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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백작가 개인 훈련장.

     누아르도 아버지도 없는 훈련장에 온 나는 빠르게 봉을 휘둘렀다.

     “로버트 경. 자네는 아카데미 출신이지?”

     “예!”

     로버트가 나무로 된 대검을 쥐고 장봉을 후려친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난 뒤, 바로 지브롤터로 왔습니다!”

     “제국으로 안 가고?”

     “도, 도련님!”

     로버트가 당황하지만, 내가 봉으로 찌른 공격은 가볍게 받아낸다.

     “저를 당황하게 해서 한 판 따내려고 하시는 거라면…!”

     “아니야. 순수하게 대화하는 거라고.”

     “대련 중에 그런 말을 하시면서요?!”

     “대련이라니. 내 공격은 지금 경이 일방적으로 다 막아내고 있잖나.”

     다시 한번 봉을 휘두른다.

     13살의 몸으로 중급 기사를 이기는 건 마나의 힘을 써도 불가능.

     “이번에는 이걸로 할게.”

     “으으, 저는 허수아비가 아닙니다!”

     “하지만 자네가 아니면 이렇게 맛있게 접수해주는 사람이 없는걸.”

     “크윽!!”

     계속 봉을 휘두른다.

     로버트는 중간중간 대검을 휘둘러 반격도 하고, 나는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자세를 다잡는다.

     “망명해서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

     “물론, 그쪽이 편했을지도 모르죠!”

     왕국과 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아카데미’다.

     “저 같은 무늬만 귀족 출신인 녀석은 아카데미에 가봤자, 돌멩이 같은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왕국의 아카데미는 귀족이 70%다.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교직원도 전부 귀족이다.

     “평민들이랑 어울리는 건?”

     “무슨 위험한 말씀을! 그랬다가는 귀족들 사이에서 머저리 취급 받습니다!”

     나머지 평민은 부유한 상인의 자식이거나, 귀족 자제가 데리고 온 시종이다.

     “평민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저보고 귀족 전체를 모욕했다고 할 겁니다!”

     “그건 그래.”

     

     혹은 허드렛일하는 직원이거나.

     “귀족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월한 존재. 평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

     기적적인 확률로 시험을 뚫고 들어온 학생은 한 해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래서 아카데미는 그냥 결혼 전에 사랑을 불태우는 연애 시장이 되었고.”

     “시, 시장이라뇨…!”

     “틀린 말은 아니잖나.”

     그래서 왕국의 아카데미는 여러모로 사교의 장으로 쓰이고는 했다.

     “남자들은 이렇게 몸을 단련하는 것보다, 밀주를 마시고 방탕한 생활을 즐기지.”

     교육보다는 교류가 목적.

     “여자들은 매일 같이 티타임을 즐기고, 어느 귀족 남자가 우량매물인지 토의하고 서로 경쟁하지.”

     

     가르침보다는 만남을 추구하고, 성인이 되기 이전의 귀족 자제들이 모여 결혼 대상을 탐색하는 곳.

     “부모님과 같은 로맨스는 정말 특이한 경우고, 아카데미에서는 대부분 결혼 상대를 찾아 나오는 게 일반적 아닌가.”

     아버지도 어머니도 전부 아카데미에 다녔다.

     아카데미는 입학 나이를 신경 쓰지 않았고, 덕분에 아버지는 어머니와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아카데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경이 만일 제국 아카데미에 갔다면 어땠을까. 귀족 영애에게 차이고…어이쿠.”

     “사심이 들어간 공격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국은 어떠한가?

     “제국으로 갔으면, 그냥 공부와 단련만 죽어라 했을 겁니다!!”

     제국의 아카데미는 철저한 교육기관이다.

     “아카데미 3년 내내 공부만 했을 거라고요! 그게 아카데미입니까? 군부대 산하의 사관학교지!”

     “틀린 말은 아니긴 해.”

     “어떻게든 마스터 찾아내려고 쥐어 짜냈을 겁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시키고, 자정까지 공부하다 자게 만들고!”

     “정답이야.”

     왕국에서 위기의 때마다 영웅이 튀어나온다면, 제국은 그런 영웅의 인재를 어떻게든 찾아내려고 각 지역에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한 전인적 성장의 도모.

     여러 가지 좋은 미사여구를 끼워 넣어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제국은 왕국 지배의 첫 스타트를 아카데미로 삼았지.’

     언젠가 왕국을 지배할 날을 위해, 제국은 왕국에 아카데미를 설립하고자 했다.

     우지직!

     대검과 봉이 맞닿은 순간, 봉이 대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앗,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역시 경이야. 가차 없이 실력을 발휘해 줘서 고맙군.”

     

     공격을 전부 피하기는 했지만, 대검이 스친 부위가 긁힌 것처럼 살짝 쓰리다.

     “그야 도련님이 이렇게나 빨리 성장하시니까 그렇지요.”

     “하급 기사 정도는 되려나?”

     “무기에 마나를 담는다는 의미에서는 기사가 될 수 있지만, 하급 기사들이 진심으로 죽이려고 들면….”

     로버트는 잠시 팔짱을 낀 뒤.

     “…대련은 일단 도련님이 집니다.”

     “실전은?”

     “……2:8?”

     “그 수치로도 충분하군. 고맙네.”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의 경우.

     하급 기사를 상대로 승률이 20%.

     고작 13살이.

     “도련님. 저는 진짜 두렵습니다. 도련님이 성인이 되셨을 때, 주머니 속에서 사탕 꺼내듯 마스터가 되실까봐.”

     “몰랐나? 나는 사실 천재야. 검만 못 쓰지, 다른 건 제법 잘 다룬다고.”

     “제가 왕국이 아니라 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싶은 것처럼, 도련님도 지브롤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별 의미는 없는 가정이군. 나도 경도 여기에 지브롤터, 노스트럼에 있으니.”

     나는 부러진 봉을 내려놓은 다음, 근육을 여기저기 누르며 풀어줬다.

     “경. 그러면 퀴즈를 내보겠네.”

     “으아. 차라리 대련 계속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대 노스트럼의 아카데미를 졸업한 기사가 13살이 내는 정치 퀴즈도 맞추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정치는 아카데미 수료 과정에 없었단 말입니다!”

     “그런 아카데미에서 자라나는 귀족들이 계속 세습이나 하고 있으니까-”

     왕국이 망했지.

     “됐어. 간단한 질문이야. 제국은 왜 왕도에 아카데미를 세워주려고 할까. 그에 대한 답을 생각나는 대로 바로 말하면 돼.”

     

     3년.

     로버트 경은 나의 대련 상대가 되어줬고, 나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에게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르쳐줬다.

     “으음…. 제국과 왕국 사이의 친목을 다져 화평을 맺는다. 이건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겠군요.”

     “25점. 힌트 하나. 지금 아카데미 건물이 올라갈 장소는 3년 전부터 왕가에서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다네.”

     

     3년 전부터 왕국은 땅을 준비했다.

     그걸 직접 준비하고 진행한 건 모르가니아다.

     “혹시 휴전이 아니라 정전이 되는 겁니까?”

     “50점. 아카데미는 그 시작이지.”

     나는 부러진 봉을 들고 가운데를 맞췄다.

     “이미 앙금이 생긴 현세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젊은이들은 서로 분쟁을 일으키지 말고 화목하게 지내자. 그런 취지에서 제국은 제국식 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하는 거라네. 왕도 한복판에.”

     “운영은 왕국에서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그들은 그냥 돈을 적국에 퍼주는 거 아닙니까? 저희야 좋지만.”

     “당연히 퍼주는 만큼 이득을 당겨야지. 그게 뭘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만 맞춰도 100점으로 해주지.”

     “그러면 이 문답도 끝나는 거군요! 으음….”

     로버트 경이 내 공격을 받아내던 때보다도 진지하게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정답!”

     “무엇인가?”

     “제국의 미소녀들을 왕국에 유학 보낸 다음, 도련님을 유혹하려고 하는 미인계인 겁니다!”

     “……하.”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로버트 경.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휴가를 신청했었지. 나흘.”

     “예, 예! 그, 저기, 괜찮다면….”

     “일주일 다녀와. 내가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예?”

     로버트 경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200점이야.”

     “……갑자기, 휴가를 가기 무서워지는 말씀을 하십니다?”

     로버트가 처음에는 기뻐하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제국은 지금 왕국의 주요 인재를 빼내 가기 위해 왕국에 아카데미를 세운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

     “미남 미녀를 보내서 왕국의 젊은이들을 유혹하여, 제국 쪽으로 전향하거나 배신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는 말씀이잖습니까!”

     “정확해.”

     아카데미를 짓는데 드는 돈은 초기 투자 비용만 최소 수백억.

     그리고 한 해에 들어가는 운영비도 그와 비슷하게 돌아간다.

     심지어 그냥 일반 아카데미도 아니고 ‘대학’급 아카데미다?

     ‘수천억은 우습게 들어가지.’

     현금으로 준다고 해도 꿍꿍이가 신경이 쓰이는데,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건물을 짓는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제국에서는 아마 유학생들을 보낼 거야. 그리고 그들은 왕국의 젊은이들을 홀리겠지.”

     미래.

     수많은 소년·소녀들이 제국 사람들에게 연심을 품고 제국에 빠진 것처럼.

     “그렇군요…. 그런데 도련님. 이번에 커트라인이 올라갔습니까?”

     “응?”

     “원래 100점 만점이었잖습니까. 200점이라는 건….”

     “로버트 경. 기사의 직감이라는 건-”

     “말 돌리시는 걸 보니, 제가 제국의 핵심을 찔렀나 봅니다?”

     “…….”

     하여튼 기사라는 사람들은.

     “그것이 제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바로군요. 백작님은 찔러봤자 안 나올 테지만, 도련님은 아직 짝이 없잖습니까?”

     “그래. 정답이야.”

     앞으로 4년 뒤.

     “제국의 황립 아카데미의 운영 방식을 생각해 보면, 일괄적으로 17세인 이들만 1학년으로 입학시키겠지.”

     “예? 나이는….”

     “제국식이니까.”

     나는 과거, 17세가 되던 해에 왕국과 제국이 손을 잡고 설립한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럼 그곳에서 도련님과 동갑인 제국의 미소녀들이 엄청 많이 들어오겠네요. 하하, 그것참.”

     “왜?”

     “도련님의 급을 생각하면 최소한 제국의 황녀 정도는 데려와야 할 텐데요. 그게 가능할까요?”

     “흐.”

     잠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래. 황녀 정도는 데려와야지.”

     * * *

     약속된 날짜가 되었다.

     지브롤터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고, 가문의 모두가 예복을 입고 백작령으로 올 손님을 맞이했다.

     “카르멘 왕비 전하께서 오십니다.”

     구구구.

     수많은 말발굽 소리가 울린다.

     

     저택 정문에 멈춘 마차는 흑단목으로 된 최고급.

     ‘취향 여전하시네.’

     모르가니아 가문이 다들 그렇지만, 저들은 고풍스러운 걸 좋아한다.

     

     모르가니아는 말한다.

     알맹이가 튼실한 인간은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할 필요가 없다고.

     얼핏 들으면 뭔가 굉장히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저 모든 것들이 부유와 사치의 끝을 달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엘프의 숲에서 수백 년은 된 흑단나무로 만든 마차.’

     덜컥.

     문이 열린다.

     마부가 열어줄 필요도 없이, 마나의 빛이 튀며 자동으로 마차의 문이 열린다.

     또각, 또각.

     카르멘 왕비가 마차에서 내린다.

     

     눈동자 색과 같은 녹색의 구두, 머리카락 색과 같은 검은 드레스.

     어깨에 걸친 반투명한 카디건.

     왕도에서는 보기 힘든 보석이나 장식 하나 없는 가벼운 복장이지만, 카르멘 왕비의 분위기만 하더라도 이미 주변을 압도하고 있다.

     ’10억 좀 넘겠네.’

     드레스, 카디건, 구두.

     그것만 하더라도 이미 가격이 보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카르멘 왕비님.”

     “…그레이 지브롤터.”

     카르멘 왕비가 정문에서 그대로 걸어와, 내 앞에 섰다.

     “키가, 많이 컸구나.”

     “예. 성장기니까요.”

     “…….”

     어렸을 때는 내가 왕비를 올려다봤지만, 이제는 다르다.

     “백작 부인보다 더 키가 큰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조금 큽니다.”

     “……그런가. 됐어. 그보다, 백작은?”

     “그야 당연히 응접실에 있지요. 마중을 나왔습니다.”

     나는 카르멘 왕비에게 손을 뻗었다.

     “에스코트 해드리겠습니다.”

     

     왕비의 뒤를 따르는 기사 중 일부가 눈썹을 찌푸렸다.

     어딜 감히 지브롤터의 장남 따위가 에스코트한단 말인가.

     백작이 직접 나와서 맞이해도 모자랄 판에.

     “그만.”

     카르멘 왕비는 귀찮다는 듯 기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멘테 경만 따라오고, 나머지는 밖에서 대기하도록.”

     “예!”

     왕비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모든 기사가 자리를 잡는다.

     ‘굉장하네.’

     정말이지-

     “꼭 ‘나는 말하면 누가 꼭 이유를 묻거나 하던데’라는 눈치군.”

     “…왕비님.”

     “후후, 나도 어렸을 때는 그랬단다.”

     카르멘 왕비가 내게 손을 뻗고, 나는 예법에 따라 그녀의 손을 잡고 계단 위로 이끌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어머니는 나올 수 없습니다.”

     “알고 있단다. 마주칠 생각은….”

     “카르멘 왕비께서 괜찮으시다면, 만나고 가는 것도 괜찮다고 했긴 했습니다.”

     “…….”

     카르멘 왕비는 아주 천천히 저택 내부로 들어오고, 나는 그녀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새 아이가 생겼지. 남자아이니?”

     “모릅니다.”

     “백작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아버지께서도 굳이 확인하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마스터 즈음 되면 마나 파동을 흘려 딸인지 아들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성별에 관계없이 자식으로서 사랑하겠다는 건가. 하.”

     카르멘 왕비는 씁쓸하게 웃었으나.

     “세 아이의 계모도 생각했는데, 네 아이의 계모가 되지 못할 것도 없지.”

     “저택 안에서 못 하는 말이 없으시군요. 아버지께서는 다 듣고 계십니다.”

     “들으라고 하렴. 일국의 왕비가 나왔는데 또 응접실에 처박혀서-”

     “말이 험하군.”

     카르멘 왕비가 순간, 내 손을 꽉 움켜쥐었다.

     “말했을 텐데. 이혼은 죽어도 안 할 거라고.”

     “어, 어…?”

     저택 중앙의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뒷짐 진 적발 사내에, 카르멘 왕비는 눈을 깜빡이며 그대로 그 자리에 굳었다.

     “그레이.”

     “예, 아버지.”

     “고생했다. 이후는 내가 맡지.”

     아버지는 조금 뚱한 얼굴로 다가왔고, 나는 카르멘 왕비의 손을 놓고 옆으로 물러났다.

     “…….”

     살짝 정문 방향을 바라보자, 저택 밖에 있던 모르가니아의 기사들이 서로 눈을 좌우로 굴리며 동요하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그레이. 너는 멘테 경을 안내해라. 내가 직접 에스코트하겠다.”

     “예, 아버지.”

     카르멘 왕비는 알고 있을까.

     내가 아버지를 응접실에서 저택 중앙계단까지 끌고 오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는지.

     ‘진짜 내가 큰맘 한 번 먹었다.’

     이 회담이 끝나면, 나는 아버지를 상대로 지옥을 경험하게 되겠지.

     그래도 좋다.

     “카르멘.”

     “아, 예, 응. 아니.”

     효과는 굉장했다.

     왕비가 고장 났다.

     “…그, 백작님? 혹시 괜찮다면….”

     “…….”

     아버지가 카르멘 왕비의 귀에 속삭이고, 곧 카르멘 왕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레이. 방금, 무슨….”

     멘테 경이 다가왔다.

     몇 개월 만에 다시 만났지만, 그녀는 지금 재회의 해후를 나눌 상태가 아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카르멘 왕비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아버지를 본 멘테 경은 꼭 뭐랄까.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아뇨. 현실입니다.”

     배가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본 사람 같은.

     혹은 아버지가 왕국을 배신하고 협곡 문을 열어 제국군대를 맞이했다는 소식을 들은 왕도의 사람 같은.

     “방금,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레이디 모르가니아. 아버지가 예전에 카르멘 왕비를 부르던 호칭이었죠.”

     그런 표정이었다.

     “이미 카르멘, 이라고 이름을 부른 시점에서 다 끝났지만.”

     카르멘 왕비는 아버지에게 있어, 언제나 쉬운 여자다.

     “멘테 경. 아니, 스승님.”

     과거에도, 현재도.

     “전 말입니다.”

     그리고 총독이 된 이후, 폐인이 된 아버지가 배신당해 처형되었던 미래에도.

     “제가 지브롤터이자 부모님 아들이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카르멘 왕비님을 진심으로 응원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목숨을 끊을 만큼, 카르멘 왕비는 아버지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 엄청 응원하고 싶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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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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