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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미친.”

       

       데케이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절로 새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각성단의 효과가 끝나기도 전에 모든 정령을 처리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화령은 괴물이었다.

       

       폭풍을 무마시키고, 얼음의 비를 채찍질 한 번으로 없애 버리고, 대지의 파도를 주먹질 하나로 날려버리는 인간을 괴물이란 단어 외에 어떤 것으로 표현해야 할까.

       

       정령과 데케이의 전력을 다한 공격 속에서도 화령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평범한 유저라면 즉사할 게 분명한 공격이 연속 되었음에도 그녀는 그저 느긋이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딛을 뿐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타임어택이었다. 화령이 다가오기 전에 그녀를 쓰러트리는 타임 어택.

       

       기회는 단 한 번 뿐. 실패의 대가는 곧 패배였다.

       

       허나 화령이란 재앙의 앞에서 미물은 나약할 수밖에 없었으니.

       

       화령에게 상처 하나가 생기기도 전에 바람의 정령이 흩어져 본래의 세상으로 돌아가 버렸다.

       

       다섯이었음에도 화령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던 그들이다.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 완벽히 균형이 무너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얼음의 정령이, 화염의 정령이, 마지막으로 대지의 정령이 사라지고 그 끝에 데케이만이 남게 되었을 때.

       

       화령은 그의 앞에 상처 하나 없이 서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게임이 시작되었을 때와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누군가 본다면 방금 전에 단장을 하고 왔다 믿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제는 끝이더냐?”

       “…네.”

       “1대0 이구나.”

       

       채찍이 내리쳤다.

       

       *

       

       [내가 아는 편사랑 다른 캐릭이네.]

       

       원래 편사는 채찍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해서 마구잡이로 휘두르다 자기 채찍에 처맞고 질질 짜는 캐릭 아니었냐?

       

       – 편사 유저 손 문제였나봄

       – 다 화령처럼 하면 되는 거 아님?

       – 편사 유저들 다 약코였네.

       

       [각성단 정면 돌파 가능한 거였어?]

       

       저거 죽어라 1분 동안 튀는 게 유일한 대처법이잖아.

       

       – 천마잖아.

       – 외신도 잡는데 저걸 못 이기겠냐.

       

       [데케이 상대도 안 되네]

       

       그래도 전프로인데 실력차가 왜 이렇게 심함? 발악을 하는데 한 대도 못 때리고 양학당하는 게 말이나 됨?

       

       – 데케이 퇴물 된 지 오래임.

       – 주캐로 계속 박아도 챌린저 이상 못 가잖아. 전프로라고 다 잘하는 거 아님.

       └ 그래도 맵 돌아다니면서 오만 기능 다 쓰고 있는데 한 대도 못 때리는 건 아니잖아.

       

       [현재 스코어 5 대 떡]

       

       화령이 입은 데미지 = 0

       

       [편사 사기 캐릭인 거 아님?]

       

       채찍 휘두를 때마다 주변이 초토화되는데 저게 어케 쓰레기 캐릭임. 졸라 좋아 보이는데.

       

       – 너 편사 안 해봤지.

       └ ㅇㅇ. 안 해보긴 했는데 겁나 쌔 보이잖아.

       └ 긴 말 안한다. 해보면 암.

       └ ㅇㅋ. 찍먹해본다.

       

       [편사 왜 내가 하면 병신임?]

       

       화령이 하는 거랑 전혀 다른데? 왜 내가 하는 편사는 안 구진 데가 없음?

       기술도 병신이고, 데미지도 쓰레기고, 무기도 이상하고, 난이도는 기캐릭이라 더럽게 높고.

       뭐 이딴 캐릭이 다 있냐. 화령이 이딴 걸로 어떻게 데케이를 이기는 거야.

       

       – 굳이 찍어봐야 똥인 줄 아냐?

       – 화령이 사기인 거지. 캐릭은 병신임.

       – 부동의 병신 캐릭터가 된데는 다 이유가 있어.

       

       [편사가 저런 캐릭터였구나.]

       

       편사만 6년 동안 플레이하면서 누구보다 편사에 관해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아니네.

       화령님이 편사 플레이 하는 거 보니까 내가 여태까지 뭐 했나 싶다.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오늘 화령님 영상 보면서 공부 좀 해야겠네.

       

       – 일기장 극혐.

       – 편사만 6년이라니. 똥믈리에임?

       – 님 혹시 편럽이에요?

       └ ㅇㅇ.

       └ 편사 장인이 보기에 화령은 어떰? 잘함?

       └ 저분은 신이고 무적이야.

       

       [현재 스코어 8 대 떡]

       

       화령이 입은 데미지 = 0

       

       – 아무리 실력 차이가 나도 그렇지. 데미지 한 번을 못 주냐.

       – 나 방송 안 보는 중인데 데케이 예능 하는 중이야?

       └ ㄴㄴ.

       └ 나 데케이 방 애청자인데 프로 상대할 때보다 더 빡집중하는 중.

       └ 근데 한 대도 못 때렸다고?

       

       [편럽님. 원래 채찍에서 저런 소리가 나요?]

       

       왜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나요?

       

       -내기를 끝에서 터트려서 그럼.

       └ ???

       └ 기 캐릭터는 자기 무기에 강기를 두를 수가 있는데 화령님은 원래 무기 전체에 둘러야 하는 걸 무기 끝에만 둘렀음. 그렇게 파괴력을 극대화 시킨 거임. 그래서 소리가 저렇게 위협적인 거.

       └ 오. 다른 기캐릭도 그렇게 할 수 있음?

       └ 되긴 하는데 어려울 거임. 강기 두르는 것도 빡신데 그걸 한 점에 모은다니. 님 손에 자신 있으면 한 번 해보셈.

       

       [현재 스코어 9 대 떡]

       

       화령 천마 진심모드로 간다고 선언.

       스코어 10 대 떡으로 바뀔 예정

       

       *

       

       진짜 이길 방법이 없네.

       

       데케이는 머리를 싸매가면서 맵을 고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9판을 해서 9판을 진 것 자체는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데케이도 어디까지나 챌린저 티어의 망령. 현직 프로들을 만나게 되면 십 몇 연패를 박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도 9판을 하는 동안 데미지 한 번을 못 준 건은 너무했다.

       

       아피스 1:1 모드의 근간은 격투 게임이다. 서로 수를 나누며 데미지 싸움을 하는 게 기본이 되는 게임이란 말이다.

       

       실력 뿐 아니라 운마저 따라주어야 성공 시킬 수 있는 퍼펙트게임을 이렇게 밥 먹듯이 할 수는 없다.

       

       심지어 상대가 아이언이나 브론즈도 아니고 챌린저 지박령인 데케이가 맵의 기믹이란 기믹은 다 써가며 발악을 하는데 퍼펙트 게임을 뽑아낸다는 건 그만큼 화령의 실력이 초월적이라는 이야기였다.

       

       하긴 그 정도 수준이 아니면 외신 솔플을 어떻게 했겠어.

       

       첫날 화령을 만났을 때 한 방을 먹인 게 진짜 기적 같은 일이었구나.

       

       어차피 여기서 무슨 수를 쓴다 해서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발악이라면 지겹도록 한 상태. 악질인 시청자들도 데케이를 불쌍하다 말하는 상황이니 여기서 데케이가 승부를포기해도 무어라 할 사람은 없으리라.

       

       그래도 십선이니까. 마지막까지 장대하게 마무리를 짓고 싶은데.

       

       맵을 고르던 데케이는 문득 아주 화려하게 결말을 낼 방법을 떠올렸다.

       

       “화령님.”

       “왜 그러느냐?”

       “어차피 마지막일 것 같은데 천마를 고르고 진심으로 때려주실 수 있나요?”

       

       여태 십선을 하는 동안 화령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데케이를 봐줬다.

       

       발악을 할 테면 해보라는 것처럼.

       

       이것이 만화였다면 그런 오만 속에서 실수가 나와 화령에게 패배를 안겨줬겠지만 여긴 만화가 아니었고 데케이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렇게 9판을 내리 지고 나니 궁금해진 것이다.

       

       화령이 진심을 내면 어떨지. 자신은 그녀의 진심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괜찮겠느냐?”

       “어차피 게임인데요. 뭘.”

       

       데케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지만 화령은 어딘가 찜찜한 듯 말을 망설였다.

       

       “아피스에서 누구 울리기라도 하셨어요?”

       

       농담 삼아 던진 말이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진짜로?

       

       게임을 하다가 사람을 울린 거야?

       

       “화령님. 괜찮아요. 저 잘하는 분들한테 맞는 게 일상이거든요.”

       

       아피스의 1:1 모드가 괜히 맞으러 오는 모드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실버는 골드한테, 골드는 플레한테, 플레는 다이아한테, 심지어 하늘 중의 하늘인 프로조차도 다른 프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아피스의 1:1모드다.

       

       그런 게임의 최상위권에서 수 년 동안 머물러 온 데케이는 지는 것에 익숙했다.

       

       “그렇다면 내 진심을 다해보마.”

       “부탁드리겠습니다.”

       

       동의도 구했겠다 어디 한 번 샌드백이 되러 가볼까.

       

       맵도 실력맵인 투기장으로 고르자.

       

       화령님이 날리는 진심천마펀치를 얼마나 버틸 수 있으려나. 그래도 1분은 버텨야 얼굴이 사는데.

       

       [게임이 준비되었습니다.]

       [검방기사 VS 천마]

       

       데케이가 고른 캐릭터는 검방기사였다.

       

       승리를 도외시하고 오롯이 버티겠다는 생각 하나로 고른 픽이었다.

       

       [20초 뒤에 게임이 시작됩니다.]

       

       “정말 손대중을 하지 않아도 괜찮겠느냐?”

       “괜찮대두요.”

       

       화령이 재차 물었지만 데케이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대체 얼마나 강하게 나오려고 저러시는 걸까.

       

       나 10초도 못 버티고 죽는 거 아냐?

       

       “일단 진심을 내긴 하겠다만 원망은 말아다오.”

       “게임일 뿐인데 무슨 원망까지 갑니까.”

       

       이게 대회도 아니고 방송에서 개인과 개인끼리 붙는 것일 뿐인데 뭐.

       

       화령과의 십선에 붙은 미션들이 날아가는 건 뼈아프긴 하지만 그거야 이 십선 영상을 마이튜브에 올려서 보충하면 그만이다.

       

       [3]

       [2]

       [1]

       [게임 시작]

       

       시스템이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화령의 신형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정말 눈앞에서 마법이 펼쳐진 것처럼 없어져 버린 것이다.

       

       순간 당황한 그가 눈을 크게 뜬 순간 화령이 데케이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둘 사이의 거리는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벌써 이렇게 거리를 좁혔다고?

       

       빨리 걷어 내지 않으면.

       

       팔을 움직이려 한 순간 거대한 무언가가 데케이의 위를 짓눌렀다.

       

       그건 형체를 갖춘 공포였다.

       

       너무도 두렵고 두려워서. 손이 떨려서. 머리가 하얘져서. 데케이의 움직임을 굳게 만드는 악몽이었다.

       

       겨우 1초가 될까말까한 망설임이었지만 화령에겐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녀의 주먹이 데케이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패배!]

       

       죽음에서 복귀한 데케이는 방금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시청자들이라고 다를 바 없어 보였다.

       

       – ???

       – 뭐임? 무슨 일이 일어난 것?

       – 아피스에서 3초 컷이 가능한 거구나.

       

       3초? 겨우 3초 만에 패배했다고?

       

       “억까야! 주먹 한 대 맞았다고 죽는 게 말이 돼?”

       

       [ㅇㅇ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외신 즉사기랑 상쇄되는 주먹인데 님이 어케 버팀.

       

       “맞네.”

       

       그렇게 생각하니까 납득이 된다.

       

       저거 즉사기나 마찬가지구나.

       

       데케이는 몰아치는 허무감에 주저 앉아버렸다.

       

       대체 저 사람을 어떻게 이겨야 하지?

       

       아무리 봐도 화령님은 격겜 캐릭터가 아니라 무협게임의 레이드 보스로 나와야 하는 사람 아냐?

       

       “괜찮으냐?”

       

       화령이 걱정스런 눈길을 주며 데케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데케이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일어나며 헛웃음을 흘렸다.

       

       “괜히 시간을 끄는 것보다 이게 나을거라 생각했다만.”

       “낫긴 했어요.”

       

       임팩트 하나는 끝장났으니까.

       

       벌써 누군가가 클립으로 방금 장면을 따서 퍼트리고 있지 않을까.

       

       제목은 데케이 3초컷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

       

       아피스에서 가장 잘 알려진 권왕 원챔 유저인 권존은 여느때처럼 밤 10시에 일어나자마자 방송을 켰다.

       

       가상현실이 발달하다보니 방송을 켤 때 따로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시청자들이 보는 건 아바타인데 굳이 씻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하품을 하며 VR에 접속한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방송을 시작했다.

       

       “하이요.”

       

       – 권하~

       – 님 데케이랑 화령이 십선한 거 봤음?

       

       “그거 한단 이야기는 들었는데 오늘이었구나.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 10 대 떡.

       – 데케이 화령 한 대도 못 때렸음.

       

       “진짜? 데케이님이?”

       

       아무리 은퇴를 한 지 오래 되었다 해도 프로의 물을 먹은 사람은 다르다.

       

       프로리그에 속한 유저로서 여러 개인 대회에 참가해 본 권존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 랭크 게임을 돌릴 땐 예능인의 탈을 쓴 데케이지만 대회에 선수로 출전을 했을 때는 다르다.

       

       진지해진 그는 정말 무서운 선수다. 수많은 변수로 가득한 아피스의 맵을 완벽히 통제하는 그의 모습은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한단 지표나 다름없었다.

       

       그런 데케이가 손도 못 대고 패배했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3초컷을 어떻게 예측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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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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