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7

[당신은 정글의 새 주인이 되었습니다.]

[일시적으로 이하의 권한을 획득합니다.]

– 몹의 생성 및 통솔권

– 엘리트 몹의 생성 및 통솔권

꿈이나 착각이 아니니 어서 본분을 다하라 재촉하듯. 상태창이 연이어 울렸다.

[일시적으로 스탯이 상승합니다.]

그것도 아주 본격적이었다.

대충 이름표랑 권한만 띡 던져주고 마는 게 아니라, 레이드 대상에 걸맞은 힘이 내게 깃들었다.

[능력 설정을 위해 당신의 특성 및 명성을 참고합니다.]

[일시적으로 ‘방랑사신’으로 전직하였습니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방랑사신. 낫을 들고 로브를 깊게 눌러쓴 나를 보고 시자쿠마우르 사람들이 멋대로 갖다 붙인 별칭.

새삼 상태창의 유연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게임에서는 왜 이상하다고 못 느꼈는지 원.

‘그래서···이제 어쩐다.’

필드 보스 몹이 되긴 했는데. 굳이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할 이유가 없다.

이미 안정적으로 3위에 안착한 상태고. 아스트레아처럼 고의적인 깽판을 칠 것도 아니니까.

“허수아비가 저깄다!!”

고민을 하기가 무색하게. 수풀 속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저들 쪽에서 무난히 지나갈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먼저 대형 폭탄을 던졌으니 나도 한 대는 맞아야 공평하기는 하지. 쟤들이라고 여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닐 테니.

“지도상으로 I27 지점!”

“마법사나 사제는 미리 버프들 걸어!”

‘그새 연합까지 만들었네.’

신흥 보스의 등장 선언문은 방금 막 떨어진 참. 원래부터 팀이었던 게 아니고서야 그 짧은 새에 의견을 규합하는 건 무리일 터다.

나름 베테랑 모험가들이니만큼, 찰나의 본능에 따라 암묵적인 합의를 이룬 것이리라.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전부 여기서 탈락할 운명. 그러니 주인공이 자신이기를 빌며, 힘을 합쳐 대박을 노려보자고.

하기사 성공만 하면 내가 탈락하는 것까지 고려해서 무려 2명이 구제되는 셈이다. 저들에겐 내가 지금 한정으로 진짜 토벌 대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저쪽이 살짝 느슨해졌어. 진형 보완 구축해!”

“버프 다 걸었어요. 동시 사격 개시!”

“1차 사격이 끝나면 내가 신호를 내리겠다!”

보통 이런 이득형 즉석 연합은 크게든 작게든 휘청이기 마련.

그러나 전원이 산전수전 다 겪은 A급 모험가라는 점, 기회를 놓쳐도 결과는 기존과 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기저에 깔린 탓인지.

단숨에 아스트레아까지 제치고 2등에 올라설 수 있는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렸음에도.

누구 하나는 통수 칠 각을 노릴 법도 하거늘. 적어도 현재로선 그럴 조짐이 전혀 안 보였다.

포위망은 탄탄했고. 일제히 쏘아지는 원거리 사격과 견제, 틈을 치고 빠지는 절묘한 습격까지. 마치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온 레이드 공대 같았다.

[마리아:오빠 멋져 최고]

[아이★:고마워 마리아]

[아스트레아:그대이몸이닥한대만쳐봐도되겟느냐]

[아이★:넌 도와주러도 오지마]

물론 어디까지나 구색이 잘 잡혔다는 거지, 일행들이랑 채팅할 정도로 여유로웠지만.

이게 압도적인 스탯으로 유저들을 상대하는 보스의 입장이구나 싶었다. 이 재밌는 걸 게임에서는 왜 체험 못 했던 걸까.

‘···아니지. 그러고 보면 이건 인원수가 한참 적은 편이잖아?’

그마저도 40명 안팎이던 걸 아스트레아가 또 각개격파로 절반 정도 줄여 놓은 거고.

같은 조건에서 수백 명을 상대한다고 생각해 보니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심지어 그 무리에 나나 다른 최상위 랭커까지 껴 있는다면···

-“좋았어. 빨피로 만들었다. 이제 저 녀석은 잠시 저대로 두고, 누가 막타를 칠 건지를 걸고 배틀로얄이다.”

-“미친 새끼.”

-“그래서 안 할 거냐?”

-“뭔 소리야. 당장 일로 텨 나와.”

-“야. 이거 저절로 피가 조금씩 닳는데?”

-“아 씨. 누가 저거한테 힐 좀 걸어봐.”

다시 생각해 보니까 보스 체험 콘텐츠가 없었던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니스트는 사실 자애로운 신이 맞을지도.

‘슬슬 제대로 해볼까.’

하도 위기감이 없다 보니 잡념이 길어졌다. 마리아가 아스트레아한테 타자 치는 법 알려주는 거 구경하는 게 재밌기도 했고.

비록 임시라지만 기왕 전직해서 새 능력도 얻은 김에, 예의상 찍먹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방랑사신류 – 개벽(開闢)]

어째서인지 손잡이가 훨씬 길어진 낫을 시험 삼아 한 차례 휘둘렀다.

그러자 콰앙- 지면도 아닌 허공에서, 무언가가 터지고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하늘이, 열렸다.

‘설마 이게 시자쿠마우르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점인가···?’

···틀만 참고하고 스킬이나 능력치 방면은 상향 조정한 거겠지.

흡사 광신도에 준했다지만, 이렇게 자체 필터링 수준으로 미화가 됐을라고.

뭐,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넘어가기로 했다. 요점은 내가 A급 모험가 수십 명을 쓸어버릴 정도로 강해졌다는 거니까.

“저, 저런 걸 무슨 수로 이겨···.”

“허수아비 아니야···.”

이 이상 질질 끄는 건 너무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두고 가봤자 더 굴욕적으로 여길 거 같고, 하다못해 고통 없이 한 방에 끝내주자. 그게 사신이라는 이름에도 어울린다.

방금의 개벽으로 감은 얼추 잡았기에. 거리낄 거 없이 두 번째 참격을 날렸다.

* * *

순위에 있어선 아무런 이변 없이 1라운드 토벌전이 마무리되었다.

시험장 밖을 나서자 입장 때와는 비교도 안 될 함성이 우리를 반겨줬다.

“아이, 당신이 내 비상금을 지켜냈어!!”

“누가 우리 허수아비 보고 역배랬냐!!!”

“마리아 귀여워어어~!!!”

반대로 원망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임을 암시하는 외침이나, 한결같은 꾸준함을 자랑하는 이도 있었다.

“왜 아직도 이 몸을 찬양하는 녀석은 한 놈도 없는 게냐?!!”

물론 얘가 제일 꾸준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총지부장님께서 발표하실 내용이 있다고 하시니, 저쪽으로 같이 이동해 주시겠습니까?”

“넵.”

내일모레 치러질 본선 2라운드에 앞서 갼략한 설명을 하기 위함일 터.

인파의 산을 지나 진행 요원을 따랐다. 이제야 좀 100년 전과 매치가 돼서 적잖게 뿌듯했다.

“이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내를 받아 도착한 어느 건물 내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리가 마지막 순번이었다.

총지부장은 아직 입장하기 전이었고. 이쪽을 향하는 시선은···6개?

‘9명이잖아?’

마지막 개인무투전의 진출 인원은 8명. 그러나 강당에 모인 인원은 우리를 포함 총 9명이었다.

토벌전 직전에 규칙을 재차 전달받았으니 100년의 공백에서 생긴 괴리는 아니다. 애초에 바뀌었어도 1대1을 하는 이상 짝수여야 한다.

‘진행 실수는 아니겠지.’

해도 이런 실수를 할까 싶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렇다면 9위인 사람한테는 또 그만한 능욕이 없다.

본인도 떨어진 줄 알고 있다가 부르길래 가보니까. 다 모인 자리에서 역시나 실수였다며 혼자 쫓겨난다니. 나였으면 진행자 멱살 잡았다.

그 외에도 여러 추측이 오가던 즈음. 이에 관해 설명해 줄 총지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네, 제군들. 나는 제도의 모험가 길드 마스터이자 총지부장을 맡고 있는 소버린이라고 하네.”

현 모험가들의 정점으로 통하는 남자. 그런 이가 연단 아래를 눈으로 훑더니, 막힘없이 하던 말을 이어갔다.

방금 그것으로 현직 S급 모험가가 인원수를 파악하지 못했으리라곤 가정조차 성립되지 않는다. 즉, 9명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

“자질구레한 말은 넘기고 본론으로 넘어가지. 아마 이상하다고 여긴 사람도 있을 걸세. 왜 여기 9명이 있는지.”

마침 소버린도 곧장 그 얘기를 꺼냈다.

기실 이상한 점을 따져보라면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번 토벌전에서는 특수한 상황이 벌어졌네. 다들 알겠지마는 참가자 중 한 명이 필드 보스의 역할을 대신 맡게 된 것이지.”

앞을 향하던 고개들이 일순 내게로 모였다가. 소버린의 목소리에 이끌리듯 다시 흩어졌다.

“필드 보스는 일반적인 모험가에 비해서 훨씬 강력하고, 그 힘이 참가자에게 전해졌네. 이러한 전례는 어느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아.”

전례가 없음은 곧 현 책임자가 선례를 만들 명분이 생김을 뜻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자기 멋대로 막 나가지는 못하겠지만,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범위 내에서 본인 의사를 첨가 가능한 것.

“길드 측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이번만 특례로 9위의 참가자까지 통과하는 것으로 결정했네.”

과연, 그래서 한 명이 더 있었던 건가.

그 부분은 이해가 됐지만 아직 그가 설명할 건 남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래서는 2라운드에서 한 명이 애매하게 남지. 그래서.”

그래서, 이 단어를 내뱉은 걸 기점으로 소버린의 눈동자가 내게로 고정됐다.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에 대한 원망? 경고? 눈매 자체는 날카로웠지만 왠지 모르게 그것들과는 결이 달랐다.

“해당 안건의 중심인 참가자 아이, 자네의 개인무투전 상대는 내가 맡겠네.”

“···예?”

확신에 가깝게 직감이 들었다.

어쩌면 100년 전과는 다른, 보스의 부재에 대한 대처부터 해서. 저 사내의 노림수가 스며든 것이리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혹시 다들 오늘···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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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Tutorial Scarecrow

Became a Tutorial Scarecrow

튜토리얼 허수아비가 되었다
Status: Ongoing Author:
Due to lack of content, I died to a tutorial scarecrow. [Your character has died.] [Hidden Achievement Unlocked! ‘Lost to the Weakest Monster~♡︎’] And then, I possessed that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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