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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우리는 경로를 조금 수정해, 가까운 마을에서 짐칸에 실어 온 산적들을 경비대에 넘겼다. 

       

       “아니, 이놈들은…!”

       

       경비대원들은 산적들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러시죠?”

       

       나는 경비대원들의 반응에 저절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컨트롤하며 물었다.

       

       ‘옳지. 바로 알아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제대로 걸린 거 같은데. 현상금이 꽤 두둑하겠어.’

       

       아니나 다를까, 경비대원 하나가 몽타주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우두머리놈?’

       

       누가 이렇게 잘 그린 건지, 대번에 우두머리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밑에는 정확하게 ‘80실버’라고 현상금 액수가 쓰여 있었다. 

       

       ‘캬. 이거 부하들 현상금까지 더하면 1골드는 나올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잡배들 잡은 것치고는 대박인 셈.

       

       “최근에 개인이나 소규모 마차만 골라 습격하고 있는 아주 악질적인 놈들인데, 어찌나 잘 숨어 다니는지 저희가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놈들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잡으신 겁니까?”

       “딱히 잡으려고 해서 잡은 건 아니고요. 이놈들이 저희 마차를 습격해 털어 먹으려고 하길래 제가 손 좀 봐 주고 그대로 묶어서 데려온 겁니다.”

       “예? 놈들이 이 마차를…. 잠깐. 아니, 그럼 혼자서 이놈들을 다 정리했단 말씀입니까?”

       

       당연히 잡을 때는 동료 용병들과 함께 잡고, 놈들을 실어 오기 위해 이 작은 마차 하나를 빌려 온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경비대원들이 벙찐 얼굴을 하자, 옆에서 마이어 씨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여길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마차는 원래부터 제가 납품할 물건들을 싣고 있던 마차입니다.”

       “아아, 그렇네요.”

       

       짐칸 안쪽을 본 경비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작은 마차이기는 하나, 어쩌다 보니 여기 계신 3서클 마법사이자 테이머, 레온 님을 호위 의뢰로 고용하게 되었지요. 아마 제 마차 규모만 보고 덤벼든 것 같은데, 레온 님께서 자비 없이 쓸어 버리셨습니다.”

       

       마이어 씨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자, 경비대원들도 감탄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3서클…!”

       “그 정도면 작은 마차가 아니라 상단을 호위하러 가셔야….”

       “마차에 얼마나 중요한 게 들어 있기에….”

       “허허. 그런 건 아니고, 단순히 운이 좋았습니다. 우연히도 제가 가는 목적지와 레온 님이 가시는 목적지가 같았던 거지요.”

       “아아, 그런 거라면….”

       

       경비병들도 그제야 납득한 얼굴을 했다. 

       

       “이렇게 젊은데 벌써 3서클을 달성하신 데다, 이런 귀여운 사역마까지 가지셨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쀼우?”

       

       아까부터 잠깐씩 힐끗거리던 경비병의 시선이, 이번에는 대놓고 아르에게 향했다. 

       

       “정말로 부럽습니다.”

       

       …저 사람들, 아무리 봐도 3서클이 아니라 아르 때문에 부러워하는 것 같은데.

       

       “뀨우.”

       

       내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아르는 갑자기 집중된 시선에 고개를 갸웃하며 경비병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흐으…. 정말 귀엽군요. 이 녀석을 데리고 여행하고 계신 겁니까?”

       “네. 이번에 히파르 온천에서 휴양도 하고, 이 녀석이랑 경치 구경도 좀 하려고요.”

       “쀼웃!”

       

       나는 온천이라는 말에 기대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쬐그만 앞발을 흔드는 아르를 잠시 어깨에서 내려 품에 안았다.

       

       “벌써 온천이 기대되는 모양이에요. 빨리 데려가 주고 싶었는데, 놈들이 방해를 하는 바람에….”

       “뀨우.”

       

       평소처럼 안은 채로 엉덩이를 가볍게 몇 번 토닥여 주자, 아르는 기분 좋은 뀨우 소리를 내며 꼬리를 살랑였다. 

       

       “오오오….”

       “저런 무해한 귀여움이….”

       

       나는 뀨우 소리를 내며 배시시 웃는 아르의 말랑한 손을 잡아 주었다.

       아르는 젤리를 만지작거리는 내 엄지손가락을, 앞발을 오므려 마주 잡았다.

       

       “우리 아르가 무해하긴 하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으읍! 읍!”

       

       재갈을 물려 놓은 산적 우두머리가 별안간 아르를 보며 뭐라고 악을 쓰기 시작했다. 

       

       “으으읍! 읍!”

       

       대충 ‘무해하긴, 개뿔! 얼마나 난폭하고 위험한 놈인지 알면 까무러칠 거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뭐라는 거야?”

       “아직 저항할 힘이 남았나?”

       “아아, 그게 말이죠.”

       

       나는 짐짓 뭔가 생각났다는 얼굴로 말했다.

       

       “저놈이 처음 봤을 때부터 제 사역마를 그렇게 탐내더군요. 너무 귀여워 보여 데려가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으읍? 읍!!”

       “그래서 계약자인 절 어떻게 해 보려다가 역풍을 얻어맞고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는, 저렇게 오히려 악다구니를 퍼붓더군요. 뭐,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가지지 못하면 부숴 버리겠다? 그런 느낌 아닐까요.”

       “허어, 마지막까지 추태를 부리는군요.”

       “으으으으읍!!!!”

       

       깡!

       

       “읍.”

       “조용히 해라, 좀.”

       

       그때 듣다 못한 경비대원 하나가 곤봉으로 놈의 정수리를 가볍게 내려치자, 우두머리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나는 얼른 덧붙였다. 

       

       “아마 집착이 심한 놈이라 깨어난 뒤에도 제 사역마에 대해 뭐라고 헛소리를 지껄일 텐데,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아, 그럼요.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현상금은 바로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예상대로 경비대원에게 우두머리 몫 80실버, 나머지 산적들 몫을 합쳐 20실버, 정확히 총합 1골드의 현상금을 받게 되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좋은 여행 되십시오!”

       

       우리는 경비대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을을 나섰다.

       

       ‘생각보다 짭짤하게 챙겼네.’

       

       현상금 액수를 보니 생각보다 죄질이 꽤 나쁜 놈들이었던 모양이다. 

       

       ‘이 정도면 잘 마무리됐구만.’

       

       산적 놈들이 아르가 마법 쓰는 걸 보긴 했다지만, 이젠 어차피 놈들이 무슨 말을 하든 경비대에서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바로 감옥으로 끌고 갈 것이다.

       

       ‘그 말이 새끼 와이번이 마법을 썼다는 말이면 더더욱 아무도 믿지 않을 거고.’

       

       놈들의 죄질에 따라선 탄광 같은 데에 끌려가 죽을 때까지 노동을 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 거기 가서 아무리 와이번이 어쩌고 마법이 어쩌고 떠들어 봐야 ‘어이 김씨, 빨리 곡괭이나 휘둘러’ 소리나 듣겠지.

       

       ‘하지만, 만약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역시 다음부터는 웬만하면 내 선에서 처리하거나 뒤끝을 남기지 않는 편이 좋겠어.’

       

       한 번은 헛소리로 넘어가도, 같은 말이 이곳저곳에서 돌기 시작하면 나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일단 내가 강해져야 돼.’

       

       레벨업은 기본이라고 치고, 스탯 훈련으로 마력을 동기화할 수 있는 최대치를 높이고, 또 스킬 동기화로 공유 받은 마법들의 숙련도 자체도 높여야 한다. 

       

       ‘숙련도를 올리면 위력이 늘어나고 시전 시간이 짧아지는 건 물론이고, 무엇보다 마나 소모 효율이 좋아지니까.’

       

       그럼 같은 마력으로도 마법을 더 많이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번처럼 마법 한 번 쓰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도 없어질 거고.

       

       ‘어쨌든 아르의 계약자로서, 적어도 내 능력이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어야 돼.’

       

       나는 마차 안에서 아르를 안은 채, 마이어 씨가 짐칸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동안 그런 생각에 잠겼다.

       

       “쀼우?”

       

       아르는 뭔갈 깊이 고민하고 있는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는 듯 팔을 뻗어 공중에 휘휘 저었다. 

       

       나는 그런 아르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응,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아르야. 아르는 잘하고 있어. 나만 잘하면 돼, 나만. 아, 간식 먹을까?”

       

       내가 그렇게 말하며 마이어 씨에게 허락을 받아 놓은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려 할 때.

       

       “쀼우.”

       

       꼬옥.

       

       “응?”

       

       아르가 내 옷자락을 꼬옥 잡아 당겼다.

       

       “쀼.”

       

       아르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깊고 붉은 눈망울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르야…?”

       

       신뢰의 계약 덕택일까.

       

       눈을 가만히 마주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아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아르도 내게 힘이 되고 싶은 거야.’

       

       아르는 내가 계약자로서, 그리고 보호자로서 부담감을 느끼는 걸 알고, 너무 혼자만 깊이 고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어쩜 저렇게 착할까.’

       

       나는 그런 아르의 마음에 감동해, 아르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 아르야. 내가 잘못 생각했다. 그래, 같이 해야지. 같이. 우린 파트너니까.”

       “쀼웃!”

       

       내 말에 아르의 표정에 안도감이 깃들더니 곧 환해졌다. 

       

       “그리고, 내가 마냥 걱정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야. 진짜로 우리가 같이 해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생각해 내기도 했거든. 그건 나중에 우리 둘이 있을 때 말해줄게. 같이 한번 시도해 보자.”

       “쀼우? 쀼!”

       

       아르는 뭔진 모르겠지만 기대 된다는 듯, 내게 안긴 채 짧뚱한 다리를 공중에서 동동 굴렀다. 

       

       그리고 그 순간.

       

       [사역마 ‘아르젠테’와의 영혼 밀접도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스킬 동기화의 일일 변경 횟수가 1회 늘었습니다.]

       [변경 가능 횟수 : 3회]

       

       ‘오. 뭐야?’

       

       방금전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읽으며 각오를 다잡았던 덕일까.

       마침 내가 방금 아르에게 말한 그 방법이란 걸 실행하는 데에도 꽤나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가 떴다.

       

       ‘좋았어.’

       

       내가 아르를 안은 채 가볍게 토닥여 주는 동안, 짐칸 점검을 마친 마이어 씨가 마차에 올라 마부에게 외쳤다.

       

       “출발합시다!”

       “옙!”

       

       ***

       

       이후 히파르까지 가는 길에서는 딱히 산적이나 마물을 만나지 않았다.

       

       ‘이 루트는 이게 정상이긴 해.’

       

       마물이 나타나지 않아 경험치를 올리지 못한 건 좀 아쉽긴 하지만, 그건 일단 온천에서 한 차례 휴양을 즐기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어차피 마물이라면 캐머해릴까지 가는 길에 심심찮게 만나게 될 테니까.’

       

       레벨업은 그때 할 수 있을 거다.

       

       “뀨우…. 큐우우….”

       “아르야. 일어나.”

       “뀨우…?”

       “도착했어. 이제 히파르야. 아르가 뽑은 온천 이용권 쓰러 가야지.”

       “쀼우!”

       

       내 후드티에 침을 흘리며 자던 아르는 온천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꼬리로 내 허벅지를 톡톡 두드렸다.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마이어 씨와 함께 간단한 절차를 밟은 우리는, 마침내 히파르에 도착했다.

       

       “와아….”

       “쀼우우…!”

       

       역시 관광 도시라는 단어에 걸맞은 풍경.

       

       형형색색의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고, 사람들은 군것질거리를 하나씩 손에 들고 왁자지껄 떠들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와 아르에게는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온천!”

       “쀼웃!”

       

       납품을 위해 먼저 떠나는 마이어 씨에게 잠시 인사를 한 뒤, 우리는 곧바로 히파르의 명물, 히파르 온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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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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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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