르긴 빠르군. 그게 안 좋은 쪽이라서 문제지.

       

       “무어냐. 무엇이기에 감추려 드는 것이냐.”

       

       젠장. 이미 바루가 수상함을 눈치채버렸다.

       

       어찌하면 좋을까. 가만 해결책을 강구하던 나였지만 결국 바루에게 영상을 보여줄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바루도 현대의 문물에 익숙해질 것이다. 내 여러 문물을 체험시켜 줄 생각으로 이 곳에 데리고 온 것이니 말이다.

       

       그 때가 된다면 바루는 자연스레 본인이 남겨 둔 여러 영상을 보게 되겠지.

       

       이렇게 들키나 저렇게 들키나 언젠가 들켜야 할 운명이라면 차라리 미리 모든 것을 공개하고 바루에게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낫다.

       

       처음부터 솔직한 것이 숨기다가 들키는 것보다 여파가 적을 테니까.

       

       그리 판단을 내린 나는 스마트 폰을 꺼내어 내 일상채널에 들어갔다.

       

       일단은 바루가 보기에 적당한 영상부터 시작을 하자꾸나.

       

       아무런 이유 없이 바루를 한 시간 동안 쓰다듬는 영상 같은 것으로 시작해선 바루가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일단은. 그래. 바루가 화산을 복구하던 때의 영상으로 시작을 하자꾸나.

       

       바루가 나오는 영상 중에서 멋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몇 안 되는 녀석이니 말이다. 하린이가 나름 각을 잡고서 편집을 해서 보기에도 좋고.

       

       이를 먼저 바루에게 보여 주었더니 그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움직이는 사진이라는 것은 봐도봐도 신기하군.”

       “현대의 사람들은 이를 영상이라 부른다.”

       “과연. 영상인가. 멋지구나. 기적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이잖나.”

       

       바루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올라간 것을 보면 기분이 좋은 모양이구나.

       

       시작이 좋다. 이를 기점으로 하여 바루의 여러 멋진 모습부터 보여주는 것이다.

       

       숲을 재건하는 모습이라거나. 혈교주의 술을 파훼하는 모습이라거나. 여러 혼령들을 이끄는 모습이라거나.

       

       “저기. 바루님.”

       

       그런 식으로 바루의 입꼬리가 점점 녹여가던 중 뒤편에서 함께 영상을 구경하던 엔리가 목소리를 냈다.

       

       “저 무림에서 혼령을 부리는 게 가능하셨잖아요?”

       “그랬지.”

       “여기에서도 똑같은 일을 하실 수 있으신가요?”

       

       바루는 그 물음을 듣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지. 어쨌든 간에 이 곳에도 도가 있고 죽은 자가 있으니 말이다.”

       “유령이 진짜로 있다고요?”

       “네가 생각하는 원한으로 가득한 놈들은 아니고.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심심함을 달랠 곳을 찾는 놈팽이들에 불과하긴 하다만. 한 번 보여주랴?”

       “아뇨! 아뇨. 괜찮아요. 정말로 괜찮아요.”

       

       기겁을 하면서 손을 내젓던 엔리는 슬쩍슬쩍 바루의 눈치를 보다가 잠시간의 침묵을 건너뛰고서 말을 이었다.

       

       “혹시 귀신을 쫓는 부적같은 거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가능이야 하다만 성능을 보장하진 못하겠구나. 부는 본인의 전문분야가 아닌지라.”

       “그런!”

       

       갈 곳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던 엔리의 눈동자가 결국 내 쪽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멈췄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분명했다. 밤에 혼자 있기 무섭다는 것이겠지.

       

       “정 곤란하면 자고 가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신 협조 안 하면 쫓아낼 거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천마시여! 제 알아서 모두 다 처리하겠습니다!”

       

       다소 과장된 어투와 함께 절까지 한 엔리는 바루의 곁으로가서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이런 저런 것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신기했던 것인지 바루의 의식은 순식간에 그 쪽으로 향했고 내 일상 채널의 안전은 그렇게 보장되었다.

       

       *

       

       “안녕하십니까.”

       

       공간을 뛰어 넘어 지난 번 마지막에 방문했던 사장실에 자리했더니 사장이 태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놀래켜 줄 생각이었다마는 생각보다 담이 큰 작자구나.

       

       “이런 것에 익숙한가보지?”

       “아하하. 아시겠지만 회사에 재직하는 이들 중에서 평범한 분이 없으니까요.”

       

       과연. 본인과 비슷한 일을 저지르는 이가 한 둘이 아니란 것인가. 간단히 납득한 나는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가죽 의자에 앉아 곰방대에다 불을 붙였다.

       

       “그래서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무엇이냐.”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마는, 일단은 자잘한 것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은 본인의 계정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 서버 복구에 모든 인원이 투자되는 중인지라 본인의 계정을 복구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화룡무인 세상에 향하는 것이야 괜찮습니다만 부디 그 곳에서 무복을 입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그 곳에서 입던 것과 같은 옷입니다.”

       

       그 곳에 방문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눈에는 띄지 말아달라는 것인가.

       

       본인도 여러 소란의 중심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지라 별 불만 없이 그 무복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아라님께서 데리고 오신 신령님과 관계된 일입니다마는 너무 눈에 띄지만 말아 주십시오.”

       “걱정마라. 그에 대해선 옆에 있는 백호가 잘 알아서 할 터이니.”

       “…언제까지 데리고 계실 생각이십니까?”

       “왜. 그 놈이 꼭 필요하더냐?”

       “나름 저희 회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녀석인지라.”

       

       사장이 이렇게까지 이야기 할 정도라면 꽤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인가 보구나. 본인의 앞에서 보인 모습이 워낙에 허술한지라 미처 몰랐어.

       

       “백호의 역할을 대신할 녀석을 보낸다면 되돌려보내주마.”

       

       이런저런 뒤치닦거리를 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말이야. 최소한 백호 수준의 능력과 지식 그리고 말재주를 지닌 사람을 보내준다면 무어. 복귀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지.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사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민을 해보겠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이제 중요한 문제입니다만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어지?”

       “한 차원에서 저희를 곤란케하는 존재가 있어서 말입니다. 그를 처리해 주십시오.”

       

       그의 설명은 대충 이러했다. 회사가 진행하는 일이 있는데 그를 방해하는 존재가 있다고.

       

       방해물을 치우기 위해선 회사의 최고전력 몇을 쏟아야 하는데 현 회사의 사정상 그러기가 어렵다고.

       

       그러니 내게 도움을 청한다고.

       

       “물론 맨입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 마땅한 보상을 약속드리지요.”

       “보상? 네 놈들이 내게 무얼 줄 수 있다 생각하느냐?”

       

       작금의 나는 바라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 이런 나에게 보상을 주겠다니.

       

       그런 것이 가능할 리 없잖은가.

       

       같잖은 물건으로 본인의 환심을 사려 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분노를 사게 될 터.

       

       어디 무엇을 준비했는지 들어나 보자꾸나.

       

       “지금 캡슐형 VR기기가 고장 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기술을 담은 최신형 기기로 바꾸어 드리지요. 돈이 있어도 물량이 없어 구하지 못하는 물건입니다만, 저희라면 얼마든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전혀 같잖지 않군.

       

       “상대할 녀석은 누구냐.”

       “미쳐버린 대마법사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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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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