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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37화. 낡은 단검 ( 3 )

       

       

       

       

       

       ㅡ콰아아앙!!

       

       

       거대한 얼음기둥이 마차의 지붕을 부수며 치솟아올랐다. 하늘을 향해 자라나며 몸집을 불리는 투명한 얼음기둥들.

       

       갑작스러운 사태에 성기사들은 재빠르게 반응했다. 

       

       

       “습격, 습격이다!!”

       

       “모두 진형을 갖춰라!”

       

       “마차 쪽이다!”

       

       

       성기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진형을 만들었다. 얼음기둥이 치솟으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 시야를 가렸다. 

       

       허나 공기를 타고 피부를 쩌릿하게 찔러오는 악마의 기운은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으니.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악마의 존재를 깨달았다.

       

       

       “으음…! 이 사악한 기운… 적은 악마다! 모두 대 악마전을 준비해라!”

       

       

       피부가 아릿할 정도로 진한 악마의 기운. 성기사들은 연신 식은땀을 흘렸다.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건만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ㅡ사박 ㅡ사박

       

       

       흙먼지 속에서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내뿜는 기운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발소리가 자박자박 울렸다.

       

       

       “맙소사…”

       

       “여섯 신이여, 어찌하여…”

       

       “아,아아…!! 어째서!!”

       

       

       성기사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큰 충격을 받았는지 휘청거리는 이도 있었다. 

       

       흙먼지를 뚫고, 푸른 뿔이 자라난 케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빛 눈동자는 새까맣게 물들고, 양쪽 관자놀이에 거대한 뿔이 자라났다. 등 뒤로 뚜렷하게 보이는 사악한 기운이 줄기줄기 흘러나오는 케니스는, 그야말로 악마의 화신이였다.

       

       

       《버러지들이 모여 있구나.》

       

       

       케니스의 탈을 쓴 악마가 입을 열었다. 듣기좋은 미성이 가늘게 떨리며 흘러나왔다. 사람을 유혹하는 뱀처럼, 정신을 유혹하는 사악한 속삭임.

       

       

       “모두 정신 차려라! 신성력으로 귀를 보호해!”

       

       

       하지만 단장이 남기고 간 이들은 특별히 고른 선임급의 성기사들.

       

       악마라면 질리도록 싸워 본 이들이었다. 악마의 목소리가 정신을 뒤흔들자, 발 빠르게 대처했다.

       

       허나, 상대가 좋지 않았다.

       

       

       《흐, 버러지들이 귀여운 재주를 부리는구나.》

       

       

       대악마는 피식 웃더니, 한쪽 팔을 휘익ㅡ하고 휘저었다. 휘둘러진 손의 궤적을 따라 한 줄기의 어둠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들었다.

       

       

       “방패ㅡ들엇!”

       

       ㅡ콰앙!

       

       날아오던 어둠은 발 빠르게 들어 올린 방패에 막혔다. 허나 성기사들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방패가…”

       

       

       한 차례 공격을 막은 것으로 크게 손상된 방패. 신성력을 둘렀음에도 방패가 버티지 못했다.

       임시로 단장을 맡은 성기사가 술렁거리는 분위기를 바로잡았다.

       

       

       “모두 진정해라! 적은 하나다! 우리는 악마를 사냥한다! 여섯 신이 우리를 보우하시니!!”

       

       “”여섯 신의 이름으로!””

       

       ㅡ화아악

       

       

       임시 단장의 외침에 성기사들의 투지가 끓어올랐다. 사제의 신성력이 그들을 감싸며 사방에 퍼진 악마의 기운을 억눌렀다.

       

       가만히 서 있던 대악마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섯 신? 너희들이 믿는 신은 다섯이 아니었나?》

       

       

       곰곰이 생각하던 대악마는 이내, 픽 웃었다.

       

       

       《뭐가 그리 중요하겠나. 너희를 죽이고 그 영혼에 물어보면 될 것을.》

       

       

       ㅡ파앗

       

       

       대악마는 제자리에서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사라졌다! 어디지?!’

       

       

       임시 단장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여기다.》

       

       “으윽?!”

       

       

       성기사들 한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낸 대악마가 속삭였다. 임시단장의 옆구리를 후려차는 강력한 발차기. 

       

       

       ㅡ콰앙!

       

       “끄아악!”

       

       “어떻게…!”

       

       

       옆으로 날아간 임시 단장의 몸이 축 늘어졌다. 치명적인 일격으로 무력화된 모습.

       

       텅 빈 대악마의 뒤로 성기사들의 검이 달려들었다.

       

       

       “흐아앗!”

       

       

       검에 씌워진 신성력이 일렁거리며 그 매서움을 더했다. 대악마의 사각을 노린 일격이지만ㅡ

       

       

       ㅡ캉!

       

       

       어느새 땅에서 솟아난 얼음이 칼을 가로막았다. 쩌적ㅡ하고 칼이 얼어붙었다.

       

       

       《우습구나.》

       

       

       대악마는 조소를 띄며, 휙ㅡ하고 손짓 했다.

       

       

       “끄흡!”

       

       ㅡ퍼억!

       

       

       땅에서 솟아난 얼음송곳이 성기사의 몸통을 꿰뚫었다. 대악마는 장난치듯 성기사들의 진영 여기저기를 누비며 그들을 농락했다.

       

       

       “끄하악!”

       

       “큭!!”

       

       

       사제의 신성력이 일대를 뒤덮음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듯한 대악마. 이윽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제 모습을 드러냈다.

       

       성기사들의 눈동자가 거칠게 떨렸다.

       

       그동안 상대한 악마들과는 비교가 불가한 전력. 도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왔단 말인가?

       

       

       《으음… 이 검이 계속 걸리적 거리는구나.》

       

       

       맞는 칼집이 없어 천으로 날을 둘둘 감싸둔 신검. 대악마는 등에 메어 있던 신검이 걸리적거리는지, 검을 꺼내 들었다.

       

       

       치이익ㅡ

       

       

       《끄하아아악!!》

       

       

       신검을 잡자마자 대악마의 손이 벌겋게 타올랐다. 대악마는 끔찍한 고통을 지르며 신검을 멀리 내던졌다.

       

       

       《저런 끔찍한 신성력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저런…!》

       

       

       불에 집어넣은 듯, 손이 온통 화상의 물집으로 가득했다. 대악마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끔찍한 검이구나…》

       

       

       성기사들은 한차례 침을 삼켰다. 저 검을 사용한다면…

       

       희망이 깃든 눈빛을 읽은 대악마가 기분 나쁘게 웃었다.

       

       

       《희망이 보인다는 눈동자구나. 너희들이 그동안 상대해온 떨거지 같은 악마들과 이 몸이 같아 보이더냐?》

       

       《발버둥 쳐봐라. 아무리 저 검이라 해도, 닿지 않으면 그만이다!》

       

       

       성기사들은 애써 전의를 끌어올렸다. 그들의 앞에 있는 것이 터무니없는 괴물이라해도.

       

       그들은 악을 앞에 두고 물러설 수 없었으니.

       

       대악마는 그저 재밌다는 듯, 어쩌면 벌레를 관찰하는 표정이였다.

       

       

       “모두 공격해라!! 여섯 신을 위하여!!”

       

       “흐아아압!!”

       

       이윽고 성기사들이 대악마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죽음을 불사하고, 죽음을 향해 뛰어들었다.

       

       

       

       –

       

       

       

       ㅡ후읍! ㅡ후욱!

       

       

       프리가와 데이비드 단장을 미친 듯이 숲을 가로질렀다. 잔나뭇가지가 연신 얼굴을 긁고, 시야를 가렸지만.

       

       머릿속에는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시발, 시발, 시발! 케니스!’

       

       

       프리가는 더욱 땅을 박차며 속력을 가했다. 뒤에 따라오는 성기사들도 점차 숨이 차오를 무렵.

       

       

       – “끄하아악!”

       

       – “멈추지마라! 몰아 붙여!”

       

       

       저 너머에서 비명과 고함이 들렸다. 칼이 부딪치는 소리, 사람의 단말마.

       

       좋지 않은 신호였다.

       

       프리가는 도끼를 꺼내 들고 앞에 보이는 대로를 향해 뛰어올랐다.

       

       

       ㅡ타앗!

       

       “케니스!”

       

       

       가벼운 몸놀림으로 착지한 프리가. 빠르게 좌우를 훑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여기저기 솟아오른 얼음송곳, 땅을 적신 피, 쓰러져 있는 성기사들. 그리고 케니스가 마차위에 앉아 있었다.

       

       머리에 거대한 뿔을 매달고 있는 케니스.

       

       

       “너 이 새끼…”

       

       

       프리가의 도끼자루에서 뿌드득ㅡ하고 소리가 울렸다. 

       

       

       “너, 뭐 하는 새끼야?”

       

       

       대악마의 검은 동공이 세로로 쭉 갈라지며 프리가를 위아래로 훑었다.

       

       

       《… 너도 저 검이랑 비슷한, 기분 나쁜 도끼를 가지고 있구나.》

       

       “저 새끼가 뭐라는 거야! 야, 너! 케니스를 어떻게 한 거야!”

       

       

       대악마는 프리가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뱀처럼 갈라진 눈으로 도끼를 주시했다.

       

       

       《기분 나쁜 도끼구나… 주의해야겠어.》

       

       “저게 아까부터 자꾸 뭐라는 거야!”

       

       

       분을 참지 못한 프리가가 도끼를 잡고 뛰어오르려는 찰나, 단장이 프리가를 붙잡았다.

       

       

       “공녀님! 안 됩니다!”

       

       “뭐? 지금 뭔 소리야!”

       

       ” … 그냥 악마가 아닙니다.”

       

       

       단장의 눈이 묵직하게 주변을 훑었다. 남겨두고 간 성기사들은 악마라면 질리도록 잡아본 선임급 성기사들.

       

       일반적인 악마라면 그들이 이토록 무력하게 당할 리가 없다.

       

       

       “대악마… 문헌에서만 나오던 대악마가 분명합니다.”

       

       

       아주 먼 옛 고서에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대악마. 지옥을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지배한다는 지옥의 지배자. 

       

       악마들의 왕…

       

       

       ‘먼 과거에 기록으로만 있던 대악마가 어째서 다시…!’

       

       

       단장은 떨리는 손을 애써 다스렸다. 대악마는 단장의 말을 듣고 즐겁게 웃었다. 천진난만한 케니스의 얼굴로 웃는 대악마.

       

       

       《그동안 지옥에만 있느라 답답하긴 했지.》

       

       

       “저 새끼… 지금 케니스의 몸을 뺏은 거야?”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 빙의나 다른 방법을 사용한 것 같은데…”

       

       

       프리가와 단장, 성기사들은 무기를 꽉 쥐고 대악마를 노려보았다.

       

       케니스의 몸을 빼앗은 대악마와 숨 막히는 대치가 이어졌다. 그렇게 잠시간 팽팡한 공기가 이어지고, 그 줄을 끊으며 프리가가 달려들었다.

       

       

       “흐아앗!”

       

       

       흐릿한 잔상만을 남기며 매섭게 휘둘러진 도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일격이였지만ㅡ

       

       

       《하품이 나오려고 하는구나.》

       

       “이 새끼가!”

       

       

       순식간에 바닥의 그림자로 숨은 대악마가 프리가를 조롱했다. 분에 찬 프리가의 도끼가 다시 한번 휘둘러졌지만.

       

       

       ㅡ캉!

       

       

       날카롭게 솟아오른 얼음송곳이 도끼를 가로막았다. 두꺼운 얼음송곳이 도끼를 천천히 타고오르며 얼려 나갔다.

       

       

       “칫.”

       

       

       프리가는 짧게 혀를 차고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오랫동안 무기를 맞대고 있으면 얼음이 무기를 얼려 버린다. 평범한 무기라면 순식간에 얼 것이다.

       

       

       “거지 같은 놈이네. 단장, 아까 뭐 책에서 봤다며. 아는 거 있어?”

       

       “그림자와 얼음을 다루는 능력… 알 것 같습니다. 저 녀석은 ‘움브라’, 지옥의 세 번째 대악마입니다. ”

       

       《흐, 아직 그 이름을 알고 있다니.》

       

       

       대악마 움브라는 그림자에서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선물을 줘야겠군.》

       

       

        움브라가 아래에서 위로 손짓 했다.

       

       

       ㅡ콰앙!

       

       

       손짓에 따라 땅에서 거대한 얼음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땅을 뚫고 굵은 얼음기둥들이 계속해서 솟아올랐다.

       

       

       ㅡ콰아앙! ㅡ쾅!

       

       

       “뒤로 물러서라! 모두 뒤로 물러서!”

       

       

       단장은 재빨리 성기사들을 뒤로 물렸다. 끝을 모르고 솟구치는 얼음기둥들은 마치 성기사들을 쫓는 뱀처럼, 사방에서 솟아올랐다.

       

       

       “이,이건…”

       

       “… 조졌네.”

       

        

       프리가는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사방을 둘러싼 얼음기둥. 솟아난 얼음기둥이 감옥처럼 그들을 가둬버렸다. 굵은 몸통을 겹치며 거대한 벽을 만든 얼음기둥.

       

       

       ㅡ카앙!

       

       “아윽!”

       

       

       프리가의 도끼가 얼음기둥에 작은 생채기를 남기며 튕겨 나갔다. 도끼자루의 신비한 글자의 빛도 반응하지 않았다.

       

       단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꼼짝없이 갇혀 버린 상황. 이대로라면 대악마의 농간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

       

       

       “모두 검을 들어라! 저 얼음을 부수고 나가야 한다!”

       

       

       성기사들은 일제히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얼음기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ㅡ카앙!

       

       

       

       

       –

       

       

       

       

       쓰러진 마차에 기댄 움브라는 얼음기둥으로 만들어진 감옥을 바라봤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구나.》

       

       

       문뜩 까만 동공이 뱀처럼 쫙 갈라지며 한 방향을 주시했다.

       

       

       《음?》

       

       

       

       저 멀리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마차를 향해 오고 있었다. 움브라는 흙먼지를 보며 씨익 웃었다.

       

       

       《반가운 손님이 오는구나.》

       

       

       대악마는 뱀처럼 간드러지게 웃으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못 올린 이유 : 퇴고하다가 회식잡혀감…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plasma’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선역으로 나쁜놈들 잡고다니는 소설!!!! 끼에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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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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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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