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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깁슨 블랙우드는 최근 근심이 줄어든 상태였다.

     

    영지내의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마물에게 타격받아 마력으로 침식되었던 숲은 점차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사라진 희망에 쓰려졌던 사람들도 하나 둘 일어났다.

     

    울음소리는 그쳤으며, 웃음소리는 늘었다.

     

     

    이 모든건 홍염단과 네르의 희생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딸이 잘 버티고 있길 바라며 영지를 번영시키기 위한 작업들을 이어나갔다.

     

     

    -쿵쿵.

     

    ‘아버지, 접니다.’

     

    밖에서 울려온 조금은 다급해보이는 목소리.

     

    깁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남 기딘을 방으로 들였다.

     

    “들어오거라.”

     

    기딘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깁슨에게 일렀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깁슨은 최근 바빴던 일정 속에서 자신이 잊은게 있나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뒤져도 방문 예정자는 없었다.

     

    “누가 우리를 찾아온다는 말이냐.”

     

    “셀레브리엔 가문입니다. 블랙우드의 영지 경계에서 현재 우리의 병사들과 대치중에 있습니다.”

     

    깁슨은 셀레브리엔 가문과 원활한 외교를 이어왔던만큼, 그들이 갑작스레 나타났다는 데에서 불안함은 못느꼈다.

     

    그저 이토록 급하게 찾아온 이유가 궁금할 뿐이었다.

     

    블랙우드 영지의 문제만으로도 한동안 골머리를 썩이던 깁슨은 다른 가문의 사정 따윈 잘 알지 못했다.

     

    …그렇다하더라도 예상할 순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블랙우드와 같은 이유로 셀레브리엔도 이토록 과격하고 급하게 행동하는 것이리라.

     

    깁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딘에게 말했다.

     

    “손님들을 모셔오거라.”

     

    기딘도 고개를 끄덕인다.

     

     

    .

    .

    .

    .

     

     

     

    시간이 흐르자 깁슨은 저택으로 들어오는 엘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고결한 모습으로, 화려하게 스스로를 포장했던 평소의 셀레브리엔 엘프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조금은 급해보였고, 표정에 여유도 없다.

     

    급하게 말을 몰고 달려온 듯, 마차도 보이지 않았고 다양한 사용인도 없었다.

     

     

    대신 셀레브리엔의 가주, 아스칼 셀레브리엔이 말에 올라탄채 몇 명의 호위만 데리고 나타났을 뿐이었다.

     

    큰 키. 마른 몸. 젊고 잘생긴 얼굴.

     

    수백살은 먹은 아스칼이 깁슨보다 더 어려보이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엘프들을 데려온 기딘이 먼저 말에서 내리며, 아스칼을 깁슨 앞으로 데려왔다.

     

    아스칼이 제 이마를 가볍게 만지며 고개를 숙인다.

     

    “블랙우드 공.”

     

    깁슨도 예의를 차려 꼬리를 접곤, 눈을 두어번 깜빡이며 늑인족의 방식대로 인사를 받았다.

     

    “장로님, 여기에는 어쩐 일로…”

     

    “…”

     

    아스칼 셀레브리엔은 이를 악문다.

     

    깁슨으로서는 처음 보는 이 나이많은 엘프의 감정표현이었다.

     

    깁슨도 적게 살지 않았던만큼, 더더욱 놀라는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안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나?”

     

    아스칼이 부탁한다.

     

    깁슨은 오만한 분위기가 사라진 아스칼을 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이유도 분명 예상이 가고 있었다.

     

    그도 같은 입장에 놓여있었던만큼, 고개를 끄덕였다.

     

     

    ****

     

     

    둘만의 방에 들어서자, 아스칼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깁슨은 손님에게 마땅한 차를 한잔 내주며 묻는다.

     

    “어찌된 일이죠?”

     

    깁슨은 태어나면서부터 아스칼을 알아왔다.

     

    그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아스칼을 알아왔다고 한다.

     

    그런만큼, 지위와 무관하게 아스칼에게 느끼는 존중이 있었다.

     

    한 명의 현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현자가 이토록 진지한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니 깁슨도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깁슨. 우리의 영지가 마물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있어.”

     

    개인공간에서 아스칼은 보다 말을 편하게 했다.

     

    깁슨은 그게 불편하지 않았다. 어릴때부터 자신을 깁슨이라 불러줬던 아스칼이었기에, 외려 말을 높이는게 더 어색하고 불편했다.

     

    “아직은 견디고는 있지만…해결책이 필요해. 곧 있으면 한번에 모든게 무너져버릴거야. 세계수도 당연히…마물들의 공격을 받겠지.”

     

     

    세계수.

     

    그 단어에 깁슨도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들이 믿는 다섯 신만큼 신성한 게 세계수였다.

     

    그들은 세계수가 죽으면 세상도 멸망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해. 블랙우드 가문에서 병사를 좀 파견해 줄 수 없겠나? 이 은혜는, 수 백년이 흘러도 잊지 않을걸 약속하겠네.”

     

     

    평소와 같았다면 세계수를 같이 지켜야한다는 말을 건넸을 아스칼이다.

     

    하지만 깁슨은 그러한 말들을 삼킨 엘프 장로를 보며, 그가 단어에 굉장히 주의하고 있음을 알았다.

     

    자신의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더 간절해보이기도 했다.

     

     

    “…”

     

    모든게 깁슨의 예상대로 흐르고 있었음에도, 그는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엘프만큼 고결하고 명성 높은 종족도 없는만큼 깁슨도 아스칼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블랙우드도 여유가 없었다.

     

    마물들에게 짓밟혀 허덕이고 있던게 고작 몇 주 전이다.

     

    네르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대답 없는 깁슨을 보며 아스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군.”

     

    깁슨은 그에 따라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장로님, 저희도 정말로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물의 공세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힘겹습니다.”

     

    “마물의 공세?”

     

    최근들어 마물의 공세가 심해진만큼 정보의 교환이 보다 더뎌졌다.

     

    깁슨으로서는 아스칼이 블랙우드 영지에 내려앉았던 마물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을줄로만 알았는데, 모르니 설명을 이어갔다.

     

    “최근에 저희도 우두머리로 고생하던 중이었습니다. 오시면서 폐허가 된 숲을 보시지 못하셨는지요.”

     

    “보기는 봤다만…”

     

    “블랙우드도 멸문 직전의 위기까지 갔습니다. 운이 없었다면 아마…지금 저를 만나지 못하셨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힘든 일이 있었군.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하네.”

     

    “아닙니다. 다들 힘든 상황인걸요.”

     

     

    아스칼은 한참동안 침묵을 유지하다, 숨을 들이쉬며 묻는다.

     

    깁슨으로서도 그가 물어올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위험을 벗어났나?”

     

    “인족 용병단을 불렀죠.”

     

    “…아. 인족 용병단이라.”

     

    아스칼은 깁슨이 내뱉은 사실에 실망하며 또 숨을 내쉬었다.

     

    깁슨은 그 한숨의 이유를 물었다.

     

    “왜 그러시죠?”

     

    “…우리는 용병단을 부를 상황이 안되네. 여태 그 어떤 용병단도 의뢰를 수락하지 않았어.”

     

     

    깁슨은 블랙우드의 경우를 설명했다.

     

    “블랙우드도 용병단에게 제안할 수 있는게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

     

    “…끝내 자식을 하나 내어주어야 했지만요.”

     

    “….용병단이 사람을 보수로 받았다고?”

     

    “그렇습니다.”

     

     

    아스칼은 그 사실에 놀라면서도, 또 씁쓸히 입을 쓸었다.

     

    “…그거 참 안됐군. 아니, 영지를 살렸으니 다행이라 해야하나.”

     

    “…”

     

    “누굴 내어준거지?”

     

    “네르입니다. 막내딸이요.”

     

    “…네르라. 우리 아르윈을 좋아하던 아이던가?”

     

    “그랬을겁니다.”

     

     

    깁슨은 그런 사소한 사실을 기억하는 아스칼을 보며 신기함을 느꼈다.

     

    동시에 네르를 추억하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들에 아스칼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기만 했다.

     

    깁슨은 이번에도 그의 한숨의 이유를 물었다.

     

    “장로님?”

     

    “아, 미안하네. 자꾸만 한숨을 쉬게 되는군.”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얼마전 까지만 해도 그 입장이었기 때문에.”

     

    아스칼은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다른 그 어떤 종도 아닌 인족이라는게 마음에 걸리네. 우리도 희생을 치를 각오는 하고 있었다만 그 희생에 걸맞은 결과를 보게 될지는 모르겠어.”

     

    “용병단에 대해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실력에 대한 이야기라면…”

     

    깁슨은 잠시 고민하다, 큰 소리로 문을 향해 외쳤다.

     

    “기딘! 거기 있느냐!”

     

    돌아오는 대답.

     

    ‘있습니다.’

     

    “잠시 들어오거라!”

     

    동시에 문이 열리며 기딘이 들어선다.

     

    기딘은 아스칼에게 제 나름의 인사를 건넸다.

     

     

    “여기 있는 기딘이 용병단과 함께 전투를 나갔습니다. 실력에 대한 건 기딘에게 듣는 편이 정확하겠군요.”

     

    아스칼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딘을 보았다.

     

    “기딘, 그 용병단에 대해 말해주겠나.”

     

     

    기딘은 잠시 눈을 깜빡이며 무언가를 떠올리듯 멈춰있었다.

     

    이내 그는 힘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어떠한 용병단보다도 체계적이고 훈련이 잘 되어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이건 장로님도 용병단을 보자마자 알 수 있을겁니다.”

     

    “체계적인건 의미가 없네. 실력을 묻고 있어. 우리의 세계수를 지킬 수 있는지 묻고 있는 거야.”

     

    “…”

     

    기딘은 입을 다문다. 그는 잠시 제 아버지의 눈치를 보았다.

     

    깁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딘은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용병단의….부단장 이야깁니다.”

     

    “부단장?”

     

    “제 동생과 맺어진 사람이죠. 용병단의 우두머리 조를 이끄는 인간이기도 하고요.”

     

    말을 돌리는 기딘을 보며 아스칼은 입을 열 준비를 했다.

     

    그들을 믿어도 되는지, 아스칼은 그것 하나만이 궁금했다.

     

    물었던 말에만 빠르게 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말-”

     

    “-괴물입니다.”

     

    하지만 기딘이 먼저 속삭였다.

     

    중얼거리듯 말하는 기딘의 목소리에는 마치 귀신을 본 처녀 같은 잔잔한 떨림이 있었다.

     

     

    “그렇게 싸우는 사람은 난생 처음봤습니다. 어떻게 그런 움직임을 만들어내는지…”

     

    아스칼은 블랙우드 가문의 장남, 기딘을 바라보았다.

     

    종족 특성상 이런 칭찬이 갖는 의미를 아스칼도 알고 있었다.

     

    기딘도 이 늑인족의 사회에서는 칭송받는 장군이라 했다. 그런 그가 그 ‘인족’ 용병단의 부단장을 높이 사고 있었다.

     

     

    “…용인족의 최고전사, 게일님을 만난적은 없다만…이 부단장도 그에 준할 재능이 아닐까 합니다.”

     

    아스칼은 기이함을 느끼면서도 콧방귀를 뀌었다.

     

    “…게일에 견줄자는 없다네. 수백년의 삶을 산 내가 보증하네. 용사조차도 게일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았나. 그러니 게일의 이름은 함부로 입에 담지 말게.”

     

    “…그럴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그 부단장도 토벌 기록이 200마리에 근접한답니다.”

     

    “뭐?”

     

    “그리고 그 실력을 본 저로서는, 거짓말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요. 우두머리를 토벌해줄 용병단을 찾고 있다면 그 용병단을 추천 드리겠습니다.”

     

     

    기딘의 말에 오랜 침묵이 맴돈다.

     

    무엇을 고민하는지 아스칼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다시 연 엘프 장로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담겨있었다.

     

     

    “…선택지가 달리 없군. 이 용병단, 이름이 뭐지?”

     

    “홍염단입니다. 스탁핀에 거점을 잡고 있습니다.”

     

    아스칼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그의 급한 마음이 보이는 듯 했다.

     

    “깁슨, 고맙네. 기딘, 자네도.”

     

    깁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행운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

     

     

    2주의 시간이 지난다.

     

    나와 네르는 하루하루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일정한 벽은 있었다.

     

    평범한 부부처럼 살려면, 아직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할 듯 했다.

     

     

    그래도 우리 사이에는 편안한 분위기와, 가끔은 웃음도 흘렀다.

     

    나는 갈수록 네르의 매력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었다.

     

     

    그녀도 내 눈치는 이제 보지 않기 시작한 터라, 보다 스스럼 없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네르. 나 다녀왔어.”

     

     

    훈련을 끝내고 들어온 내게 뛰어와 네르가 말한다.

    “베르그! 걸레를 썼으면 물에 좀 넣어놓으라고 했잖아!”

     

     

    귀족 영애가 빨래에 대해 잔소리를 던지는 일상.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그 말이, 네르가 말하니 재밌어진다.

     

     

    “한 번 더 쓰려고 빼 놓은거야.”

     

    “이렇게 더러운데 어떻게 한 번을 더 쓴다는 얘기야. 진짜…”

     

    “일단 좀 반겨주면 안될까?”

     

    고된 훈련을 끝내고 온 입장이다. 나도 가볍게 불평을 해본다.

     

    “…”

     

    네르는 그제야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리곤 말했다.

     

    “….왔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등 뒤로 숨겼던 간식을 그녀에게 건넸다.

     

    네르의 귀가 쫑긋 서며 꼬리가 흔들린다.

     

    “어…? 베르그, 그거…”

     

    “벌꿀파이. 좋아한다며. 누가 만들어서 주길래.”

     

    작은 틀에 담긴 그녀의 간식.

     

    네르는 기대감이 서리는 눈빛으로 눈을 깜빡 거리다, 멈칫멈칫하며 내게 다가왔다.

     

     

    “…진짜 내꺼야? 너는?”

     

    “난 이런거 달아서 잘 안먹어.”

     

    “아…그래? 그래도 한 입 먹을래?”

     

    예의상 하는 말이라는게 표정에서부터 보인다. 내가 어떤 대답을 내뱉을지 몰라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만 봐도 안다.

     

     

    나는 다가오지 못하는 그녀에게 걸어갔다.

     

    근처에 있던 탁자에 간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니야. 네가 다 먹어.”

     

    그 대답에 그녀의 꼬리가 또 흔들린다.

     

    왜 늑인족이 착석할때는 꼬리를 깔고 앉는지 알 것도 같았다.

     

    저렇게 감정이 잘 보여서야 곤란하기만 할 거다. 지금의 나로서는 웃음만 나오니 상관없었지만.

     

     

    나는 주방에서 나무 포크를 하나 가져와 파이 옆에다 두었다.

     

    어느새 자리에 착석한 네르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고마워.”

     

    식기를 건네자 네르가 하는 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맞은 편에 앉아, 파이를 즐기는 네르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걸레일은 이걸로 봐줄게.”

     

    네르는 장난스럽게 아까의 말을 되짚었다. 나는 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네르도 자신의 농담이 통했다는 걸 깨닫고는, 웃으며 파이를 먹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서로가 있을때는 서로가 불편하진 않아 문제가 없다.

     

    문제가 생기는건 서로만의 시간이 생길 때다.

     

    그때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마 그건 네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들어 그녀는 나 몰래 한숨을 쉬는 빈도가 잦아졌다.

     

    집을 돌아다니다 한숨 쉬는 네르의 등을 본게 한두번이 아니었고, 요새는 잠들기 전에 서너번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어렴풋이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힘들 거다.

     

    사랑하지 않은 사람과 혼인한 건 둘째치고…스탁핀은 인족 중심의 마을이었다.

     

    그녀가 살던 지역과 너무도 다르다.

     

    귀족이라 생활수준도 다르다.

     

    또한, 그녀가 심심함을 달랠 일이 없다는 것도 깨닫고 있었다.

     

     

    나야 훈련도 있고, 간부들과의 회의도, 친구들도 다 이곳에 있으니 괜찮다지만, 네르는 하루 종일 하염없이 집에 앉아있기만 한다.

     

     

    내가 곁에 있어야지만 조금 웃는 정도다.

     

     

    그녀가 말하지 않은 고민이 얼마나 많을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불만들을 속으로 삭이고 있을거라는게 미안하면서도, 견뎌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하지만 앞으로 그녀가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모른다.

     

     

    활화산을 지켜보는 마음이었다.

     

    언젠가는 터져나올 그녀의 감정들이, 내가 손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터져났으면 좋겠다.

     

     

    아무런 갈등 없이 쭉 순탄히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언젠가는 짚고 넘어갸야할 문제가 다가올 거다.

     

    문화에 따라, 그녀가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고.

     

     

    “…맛있어?”

     

    “응.”

     

    하지만 최소한 오늘만큼은, 그녀와 미소를 지으며 보냈다.

     

     

    어쩌면 평탄한 결혼생활을 위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더더욱 가까워질 방법을, 서로를 소중히 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부부란 그런거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pinong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넵! 화이팅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아직은 갈등+빌드업 파트라 읽으실때 감질나실걸 압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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