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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아니 이거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엄청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들어왔다.

        그 바람에 차과장과 대리들은 목덜미를 재빠르게 움츠러트렸다.

       

        이수아의 목소리였다.

       

        나는 방금 전 살짝 가슴떨리는 훈련을 마치고 가까스로 진정한 상태였다.

       

        또각또각.

       

        그녀는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분명 화가난 모습.

       

        “차과장님.”

        “네넵… 이수아 헌터님.”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으스대는 느낌이었던 차과장은 완전 고양이 앞의 생쥐가 된 모습이었다.

        몸이 완전히 쪼그라든 듯한.

       

        “지금 백지훈 씨를 훈련장에 데리고 온 거에요? 게다가… 혼자 출전을 시켰다고요?”

       

        그녀는 태블릿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리고. B급…???”

       

        이수아의 표정이 완전 일그러졌다.

        그녀는 단단히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차과장님. 지금 정신 나가셨어요!!!!!!!”

       

        엄청난 사자후를 쏟아내는 것이었다.

        어찌나 쩌렁쩌렁한지 훈련장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 거대 바위 골렘에도 꿈쩍하지 않던 훈련장은 이수아 헌터 한명에 의해 흔들리는 중이었다.

       

        “어쩌자고!! 백지훈 씨를 이런 테스트에 몰아넣으시는 거예요!!!”

       

        아주 귀청떨어질 것 같은 목소리였다.

        왜 팀원들이 쩔쩔 매는 모습을 보였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차과장은 한마리의 사자 앞에 덜덜 떠는 생쥐 모습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 아니. 그러니까… 이수아 헌터님…”

       

        완전히 쪼그라든 모습으로 살짝 변명을 해보려는 느낌이었지만 거의 먹힐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그러니까… 내 생각엔 백지훈 씨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서… 그거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아니.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백지훈 씨 E급 헌터잖아요? 근데 B급 시뮬레이션을 주면 어쩌자는 거예요?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완전 빼액 지르는 것이었다.

       

        “거봐요. 과장님. 저희가 하지 말자고 했잖아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차과장의 양 옆에 있던 두 대리는 차과장을 툭툭치며 뭐라 한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로 잔뜩 짜증난 표정을 한 이수아는 계속해서 차과장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하. 안되겠네요. 차과장님. 시말서 써오세요. 이번 일은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네요. 아시겠죠?”

        “예에?? 하… 알겠습니다…”

       

        조금 반발을 해보려는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곧바로 시무룩해져서는 고개를 떨구고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백지훈 씨!”

        “네넵.”

       

        이젠 내 차례. 불똥이 튈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순서겠지.

       

        “백지훈 씨는 안되겠네요. 제가 도저히 걱정이 되어서 말이에요. 제 옆자리로 오세요.”

        “네???”

        “다시 말해야 하겠어요? 제 옆자리로 오라고요!!!!”

       

        버럭 소리를 내고는 가버리는 것이었다.

       

        ‘응…? 옆자리…?’

       

        ***

       

        “아니. 도대체가 차과장님은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어떻게 E급 헌터에게 저런 훈련을 시켜? D급이어도 단독으론 위험한거 뻔히 알면서? 장난하는 거야 뭐야?”

       

        이수아는 자신의 사무실에 돌아와서 툴툴대는 중이었다.

        그리고는 손톱을 물어 뜯으며.

       

        “음… 이 기회에 백지훈 씨를 내 곁에 둬야 할 것 같아. 응. 그래 어쩔 수 없어. 왜냐? 백지훈 씨는 우리 부서의 아기 새잖아? 신입 사원인데 너무 방치하면 안되지. 나는 팀 리더니까 뒤처지는 사람이 없도록 잘 돌봐야 해.”

       

        이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일단 내 옆에 두고서~ 길드에 대해 차근차근 교육을 시켜나가야지. 응. 이건 팀장으로서 반드시 해야할 일이니까.”

       

        ***

       

        “잉. 차과장님. 왜 울상이에용? 뭐 또 잘못하셨어요?”

        “오늘은 또 무슨 잘못을 하셨을까앙.”

       

        부서원들은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차과장을 향해 질문을 한두개씩 던졌다.

       

        “이잉. 좀 장난 쳤다고 말이야… 시말서 쓰게 생겼어.”

       

        자신의 책상에 털썩 앉아서는 열심히 뭔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폼을 보니 한두번 한 솜씨가 아니었다.

        아주 예사롭지 않은 모습으로 프로페셔널하게 빠른 속도로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무슨 장난인데요?”

        “아니. 백지훈씨가 말이야. 잘할 거 같아서…B급 던전 훈련 했거든. 근데 분명 잘 해냈단 말이지?”

        “에? B급 던전을요? 엥? 어떻게요? E급이잖아요?”

        “몰라. 그냥 잘할 거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문제는 이수아 헌터에게 걸렸어.”

        “흐에에엑.”

       

        다들 끔찍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모두들 차과장의 목숨은 끝났다는 듯한 태도.

       

        “그래서요?”

        “뭘 그래서요야. 시말서 쓰게 생겼어. 이번달만 14번째네.”

        “아휴 쯧.”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두번이 아닌 솜씨.

       

        “근데 백지훈 씨. 어떻게 해서 뚫었어요? 희안하네. 되게 위험하지 않아요?”

        “아니. 심지어 혼자서 했다니까 혼자서?”

        “에엥. 혼자서요? 차과장님이 도와주신 것도 아니고요? 아니 정말 위험했는데요? 차과장님. 더 혼나셔야 할 것 같아요.”

        “거봐요. 저희 말이 맞잖아요.”

       

        다들 웅성웅성대는 것이었다.

       

        “하하… 운이 좋았어요.”

       

        대충 머리를 긁적이며 내 자리로 돌아갔다.

       

        ‘휴. 아니. 자기 근처로 오라고…?’

       

        이수아 헌터 말로는 일단 짐을 싸두라고 했다.

        자리는 자기가 만들어 두겠다고.

       

        ‘이게 뭐람.’

       

        나는 마음 속으로 궁시렁 대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엥? 백지훈 씨. 뭐 하세요? 그만 두시게요?”

        “헉. 어디 가세요. 안돼요!!!”

        “악. 우리 프로젝트. 4일 컷인가.”

       

        살짝 소란스러워졌다.

       

        “네? 아니요. 그만두긴요. 그냥 짐 싸는 중이에요. 자리 옮기려고요.”

        “엥? 자리를 왜 옮겨요? 어디로요?”

        “이수아 헌터님 근처로요.”

        “에에에엑.”

       

        다들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뭐야뭐야. 왜? 어째서? 무슨 일이에요?”

        “모르겠어요. 일단 갑자기 그러라고 해서 하는 중이에요.”

       

        나는 맥없이 짐을 쌀 수 밖에 없었다.

       

        대충 짐을 다 싸고는 출발했다.

       

        “오잉? 뭘까? 도대체?”

       

        다들 의아해했지만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나도 모르니까.

       

        ***

       

        똑똑똑.

       

        “저 이수아 헌터님?”

        “네. 들어오세요.”

        “짐 대충 다 쌌는데 어디로 옮기죠?”

        “여기요.”

       

        이수아는 자기 바로 옆자리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네???”

       

        당연히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수아 헌터 사무실 근처 자리라도 주려나 라는 생각이었는데, 그걸 뛰어넘어서 이수아 헌터 사무실 안쪽, 그것도 이수아 헌터 바로 옆 책상이었다.

       

        ‘뭐야? 왜? 어째서?’

       

        “백지훈 씨. 우리 부서의 최약체잖아요. 제가 특별히 케어를 할 것 같아요. 여기 두시면 됩니다. 앞으로 여기에서 업무를 보세요.”

        “어…네넵.”

       

        살짝, 아니다 꽤 많이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창밖에서 다들 웅성대는 느낌이 느껴졌다.

        분명 나를 보면서 이상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

       

        “자. 오늘부터 백지훈 헌터는 제 옆에서 업무를 볼 거예요.”

        “저. 이수아 헌터님?”

        “네. 뭐죠?”

       

        어떤 용기있는 헌터가 손을 들고는 질문을 했다.

       

        “왜죠?”

        “왜라뇨? 갓 들어온 신입이니까요. 아주 위험한 것 같아서요. 팀장인 제가 잘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니까 전쟁기념관 던전 때부터 너무 방치를 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에?”

       

        다들 살짝 웅성였다.

       

        “근데 원래 그런 적 없지 않나요?”

        “기존의 전통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이 중요한거지요.”

        “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누군가가 손을 살포시 들고는 발그레해진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저도 들어온지 2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내 바로 이전에 들어온 김승수 헌터였다.

       

        “김승수 헌터님은 스스로 잘 하실 수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괜찮으실 거예요.”

        “히이잉.”

       

        급히 시무룩해졌다.

       

        ‘엥? 아니. 나도 잘 할 수는 있는데.’

       

        이수아 헌터가 갑자기 태도가 급 달라진 것 같았다.

        아닌가? 원래 이랬나?

       

        어쨋든 간에 그녀는 매우 단호한 태도였다.

        물론 차과장님이 과하게 잘못하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

        아니 이수아 헌터 사무실 안에서 같이 일을 한다고?

       

        아주 듣도보도 못한 상황이었다.

        내가 소속된 부서원들에게 조금 미안해질 정도로.

       

        “앞으로는~ 이렇게 할 거니까 잘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백지훈 헌터님은 저 따라오시고요.”

       

        으흥~~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살짝 엉덩이를 실룩대는 듯한 느낌도.

       

        ‘뭐야. 지금 어떻게 되는 거야.’

       

        난데없이 이수아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정말 벼락맞은 느낌.

       

        ***

       

        “음 백지훈 씨. 아까 왜 훈련장에 가신 거예요? 원래 신입은 그거 잘 안하는데?”

       

        양 손으로 턱을 괴고는 바라보는 것이었다.

        너무 부담이었다.

       

        사실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이수아 헌터와 이렇게 가까워지다니.

       

        살짝 두근댈 수 밖에 없는 상황.

       

        “아. 저 헌터 등급 판정받아서 승급하려고 했거든요. D급으로요.”

       

        사실대로 말했다.

       

        “에? 벌써요? 에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뭘 그렇게 급하게 올리려고 해요? 그냥 계속 E급이셔도 돼요. 으흥~”

       

        다시 콧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니 뭘 계속 E급이어도 돼. 어차피 포인트도 넘쳐나고 승급하면 좋지. 게다가 채수현한테도 좀 충격을 줘야되고.’

       

        “근데 백지훈 씨. 여쭤보고 싶은 거 있는데요.”

        “네넵.”

        “그때 신림산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넵.”

        “혹시 이사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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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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