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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37. 코리안 드래곤

       

       

       오늘도 열심히 훌륭한 문따개로 활동하고 난 후.

       나는 협회에 호출되어 K마트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보고했다.

       그 결과.

       테러를 나 혼자 해결했고, 대규모의 인명 피해를 막았기에, 성과금을 짭짤하게 지급한다는 대답을 받았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볼 일이었다.

       

       “나이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나는 협회를 나와 퇴근길에 올랐다.

       하필이면 시간대가 직장인과 겹쳐 지하철이 꽤나 붐볐다.

       

       ‘아오, 답답해 죽겠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죽겠네.

       차원문이 사태가 터지고 나서도 지옥철은 여전하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살기 위해 지방 도시를 버리고, 치안이 그나마 괜찮은 서울로 모였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환경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

       

       인파 속에서 겨우 숨을 내쉬며.

       나는 지하철에서 내린 뒤, 집을 향해 걸었다.

       지나가던 도중, 초련이의 친구가 뿌린 나무의 싹이 눈에 밟혔다.

       녀석들은 아스팔트 위에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다.

       

       “아스팔트인데 어떻게든 자라나고 있네. 초련이 친구가 뿌린 나무 씨앗이라 그런가?”

       

       성장 속도가 심상치 않다.

       마치 나처럼.

       

       “아무튼 초련이가 키우자고 했으니까. 무럭무럭 자라나라.”

       

       괜히 시들어서 죽으면 곤란하니까.

       나는 싹이 난 녀석들을 향해 덕담을 건네고, 집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던 순간.

       나는 평소에는 목격하기 힘든 장면을 마주했다.

       

       “뭐야, 애들이 있잖아.”

       

       우리 빌라 근처 한 3분 거리에 작은 모래 놀이터가 존재한다.

       주변에 어린이가 없어 대부분 술에 취한 어른들이 사용하는 장소이다.

       그런데, 그 작은 놀이터에 5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흐음, 처음 보는 애들인데. 어디서 온 애들이지?”

       

       총 5명의 어린이.

       녀석들은 꺄르륵-거리며 놀이터의 기구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다리 느린 거지새끼~ 나 잡아봐라!”

       

       …녀석들은 나이치고 입이 많이 험했다.

       환경이 환경인지라 사용하는 언어가 저 모양인가 보다.

       그렇게, 녀석들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자.

       인기척을 느낀 아이들이 내 방향을 보며 속닥거렸다.

       

       “뭐야, 저 아저씨. 변태인가. 왜 우리를 쳐다보지? 기분 나빠.”

       “서, 설마… 우리를 납치하려는 거 아니야…? 아저씨가 어른을 조심하라 했잖아… 우리 도망치자…”

       

       까까머리 녀석이 불안한지 친구들의 옷을 잡아당기며 도망치자 어필했다.

       나는 영웅 신분으로 의심받는 게 억울했다.

       그렇기에, 천천히 녀석들을 향해 다가갔다.

       

       “야, 나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 그것보다 너희 이제 곧 저녁인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근처에 어른도 없는데.

       내 물음에 당돌해 보이는 꼬마 하나가 대답했다.

       

       “아저씨가 알아서 뭐 할 건데요. 저희 알아서 할 게요.”

       “하.”

       

       어이가 없네.

       

       “위험해서 걱정해줘도 난리네. 야, 너희 빨리 부모님 손 잡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 어디있어.”

       “저희 다 부모 없는데요?”

       “…아, 그러냐.”

       

       말문이 막히네.

       그래도 녀석들과 나 사이에는 동질감이 있었다.

       

       “나도 부모 없어.”

       “…그러세요?”

       “어, 그러니까 빨리 집이든 보호소든 어디든지 들어가. 더 늦으면 진짜 위험하니까.”

       

       만약 질이 나쁜 중심가 인간에게 납치당한다면.

       최소는 약물 제조 공장의 부품으로 살아가게 된다.

       최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역겨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아무튼 오늘은 그만 놀고 돌아가.”

       “…”

       “안 가면 내가 확 납치해버린다? 나 전과도 있거든?”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나.

       

       “…그래, 가자. 아저씨도 늦지 않게 돌아오라 했으니까.”

       “마, 맞아… 돌아가자…”

       

       녀석들은 내 표정에서 진심을 읽었는지, 재빨리 뒤를 돌아 도망쳤다.

       얘기를 들어보니 부모가 없어도 누군가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시설 출신이려나.”

       

       나도 옛날에 잠시 신세 졌긴 했지.

       차원문에서 마수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들어간 보호 시설.

       답답하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싫어 3일 만에 도망쳤다.

       맨몸으로 길바닥을 구르다가 할매를 만나고, 구봉구를 만나 돈을 빌려 빌라에 정착할 수 있었다.

       

       “…나중에 보면 돈이라도 좀 줘야겠다.”

       

       나랑 겹쳐 보이는 기분이라 신경 쓰이네.

       나는 녀석들이 놀던 놀이터를 눈에 담고는 갈 길을 향해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끼이익-

       

       “아빠 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초련이가 마중을 나왔다.

       

       “아버지, 오셨어요? 저희는 사고 치지 않고 얌전히 있었어요!”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다 알고 있구나.”

       “헤헤.”

       

       초련이는 헤실헤실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집에 들어오고 나서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저번과 느낌이 확 다르다.

       

       “옷 잘 어울리네.”

       “그런가요? 저 예쁜가요?”

       

       샤라랑-

       하얀 원피스를 입은 초련이가 경쾌하게 한 바퀴를 돌았다.

       꼬질꼬질했던 과거의 모습은 이제 기억나지 않았다.

       

       “깔끔한 초련이, 일루와잇!”

       “꺄아아-!”

       

       둥가둥가-

       나는 초련이를 들어 올려 비행기를 태웠다.

       초련이는 꺄르르- 신나 하며 비행기를 마음껏 즐겼다.

       화련이는 우리끼리 즐기는 모습을 가만히 볼 수 없었던 걸까.

       

       “비행기 추락시켜!”

       

       쾅-!

       빙빙 돌고 있던 내 몸에 갑자기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그에 나는 중심을 잃었지만, 초련이를 높이 들며 바닥에 쓰러졌다.

       

       콰당-!

       

       몸이 튼튼해서 전혀 아프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화련!”

       “흥, 내가 뭐 했다구!”

       “안 되겠다. 너 오랜만에 벽 보고 서야겠다.”

       “싫어! 내가 왜!”

       “너 이리 와.”

       

       호다다닥-

       화련이는 내게 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쳤다.

       집이 좁아서 그런지 도주할 때마다 항상 결과는 똑같았다.

       

       “이거 놔-!”

       “너 30분 동안 벽 보고 서 있어.”

       “크아아앙-!”

       “오늘 요리하려 했는데, 밥 조금 먹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화련이는 처음에 반항했지만.

       밥을 조금 먹이겠다는 소리에 곧바로 벽을 바라보았다.

       위험한 행동을 하면 당연히 혼을 내야만 했다.

       

       “초련이가 안 다쳐서 다행이지…”

       “흥, 드래곤을 걱정하다니. 아빠는 참 드래곤을 몰라!”

       “너 벽 보고 가만히 안 있어?”

       “…”

       

       화련이는 그제서야 침묵했다.

       불만이라는 듯이 입을 삐쭉이긴 했지만.

       아무튼.

       

       “다 옷이 잘 어울려서 다행이야.”

       

       나는 녀석들의 변화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가만히 우리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수련이가 입을 열어 말했다.

       

       “드래곤 특. 드래곤은 미적 감각이 뛰어난 편. 옷을 잘 입는 건 당연한 일이야, 아빠.”

       “그래? 그럼 아빠 패션은 어때, 수련아?”

       

       수련이는 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별로야.”

       “…”

       

       슬프네.

       운동복이 뭐가 어때서.

       아빠 상처받았어.

       나는 녀석들 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쳤다.

       

       

       ***

       

       

       오늘 저녁은 내가 직접 요리하기로 결심했다.

       마트에서 사 온 요리 재료들도 있고.

       이 요리를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김치찌개를 한 번쯤은 먹어 봐야지.”

       

       나는 스마트폰의 인터넷을 열었다.

       그러자 수련이가 마지막에 보고 있었던 화면이 나타났다.

       

       “SCP 강함 순위 TOP10…”

       

       취향 한번 독특하단 말이야.

       나는 수련이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못 본 척하고, 김치찌개 레시피를 검색했다.

       그러자, 여러 레시피의 정보들이 나타났다.

       나는 그중에서 ‘엄마의 맛’이라는 블로그에 들어갔다.

       

       “재료는… 적당하네.”

       

       간단한 김치찌개 레시피.

       나 같은 초보 요리사가 따라 하기에도 쉬운 느낌이다.

       나는 곧바로 냉장고에서 소장님에게 받은 김치를 꺼내 식칼로 도륙 냈다.

       

       슥삭슥삭-

       

       칼질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다칠 걱정이 없어 과감하게 칼질했다.

       어차피 실수해도 내 손가락이 다치지 않고 칼날이 다친다.

       

       “김치는 준비됐고. 양파는 없고. 남은 돼지고기 넣고.”

       

       돼지고기를 먼저 노릇하게 익히고.

       기름과 김치를 볶는다.

       그리고, 물을 적당하게 넣어 푹 끓인다.

       

       보글보글-

       

       냄새가 강렬했기 때문일까.

       화련이가 킁킁거리며 주방으로 걸어왔다.

       

       “아빠, 이거 뭐야?!”

       “김치찌개. 근데 너 왜 벽 안 보고 있어.”

       “흥, 나는 반성 다 했어!”

       

       자숙 기간이 상당히 짧네.

       논란이라고 할 것도 없긴 하지만.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 조리 과정을 확인했다.

       

       “이제는… 옥상에서 수확한 고추를 썰어 넣고, 두부까지 넣으면 끝…”

       

       고추나 썰어야지.

       고추는 드래곤의 마력을 먹고 자랐기 때문일까.

       내 것처럼 대단한 크기를 자랑하며,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싹둑-!

       

       고추를 작게 자르자, 매운 냄새가 확 올라왔다.

       

       ‘…드래곤의 마력이 고추를 더 맵게 했나?’

       

       작은 고추보다 큰 고추가 더 매울 것 같은 느낌.

       그래도 레시피대로 해야 하니까.

       썰어놓은 고추를 김치찌개에 넣었다.

       그리고, 두부까지 넣어 푹 끓이면…

       

       “얘들아, 밥 다 됐다. 와서 먹어라.”

       “난 이미 도착했어!”

       “알았어, 아빠.”

       “네에!”

       

       와다다다-

       드래곤 녀석들이 전부 식탁에 모였다.

       나는 일회용 밥 용기를 국그릇으로 사용해 녀석들의 앞에 김치찌개를 놓았다.

       그에 수련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빠, 이 빨간 물은 뭐야?”

       “김치찌개.”

       “…화련 언니 색깔이라 폭력적인 느낌이 드는데. 이거 괜찮은 거야?”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야. 먹어도 안 죽어, 괜찮아.”

       “…”

       

       수련이는 의심하는 눈빛으로 김치찌개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기심이 들었는지 숟가락으로 떠서 국물을 입에 넣었다.

       

       후르륵-

       

       “어때, 수련아?”

       “…”

       

       수련이는 잠시 눈을 감고 김치찌개를 음미하더니.

       천천히 눈을 뜨며 감상평을 내뱉었다.

       

       “매워. 혀가 아파. 얼얼해.”

       “…그리고?”

       “맛있어. 맵긴 해도 먹을 수 있는 수준이야.”

       

       다행이다.

       나는 김치찌개와 함께 밥을 먹는 수련이를 보며 안심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은 모양이다.

       

       “화련아, 너는 어때?”

       “흥, 난 아무렇지도 않아! 그냥 맛있어!”

       

       맵다, 아프다와 같은 말을 하지 않고.

       화련이는 그저 김치찌개를 마구 입에 넣었다.

       

       “저, 전혀 안 매워!”

       “…”

       

       매운 것 같은데.

       자존심 때문에 말만 저렇게 하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초련이가 잘 먹나 확인했다.

       초련이는 안에 들어있던 고기를 화련이의 접시로 옮기고 있었다.

       

       “초련아. 안 먹고 뭐 해?”

       “고기가 들어 있어요! 화련 언니한테 다 주고 먹을 거예요!”

       

       달그락- 달그락-

       초련이는 열심히 포크 질을 하며 화련이의 접시로 고기를 모두 옮겼다.

       그리고, 조심스레 후후- 불어 김치찌개를 입에 넣었다.

       

       “어때, 초련아?”

       “매, 매워요!”

       

       팔딱-!

       초련이는 매운지 자리에서 펄쩍 뛰며 난리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이 살짝 부어있는 화련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하, 그게 매워? 이초련 완전 약해!”

       “무, 물이 필요해요…! 물을 주세요…!”

       

       나는 초련이의 입에 물을 콸콸- 쏟아줬다.

       그제서야 초련이가 난리를 멈출 수 있었다.

       

       ‘…수련이가 정상인게 놀랍네.’

       

       아무런 반응없이 얌전히 김치찌개를 먹는 수련이.

       그런데 어째선지 모르지만.

       수련이의 국그릇에 담겨있던 김치찌개가 처음보다 더 늘어난 기분이다.

       그렇게 수련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나는 왜 저렇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주르르륵-

       

       “수련아 너…”

       “…매워. 물을 넣으면 덜 매워져.”

       “…”

       

       수련이는 입에서 물을 뱉어 김치찌개의 매운맛을 없애고 있었다.

       

       ‘이거 안 되겠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김치찌개에 물을 더 넣어 한 번 더 끓였다.

       그제서야 녀석들은 맵지 않은지, 김치찌개와 함께 밥을 맛있게 먹었다.

       

       ‘…다음부터 물을 더 넣거나, 고추를 조금만 넣어야겠다.’

       

       요리 참 어렵네.

       그래도, 나는 오늘 요리 지식을 하나 터득했다.

       저번보다 괜찮은 것 같았다.

       날이 갈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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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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