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7

       

       

       [대악마 벨페고르가 현현합니다!]

       

       플레이어에게 15인의 주요 NPC가 있다면, 마신에게는 마왕과 4인의 대악마가 있다. 마계의 사방(四方)을 하나씩 맡아 다스리는 악의 화신들. 그 중 하나가 눈 앞의 벨페고르였다.

       

       어둠을 집어삼키는 뱀.

       

       놈은 그 이명에 걸맞게 어두웠고, 웬만한 용들보다 거대했다. 오죽하면 밤하늘의 별빛마저 벨페고르의 몸에 가려질 정도였다.

       

       – 호오, 아예 미물은 아닌 모양이구나. 이 몸을 보고도 떨지 않는 그 용기 하나는 인정해주마.

       

       벨페고르는 인간계에 현현한 대가로 힘을 제약받고 있었다. ‘대악마’라는 타이틀을 달았음에도 레벨이 90밖에 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물론 90도 절대 낮은 레벨은 아니다.

       

       만약 제국과 신성 왕국, 그리고 자유도시 미카벨을 제외한 국가에 벨페고르가 소환된다면, 그 날이 그 국가의 마지막 날이 될 정도였으니까.

       

       고오오오오오!

       

       벨페고르가 기세를 끌어올렸다. 마치 중력이 역전되는 것처럼, 공기가 거꾸로 치솟았다.

       

       – 어린 마법사여, 제안을 하나 하마. 

       

       제안이라기에는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나 흉흉했다. 

       

       – 이 몸과 계약하자꾸나.

       

       벨페고르의 눈이 붉게 빛났다. 그의 눈은 아득하니 높은 곳에 있었다.

       

       “계약?”

       – 그렇다. 네 놈 정도의 그릇이면, 이 몸의 마력을 전부 받아들일 수 있을것이다.

       “……싫다면?”

       

       벨페고르가 아카데미를 쳐다보며 말했다. 

       

       – 계약을 받아들일 때까지, 네 뒤에 있는 미물들을 죽여주마. 특별히 백 명씩 죽여주겠다. 하나씩 죽이는 것보다야, 이 편이 낫겠지.

       

       벨페고르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의 육체를 구성하는 어둠이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웃을 때마다 공간이 일그러지는듯 했다.

       

       ‘젊다. 미치도록 젊구나!’

       

       벨페고르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시선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올리비아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저 놈의 영혼은 얼마나 달고 맛있을꼬.’

       

       벨페고르가 입맛을 다셨다. 그와 계약했던 다른 모든 마녀들의 영혼을 한 번에 삼켜도 올리비아 하나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만큼 강대한 영혼이었다. 저렇게 심지가 굵고, 고고한 영혼은 흔치 않다.

       

       그런 영혼을 가진 존재들은 시간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언젠가는 영웅이 된다.

       

       그리고 벨페고르는, 영웅의 영혼이 얼마나 맛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을 절망시키고, 몰락시켰을 때의 희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

       

       ‘자, 이제 어찌할테냐.’

       

       벨페고르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생각 없는 멍청이가 아닌 이상에야, 이곳에서 싸운다면 못해도 수천이 휩쓸린다는 사실을 모를리가 없을 것이다.

       

       – 시간을 끌 생각은 말아…….

       

       막 입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콰과과과과과광!

       

       공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번개 다발들이 벨페고르의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머리는 형체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몸통은 쓰러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슈와악!

       

       터져나간 머리 부분에 어둠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벨페고르는 주변의 어둠을 빨아들여 머리를 재생시켰다. 역시, 대악마 정도 되니 머리를 터뜨리는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다시 벨페고르의 얼굴이 나타났을 땐, 처음의 웃음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 네놈……!

       “나도 제안을 하나 하지. 벨페고르.”

       

       올리비아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자리에서 계속 짜져 있겠다고 약속하면, 앞으로 이틀 동안은 살려줄게.”

       – 네년이 미쳤구나. 정녕 고통스러운 죽음을 바라느냐?

       “죽일 수는 있고?”

       

       올리비아가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마치 하찮은 벌레를 보는 양, 깔보는 눈빛으로 벨페고르를 내려다보았다.

       

       “대악마 중에서 제일 약한 허접 새끼 주제에.”

       

       -뚝.

       

       벨페고르는 그 순간 머리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도발?

       

       인간 따위가, 도발을 해?

       

       벨페고르의 눈동자가 흉흉한 붉은색으로 빛났다. 

       

       이제 영혼은 아무래도 좋았다. 벨페고르의 머릿속은 당장이라도 올리비아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다는 욕구로 가득했다.

       

       – 갈기갈기 찢어주마.

       “퍽이나.”

       – 너와 관련된 모든 인간들을 죽여주마. 그렇게 계속 죽이기를 반복하면, 못해도 수백만이 죽겠지. 다 네년이 자초한 일이다.

       “자초는 무슨.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면서.”

       

       올리비아의 눈이 서늘해졌다. 

       

       장소가 좋지 않다. 마음 같아서는 이틀 내내 벨페고르를 잡아두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아카데미는 물론이오, 제국의 수도가 절반은 날아갈 것이다. 

       

       결론은…….

       

       ‘이미 소환된 이상, 최대한 빨리 죽여야 한다는건가.’

       

       호감도를 먹고 나서 생길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벨페고르를 죽이지 않고 이틀 동안 잡아뒀을 때의 후폭풍이 더 셀 것 같았다.

       

       ‘또 이상한 히든 퀘스트가 나올지도 모르지. 발동 조건이 ‘대악마 이틀 동안 살려뒀다가 죽이기’일지도.”

       

       락테아에서 모르는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딴 퀘스트가 숨겨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덕분에 제대로 꼬여버렸다.

       

       올리비아의 주변에서 푸른 뇌전이 일렁였다.

       

       파지지직!

       

       다음 순간, 올리비아의 신형이 하늘로 이동했다.  그녀의 손에는 거목처럼 거대한 번개의 창이 들려 있었다.

       

       [스킬, ‘라이트닝 스피어’를 사용합니다.]

       

       투콰아아앙!

       

       사나운 번개가 벨페고르의 얼굴을 꿰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역시나, 금세 회복해버린다.

       

       – 소용 없다.

       

       벨페고르가 무수한 양의 비늘을 쏘아보냈다. 비늘은 점차 날카로워지더니, 마치 바늘처럼 변해 올리비아를 향해 쏘아졌다.

       

       슈와아아악!

       

       비늘들은 간발의 차로 올리비아에 닿지 못한다. 몇 개는 피했고, 몇 개는 닿기도 전에 얼어붙어 바스라졌다.

       

       – 날벌레처럼 도망다니는 꼬라지가 퍽 우습구나.

       

       벨페고르가 그 거대한 입을 벌렸다.

       

       고오오오오오!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기운이 느껴졌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벨페고르의 아가리를 향해 빨려들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대악마 벨페고르’가 브레스를 사용합니다.]

       

       드래곤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끝없는 어둠이 쏟아진다.

       

       꾸욱.

       

       올리비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냉기가 대기를 뒤덮는다.

       

       곧이어, 거대한 냉기의 방패가 올리비아의 앞에 나타난다.

       

       콰아아아아아앙!

       

       냉기에는 형체가 없다. 

       

       다만 냉기는 닿는 모든 것들을 얼린다.

       

       얼리고 얼려서, 다가오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고대 마법, ‘절대 영도’를 사용합니다.]

       

       브레스가, 얼어붙어 땅에 떨어진다.

       

       벨페고르의 눈이, 일그러진다.

       

       – 이건…….

       

       그 때였다.

       

       벨페고르의 시선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대검을 든 전사가, 벨페고르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 저건 또 뭐…….

       

       콰지지지지직!

       

       하지만 벨페고르가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대검에 머리가 갈라진 뒤였다.

       

       검사가 외쳤다.

       

       “감히!”

       

       새하얀 검격이 벨페고르의 몸을 이등분한다. 갑작스러운 지원군의 등장에 올리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키엘이었다.

       

       밤하늘에 세로로 한 획이 그어진다. 한 획, 한 획이 추가될 때마다 벨페고르의 몸이 조각조각 갈라졌다. 검격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갈수록 빨라졌다. 

       

       벨페고르가 외쳤다.

       

       – 빌어먹을 미물들이!

       

       벨페고르의 꼬리가 키엘을 후려쳤다. 키엘은 공격은 막아냈지만, 제 몸이 튕겨나가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키엘이 떨어진 곳은, 공교롭게도 올리비아의 바로 옆이었다. 흙먼지를 털고 일어난 키엘에게 올리비아가 핀잔을 주었다.

       

       “왜 왔냐?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따라오지 말라고 한 적도 없잖는가.”

       “허…….”

       

       올리비아가 한 방 먹었다는 얼굴로 키엘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키엘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말대답은 커녕, 우직하기만 한…….

       

       ‘……아니야.’

       

       잠깐 잊고 있었다.

       키엘은 원래 이런 놈이었다.

       

       “……미친놈.”

       “칭찬으로 받아들이마.”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23번을 강도로 오해받아 죽고, 마침내 동행을 허락받았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 날 이후로 항상 첫 만남은 목의 마경이었고.

       마지막은 마신의 시체 위에서였다.

       

       올리비아는 그 광경을 수천 번도 넘게, 화면 밖에서 지켜보았다.

       

       세계를 구해낸 그들이 축제를 열었을 때, 비록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즐거웠지.

       

       재미있었고.

       

       ‘생각해보니 원래 이런 놈이었어.’

       

       까먹고 있었다.

       

       저도 모르는 새에,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던 모양이다.

       

       “……리……아.”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올리비아가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올리비아. 저 놈 약점이 뭐지?”

       “…….”

       

       올리비아의 동공이 천천히 현실로 돌아왔다.

       

       “음?”

       “저 놈 약점이 뭐냐고 물었다.”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육체를 구성하는 어둠이 다 떨어지면 소멸해. 그러면 재생을 못하거든.”

       “지금은 밤이다만?”

       “그래서 아침까지 기다려야 돼.”

       

       키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다가 장난임을 알아채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빛이 필요해.”

       “빛?”

       “그래. 아주 밝고, 오래 유지되는 빛.”

       “네가 화염계 마법을 준비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면 되나?”

       “안 돼. 잡으려면 못해도 삼십 분은 유지해야 되는데, 나는 효율이 너무 안 좋아.”

       “네 스승을 불러오면 되지 않느냐.”

       “그렇지. 그러면 되겠…….”

       

       그 순간, 올리비아의 눈이 커졌다.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호감도 20을 몰살회차에 넘길 수 있는 방법이.

       

       이 방법을 쓰면, 벨페고르를 이틀 동안 잡아둘 필요도 없다.

       

       그리고 키엘도, 자신의 죽음을 잔혹하고, 고통스럽게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키엘. ”

       

       이틀.

       

       그것이 올리비아에게 마지막으로 허락된 시간이었다.

       

       그랬기에, 원래 오늘 밤은 길 예정이었다.

       

       밤새 회포를 풀고, 간식을 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하지만…….

       

       “빨리 가서 내 스승님 모셔와.”

       “내가 버티는 편이…….”

       “빨리!”

       “아, 알겠다!”

       

       이제 그럴 수 없게 됐다.

       

       키엘이 땅을 박차고 금탑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올리비아는 그런 키엘의 등에서, 한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 허락해줄 성 싶으냐!

       

       키엘을 저지하려는 벨페고르의 눈 앞에, 무수한 양의 낙뢰가 쏟아졌다.

       

       – 끄아아아아아악!

       

       온몸이 꿰뚫리는 고통에, 벨페고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인간계에 현현하고 처음으로 느낀 고통이었다.

       

       – 네, 네놈이 어떻게……!

       

       “벨페고르.”

       

       키엘은 금방 멜리나를 데려올 것이다.

       

       “너는.”

       

       물론 그때.

       

       “선을 넘었어.”

       

       지금의 올리비아는 없을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닉네이이임님! 35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기쁨의 콧삿큿댄스를 추겠습니다!
    올리비아 얼음과자 사주겠읍미다!

    -그리고 고란이님 죄송합니다! 무지성으로 적다보니 고라니라고 적어버렸네용 ㅎㅎ;;
    수정했습미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