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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0

       [뭐임? 오늘 공포게임 함?]

       [하나만 계속 하다보니 질렸나ㅋㅋㅋㅋㅋ]

        

       “……예, 우리 셋이 상의해본 결과, 한 게임만 계속하는 것도…… 조금 질리지 않나 하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전에 하던 것을 계속 이어 보고 싶으시다면—”

        

       [오히려 좋아]

       [어디서 밑장을 빼려고]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클레어의 아이디어입니다.”

        

       [잘 하셨습니다 황녀님]

       [훌륭한 생각입니다]

        

       “헤헤.”

        

       “…….”

        

       놀라울 정도로 내 편이 하나도 없군.

        

       물론 나도 왜 그러는지는 알 것 같다. 나도 내가 보던 방송의 스트리머가 공포게임을 하는 영상을 올리면 꼬박꼬박 챙겨봤으니까.

        

       생방송은 거의 보지 않는 나였지만, 그런 좋은 컨텐츠를 유튜브에 올리지 않는 스트리머는 없다. 공포게임 싫어하면서도 시청자들 성화 때문에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기껏 고생해서 공포게임을 클리어했으니 영상이라도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로도 조회수가 꽤 달달하게 들어오는 편이고.

        

       이런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가 잘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트리머의 반응도 반응이지만, 공포게임의 스토리나 설정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공포게임 특유의 진입장벽 때문에 선뜻 플레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그런 공포 게임을 남이 대신 플레이해주고, 심지어 영상에서는 깜짝 놀랄 포인트를 미리 알려주기까지 한다면 보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정작 공포게임은 팔리지 않으면서 공포게임 영상에는 조회수가 잘 나오는 이유였다.

        

       나도 기왕 플레이하는 김에 조금이라도 편집해서 올려볼까.

        

       생각해보니 풀 버전은 적당히 자르고 이어 붙여서 올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뭐, 일단 생각만 해 두자. 단순한 일이라도 처음 하는 거라면 생각보다 훨씬 귀찮고 배울 게 많은 법이니까.

        

       “굳이 미리 가르쳐주지는 않겠다는 클레어 덕분에, 저는 클레어가 설치해둔 게임이 뭔지 모릅니다.”

        

       ‘생각보다 안 팔린다’라는 것은 공포 영화나 공포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가끔 대박이 터지는 작품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보통 소수고.

        

       그렇기에 양쪽 다, 메이저 제작사에서 돈을 수백억씩 들여 만든 작품의 수는 생각보다 적다.

        

       그리고 돈을 적게 들인 작품은 보통 발매가 쉬운 PC판이 먼저 나온다.

        

       클레어가 준비한 작품도 그런 작품이다.

        

       “인기 있는 작품으로 골라서 설치해놨으니 기대해도 좋아!”

        

       클레어의 그런 기대감 넘치는 목소리에, 옆에 있던 앨리스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좋습니다. 그럼……”

        

       “아, 잠깐!”

        

       클레어는 그렇게 외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리고—

        

       착.

        

       방 안의 불이 꺼졌다.

        

       그래도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기 때문에 캠에 비친 우리 얼굴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다만 노이즈가 심해지고 프레임이 떨어졌을 뿐.

        

       “…….”

        

       그러니까, 어떻게든 내가 무서운 환경을 만들겠다는 소리다.

        

       뭐, 좋아.

        

       기왕 이렇게 된 거 이를 악물고 참아주마.

        

       나는 클레어가 미리 준비해둔 게임 플랫폼 프로그램을 틀었다.

        

       메인 화면에 배경 음악은 없었다.

        

       [오]

       [이거 그거네 유행하는 거]

        

       “무슨 게임인지 알고들 계십니까?”

        

       [읍읍]

       [븡븡븡]

       [밴유도금지]

        

       “…….”

        

       뭐 시작부터 스포일러라고.

        

       좋다. 어차피 공포게임이 거기서 거기지. 나도 종종 했었고. 물론 너무 오랜만에 하는 거라서 놀라기야 많이 놀라겠지만, 일단 참는 데까지 참아보자고.

        

       배경 음악 없는 메인 화면에는 다 쓰러져가는 병원의 입구가 보였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굳이 저기 들어가겠다고 생각한 주인공도 정상은 아니다.

        

       게다가 하늘에서 번개가 칠 때마다 건물 안쪽이 조금씩 비치고 있었는데, 병원 제일 꼭대기의 한구석에 확실하게 누군가 서 있었다.

        

       “……시작 안 해?”

        

       옆에 있던 앨리스가 물었다.

        

       [쫄?]

        

       방송을 보던 누군가가 나의 역린을 건드렸다.

        

       “……하겠습니다.”

        

       저런 소리를 듣고 피할 수는 없지.

        

       나는 망설임 없이 게임을 시작했다.

        

       *

        

       그리고 약 30분 뒤.

        

       “……클레어.”

        

       “응?”

        

       “이 게임에는 공격 수단이 없습니까?”

        

       “응. 없는데? 공포게임이잖아?”

        

       아니.

        

       공포 게임이라도 공격 수단 정도는 있는 게임들 많거든? 유명한 좀비 게임 시리즈라던가, 형언할 수 없는 외계 장치 때문에 인류가 외계인처럼 바뀌는 배경의 게임이라던가, 아무튼 많거든? 무기 있어도 무서울 수 있거든?

        

       그런데 이 게임은 플레이 시작한 지 30분째 무기 하나 주지 않고 있었다.

        

       들고 있는 거라고는 전지 제한이 있는 손전등 하나뿐.

        

       아니, 손전등 전지는 또 왜 이렇게 빨리 떨어지는데? AA 건전지 두 개 들어가는 손전등도 몇 시간은 가는 법인데, 이 게임은 10분이 채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손에 반격 수단을 들고 있으면 뭐가 무서운데?”

        

       “…….”

        

       옆에 있던 앨리스가 물어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

        

       내가 지금까지 플레이하던 공포게임은 보통 주인공이 무기를 들고 있는 공포 게임이었다.

        

        탄환 수는 제한적이고 가끔은 싸우지 않고 도망 다니는 것이 좋은 게임이라도, 일단 손에 뭔가 쏘고 찌를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굉장한 안도감을 준다. 게다가 그런 게임들은 보통 뒤로 가면 공격 수단이 늘어나거나, 무기 자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 후반에는 액션성이 공포감보다 더 강해지는 법이다.

        

       그런데 이런 게임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이 게임은 달리는데 정력 제한까지 있었다!

        

       “언니도 총은 쏴봤잖아. 총 같은 거 들고 무서운 적 있어?”

        

       “…….”

        

       [아 군필여고생이었냐고ㅋㅋㅋㅋㅋㅋ]

        

       도네가 나를 놀렸다.

        

       [어릴때 담력훈련 안해봄?]

        

       또 다른 도네가 나를 놀렸다.

        

       아니, 그래도 보통 담력 훈련을 폐쇄된 정신병원으로 가지는 않지.

        

       [쫄?]

        

       “…….”

        

       나는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꽉 쥔 채, 왼손으로 W 키를 꾹 눌렀다.

        

       *

        

       “으꺅!?”

        

       그래,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런 게임에 깜짝 놀라는 장면이 없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겠지.

        

       스토리는 극도로 단순했다.

        

       스트리머인 주인공이 조회수 좀 벌어보자고 정신병원에 들어갔다가 내부가 마구 바뀌는 바람에 그대로 갇혀버린다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스토리.

        

       쓸데없이 미로처럼 꼬여있는 병원을 열심히 뒤져서 열쇠로 잠긴 문을 따고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미로 안에는 돌아다니는 괴물들이 있었다.

        

       괴물들이 ‘직접’ 튀어나와서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인위적인 장면은 없다.

        

       다만 플레이어의 소리를 듣고, 혹은 무작위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내 시야에 들어오게 되는데, 그게 트리거로 만들어진 이벤트는 아니더라도 사람을 식겁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이를 악문 채 W 키를 꾹 눌렀다.

        

       “버튼을 세게 누른다고 캐릭터가 빨라지는 건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앨리스는 내 팔을 꽉 쥔 채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아니, 공포 영화는 안 무섭다면서?

        

       참고로 게임을 고른 클레어도 조용히 화면만 보고 있었다.

        

       뒤쪽에서는 신음과 숨소리가 섞인 더럽게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하필이면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어서 그 소리가 ‘내 뒤’에서 나는 것처럼 선명했다.

        

       생긴 것도 더러워서, 눈이 위아래로 억지로 열린 채 스테이플러로 박혀있고, 얼굴은 비쩍 말라서 거의 해골이나 다름없었고, 구속복을 입고 있었다.

        

       그냥 그렇게만 생겼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고간이 좀 기분 나쁘게 부풀어 있었다. 누가 봐도 주인공을 보고 잔뜩 흥분…… 그러니까 그렇고 그런 쪽으로 흥분했다는 게 고스란히 보였다.

        

       주인공은 남자인데 말이다.

        

       쿵!

        

       하지만 다행히 게임 안에는 플레이어가 숨을 수 있는 사물함이 있어서, 거기 숨으면 괴물들은 다시 몸을 돌려서 갈 길 간다.

        

       “후우…….”

        

       진짜 식겁했네.

        

       대항할 수단도 없는데 뒤에서 뭔가가 따라온다는 것은 매우 기분 나쁜 일이었다.

        

       게다가 괴물을 직접 관찰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보니 흘끗 보인 것만으로 생김새를 판단하게 되는데, 덕분에 그 얼핏 보인 모습이 이상하게 선명하게 기억되었다. 순간적으로 사진이라도 찍힌 것마냥.

        

       “……클레어.”

        

       “응?”

        

       “하다못해 불이라도 켜면 안 되겠습니까?”

        

       사물함 안에 숨은 채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클레어는 잠깐 고민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면—”

        

       띠링.

        

       [방종때까지 불 끄고 게임하기 – 20,000원]

        

       “…….”

        

       자리에서 일어나던 클레어는 다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아니.

        

       “……그럼, 한차례 도망 다녔으니 이번에는 차례를 바꾸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띠링.

        

       [방종때까지 실비아 황녀님이 플레이하기 – 30,000원]

        

       “…….”

        

       나는 손을 들어서 눈두덩을 꾹꾹 눌렀다.

        

       “여러분, 혹시 제가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협상을 해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쫄?]

       [엌ㅋㅋㅋㅋ 지금까지는 게임 거의 혼자 했으면서 ㅋㅋㅋㅋㅋㅋ]

        

       ……그래, 거의 내가 플레이하긴 했지.

        

       그런데 그건 방송 포맷이 그렇게 잡혀버렸을 뿐이다! 나도 딱히 혼자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다고! 처음 시작할 때 이 둘은 한글도 못 읽었는데!

        

       그런데 그걸 변명이라고 해봐야 믿지도 않겠지. 주민등록증이 있는 애들이니까.

        

       “여러분, 그러지 마시고—”

        

       띠링.

        

       방종 때까지 내가 플레이하는 조건의 미션에 2만 원이 추가되었다.

        

       “여러분, 그러지 마시고 모두 진정—”

        

       쾅!

        

       “으꺅!?”

        

       내가 시청자들과 대화하는 사이에 갑자기 내 귀를 울리는 소음에 게임 화면을 돌아보니, 근육질이지만 피부가 하나도 남지 않은 남자가 사물함을 열고 나를 꺼내고 있었다.

        

       “이 게임 설마 제한 시간이 있었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아니, 좀.”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이에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게임 화면이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화면은 천천히 흐려지다가—

        

       “…….”

        

       제일 첫 번째 화면, 그러니까 약 1시간 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 게임, 세이브가?”

        

       [수동임]

        

       “…….”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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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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