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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0

        

         

       그렇게 그들은 장비를 잘 점검한 뒤 빌딩에 돌입했다.

         

       “우리에게는 CCTV를 피할 수 있는 장비가 있습니다. 그러니 정문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그들은 마법사가 말한, 너무나도 타당한 의견에 따라 정문으로 향했다. 그들이 정문으로 향하자 바닥에 잘린 쇠사슬이 놓여 있었고, 망가진 것인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며 이상한 숫자를 내보내고 있는 도어락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에는 유리문의 잠금장치로 보이는 것이 약간 찌그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으로 갔나 보군.”

         

       딱 봐도 앞선 셋이 이곳으로 지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무력화되어있는 상태이니, 이곳으로 가는 게 편하겠지.”

         

       그들은 내심 잘됐다는 생각을 품었다.

         

       셋이 어느 쪽으로 가다가 함정에 빠졌는지 알기 위해서는 안에 들어가서 그들의 흔적을 찾아야 했을 텐데, 그 수고를 처음부터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들이 입장한 경로를 따라서 그들의 족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어떤 함정에 빠졌는지, 어디에 갇히게 되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자, 여기서부터는 장비로 대화하도록 하지. ]

         

       그들은 마스크 형태의 통신장비를 착용했다.

       겉으로는 새 부리 형태의 마스크로 보이는 그 장비는, 입가에 딱 달라붙어서 작은 소리는 밖으로 새어나지 않게 해주었으며, 무전기처럼 주파수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이 한 말을 전달해줄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물론 장난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통신 거리가 짧기는 했지만, 군사용이 아니라 민간에서 만든 물건이기에 그 점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빌딩의 안으로 들어갔다.

         

       [ 탐색하겠습니다. ]

         

       마법사는 장비를 꺼내 눈에 착용했다.

       보안경처럼 생긴 장비는 마력을 불어넣자 미약한 불빛을 증폭해서 빌딩 안이 더 잘 보이게 만들었다.

         

       [ 흠. 발자국 셋…. 여기있군. ]

         

       마법사는 밝혀진 시야 속에서 먼저 이동한 셋의 흔적을 발견했다.

       셋의 발자국은 꽤 간격이 있었는데, 딱 봐도 거침없이 움직였음을 알 수 있었다.

         

       [ 발자국 간격이 넓어. ]

         

       [ 하, 역시. ]

         

       [ 조심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군그래. ]

         

       그들은 부주의하게 행동한 셋을 탓하면서 흔적을 따라서 천천히 움직였다.

         

       [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계단을 이용했군요. ]

         

       [ 계단? 뭐 나쁘지는 않은데….]

         

       [ 어차피 이 빌딩에 사는 건 주술사 한 명이고, 그 주술사도 지금 부재중이라면서? 그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도 되지 않나? ]

         

       [ 혹시 모르니까 그런 거겠지. ]

         

       [ 아니 그러면 엘리베이터 통로를 이용하면 됐을 텐데…?]

         

       [ 발자국 보면 몰라? 딱 봐도 별생각 없이 간 거잖아. ]

         

       그들은 무인 셋이 계단으로 이동했음을 확인하고 그들은 무리를 나누었다.

       반씩 나눠서 한 무리는 계단으로, 한 무리는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려 한 것이다.

         

       [ 일단 부재중이라고 하니까, 엘리베이터 통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

         

       이렇게 판단한 데에는, 앞선 메일의 영향이 있었다.

       이 빌딩 주인인 박진성이 부재중이라는 내용이 있었으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내부에는 당연히 CCTV가 있겠지만, 무적의 장비가 있지 않은가.

       CCTV에 찍히지 않게 해주는, 가문에서 그들을 위해 마련해준 장비가 말이다!

         

       그렇기에 나중에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CCTV를 본다고 한들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며, 운이 좋다면 그냥 엘리베이터 오작동이라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으리라.

         

       [ 이봐, 엘리베이터 팀. 알지? 층마다 수색해야 하는 거? ]

         

       계단으로 향하는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생색을 냈다.

       셋의 흔적이 계단으로 이어져 있으니 그들이 계단에서 행방불명되었을 확률이 높으며, 그것은 곧 계단은 함정이 있을 수도 있는 위험지대라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위험지대로 향하는 만큼 엘리베이터 팀은 위험부담을 짊어지지 않는 만큼 힘을 내서 수색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그래, 조심해서 갔다 오라고. ]

         

       엘리베이터 팀은 한껏 생색을 내는 그들을 배웅해주었다.

       그들의 말투에 왠지 모르는 귀찮음과 짜증이 묻어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착각일까?

         

       [ 좋아, 다녀온다. 금방 구출해서 올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

         

       그렇게 둘은 둘로 나뉘어서 수색하기 시작했다.

         

         

         

         

        * * *

         

         

       엘리베이터의 안은 아늑했다.

       을씨년스러운 빌딩의 안쪽 모습과는 다르게, 고급스러운 자재들을 사용해서 꾸미기라도 한 것인지 엘리베이터의 안은 꽤 화려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볼 수 있는 벽면에는 검은색으로 기하학적인 무늬가 있었는데, 그 형태는 패턴이라기에는 불규칙한 것이 어느 무명 화가가 그린 예술작품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양옆에는 거울이 달려 있었는데, 얼마나 반질반질하게 닦은 것인지 먼지 한 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위쪽에는 은은한 조명이 있었는데, 연노랑의 빛이 새어 나오면서 사람의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게다가 위쪽에 에어컨이 있는 것인지 그들이 타자마자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바람이 흘러나왔다.

         

       덜컹.

         

       시간이 흐르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는데, 그렇게 닫힌 문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뒤쪽 벽에 그려진 그림이 하얀 바탕에 검은 선으로 그려진 그림이라면, 문에 그려진 그림은 반대로 검은 바탕에 하얀 선으로 그려져 있는 그림이었다. 문 역시도 기하학적인 무늬가 잔뜩 그려져 있었는데, 뒤쪽의 벽과도 전혀 닮지 않은 불규칙한 형태였다.

         

       딱 봐도 빌딩 주인이 꽤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엘리베이터였다.

         

       이러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그들에게 긴장감을 없애준 것일까?

         

       엘리베이터 팀은 엘리베이터 안에 타자마자 마스크를 벗고 입을 방긋거렸다.

         

       『 쯧, 생색은. 』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면 그들에게도 들릴 가능성이 크고, 엘리베이터에서 부주의하게 이야기하다가 녹음이 되기라도 하면 곤란해지기에 그냥 입만 벙긋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 것이다.

         

       『 그러게. 누가 들으면 여기는 안전한 줄 알겠어. 』

         

       『 여기가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는데. 』

         

       『 게다가 우리는 각층을 수색해야 하잖아. 뭐가 있을 줄 알고. 』

         

       『 하여튼 마음에 들지 않아. 』

         

       그들은 작전에 참여하기 전 속성으로 익힌 독순술을 구사하며 신나게 뒷담을 했다.

       층수를 누르지도 않고, 아주 신이 나서 말이다.

         

       『 그 세 녀석은 대체 왜 잡혀서 이렇게 우리를 귀찮게 하는 건지 원. 』

         

       귀찮다.

       짜증 난다.

         

       쉬어야 하는데 작전을 해야 하는 것도 짜증 나고, 사람 찾는답시고 빌딩 곳곳을 쑤시고 다녀야 하는 것도 귀찮고, 계단으로 간 녀석들이 한껏 생색을 내는 것도 짜증이 난다.

         

       계단?

       함정이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뭐 얼마나 거창한 함정이 있겠는가.

       뭐 빌딩이 무너지기를 할까, 갑자기 계단이 꺼져서 사람을 구덩이에 처넣기라도 할까?

       고압 전류가 흘러서 사람을 튀겨버릴까, 화염방사기가 뿜어져서 사람을 굽기라도 할까?

         

       군사시설도 아니고 고작 빌딩에 함정이 있어봤자 얼마나 거창한 함정이 있을까.

       그런데 그 함정을 무슨 밟으면 죽어버리는 함정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생색을 잔뜩 던지면서 가는 꼴이라고는.

         

       아마 저들이 셋을 구출하기라도 한다면, 보고서에는 무슨 중요 군사시설에 잠입을 한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부풀어진 내용이 적어지게 될 게 뻔했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는 이들은 들러리 수준으로 될 것이 뻔했고.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

         

       『 후우. 빨리 움직이자고. 그 녀석들이 찾느니, 우리가 찾는 게 나아. 』

         

       『 주술사의 거처가 최상층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인질도 최상층에 있지 않을까? 』

         

       『 옥상 쪽에 있을 수도 있어. 』

         

       『 옥상은 엘리베이터가 가지 않는데…. 흠. 』

         

       엘리베이터에 들어온 이들은 어떻게든 의욕을 끌어올려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 그럼 이렇게 하자고. 그 녀석들은 아마 조심조심 움직일 거야. 함정이 있나 없나 확인하고, 층마다 이상한 점이 없나 확인하고. 그럼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형태로 수색을 할 테지. 』

         

       『 그럼 우리는 최상층부터 아래를 수색하는 형태로 하면 되겠군. 』

         

       『 좋아, 그렇게 하자고. 』

         

       그들은 만족했다.

       자신들이 나름 나쁘지 않은 작전을 짰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정보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의견을 나누고 순식간에 작전을 짤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꼈으며, 계단 팀보다도 더 빠르게 셋을 찾아서 으스대겠다는 행복한 상상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스으으윽.

         

       안타깝게도 그들은 틀렸다.

         

       현장 경험도.

       전장 경험도.

       그 무엇도 없는 온실 속에서만 살아온 화족의 번견들.

       화족 가문 아래에서 예쁨만 받으면서, 그냥 단순히 힘만을 길러온 능력자들.

         

       그들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어떻게든 경계했어야만 했는데.

       최소한 한 명 이상 뚜껑을 따고 엘리베이터의 위쪽으로 올라갔어야만 했는데.

       기감을 사용하던 장비를 사용하건 마법을 사용하건, 어떤 방법이라도 사용해서 엘리베이터 안에 이상은 없는지, 엘리베이터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을지 탐색을 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은 그 누구도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말이다.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탑승한 꼴은….

       앞서 계단으로 향했던 셋과 비교해도 될 정도의, 참으로 아둔하고 어리석은 자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들은 이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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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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