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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도살견 베르크만.

     

   특징은 언제나 머리에 나사가 빠진 듯 장난스러운 행동과 대충대충 하는 듯한 움직임.

   그렇기에 잔 실수도 잦고,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희롱할 때 그 점은 더더욱 부각 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다 극복할 수 있는 것이 그의 진짜 실력이다.

     

   제국의 흑룡 기사단에게 도망쳐 제국을 빠져나올 수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신창, 메리 다이아나와 같이 규격 외의 인물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그사이 크라슈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발동된 블랙 후드를 따라 베르크만이 챙겼던 비앙카의 머리핀이 그의 손에 되돌아왔다.

     

   크라슈는 머리핀을 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다.

   그러곤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눈을 한바탕 구른 베르크만이 짜증 나는 표정으로 일어났다.

   

   촌경을 때려 박았음에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만약, 비앙카가 붙잡힌 게 아니었다면 오러를 두른 검으로 즉사 시켰겠지만, 베르크만도 강자다.

   놈을 죽이려면 최대치의 오러를 박아 넣어야 할텐데 그랬다간 놈은 즉시 알아차려 방어 했을 것이다.

   

   

   기습도 동등한 수준에서야 통하지.

   비앙카가 잡힌 상태로 그런 도박수를 던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그러니 크라슈는 파괴력은 모자랄지언정 확실하게 그에게 안들키고 비앙카에서 떨어트릴 수 있는 촌경을 택해야만 했다.

   기습 공격을 못한 것은 아쉽지만 비앙카가 무사하니 됐다.

     

   “누구야 넌? 왜 사람 일을 방해하고 그래.”

     

   툭 튀어나온 주둥이가 불만스럽게 일그러졌다.

     

   “잔말이 많아.”

     

   크라슈는 지금 당장 비앙카를 데리고, 하덴하르츠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비앙카의 상처를 최대한 빨리 치료해 주고 싶었으니까.

     

   지금 여기서 그녀를 도울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

   크림슨가든의 까마귀로는 비앙카를 옮기는 게 불가능하고, 에벨아스크는 세계 침식자의 불문율을 따르니까.

     

   그렇다고 해서 베르크만을 상대로 등을 보인 채 도망가는 것도 위험 부담이다.

   그러니 베르크만을 여기서 쓰러트린다.

     

   “사람을 때려 놓고, 요즘 애들은 나원 살벌하네.”

     

   베르크만이 그리 말한 순간 놈의 인영이 흩뜨려졌다.

     

   “사람 화나게 말이야!”

     

   그 순간 크라슈를 향해 그의 도끼가 꺾이며 날아들었다.

     

   캉!

     

   짧은 찰나.

   크라슈의 검이 그 자리를 메꾸며 베르크만의 도끼를 막았다.

     

   ‘빠르다.’

     

   제 육감이 아슬아슬하게 따라갔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단순한 오러의 양만 봐도 놈은 엑스퍼트 최상급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계 침식자의 종이 되며 자신의 한계를 돌파한 것이겠지.

     

   크라슈는 최근 들어서 겨우 엑스퍼트 중급에 무르익었다.

   수준 차이는 누가 봐도 명백했다.

     

   “어쭈, 막았네!”

     

   캉, 캉캉!

     

   몇 차례 더 베르크만의 도끼가 휘둘러졌다.

   그때마다 크라슈의 검은 그 자리를 재빠르게 메꾸었다.

     

   둔검이었다.

     

   그러나 둔검이라고 할지라도 상대의 완력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을 때 효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완력에서 밀리는 크라슈는 자꾸만 뒷걸음질쳤고, 둔검 특유의 공간 장악을 활용할 수가 없었다.

     

   “계속 막아! 막아 주라!”

     

   도살견 특유의 익살스러운 말이 터져 나왔다.

   무거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가벼운 말투.

     

   기껏해야 거리의 시정잡배가 쓸 듯한 행동거지였다.

     

   그러나 그 가벼움과 달리 도끼는 너무나 무거웠다.

     

   카앙!

     

   또 한 번 부딪친 도끼에 완력이 밀린 크라슈의 검이 크게 떴다.

   그 틈을 타 베르크만의 눈이 번뜩였다.

     

   도끼에서 한 손을 놓은 베르크만의 주먹이 즉시 크라슈를 향해 꽂혀 들어온 것이다.

     

   퍼걱!

     

   그 순간 선명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가 예상 못 한 것이 있었다.

     

   “윽?!”

     

   신음이 터져 나온 것은 주먹을 휘두른 베르크만 쪽에서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제 육감을 통해 베르크만의 행동을 예측한 크라슈가 그가 휘두르는 주먹을 향해 자기 주먹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촌경(寸勁)

     

   외피를 뚫고 내부에 충격을 주는 비술의 효과는 확실했다.

   베르크만의 손가락뼈에 금을 가게 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크라슈의 왼손 주먹도 성치 못했다.

   촌경을 어떻게든 때려 박긴 했지만, 그 또한 똑같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촌경이 아니었다면 크라슈의 주먹만이 금이 갔으리라.

     

   “아파아!?”

     

   뼈에 금이 간 베르크만의 비명이 한차례 울려 퍼졌다.

   크라슈 또한 통증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충격을 감당한 것은 크라슈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금이 간 듯한 통증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라슈는 그 손으로 즉시 검에 힘을 실었다.

     

   이 점에서 크라슈의 이점이 드러났다.

     

   휘익!

     

   공기를 가르며 날아든 크라슈의 검이 베르크만의 옆구리를 살짝 갈랐다.

   배를 뚫어 버릴 작정이었지만, 베르크만이 직전에 반응해 피했다.

     

   튀어 오르는 핏물 사이 크라슈의 푸른 눈이 선명하게 빛났다.

     

   그는 통증에 익숙하다.

   이보다 더한 통증도 수없이 겪어 봤으니까.

     

   고작 손에 금이 간 정도로는 그의 행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

     

   ‘흐름을 잡는다.’

     

   사고가 가속화되며 크라슈의 집중력이 올라갔다.

   주먹에 이어 연이은 검격의 성공으로 베르크만의 행동이 주춤거렸다.

     

   인간은 통증을 느꼈을 때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베르크만이라고 할지라도 같았다.

     

   그러니 크라슈는 틈을 잡은 그 순간 폭발적으로 오러를 끌어 올렸다.

   팔 근육 사이로 스며든 오러의 기운이 검 위로 드러나며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이그니스.’

     

   그 순간 그의 부름을 따라 푸른색의 오러는 불길로 뒤바뀌었다.

     

   화르르륵!

     

   타오르는 불의 검이 베르크만을 향해 몰아쳤다.

   갑작스러운 불길에 베르크만도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그 틈을 크라슈는 집요하게 노렸다.

   조금이라도 베르크만에게 상처를 입힐 작정이었다.

     

   “씨발, 거, 짜증 나게 하네.”

     

   그러나 고작 이런 수준이었다면 베르크만이 회귀 전 샬롯과 맞서지도 못했을 거다.

     

   “컹!”

     

   아주 짧게 흘러나온 개 짖는 소리.

   크라슈는 그것이 시작점임을 알았다.

     

   그의 울림을 따라 주위 색깔이 변색 되어 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눈이 가득 차 있던 산맥이 어느샌가 붉은 색깔로 뒤바뀌어 갔다.

     

   노을이 지고, 산 주위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크라슈의 눈 위가 붉은색으로 뒤덮였다.

   그에 따라 모든 오감이 자기 멋대로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환영속박(幻影束縛)

     

   주변이 멀쩡히 보이는 베르크만과 달리 크라슈는 환영속박에 갇혀 세상이 왜곡되어 보였다.

     

   소리로 오러를 퍼트려 상대의 감각에 오러를 덧씌우는 비술.

   그의 환영속박에 갇히는 순간 자신이 죽는 시점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니 무시무시한 비술이었다.

     

   “갇히니 죽을 맛이지?”

     

   환영속박에 갇힌 뒤로 그저 가만히 서있는 크라슈를 보며 베르크만은 이죽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 웃음에 비해 베르크만은 개의 코를 벌렁거리며 천천히 도끼를 쥐었다.

     

   조금 전 크라슈가 몰아쳤을 때 베르크만은 생각보다 자신이 위험했음을 알았다.

     

   어린 꼬마의 모습, 완력과 오러에서 차이가 나는 수준.

   그것을 보고, 막연히 자기 멋대로 다룰 수 있는 약자라 판단했건만.

     

   왼쪽 주먹에 금이 가고, 오른쪽 옆구리에는 검상이 생겼다.

   하덴하르츠에서도 슬슬 이제는 수색대가 도착할 법도 한 상황.

     

   빨리 끝내는 게 나을 듯싶었다.

     

   “컹!”

     

   그러니 그는 다시금 짖는 소리를 내었다.

   그에 따라 그 자신의 감각이 몇 가지 뒤틀렸다.

     

   손에서 느껴지던 통증과 검상의 통증이 사라졌다.

   자신에게 환상을 걺으로써 당장의 싸움에 방해 되는 통증을 지운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도끼를 쥔 채 한발씩 천천히 뻗어 나갔다.

   그의 움직임이 마치, 사냥하는 들개마냥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변했다.

     

   환영속박까지 사용한 시점에서 베르크만은 크라슈를 위험인물로 규정했다.

     

   그러니 더는 그에게 방심은 없었다.

   도살견이라는 이명과 같이 그가 진짜 사냥을 시작한 것이었다.

     

   ‘아까부터 내 도끼를 따라오던 움직임, 그건 일반적인 움직임이 아니야.’

     

   환영속박 속에서도 무언가 대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베르크만은 도끼를 빙글 돌렸다.

     

   그러곤 그가 내려친 것은 다름 아닌 나무 밑동이었다.

     

   우지끈!

     

   무너진 나무는 순식간에 크라슈를 향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베르크만은 바닥을 박차 달렸다.

   그런 그가 뛴 방향은 다름 아닌 비앙카 방향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파삭!

     

   크라슈가 쓰러지는 나무를 갈라 버림과 함께 즉시 그를 급습했다.

   자신의 코앞까지 날아드는 검을 아슬하게 피한 그가 부릅뜬 눈으로 크라슈를 노려보았다.

     

   눈동자 속에 붉은색이 일렁거리는 크라슈는 분명히 환영속박에 당했다.

     

   그러나 제 육감.

   그의 환영비술을 완전히 카운터 칠 수 있는 수를 크라슈는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르크만이 허탈함이 뒤섞인 웃음을 흘렸다.

     

   “하하, 개새끼네!”

   

   

   

   

     

   베르크만은 오랜만에 오싹한 감정을 느꼈다.

     

   크라슈는 자신이 다가오기 전까지 일부러 이빨을 숨긴 채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내 방심을 최대한 유도하려고.’

     

   크라슈의 눈이 베르크만에게로 향했다.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은 영락없이 환영속박에서 자유롭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제 확실히 알았다.

     

   저놈은 그냥 사냥감 같은 게 아니었다.

   맹수와 맹수가 먹잇감을 두고 맞붙는 혈전을 해야 할 상대였다.

     

   캉!

     

   도끼와 검이 맞부딪친 소리가 숲 안에 거세게 울려 퍼졌다.

   카가가강, 도끼와 검의 힘 싸움이 시작되며 철이 갈려 나갔다.

     

   그것을 보며 베르크만은 크라슈를 향해 머리를 들이민 채 개의 주둥이를 열었다.

     

   “네가 날 막지 못하면 저년의 눈을 뽑고, 손가락과 다리는 다 잘라 입에 처넣어 버릴 거야.”

     

   베르크만의 입에서 나온 것은 크라슈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그 말을 듣고도 표정에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꽤나 도발적인 말임에도 변화가 없다.

   그것을 보고, 베르크만은 확신했다.

     

   ‘이놈, 이거 환영속박의 영향이 없지는 않구만!’

     

   무슨 방법으로 환영속박을 뚫었는지는 몰라도 크라슈의 오감이 완전한 정상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승기는 이쪽에 기울여진다.

     

   저쪽은 환영속박의 영향이 남아 있고, 지킬 것도 있다.

   반면에 이쪽은 공격만 하면 되는 상황.

     

   기울어진 승기를 따라 베르크만의 도끼가 사방에서 몰아쳐 왔다.

   크라슈의 검은 아슬하게 베르크만의 도끼를 막았지만, 그때마다 그의 몸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베르크만의 도끼의 환영이 섞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환영퇴부(歡迎槌斧)

     

   살초 속 무수한 허초가 수놓기 시작했다.

   도적 단의 우두머리와는 차원이 다른 숫자의 환영 도끼가 크라슈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제 육감을 통해 환영속박을 완전히 카운터 친 크라슈였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 여파를 완전히 물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크라슈의 몸에는 상처가 계속해서 늘어 갔다.

     

   “끄으, 으.”

     

   그리고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에벨아스크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는 지금 두 사람의 싸움을 바라보며 망설이고 있었다.

     

   크라슈는 자기 심장을 되찾아준 은인이다.

   거래라고 한들 그녀 또한 상도덕은 있다.

     

   크라슈가 저대로 죽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

     

   ‘나설까? 하지만 나서 버리면 그 녀석이 나를 노릴 거야. 아니, 나뿐만 아니라 크라슈도 관련됐다고 판단해 그까지 같이 노리게 될 거야.’

     

   도살견 베르크만을 종으로 만든 뒷배.

   세계 침식자 광견(狂犬).

     

   그놈이 자신은 물론이고 크라슈까지 노린다면 그만큼 답 없는 상황도 없다.

   광견은 세계 침식자 중에서도 강한 인물이다.

     

   거기에 광견이라는 이름답게 집요하기까지 하다.

   상대를 한 번 목표로 잡고 물어뜯어 죽는 순간까지 그 이빨을 풀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그녀는 개입할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콰앙!

     

   그 순간 크라슈가 베르크만에게 얻어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급히 일어서긴 했지만, 그 탓에 공격을 허용해 몸에 상처가 늘고 말았다.

     

   그것을 본 에벨아스크가 벌떡 일어났다.

     

   안 된다.

   차라리 죽어도 나중에 죽는 게 낫지 여기서 죽으면 다 무의미하다.

     

   [ 개입하지 마라. ]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크림슨가든이었다.

     

   그녀가 당황했다.

   개입하지 말라니.

     

   지금 크라슈가 죽어 가는 꼴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건가?

     

   [ 두고 봐라. ]

     

   그러자 다시금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 저 아이가 직접 이기겠다고 하였다. ]

     

   크라슈가 직접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승인 자신은 그것을 믿고, 지켜봐 주어야만 했다.

     

   [ 네 심장을 되찾아 줬던 저 아이를 믿어라. 저 아이는 내가 인정한 독종이니까. ]

     

   마지막 말을 듣고, 에벨아스크는 천천히 바닥에 앉았다.

     

   “……진짜, 죽으면 시체로 부활시켜 버릴 거야.”

     

   부디 그렇게 되지 말기를 바라는 심정과 함께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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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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