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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9

   크라슈를 중심으로 세계가 힘을 모아 만든 단.

     

   이카루스.

     

   오직 금역을 닫기 위해 모인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크라슈가 나아갈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가 같다고 해서 제대로 어우러져 협력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그들은 각자 다른 나라 출신이다.

   하물며 국경을 맞댄 국가들끼리는 매일같이 서로 이를 갈던 사이다.

     

   크라슈의 적극적인 활동 덕에 세계가 많이 어우러졌다고는 하나.

   크라슈가 나타나기도 전부터 서로에게 검을 겨눈 이들이 하루아침에 어우러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어우러지기 힘든 두 조가 있었다.

     

   에파니아 제국의 백룡 기사단 부단장 절검.

   스타론 왕국 소속 발하임의 총기사단인 수호검.

     

   이 둘은 물과 기름과 같았다.

     

   오죽하면 두 사람은 젊은 시절, 제국과 스타론의 사이가 극에 치달았을 무렵.

   서로에게 검을 겨누었던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크라슈도 처음 둘을 봤을 때, 솔직하게 말해 걱정했다.

     

   두 사람의 실력은 누가 뭐래도 보장되어 있다고는 하나.

   맞지 않는 퍼즐은 억지로 끼워봤자 부서질 뿐이다.

     

   그러나 지금.

   크라슈의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콰앙! 콰앙!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추며 기사단을 이끌어 정령왕의 숲을 뚫어내고 있었다.

     

   그들의 실력은 천하십강에 조금 못 미칠지언정 그에 버금가는 괴물이다.

   그래서일까, 오직 길을 뚫어낸다는 역할을 그들은 철저히 수행하고 있었다.

     

   “절검, 왼쪽이 비네. 부탁하지.”

   “알겠네. 북동쪽 숲 안쪽에서도 무리가 느껴지니 참고하게.”

     

   무려, 한때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검을 겨눈 적 있는 이들이 협력하는 광경.

     

   이는 크라슈가 보기에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는 크라슈가 자신의 위치를 너무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제국에서 크라슈의 이름은 지금 생각 이상으로 드높다.

   제국이 적극적으로 그의 이름을 써먹은 만큼 그의 이름값도 엄청나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특히, 황제가 크라슈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이미 시즐리와의 약혼 사실이 확정됐고, 영웅의 길을 걷고 있는 발하임의 핏줄은 무척이나 귀하다.

     

   그런 핏줄이 제국 제일의 두뇌라 불리는 시즐리와 낳은 자식의 가치는 더할 나위 없이 높다.

     

   즉, 황제는 미래의 후계자 후보로 시즐리와 크라슈의 아이를 보고 있었다.

     

   이는 백룡 부기사단장인 절검이 모를 리가 없는바.

   그는 당연히 이를 숙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절검에게 크라슈는 어떤 위치에 있는 인물인가.

     

   ‘제국의 새로운 황제가 되실 분의 아버지 되는 분.’

     

   제국에 평생을 충성 바친 절검이다.

     

   이는 개개인의 원한과 악감정,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크라슈가 잘못된다면 그걸 막고자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중한 일이다.

     

   그러니 절검의 머릿속에 수호검 혹은 다른 왕국의 이들과 다툰다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자신을 믿고 이곳에 보내준 황제 폐하를 배반하는 일이다.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번 임무는 무사히 완성 시킨다.’

     

   충의에 차오른 절검의 눈이 거세게 타올랐다.

     

   그리고 이는 수호검 또한 다르지 않았다.

     

   금역에 숨어든 익시온의 일원을 해치우기 위해.

   천상사강, 무황 발록 발하임이 발하임에 돌아왔을 때다.

     

   그는 수호검을 보더니 말하였다.

     

   「크라슈가 꽤 떠들썩하게 움직이고 있더군.」

     

   크라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 발록은 그리 말하며 떠나갔다.

     

   「크라슈는 발하임의 이름을 달고, 움직이고 있다. 발하임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지켜봐라.」

     

   수호검은 놀랐다.

   발록은 자신의 자식에 관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이가 아니었다.

     

   자식끼리의 싸움은 자식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듯.

   그는 소식을 전해 들을지언정 직접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발록 또한 크라슈를 굉장히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소리기도 했다.

     

   ‘어쩌면 가주께서 크라슈 도련님을 다음 가주로 점찍어둔 걸지도 모르지.’

     

   수호검도 발록을 오래 모셨지만, 그의 속마음은 잘 모른다.

   하지만 가주께서 정말 그리 정하셨다면 크라슈는 반드시 발하임의 가주가 되어야 한다.

     

   발하임의 가주란 곧 발하임 그 자체다.

   그렇다면 차기 발하임의 가주가 될 수 있는 크라슈를 반드시 지키는 것이 수호검의 역할.

     

   ‘내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크라슈가 수행하고자 하는 이 일을 반드시 성공시켜 드려야 한다.

     

   이렇게 두 노검사는 각자 서로의 목숨을 바치더라도 임무를 성공시키고자 철저히 자신을 죽이고, 금역의 길을 뚫고 있던 것이다.

     

   이는 당연히 두 사람이 이끄는 기사단들에도 전해졌으며.

   이카루스를 대표하는 둘에 의해 각 왕국에서 온 이들도 전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물과 기름마저 섞여 버린 상황이다.

     

   [ 충의가 아주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높구나. ]

     

   이 상황을 꿰뚫어 본 크림슨가든만이 두 노검사의 충의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충의 덕분에 크라슈가 수월하게 정령왕의 숲을 나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세계가 합쳐지면 이런 느낌이구나. 이런 광경은 상상도 못 해봤는데.”

     

   이카루스의 맹렬한 돌파력을 보며 아슬란조차 감탄할 지경이었다.

     

   “세상이 두 쪽 나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크라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들었다.

     

   이카루스의 활약 덕분의 크라슈는 지금 순식간에 정령왕의 숲, 중심지로 나아가고 있었다.

     

   [ 아슬란. ]

     

   그 순간 아슬란의 어깨 위로 도로시가 날아올랐다.

     

   [ 왕께서 움직이기 시작했어. ]

     

   다음 말을 들은 순간 아슬란이 크라슈를 홱하니 돌아봤다.

   그와 눈이 마주친 크라슈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왕의 숲, 주인.

   정령왕 오베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정령왕 오베론.

   놈은 지금껏 정령왕의 숲이 왜 금역이라 불리게 됐는지 증명하는 존재다.

     

   왜냐하면 정령왕의 숲 전체가 오베론과 연결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쿵!

     

   정령왕의 숲 안쪽, 거대한 나무가 치솟아 올랐다.

     

   다수의 사람이 양팔을 벌려 아무리 둘러싸더라도 두르지 못할 법한 두께와 높이.

     

   정령왕의 나무다.

     

   끝도 없이 치솟아 오른 나무는 이내 하늘과 맞닿을 지경까지 오르더니.

   이내 나무가 지닌 무수히 많은 가지가 주변을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나무의 가지가 숲을 밀어내는 광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아래에 있는 이들이 감당해야만 했다.

     

   “정령왕의 나뭇가지를 자른다!”

   “마법사들은 화염 마법을 준비해라!”

     

   그 순간 이카루스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두에 선 절검과 수호검, 포세우스 흑해 기사단장, 라크라디온이 함께 질주했다.

     

   그들은 숲을 파괴하며 몰아쳐 오는 나뭇가지를 향해 오러가 서린 검을 휘둘렀다.

   그들의 필사적인 검놀림으로 나뭇가지는 이곳까지 밀고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나 마치, 홍수처럼 나뭇가지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었다.

     

   하늘이 나뭇가지 전체에 뒤덮여 가기 시작했다.

     

   하늘에 닿아 있는 정령왕의 나뭇가지의 중심.

   그곳에서 새하얀 색의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최흉의 씨앗.’

     

   크라슈는 그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정령왕의 숲에서 탄생한 최흉의 씨앗이 저곳에 있었다.

     

   ‘정령왕의 나무를 뚫지 못하면.’

     

   최흉의 씨앗에도 도달할 수 없다.

     

   그 순간 제블람 소속, 8석 마법사와 함께 대규모 화염 마법이 완성됐다.

     

   “쏘세요!”

     

   그의 신호와 함께 화염 마법이 일제히 하늘을 날았다.

   그러자 대규모의 화염 불씨가 나뭇가지 위를 휩쓸어 버렸다.

     

   새까맣게 탄 나뭇가지들이 잿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라이라바르.”

     

   그와 동시에 아슬란도 마법을 마치며 화염 마법을 점화시켰다.

     

   고대 마법과 현대 마법을 뒤섞어 탄생시킨 화력 중시 형 마법.

   그 마법은 제블람 소속 마법사들의 대규모 마법에도 밀리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일대를 태워버린 아슬란의 마법은 제블람 소속 마법사들도 경악게 했다.

     

   고작해야 17살의 소년이 저런 출력의 마법을 쏟아 내다니.

   그의 천재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아슬란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얼음 정령이었던 도로시의 몸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럼과 동시에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정령의 힘이 아슬란의 팔에 스며든 그 순간.

     

   아슬란은 자신이 준비한 두 번째 마법을 발동시켰다.

     

   “라이카바르.”

     

   치솟은 화염은 용의 형태를 띠며 수십 갈래로 갈라졌다.

   아슬란의 마법이 나뭇가지를 불태워 버리며 산산조각 냈다.

     

   순식간에 커다란 길목이 만들어지자 마법사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세상에서 드러난 두 번째 정령 마법.

   이는 마법사들에게 있어 마법의 새로운 지평이었다.

     

   “마법사들, 멍때릴 시간 없다. 달려라!”

     

   그러나 그들을 일갈한 절검의 말에 마법사들은 서둘러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미 크라슈와 함께 선두조는 뚫린 길을 내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뚫은 길을 달린다.

   나뭇가지가 그 앞을 막는다.

   다시 뚫고 달린다.

     

   이것이 계속해서 반복됐다.

     

   이는 당연히 이카루스에게도 점차 피로감을 쌓이게 했다.

     

   “윽!”

     

   마법사 한 명이 마나가 다하며 마나 탈진 상태에 빠졌다.

     

   “후우, 후!”

     

   기사 중에도 숨을 헐떡이는 이들이 다수 나타났다.

     

   “왼쪽에서 전투 정령이다!”

     

   그리고 그들을 공격해 오는 것은 나뭇가지만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전투 정령들이 끊임없이 나타나 그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부상자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그들은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금역이라는 곳이 왜 인간에게 접근 금지 구역이 되었는지 말이다.

     

   이곳은 인간이 들어설 수 없는 지옥이다.

     

   “하늘이 내려온다!”

     

   그 순간 누군가 한 명이 외쳤다.

     

   그 외침을 들은 이들이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그들은 뒤늦게 하늘을 향해 뻗어졌던 거대하기 짝이 없는 나뭇가지가 내려쳐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 수천 명을 가볍게 내려찍어 압살해버릴 만큼 거대한 나뭇가지.

   그런 나뭇가지는 하늘을 전부 가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그 순간 절검과 수호검이 동시에 하늘을 날았다.

   두 사람의 검이 공기를 찢으며 대량의 오러를 쏟아냈다.

     

   그들에게 쏟아져 나오는 오러는 기사들에게 있어 평생을 우러러볼 경지였다.

     

   그런 오러를 쏟아낸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을 교차시켰다.

     

   서걱!

     

   뻗어나간 검의 참격이 내려쳐 오던 거대 나뭇가지를 절단시켰다.

     

   하늘을 꿰뚫어 버릴 만큼 거센 참격이 치솟아 오른 순간.

     

   그 사이로 한 명의 소년이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크라슈 발하임이었다.

     

   크라슈의 발아래, 얼음으로 된 발판이 연이어 만들어졌다.

   아슬란이 크라슈가 오롯이 위로 질주 할 수 있도록 마법을 써준 것이다.

     

   크라슈는 그런 마법을 밟아 올라가며 서서히 몸 전신에 백염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크라슈의 머리 위에 뿔이 돋아났다.

   점차 그의 머리카락 색이 백색으로 변해갔다.

     

   새하얀 연기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천살성의 힘을 받아낸 그의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쿠궁!

     

   그 순간 하늘 위에 있던 나무의 모습이 바뀌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정령왕 오베론이다.

   오베론의 손이 크라슈를 막고자 뻗어왔다.

     

   그러나 이를 본 크라슈가 짧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어.”

     

   멸천화신을 발동시킨 크라슈가 하늘을 향해 검을 내뻗었다.

   검에 담긴 백염이 일제히 오베론을 포함한 하늘을 향해 뻗어졌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십식(十式)

   멸화(滅火)

     

   하늘이 백염으로 물든 순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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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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