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7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곧 기적이라면.

       

       문학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기적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셜록 홈즈도 슬슬 ‘그’ 에피소드가 연재될 차례가 되었네.”

       “그 에피소드라면… 아.”

       

       

       시온은 짐작가는 것이 있는 것인지 탄식을 내뱉었다.

       

       

       “제국이 시끄러워지겠군요.”

       “하프 앤 하프 사장님도 고생 좀 하겠어….”

       

       

       문학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리고, ‘셜록 홈즈’는 가장 강력한 문학 중 하나였다. 전생의 원작자를 존중하기 위해, 나는 이 세계에서 연재되는 ‘셜록 홈즈’에 약간의 장난을 치기로 결정한 바 있었다.

       

       

       “역시 ‘사실은 죽지 않았다’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는 쪽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서야 재미가 없잖아.”

       

       “…도련님의 생각은 가끔씩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나도 어떤 생각으로 이런 걸 쓴 건지 이해가 안 되긴 해.”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써놓고, 스스로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급완결을 해버리는 작가의 심리를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죽인 일로 여러모로 곤혹을 치른 바 있었다. 후에 ‘에드워드 7세’로 즉위한 영국의 왕세자까지 셜록 홈즈의 죽음에 반대한다는 협박을 보낼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오죽하면 코난 도일은 이런 말까지 했었다.

       

       

       [“내가 실제로 사람을 죽였어도 이렇게까지 욕 먹지는 않았을 거다.”]

       

       

       그만큼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죽인 일로 고생했었다.

       

       그러니 나 또한 그의 작품을 표절한 도둑으로서, 나름의 존중을 가지고 동일한 에피소드를 사람들에게 선물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잖아?”

       “혹시 도련님께서 말씀하시는 재미라는 게, 제국을 혼란으로 물들이는 것입니까?”

       

       “뭐, 그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한데….”

       “‥‥‥.”

       

       

       사람들이 문학에 과몰입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없다고는 못하겠다.

       

       물론 소설은 소설로 봐주기를 원하지만….

       

       저렇게 사람들이 문학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풍경은, 전생의 21세기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으니까.

       

       

       “사람들 문학에 빠져들어서 여러모로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좀 귀엽잖아.”

       “귀여움…입니까?”

       

       

       이 세계에서만 즐길 수 있는 ‘기적’이라면 역시 충분히 즐겨도 좋을 테다.

       

       문학에 인생을 바치다가 정말로 목숨까지 바쳐버려서 과로사한 입장에서는, 오히려 충분히 몰입해주지 않으면 억울하기까지 하다.

       

       나한테는 문학이 인생의 전부였다고.

       

       그러니까 너희들의 인생에도 문학이 전부였으면 좋겠다─라는, 조금은 유치한 심리였다.

       

       

       “시온 너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느껴. 심장으로. 사람들이 문학에 푹 빠져들면 그것대로 좋은 일 아니겠어?”

       “그건 그렇습니다. 도련님의 목표에도 한 발자국 나아가는 일이겠지요.”

       

       “그렇지?”

       

       

       그리고, 홈즈의 부활을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재미있는 이벤트도 준비해뒀다.

       

       정말로, 재미있을 것이다.

       

       .

       .

       .

       

       홈즈가 죽었다.

       

       제국의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어, 이렇게 끝이야? 아니지? 분명 다음 화가…. 지금까지 홈즈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끝나버린다고? 분명, 무언가 속임수가 있는 것이겠지! 우리가 홈즈에게 한두번 속았나?”

       

       

       미국의 정신과 의사 퀴블러-로스는 사람이 죽음을 수용하는 5단계로 구분한 바 있다.

       

       홈즈의 죽음을 수용하는 독자들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홈즈가… 죽었어…?”

       

       

       첫 번째 단계. 부정.

       

       

       “하하, 우리가 셜록 홈즈를 읽으며 한두번 속아보았나? 이번에도 이렇게 독자의 머리를 두드려놓고, 독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주겠지!”

       “그렇지? 홈즈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을 리가 없지! 하하!”

       

       

       두 번째 단계. 분노.

       

       

       “아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끝내버리는 것이 말이나 되나?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홈즈를 죽이다니! 빌어먹을, 이제 무슨 낙으로 일주일을 버티란 말인가?”

       

       

       세 번째 단계. 협상.

       

       

       “그, 그러고보니 헤로도토스 작가는 재단을 운영하지 않나! 독자들이 돈을 모아 성금을 후원하며 홈즈를 되살리라고 말한다면, 헤로도토스 작가도 홈즈를 되살리지 않겠나?”

       “그거 좋은 생각이구만! 그런데 돈은 어떻게 모으려고 그러나?”

       

       

       네 번째 단계. 우울.

       

       

       “앞으로 홈즈가 없는 일주일을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입맛이 안 도는군….”

       “홈즈가 없는 세상은 살 가치가 없다고…!”

       

       

       그리고 다섯 번째 단계인 수용으로 이어져야했지만─.

       

       죽는 건 독자가 아니라 홈즈였고.

       

       독자들은 이런 갑작스러운 죽음을 수용할 생각 따위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하프 앤 하프로 쳐들어가세!”

       “옳소! 하프 앤 하프로 쳐들어가 헤로도토스 작가를 붙잡으세! 그리고 지하에 가둬서 하루종일 글만 쓰게 만드는 거야!”

       

       

       그리하여 사람들은 ‘분노’ 단계만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분노를 끓어올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분노한 독자들이 폭도가 되어 헤로도토스를 습격하는 일은 없었다.

       

       이 모든 일을 예측한 헤로도토스가 ‘하프 앤 하프’의 경비를 강화하도록 이야기해두었기 때문이다.

       

       

       “자, 작가님! 이거 정말로 괜찮은 걸까요?”

       “조금만 힘내주세요. 대신 차기작도 무조건 하프 앤 하프랑 계약할 테니까요.”

       

       “…네! 설령 폭도들한테 납치당하더라도 ‘비밀’은 지키겠습니다!”

       “납치당하면 그냥 원고 미리 풀어버려도 괜찮아요….”

       

       .

       .

       .

       

       “동생아.”

       “어, 형.”

       

       “홈즈는 왜 죽였냐?”

       

       .

       .

       .

       

       “작가님?”

       “…예, 공녀님.”

       

       “홈즈는 왜 죽였어요?”

       

       .

       .

       .

       

       “아들아.”

       “네, 아버지.”

       

       “홈즈는 왜 죽였느냐?”

       

       .

       .

       .

       

       “작가님! 이번 오만과 편견도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네, 사장님.”

       

       “그런데 홈즈는 왜 죽이셨어요?”

       

       .

       .

       .

       

       “어머니도 홈즈는 왜 죽였냐고 물어보려고 오셨어요?”

       “아니. 상단에서 간식을 몇 개 받았는데 나눠주려고 왔단다.”

       

       “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홈즈는 왜 죽였니?”

       

       .

       .

       .

       

       나의 정체를 아는 모든 사람들한테 ‘홈즈는 왜 죽였니’를 당했다.

       

       과연, 이게 코난 도일의 기분이었던 건가.

       

       

       “이거 조금 재미있네….”

       “사람들이 홈즈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검은색 상장을 왼팔에 두르고 다닌다고 합니다.”

       

       “관 들고 장례식하는 사람은 없고?”

       “계획은 있는 것 같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돈을 모으더군요.”

       

       “본명으로 연재하지 않아서 다행이네.”

       

       

       정말로 다행이었다.

       

       코난 도일처럼 협박과 테러에 시달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뭐, 이것도 이제 내일이면 잠잠해지겠네.”

       

       

       그러니까,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의 저작권 상표권을 전부 가지고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심지어 그 사람은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의 스토리를 일부 ‘뜯어고칠’ 수도 있다.

       

       아무도 원래의 스토리를 모르고, 오직 그 사람만이 이야기의 원본을 알고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이런 ‘장난’을 시도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

       .

       .

       

       아서 테일러는 동이 트자마자 황급히 서점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하프 앤 하프’가 출간되는 요일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부 팔리기 전에 한 권을 구할 수가 있었다.

       

       그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며 ‘셜록 홈즈’가 있는지를 우선 확인했다.

       

       

       “에휴, 역시 ‘셜록 홈즈’는 없군. 오늘은 아르센 뤼팽만으로 만족해야겠어.”

       

       

       가장 즐겨 읽던 작품의 연재가 끝나버렸다.

       

       독자로서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다행히 ‘아르센 뤼팽’이라는 대체재가 있는 탓에 겨우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르센 뤼팽을 읽어내렸고─.

       

       

       “…오. 오오, 오오옷?! 하, 하하! 역시! 내 이럴줄 알았지!”

       

       

       곧, 실성이라도 한 사람처럼 웃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셜록 홈즈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을 리 없다니까!”

       

       

       죽은 줄 알았던 셜록 홈즈가,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서 갑자기 등장했기 때문이다.

       

       폭포에서 떨어지던 셜록 홈즈는 무언가 거대한 비둘기 같은 것이 자신을 붙잡는 것을 눈치챈다. 그것은, 새하얀 천과 대나무로 만든 삼각형의 날개를 옷처럼 입고 날아다니는 사람이었다.

       

       그가 스스로를 소개하기를.

       

       

       [“내가 왜 자네를 돕는지 궁금한가? 그거야 간단하지. 나는 뤼팽이기 때문일세.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이라 하였다.

       

       물론 새하얀 행글라이더는 전생의 탐정 만화를 표절한 것이었지만─, 역시나 이걸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하여 셜록 홈즈는 화려하게 부활했고.

       

       그 뒷장에는 이런 내용의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셜록 홈즈 X 아르센 뤼팽’ 2차 창작 공모전.]

       [두 사람이 존재하는 세계의 이야기를 써줄 작가님을 찾습니다.]

       

       

       호메로스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2차 창작 공모전을 잇는.

       

       헤로도토스의 ‘셜록 홈즈 X 아르센 뤼팽’ 2차 창작 공모전의 개막이었다.

       

       .

       .

       .

       

       “재미있는 짓을 하셨더라구요?”

       “하하….”

       

       “이렇게 화려한 방식으로 셜록 홈즈를 살려버리면… 셜록을 왜 죽였냐고 책망하던 제가 성급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치이, 나빴어. 정말.”

       “죄송합니다, 공녀님.”

       

       “이번 한번만 용서해줄게요.”

       “감사합니다.”

       

       

       이제는 이스 공녀를 만나도 이전처럼 긴장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까, 친해진 것 같다. 아마도.

       

       

       “교회에서 시복도 받고, 제자들도 키우고, 인생이 참 즐겁나봐요?”

       “예.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치사하지 않아요?”

       “예?”

       

       “아니이─, 첫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건 저잖아요? 그런데 정작 문학 아카데미에 초대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고. 이건 불공평하죠!”

       “…그으게, 이스 공녀님께서는 아무래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테니─.”

       

       “저 이제 시간 많은데.”

       “예?”

       

       “인수인계 끝났다고요. 이제 황족 업무는 다 이드리스가 할 거예요.”

       “‥‥‥.”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래서 홈즈는 왜 죽였니?”]

    사실 워낙 유명한 일화라서 설명한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라는 소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탓에, ‘마지막 사건’이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홈즈를 한번 죽인 전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셜록 홈즈 팬들의 악플과 협박에 시달려야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지나가던 사람한테 얻어맞을뻔하고, 창문에 돌이 날아오고, 우편함이 협박장으로 가득 차고, 사람을 죽였다며 소송을 당하고, 영국의 왕세자가 직접 눈치를 주고, 어머니한테 쿠사리를 먹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보통 정신력으로 견딜만한 일은 아니었던 터라, 무려 ‘7년’이나 버티던 코난 도일은 결국 항복하고 셜록 홈즈를 부활시킵니다. 그런 괴롭힘을 7년이나 버틴 게 오히려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다음화 보기


           


Surviving as a Plagiarist in Another World

Surviving as a Plagiarist in Another World

Surviving as a Plagiarizing Author in This World 이세계에서 표절 작가로 살아남기
Score 4.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literature of this other world was atrocious.

So, I plagiarized.

Don Quixote, Anna Karenina,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The Metamorphosis… I thought that unraveling the literature of the original world would advance the literature of this other world.

“Those who dream and those who do not, who really is the mad one?”

“To live or to die, that is the question.”

“No matter how fatal the mistake, it is different from a sin.”

But then, people began to immerse themselves too deeply in the novels I plagiarized.

Can’t a novel just be seen as a nove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