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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

       

       

       시야의 오른쪽 아래에서 조용히 떠있는 편지봉투.

       

       몇천년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편지봉투의 모습에 나는 작게 혀를 찼다.

       

       나를 이 세상에 떨궈두고 아주 오랫동안 소식 하나 없던 창조신이라는 양반은…. 도대체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걸 보내온건가?

       

       나는 가슴 속에서 살짝 솟아오르는 짜증을 억지로 억누르며 편지봉투를 손가락으로 건드렸고.

       

       

       ┌──────────────────

       │축하합니다!

       │

       │지성체들이 문자를 익혔습니다.

       │원시 신앙의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

       │지성체들의 신앙심으로 인하여

       │갓톡GodTalk이 활성화됩니다.

       │

       │당신을 향한 신앙심을 더욱 늘려보시길!

       │전지전능의 길은 멀지 않습니다!

       │

       │이 메시지는 자동 메시지입니다.

       └──────────────────

       

       

       씁. 이거보소. 이젠 자동 메시지만 보낸다 이거야?

       

       아니면 뭐야. 미리 예약해둔게 이제야 열린건가? 문자가 전파되면 이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끄응…. 그 창조신이라는 놈은 도대체 나에게 뭘 바라고 있는걸까? 지금의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구만.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 창조신이라는 양반에 대한 생각은 곱게 접어 구석으로 치워두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 신경쓰면 오히려 손해일테니.

       

       그보다 갓톡…. 그냥 그러고보면 처음 열었을때 창조신이 보낸 메시지에서 그런 내용이 있긴 했었지.

       

       나는 열려있는 메신저의 위쪽을 올라가 처음으로 받았던 메시지를 확인했다.

       

       

       │참고로 이건 신을 위한 메신저로 만든거야.

       │이름하여 갓톡GodTalk!

       │아직은 나와 너 말고는 쓰는 이가 없지만.

       │언젠가 이 세계에 신들이 생겨난다면 쓸지도?

       

       

       라고 되어 있는 부분을 보아…. 처음부터 이렇게 쓸 용도였으리라.

       

       나는 메시지 창을 닫았다. 신을 위한 메신저라고 했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

       

       

       ✉️

       

       

       또다시 시야 구석에 메시지 창이 떠오른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 편지봉투 구석에 작은 숫자가 붙은 상태로.

       

       마치 메신저에서 읽지 않은 메시지가 몇개 있는지 표시해주는 모양새였다.

       

       그 숫자는…. 10, 30, 50, 100…. 뭐야 이거. 왜 자꾸 올라가? 쉴 새 없이 올라가고 있는 숫자는 999+라는 표시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뭐야 이거…. 셀 수 없이 많은 메시지가 쌓여있는 모양이잖아 이거.

       

       압박적인 숫자에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킨 나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편지봉투 아이콘을 건드렸다.

       

       그러자 눈 앞에 그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메시지 창이 나타난다.

       

       그 메시지창에 적혀있는, 메시지를 받는 신의 이름은 창세신룡.

       

       메시지를 보낸 것은 수많은 리자드맨들이었다.

       

       음. 그러니까…. 리자드맨들이 창세신룡을 향해 보낸 기도 하나 하나가 여기에 적혀있는 모양이구만. 게다가 보낸 시간을 보니 지금까지 보내온 메시지가 차곡차곡 쌓여가다가 갓톡이 활성화되는 것을 계기로 한꺼번에 몰려든 모양이고.

       

       리자드맨들이 창세신룡을 믿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리자드맨들이 올렸던 기도들이 모두 이 메시지창에 모여있다니….

       

       이, 이걸 어떻게 다 읽어…. 시간을 정지하고 읽어도 엄두가 안 날 정도잖아.

       

       그렇게 진지하게 모든 메시지를 무시해버릴까 생각하던 도중, 다행히 기도를 필터링 하는 기능이 메시지창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어떻게 모든 기도를 다 들어주겠어? 사소한 기도는 가볍게 넘어가는거지. 응.

       

       일단 리자드맨의 대부족장 위주로만 필터링하고, 정말로 절실한 기도라면 좀 살펴보도록 하자. 다행히 기도의 필터링은 굉장히 상세한 필터링이 가능했기에, 진심이 담긴 기도 같은 것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음. 그러니까….

       

       

       「오오, 창세신룡이시여! 주무시고 계시나이까!」

       

       

       라는 기도가 최근의 기도인가. 리자드맨의 대부족장이 보낸 기도로구만.

       

       흠…. 나를 찾는 기도. 하긴, 최근 몇백년간은 리자드맨들에게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으니까. 찬밥 신세처럼 느껴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가끔씩은 얼굴을 비춰줄껄 그랬나? 하지만 다른 종족들을 신경쓰다보니 리자드맨들은 뒷전이 되었는걸.

       

       리자드맨들은 알아서 잘 할 거라는 생각이 강한 탓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도 했고. 음….

       

       어쩌면 리자드맨들…. 나에 대한 신앙이, 창세신룡을 향한 신앙이 옅어지고 있는건가?

       

       나는 창세신룡의 이름…. 아니 명의로 받은 기도들을 살펴보았다. 옛날부터 보내온 기도는 잔뜩이었지만, 그 빈도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역시…. 요 근래에 보내진 기도는 그리 많지가 않구나. 창세신룡을 향한 리자드맨들의 신앙심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끄응. 창세신룡이라는 이름을 딱히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를 향한 기도가 줄어들고 있다니 조금 신경쓰이는걸.

       

       그렇지. 그동안 다른 종족들에게 신경쓰느라 리자드맨들을 챙기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도와주도록 할까?

       

       하지만 도와준다고 해도…. 리자드맨들이 당장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육체적으로도 강하고, 식량이 부족하지도 않고. 기술의 발전은 흑요석 석기 정도로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는 탓인지 더 발전하지 않고 있고….

       

       아, 그렇지. 리자드맨들 중 하나를 골라서 축복을 내리는게 어떨까?

       

       대충 무술대회 같은 것을 열어서 가장 강한 리자드맨을 골라내어 대전사라는 직위를 주고, 대전사에게 약간의 축복을 준다면 나를 향한 신앙심이 금방 회복되리라.

       

       음. 거기에 다른 것도 좀 섞어볼까? 리자드맨들이 정령의 힘을 빌린 주술을 사용하니까, 대충 대주술사라는 직책도 만들까?

       

       대부족장, 대전사, 대주술사의 3명으로 리자드맨들의 지배자들을 구성하는 느낌? 삼권분립? 아, 이건 좀 다르군.

       

       여기서 대전사는 축제의 무술대회로 뽑고, 대주술사는 리자드맨들 중 가장 주술에 대한 소질이 뛰어난 녀석을 골라내고….

       

       대부족장은 지금처럼 혈통으로 이어받는 것으로 해두자. 음.

       

       그러고보면 예전에 내가 직접 고쳐주었던 흑요석 창을 아직도 이어받고 있던가? 음….

       

       그 창이 대부족장에게 이어지고 있다면, 대전사를 위한 무기는 완전히 새로 만드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이미 흑요석 창은 대부족장에게 이어지고 있으니까, 그걸 쓰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구만. 리자드맨의 대전사에게 어떤 무기를 내려줘야 할지 말이야.

       

       아니, 아니지. 생각을 바꾸도록 하자.

       

       무기를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대전사가 기존에 사용하던 무기에 축복을 걸어주는게 어떨까?

       

       혈통에 의해 이어지고 있는 대부족장과 달리, 무술대회의 승자가 얻을 수 있는 특권이라면 그 승자에 맞춘 보상이 필요할 터.

       

       무기의 종류를 고정시켜 두는 것보다 승자가 사용하는, 승자의 손에 익숙해진 무기를 축복하는 것이 나으리라. 대전사로 뽑인 녀석에게도 그게 좋겠지.

       

       거기에 육체적으로도 강화를 해주자. 음…. 리자드맨이니 육체를 진화시켜서 용인 같은 존재로 만들어주는게 어떨까?

       

       물론 진짜 드래곤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겠지만, 용의 힘을 일부라도 품은 리자드맨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으리라.

       

       좋아. 대전사는 대충 이정도로 마무리 하면 될 것 같고, 다음은 대주술사…. 음….

       

       이건 어떻게 하면 되려나?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리자드맨을 골라낼까?

       

       혈통에 의해 선출되는 대부족장, 자신의 힘으로 우승해 우뚝 서는 대전사, 그리고 뛰어난 재능으로 뽑히는 대주술사…. 음. 적당히 밸런스가 잡힌 조합처럼 보이는구만.

       

       거기에 대주술사는 나와 직통으로 대화 하는 혜택을 준다거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바로 가르쳐 주거나, 리자드맨들의 주술을 개량해서 가르쳐 주거나….

       

       음. 대주술사에게는 물질적인 도움 보다는 이런 식으로 지식을 빌려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구만.

       

       마지막으로 대부족장은…. 혈통에 이어지는 권력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자아. 대충 방향성은 정했으니, 천천히 결정한 후 리자드맨들에게 전달을…. 아니, 리자드맨 전체에 알리면 곤란할테니 대부족장에게만 이야기 해둘까.

       

       다음 축제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를 뽑는 대회를 열고, 가장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주술사를 정해서 나와 직접 대화하도록 하겠다고.

       

       

       – – – – – – – – – – – – – – – – – – – –

       

       

       리자드맨의 대표적인 축제. 하얀 꽃의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리자드맨을 대표하는 대전사를 선발하기 위한 무투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오직 리자드맨만이 참가 가능한 그 무투대회의 승자는 명예로운 대전사의 직위와 창세신룡의 축복을 받아 리자드맨을 초월한 용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리자드맨의 대전사로서 지내는 1년 동안만 허락된 일시적인 축복이지만요.

       

       하지만 1년 한정의 축복라도 무시해선 안됩니다.

       

       그 축복을 받는 시점에서 육체는 전성기로 되돌아가고, 육체에 생긴 문제는 말끔하게 사라지게 되니.

       

       기록에 따르면 어느 대전사는 심장에 심각한 병을 비롯해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력은 리자드맨들 중 제일이라 대전사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데, 창세신룡의 축복을 받자 육체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전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1년 후. 다른 이가 대전사가 되자 창세신룡의 축복은 그 육체에서 떠나갔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육체의 문제는 모두 해결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대전사가 되어 창세신룡의 축복을 받는 것만으로, 질병과 같은 사소한 문제는 모두 해결되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 하얀 꽃의 축제 홍보 팜플렛.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뒷전이었던 리자드맨. 그런 리자드맨에게도 약간의 선물이…!

    1년마다 대전사와 대주술사를 선출하고, 축복을 내려주고, 직접 대화하는 신이 있다면 그 신을 향한 신앙심은 무척이나 견고하겠지요.

    심지어 한 종족만의 신이니까 더욱…!

    사소한 이야기지만. 이번 주말동안 본가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런고로 글을 쓸 수도 있고, 못 쓸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매일 연재에 빵꾸를 내고 싶진 않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지요.

    비축분이 3편 정도 있었다면 좋겠지만… 어흒 마이깟….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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