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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 ***

         

       전우조파의 움직임은 적극적이었다.

         

       전우조파가 의뢰 이야기나 당도경에게 중개인을 소개시키려 하는 등 선을 넘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보화로파가 소소한 신변잡기나 당도경의 개인사 등을 물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두 파의 경쟁은 점차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치지 뭐요. 하하하.”

         

       “와하하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

         

       이건 무슨 상황이냐. 당도경이 그냥 식사 자리에서 잡배들을 혼내준 추억담 하나를 이야기했는데 정삼과 여진상의 반응 경쟁이 붙은 상황이었다.

         

       “아하하하하하! 배꼽이 달아난다!”

         

       “푸하하하하하! 세상에 저런 농담이!”

         

       두 사람의 모습에 뒤늦게나마 참전해 웃음을 터트리는 낭인들.

         

       당도경을 중심에 두고 두 패로 갈라진 낭인들이 밥을 먹다 말고 서로 웃음경쟁을 하고 있는 끔찍한 풍경! 밥 먹는 것도 멈춘 채 탁상을 두드리거나 뒤로 넘 어가고 바닥을 구르는 둥 난리도 아니었다.

         

       “으…으으…”

         

       그리고 나는 그 풍경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

         

       이것은….이것은…

         

       “웃음벨..”

         

       “선배 뭐라고요?”

         

       “으아아악! 물러나라 삿된 악귀야! 꺼져 내 전생의 기억!”

         

       “뭐예요 갑자기, 선배 괜찮아요?”

         

       흑묘가 나를 걱정하는 사이에 당도경이 미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하, 하. 무언가 낭인분들에게 통하는 감성이 있었나봅니다.”

         

       당도경 역시 극렬한 사천낭인의 반응에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갑자기 밥을 먹다가 사람이 바닥을 구르고 뒤로 넘어지면 당연히 이상함을 느끼겠지.

         

       그제야 선을 넘었다는 것을 자각한 낭인들 헛기침을 하며 다시 밥을 퍼먹었다.

         

       “허허, 아무래도 잡배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그만.”

         

       무안한 듯 정삼이 한 마디 주워 섬기는 동안 나는 흑묘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 어색하고도 오묘한 분위기야말로 우리의 잡담이 쏙쏙 박힐 때였으니까.

         

       한때 동기였던 자를 공격하려니 양심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데 방금 정삼이 한 행동으로 그런 망설임조차 날아갔다. 당도경에게 점수를 따려던 녀석의 웃음이 나비효과를 일으켜서 내 국방색 추억을 소환해 냈기 때문에.

         

       잃어버린 2년을 떠올리게 해? 너는 이제 극형이야 극형.

         

       “선배, 뭐 다른 사람이랑 같이 일 했었던 적도 있나요?”

         

       “뭐 그렇지. 동기 놈들이랑도 의뢰 많이 했었고…하..정삼이랑 여진상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저 밥그릇에 머리를 박고 있었던 당도경과 양파의 낭인들은 나와 흑묘의 대화에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금 양파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정삼과 여진상이 언급되었으니 자연스럽게 내공이 귀로 향할 수밖에.

         

       나 역시 주변을 의식하는 척 하면서 흑묘를 가까이 부른 뒤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 물론 내공을 불어 넣은 이들에게 더 잘 들리라고 음량은 줄였지만 발성은 아주 또렷하게 냈다.

         

       “정삼, 저 자식 의뢰 하다가 똥밟고 넘어진 적 있는 거 아냐?”

         

       풉. 푸훕!

         

       정삼이 먹던 볶음밥을 뱉었고 누군가는 웃음을 터트렸다.

         

       흑묘가 몸을 더 가까이 붙였다. 그러자 또 정체불명의 향기가 콧속을 파고들고 바짝 붙인 팔 탓에 형태를 바꾸는 무언가에 시선이 끌려갔다.

         

       와 진짜 얘는 조금만 가까이 하면 정신을 못차리겠네.

         

       심장이 나대고 소중이가 또 뇌를 장악하려고 시도했지만 머릿속에 남아있는 국방색 추억이 삿된 것의 침입을 불허했다. 진급에 미쳐버린 연대장이 국방방송을 시청하다 보았던 그 벨…

         

       “그러니까 누구였더라…아무튼 남자 셋이 여자 하나를 둘러 싸고 차 한잔 하자는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해. 뭐 그렇게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었고…무인 하나가 열혈 고백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 소저도 대충 마음이 없어서 곤란은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그 소저가 미모가 보통이 아니었단 말이지.”

         

       “흐음. 그래서요?”

         

       “그래서 정삼이 후다닥 튀어나가 ‘이놈들! 백주대낮에 아녀자를 희롱하고 뭐 하는…’까지 했는데 그 자리에 딱 개똥이 있었지 뭐람? 달려나가던 자세 그대로 개똥을 밟고 발이 주욱 미끄러져서는…그대로 다리를 찢으면서 개똥으로 질펀해진 바닥에 바지가…”

         

       “크흡…”

         

       “정삼은 다리를 찢은 상대로 바지에 똥을 바르고 옆으로 쓰러졌고 그 세사람은 갑자기 흑립을 쓴 낭인이 튀어나오니 대경했다가 똥내를 풍기며 넘어지니 굳어서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도 그 소저는 갑자기 튀어나온 낭인이 이상한 짓을 하니 창백한 얼굴로 그 세 사람 뒤에 숨고…휴 진짜.”

         

       그 뒤로 나는 정삼의 실패담을 계속 풀었다. 정삼이 벌게진 얼굴로 크흠 커험 엣흠 이러며 내 이야기를 방해하려 했지만 일단 내가 하는 이야기는 낭인들이 모두 들으며 웃음을 터트리고는 있었지만 엄연히 흑묘와 나 둘이서 소곤거리는 이야기였기에 직접 끼어들 명분이 없기도 하고.

         

       정삼의 순발력은 높다. 지금도 당도경의 이야기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정삼 아니었는가. 물론 순발력에 비해 판단력이 뛰어나지는 않아서 방금과 같은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는 했다. 전형적인 모 아니면 도.

         

       정삼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전우조파가 붕괴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적어도 머릿속에 ‘정삼이 성급한 판단을 내린 적이 많구나’라는 사실 정도는 박힐 테고 오늘의 이야기는 정삼이 무언가 강력하게 주장할 때 그에 동조하기 전 방지턱 역할을 해 줄 수 있겠지.

         

       정삼의 실패담을 적당히 늘어놓고 도망쳤다.

         

       *** ***

         

       오늘은 당도경이 구경꾼 없는 1대1 대전을 신청했기에 당도경의 방에서 야바위를 진행했다.

         

       “야, 형.”

         

       “말씀하시오.”

         

       “사천낭인에도 파벌이 있소? 나 때문에 대립이 격화되는 것이 아닌가 좀 염려스럽군.”

         

       당도경은 드디어 내 손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가끔 일부러 손을 느리게 하며 기술을 보여주어도 잠시 움찔 할 뿐 [갈!]을 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도박기술을 습득하겠다는 의지가 생긴 듯 싶었다.

         

       “사람 사는 곳인데 어찌 모두 생각이 같을 수 있겠소? 당대협께서 염려하실 바는 아닌 듯 싶소.”

         

       “…그도 그렇지.”

         

       요 이틀은 어쩔 수 없이 당도경을 따라다니고 하루 종일 양파의 헛짓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당도경은 뭐 그냥 호감 가는 사람이었다. 이 승부에 집착하는 면모만 뺀다면 진짜 호감좌라는 칭호를 줘도 될 듯 싶다. 처음에는 그냥 개방형 머저리인줄 알았다. 왜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파는 유형.

         

       그런 유형에서 남의 시선을 조금 의식해서 협객인 척 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상식도 있고 분위기도 남들만큼 읽는 능력이 있고. 낭인객잔에서도 수련할 때 빼면 설치지 않는 것이 눈치도 있고.

         

       그냥 미친놈인줄 알았는데 번듯한 사회인이었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갔다.

         

       본인의 존재가 낭인객잔의 기류를 휘젓는 것을 인지할 감각이 있고 이해할 머리가 있는데 왜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냐고.

         

       당가에서 무슨 난리를 칠지 다 이해하고 있을 텐데 왜 낭인객잔에서 이러고 있는지…

         

       “당대협. 이 혈옥비는 소중한 물건이오?”

         

       “음? 뭐 기진이보이기는 하지만…특별한 의미는 없소. 그냥 다른 보물이랑 바꾸더라도 별 감흥은 없을 테지.”

         

       나는 기술 하나를 느릿하게 펼쳐 보였다. 시야의 사각을 이용하는 손기술로써 암기술에서도 제법 많이 사용할 법한 동작이었다.

         

       내가 노골적으로 기술을 보여주자 당도경이 인상을 찡그렸다. 당도경의 심리 한계를 파악하며 나는 다시 손속도를 높였고 당도경의 표정 역시 평범하게 돌아갔다.

         

       혈옥비가 그렇게 소중하지 않다면 왜 당도경은 이렇게까지 당가와 대립하는 것일까.

         

       단순한 승리에 대한 집착이라고 보기에는 당도경이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 이성적이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소.”

         

       이번엔 당도경이 질문해왔다.

         

       “내게 혈옥비를 돌려주려는 이유가 무엇이오? 야 형은 내가 영원히 이 대결에서 이기지 못하는 편이 이득 아니오?”

         

       그럴 리가 있겠냐. 제발 그냥 혈옥비 가지고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아직 경지돌파에 대한 단서는 잡지도 못한 상황. 흑묘와 손을 잡은 이래로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다. 중원무림이 좀 넓은가? 기초적인 수소문만 해도 몇 달이 걸리는 것이 정상이니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타박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문제는 그 짧은 시간동안 뭔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거지.

         

       “그냥 그 자리에서 싸움을 막고자 했을 뿐이오. 그리고 싸움을 막았으니 담보는 돌려 드려야지.”

         

       “…그런가.”

         

       “그냥 돌려 드릴 테니 가지고 가시겠소?”

         

       “하하하하하! 이 당도경이가 그리 보였소?”

         

       혹시나 하고 찔려봤는데 안 통하네.

       

       분위기가 좋아서 될 것 같았는데 어림도 없었던 모양이다. 

        

       내심 입맛을 다시며 무척 감각적인 농담을 들었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당도경을 보며 따라 웃었다.

         

       “[당도겨어어어엉!]”

         

       그리고 그게 당도경과 나의 마지막 대화였다.

         

       깊은 분노가 느껴지는 육합전성이 낭인객잔에 메아리쳤다.

         

       내 예상보다도 훨씬 빠른 시각.

         

       당가의 고수들이 도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쩌다보니 요 며칠 분량이 좀 짜네요. 흐름이 이어지는 부분이 애매해서 자르다보니 이상해짐..

    다음화부터는 좀 길게길게 쓰겠습니다.

    어제 새벽에 공모전란이 다 사라졌길래 아 이제 심사기간이라 다 내리는구나 하면서

    내일 걸어놓은 공지 정리 공지 하고 후기도 정리도 하고 해야지 하고 잠들고 일어나보니

    다시 공모전란이 부활했군요.

    정리는 20일 이후에 해야겠습니다.

    —————-

    [하늘의제왕썬더]님 [22코인]후원 감사합니다.

    코인이야말로 빛 코인이야말로 소금!

    아니 설탕으로 하겠습니다. 달아! 달다고! 옴뇸뇸.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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