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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0

     

    전 에이레스 특수 작전부대 소속, 고든 알렉산더.

     

     

    그는 죄 많은 삶을 살았다.

     

     

    처음에는 국가를 위해, 대의를 위해 기꺼이 손을 더럽힐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은퇴를 한 지금에 와서까지 용병업에 뛰어든 것은, 결코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옳은 일을 행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얌전히 봉사활동이나 구호활동을 하면 되었을 터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전장에 남고자 했던 것은 그저,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누군가를 해하는 것에 중독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 때를 잊지 못하고, 명예로운 숲지기에서 한낱 살인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 스스로의 의지로.

     

    그러니 자신은, 만약 지옥이 있다면 반드시 그곳에 떨어지고 말리라.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하는 감각에 따라, 그의 의식 역시 천천히 되돌아오고 있었다.

    어느정도 감각을 떠올린 그는, 이내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해냈다.

     

    ‘아아, 나는 죽은 건가.’

     

    죽음의 순간, 자신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후회는 없었다.

    이 비루한 삶이 이제 끝난다니, 한켠으로는 후련한 마음까지 든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아늑함, 그리고 알 수 없는 상쾌함이 느껴지는 몸은 정말로 이상했다.

     

    신체의 전성기가 진작에 지난 그는, 젊었을 적 행한 고된 훈련과 혹사시킨 신체로 망가질대로 망가져있던 신체의 능력은 근육은 붙어있을지 언정 속은 곪을대로 곪아있는 산 송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꿈을 꾸는 듯이 상쾌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옥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감각이 아닌가.

     

    분명히 지옥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 때였다.

     

    “흐음, 뭔가 이상하군. 내 기도가 잘못됐나? 신체는 분명히 전부 회복되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종종 꾸던 악몽에서 본 그런 끔찍한 목소리가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마치 꿈결과도 같은, 정말 감미로운 여인의 목소리였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그는 천천히 자신의 눈꺼풀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에 처음 들어온 것은, 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눈에 바로 보이는 것은 고양이 귀와, 백금발의 머리칼을 지닌 여인의 뒷모습.

    알 수 없는 여인의 실루엣에 당황한 그는 신음처럼 말을 내뱉었다.

     

    “……여기는…….”

     

    자신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그녀는 읽던 책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 이제 정신이 들었나보군. 다행이구나.”

     

    그녀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환한 미소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는 마치 빠져들 듯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마치 순금과 에메랄드를 각각 박아 놓은 듯한 그녀의 눈동자에 말이다.

     

    그녀의 외모가 지닌 몽환적인 분위기 탓에, 이 장소가 비현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그는 어느새부터 요 근래에서 들려오던 이야기를 떠올린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리엔느 숲에서 있었던 ‘실종자 귀환사건’.

    그 사건의 당사자들이 한 입을 모아 설명하는 인물인 ‘천사’.

     

    ‘그녀는 백금발의 머리칼과 황금빛 날개를 지닌, 눈부신 빛을 내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가 죽어 있던 자신을 깨우자, 마치 오랜 잠을 자다 일어난 것 처럼 상쾌하게 일어났다.’

     

    고든은 이전까지 그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했지만, 직접 겪은 바와 눈앞의 여인을 보고서 확신했다.

    그녀는 틀림없는 신의 사자였다.

     

    그녀가 바로, 그들이 찾던 ‘천사’이리라.

     

    “네가, 그 천사인가……. 나는, 지옥에 갈 줄 알았는데…….”

    “뭐, 뭐라고!?”

    -빡!

     

    그의 말을 들은 여인은, 곧장 주먹을 그의 얼굴에 꽂아 기절시켰다.

     

    ——-

     

    “처, 천사라니!”

     

    그렇게 빠르게 그를 기절시킨 루크는 혼자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조금 우아하게 슬립을 사용 할 여력은 없었다.

    아무래도 신성력을 사용하고 나면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하게 가려진 것 같다 보니, 연산에서 실수를 할 확률이 높았으니까.

     

    루크는 깨어난 노인이 가장 처음 내뱉은 말이 ‘천사’라는 사실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자신을 보더니 다짜고짜 천사라니, 그런 말이 어째서 가장 먼저 나오느냐는 말이다.

     

    ‘설마, 헤일로가 아직 남아있었나? 아니면, 날개가?’

     

    황급히 거울로 머리 위를 살피고, 등 뒤를 만지작거려 본 루크는 이내 아무것도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에 겨우 안심하고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그런 바보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확인을 해서 없었으니, 참 다행인 일이다.

     

    “휴우…….”

     

    루크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당장 헤일로와 날개만 드러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다.

    천사라는 건 원래 알다시피, 실존하지 않고 몇몇 전승으로나 전해지는 완전한 창작물이다.

    실제로 인간형 몸에 날개가 달린 종족은 하피를 비롯한 몬스터에 불과하다.

    그것도 등에 날개가 돋은 종족은 없다.

    폴리모프로 몸에 날개를 돋아낸 것이라면 모를까.

     

    실제로 가끔 천사라고 자칭하는 것들도 죄다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원래 폴리모프를 비롯한 마법에 익숙하고, 드래곤은 인간과는 달리 태어나서부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에 서클의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가끔은 사람들을 속이는 것도 즐겼으니 말이다.

     

    따지자면 여신의 명을 받아 중간계를 조율하는 종족이니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천사’의 이미지와 크게 다를 것도 없기는 하지만, 아무튼 여신과 관련이 있는 사안이다보니 루크는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날개랑 헤일로가 없으면 왜 날 천사라고 착각한거지?’

     

    이내 루크는 찌푸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설마 나의 외모만 보고 너무 예뻐서 건넨 ‘작업멘트’였다고 하면, 아무래도 상당히 화가 날 것 같은 느낌인데.”

     

    안 그래도 요즘 그게 스트레스인데, 이렇게 늙은 남성에게까지 구애받는 생활은 사절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따지자면 여신의 사자라고하는 ‘천사’가 아니라 여신 그 자체다.

    그러니 당연히 천사 또한 아니었다.

     

    “하아…….”

     

    루크는 그렇게 기절한 그의 얼굴에 다시 한번 힐을 사용하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 힘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정답인 것 같구나.”

     

    이건 최대한 꺼려야 할 종류의 것이지, 연습을 해서 더 나아지는 종류의 힘이 아니었다.

    어째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문제가 커지기만 하는 것 같으니 원.

     

    —–

     

    그렇게 일어나서 천사라느니, 천국이라느니 횡설수설을 하던 고든은 예르나가 되돌려보내기로 했고, 루크는 그동안 다른 방에 숨어있기로 했다.

     

    “하아, 정말 싫군…….”

     

    아무래도 이 힘을 사용할 때마다 이성이 마비되고 감성이 올라오는 것이, 여간 귀찮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법도 제대로 써지지 않고, 머리도 전처럼 잘 돌아가지 않으니, 답답함이 더욱 심화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쓸데없이 몸이나 커져서 옷도 죄다 갈아입어야 하고 말이다.

     

    “그런 몸이라 고생한다, 야.”

     

    그런 루크를 다독여주는 것은 다이튼이었다.

     

    “위로해줘서 고맙다, 다이튼.”

     

    루크는 다이튼이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에 왠지 안심이 되어 씨익 웃었다.

    자신이 과연 뭐 때문에 이러는지 머리로는 전혀 알 수 없었기에 해결책 또한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었다만, 그의 다독임은 분명 감정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다.

     

    ‘다른 남자 앞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다니…….’

     

    다이튼은 그런 이유로 힘들어하는 루크는 또 처음 봤다.

    그것은 뭐가 어떻든 항상 마이페이스에 지적이고 냉철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루크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민이었다.

     

    뭐어, 사춘기 시기의 여자아이들이 흔히들 겪는 고민이기는 하다만, 루크의 경우엔 또 그게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루크는 몸이 자라면 오히려 그 나이대 소녀 같은 감성을 지니게 되는 모양이다.

     

    하긴, 루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 것이다.

    원래 사람이란 것이, 정신도 몸을 따라가는 법이다.

     

    그 예시로, 예전에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이 약했던 자신과, 실전과 고강도의 훈련으로 다져진 지금의 자신은 그 자신감과 정신부터가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 루크는 어떻겠는가.

     

    키메라라서, 자신의 의지가 아니어도 용으로 변했다가, (사진으로만 봤지만)고양이였다가, 갑자기 확 자랐다가, 아주 정신이 없다.

     

    루크는 다른 사람과 너무나 다른 자신의 그 이상한 몸이 얼마나 싫을까?

    자신의 의지는 하나도 없이, 고통스러운 실험으로 얻게 된 몸이라면 더더욱.

    아마 자신으로서는 절대 공감할 수 없겠지.

     

    “그런데, 왜 아까부터 내게서 시선을 피하는 거지, 다이튼? 아니면 거기 벽에 뭐가 있나?”

    “으음, 그건……. 암것도 아냐.”

    다이튼은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여러모로 너무 커졌지 않은가.

     

    ‘제길, 키메라는 진짜 왜 이렇게 빨리 자라는 거야.’

     

    루크는 10살이다.

    게다가 반년도 안 되었다고는 해도 일단 내 딸이고.

    심지어 자신에겐 예르나까지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절대, 이상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아니면, 내가 혹시 뭔가 잘못 하기라도 한 게냐? 아니면 내가 이렇게 되니,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서? 혹시, 내가 아직도 그 때 그대를 내쫓은 걸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건가?”

    “그, 그럴리가 없잖아!”

    “그럼 왜 자꾸 내게서 시선을 피하느냔 말이다. 이제는 몸까지 돌리고…….”

     

    루크가 안기듯이 들러붙어오는 것에 당황한 다이튼은 점점 더 루크를 힘주어 밀어냈다.

    아무리 딸이라고는 해도 피가 이어지지 않은데다 함께 살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는 어린애라고 생각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이렇게 커버리면 정말 다른 여성처럼 보이지 않은가?

    심지어 저렇게 큰 몸으로 자꾸 이렇게 들이대면, 다이튼도 그걸 어떻게 하기가 어렵다.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런대?’

    몸이 자라서 정신적으로 몰리는 바람에 애정결핍이라도 생긴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자세히는 몰라도 예르나에게 못 할 짓이라는 죄책감이 느껴질 것만 같다.

     

    “그만해, 왜 이러는 거야!”

    “으으, 날 싫어하지 말거라, 내가 잘 할 테니까……. 혹시 내가 아빠라고 불러주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냐? 지금부터라도 아빠라고 불러줄까……?”

    “아, 아빠라고 불러주는 건 기쁘지만, 역시 그 몸으로 그러면 뭔가 기분이 이상해! 하지 마!”

     

    계속 달라붙어오는 루크를 저지하기 위해 다이튼은 루크의 두 팔을 잡아 더 이상 몸을 밀착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도 루크는 그 특유의 힘으로 가볍게 밀고 들어오려고 해서, 아무리 다이튼이라도 팔목에 핏줄이 올라올 정도로 정말 진심을 다해 밀어내야만 했다.

     

    “으그극…….”

     

    그 순간이었다.

    “대충 데려다주고 왔어, 다이튼. 그럼 이제……. 잠깐, 두 사람 지금 뭐해?”

     

    그렇게 예르나가 본 것은, 다이튼이 울먹이는 루크의 양 손을 붙잡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

    이내 예르나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너, 설마 딸에게 손을 대? 그런 짐승같은 남자였어?”

    “어, 예르나? 잠깐만. 이거 오해야.”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예르나의 행동은 다이튼의 변명보다 빨랐다.

     

    -뻑-!

                 

    ‘이것 봐, 예르나도 손부터 나간다니까!’

      

    그건 아마도 신혼 이후 첫 부부싸움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이튼이나 예르나나, 일단 행동력 하나는 천생연분이네요.


    현재 ‘다시, 천사’편 이전의 이야기가 완전히 수정되었습니다!
    이는 고든이라는 캐릭터의 개편이라고 봐야겠군요!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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