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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0

       

        

        

        

        

        

       “고생하셨어요!”

        

       “아이고,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을텐데.”

        

       “아이, 무슨 소리세요. 카토님 없었으면 저희 다 쓸렸을 거예요.”

        

        

        

        4월이 끝나가고 5월로 접어드는 어느 날, 고가치 연구시설의 앞. 금방이라도 출발할 듯 거친 배기음과 함께 가스를 뿜어대는 구형 트럭의 수송칸에 네 명의 유저들이 힘겹게 올라탄다. 빵빵해진 48칸 가방을 트럭 안쪽으로 힘겹게 던져넣은 뒤 불편한 의자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쉰다.

        

        바퀴가 힘차게 회전하며 땅바닥을 밀어낸다. 콘크리트 먼지를 일으키며 다 깨진 아스팔트 도로를 가로지르더니, 어느새 네 명은 베이스캠프로 복귀한다. 빵빵하다 못해 터질 것만 같은 수십 킬로그램짜리 가방을 다시금 등에 짊어진 이들이 살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하여 하나둘씩 해산하고 나서야 그는 기어 박스로 향했고,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은 채 베이스캠프 한쪽에 있는 큐어 컨테이너로 들어갔다. 일정량의 크레딧이 차감되며 달고 있던 오만가지 상태이상, 그리고 HP가 회복된다.

        

        얼음처럼 차가운 탄산음료를 하나 까마신 그가 그제서야 숨을 토해내었다.

        

        

        

       “어으, 힘들었다. 그래도 세션 하나 통째로 쓸었네. 이러다가 이 썩겠다.”

        

       

        

       -분당핵주먹연구시설사린마카토그는신인가??????

       -와 한판만에 650만을 버네 무친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씩 꼴통짓만 안하면 진짜 개멋있는새1기…그래서 더 호감인새기…

       -진짜 대단하긴 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방 빵빵하게 부푼거봐 ㅋㅋㅋㅋㅋ

        

        

        

        그 말대로.

        

        불과 몇 분 전까지 그의 스쿼드는 고가치 연구시설을 누비며 오만가지 고급 아이템들을 파밍했고, 레이더와 유저를 비롯한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과 격렬한 교전을 치룬 끝에 세션 하나를 통째로 잡아먹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대형 가방 안에는 기본 30만에서 최대 50만 가량에 달하는 크레딧을 쏟아부어 만든 풀모딩 총기 여러 정과 온갖 비싼 아이템, 일반 맵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든 슬릭 및 헥사그리드 방탄복, 그보다는 조금 덜 비싼 꽃병이나 닭 조각상 등등이 들어있었다.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보물고블린 그 자체.

        

        그리하여 그는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다시금 기어 박스 안으로 들어갔고, 가방을 푼 다음 실로 변태같은 표정으로 아이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흐, 너무 달다…잡템만 적당히 팔아도 풀무장으로 레이드 다섯 번은 나가도 되겠다야. 쓸만한 건 인벤에 싹 다 쟁여놔야지.”

        

        

        

       -와 보기만해도 당뇨병오겠다 ㅆ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메카비얌이벤트 때문에 모딩 깔끔한 총 싹다 쟁여놓는 애들 많더만 얘도 이러네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얘 윾진보면 패닉오드만 메카비얌이벤트 할 수는 있냐?

       -기어박스가 아니라 무슨 건스토어네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비들 카토 창고보면 자격지심 씨게오겠농ㅋㅋ

        

        

        

        뚝.

        

        그러던 와중 갑작스럽게 멈추는 손놀림. 하지만 이내 다시 정리가 시작되고, 그는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가방 안에서 여러 정의 총기를 꺼내어 파츠를 확인한 뒤 선반에 조심스럽게 걸어놓는다. 개중에는 심지어 하부 레일에 유탄발사기를 박아넣은 총도 있었다.

        

        그렇게 꺼낸 총기만 다섯 정. 물론 최대한으로 압축한 MP7은 아직 꺼내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방 안에서 나온 6클래스 방탄복 하나, 해당 방탄복의 수납 공간 옆에 처박아둔 가방 안에서 나온 또 다른 동일 클래스 방탄복 두 개와 MP7 1정까지.

        

        인벤토리를 뒤적거려 여러 개의 수리 키트를 꺼낸 그가 방탄복을 고치기 시작했고, 방탄복을 보관하는 클래스별 홀더 중 6이라고 쓰인 곳에 세 개, 그리고 방금까지 입고 있던 것까지 하여 네 개를 걸어두었다.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앞으로 지금의 4배 정도만 더 준비하면 메카비얌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이쉑기도 메카유진 이벤트 하는구만 ㅋㅋㅋㅋㅋㅋ

       -요즘 렙높은 애들은 죄다 템 수북하게 쟁여놓고 다니네 ㅋㅋ

       -아니 3번까지 템 회수 가능하다면서 이만큼이나 준비하고 가야됨?

       -그럼 시1벌 메카비얌을 네다섯명이서 3트 안에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함???

        

        

        

        촌철살인과도 같은 멘트가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를 관통한다.

        

        실로 그 말대로였다. 총도 잘 쏘고, 피하기는 더럽게 잘 피하며, 까딱하면 놓쳐버릴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기동하데 방탄 성능까지 갖춘 메카 유진을 꼴랑 3트 안에 잡는 사람들이 있기나 할까? 이벤트가 열린 지 2개월이 가까워지지만 아직 유효타를 거둔 사람조차 없었다.

        

        특수 연구 시설의 맵 구조가 조금씩 밝혀지며 특수 기믹에 따라 메카 유진의 기능을 하나씩 망가뜨리고 그 후에 잡아야만 한다는 게 어렴풋이 드러나고 있었지만, 그게 쉬우면 이런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특히나 이미 실제 유진과 몇 번이고 전투를 해본 전적이 있던 그라면 더더욱.

        

        

        

       “좀 더 화력 센 거 없나. EMP 수류탄이나 테르밋이나 막 그런 거.”

        

        

        

       -그런 게 어딨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그런 것도 없으면 메카유진 어떻게 잡음? 이카루스쉑들 미쳤음?????

       -팩트)유진은 메카유진만큼 혹은 메카유진보다 세다

       -네이팜 터뜨려도 계속 싸우는 미친비얌 따라만든 메카비얌이랑 싸우는데 저정도는 챙겨야지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진짜 어케잡냐 ㅋㅋㅋ

        

        

        

        정면에서 붙게 된다면 미니건이나 12.7mm 탄환을 발사하는 중기관총을 가져와도 공략이 가능할지조차 모르겠는데, 동원할 수 있는 화력의 상한선이 꼴랑 관통력 높은 탄환 정도라니. 그나마 수류탄을 무더기로 가져가면 어떻게든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물론 개발진들의 양심이 전부 증발한 건 아니었기에, 기믹에 의하면 시설 곳곳에 있는 원격 조종 무기 또는 침입자 요격용 미사일 런처 같은 것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요컨대 심각한 똥꼬쇼를 해야만 잡을 수 있다는 소리.

        

        그게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 생각의 가지가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당연하게도 그 방향이란 메카 비얌의 원전이 된 유진이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가 파이널 챔피언십 참가대비 출국 전에 했던 스트리머 대항전이었으니 개월수로만 따져도 거의 6개월 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식을 아예 듣지 않고 산 것은 아니었다. 기억하기로는 몇 개월 전부터 이어진 미 서부 수복전에서 아주…혁혁한 공을 세우셨다고 했었나. 평소 PVE보단 PVP를 조금 더 즐겨 하는 그로서도 간만에 PVE에 푹 빠질 만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었고.

        

        그 후로는…아마 친분이 있는 사람을 전부 데려다가 휘황찬란하기 그지없는 집에서 집들이 파티를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 그러면 앞으로 뭘 하시려나. 대략 그리 생각하던 와중 카토의 등줄기를 스쳐지나가는 한 가지의 가능성.

        

        

        

       ‘메카 유진이 나왔다면…잠깐.’

        

        

        

        다음 행동은 거의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자연스러웠고 빨랐다.

        

        머리와 몸이, 이성과 본능이 자연스럽게 합치되며, 그는 유진이 보더라도 감탄이 나올 속도로 자연스럽고 빠르게 친구창을 열었다. 과거 하모니의 밑에서 분대원으로 뛰었을 때 잠시나마 가르침을 받으며 남아있게 된 친구 목록.

        

        수많은 유저들 사이로 보이는 단 여섯 글자의 닉네임.

        

        현재 Escape from Unknown, 속칭 EU, 혹은 미확인구역 탈출 플레이 중.

        

        

        

       “에….”

        

        

        

       -카토담당일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에에에유진왜?!아이에에에유진왜?!아이에에에유진왜?!아이에에에유진왜?!아이에에에유진왜?!아이에에에유진왜?!아이에에에유진왜?!아이에에에유진왜?!

       -카토쉑 즉각뇌정지 ㅋㅋㅋㅋㅋㅋ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빨리 가서 파티신청이나 해라 ㅋㅋㅋㅋ

       -팩트)저 비얌년은 10분 전 해머헤드 대가리를 몸통에 파묻어버렸다

        

        

        

         재수없이 같은 세션에서 마주치지 않기를 빌어야 하나.

        

        카토그래퍼는 그 순간 유진의 EU 가이드가 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상인과의 우호도 레벨을 올려야 좋은 탄환을 살 수 있다더니, 이제 무슨 소리인지 알겠네요.”

        

        

        

        탄이 없다.

        

        구체적으로는 12게이지 플레셰트 탄을 파는 곳이 없다. 다크 존의 PVP 모드 중 유일하게 하드코어 MMOFPS를 표방하는 게임 아니랄까봐 탄도 사거나 만들어야 한다니 아주 귀찮기 짝이 없다. 다시 말해 지금 들고 있는 샷건은 이 시점에서 쇳덩이가 됐다.

        

        원하는 탄환은 언제든지 보급받고, 심지어 특수 탄환까지 만들어주던 조병창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슬슬 하나씩 해금되고 있는 상인 친구들의 몸이 마른 오징어가 될 때까지 짜내면 뭔가 좀 답이 있으려나.

        

        그리 생각하고 있자니 이어지는 말.

        

        

        

       “…뭔가 섬뜩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좀 봐주지 않겠나? 결국 여기 있는 놈들도 다 하루 벌어서 하루 벌어 먹고 사는 녀석들이란 말이지. 그쪽이 원하는 질 좋은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선 물품 수급 루트부터 뚫어야 한다네. 그리고 그걸 도와주는 게 그쪽 몫이고.”

        

       “흐음.”

        

       “아무튼 꽤나 수고해준 모양이군. 잘 했네. 생각했던 것만큼 일처리가 빨라서 좋구만. 여기에 갓 발을 들인 애송이 병사들한테나 맡길 법한 자잘한 수색 임무 따위는 귀관 같은 양반한테는 시시하겠지?”

        

        

        

       -어어 왜 퀘스트가 생략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시1부랄 2판만에 보스 포함해서 15명을 발할라로 직배송한 사람한테 허접하게 심부름이나 시켜야됨??????????

       -그도 그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리가…있어!

       -아니 히든스크립트 진짜 준내탐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래라면 지금 나누고 있는 대사가 절대로 나오지 않나보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처음 나타나는 느낌은 아니고,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몇 번 있긴 한 듯했다. 특정 PVP 대회 우승자 혹은 그에 준하는 결과를 거둔 사람들에게만 있는 뭔가인 걸지도.

        

        그 와중 띄워지는 도네이션 하나. 뭔가 했더니 일반적인 유저들이 EU를 시작했을 때 나타나는 캐시 멘도자의 스크립트였다 –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실로 능수능란하게 유저들을 지지고 볶는 당사자가 눈에 보였다.

        

        생긴 것만 같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겠어.

        

        

        좌우지간, 그러던 와중 재차 발광하는 다운그레이드 이카루스 기어. 무언가 했더니 새 퀘스트였다. 사람을 바로바로 굴리면 쓰나 싶긴 했지만 어차피 가상현실 게임이니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메인 퀘스트를 하루에 하나씩만 밀 수 있다면 난동이 나겠지.

        

        그리하여 받아든 두 번째 퀘스트.

        

        이번에도 역시나 복잡하게 생긴 맵이 나왔다.

        

        

        

       “아주 골치아프기 짝이 없게 생긴 곳이로군요.”

        

       “그 말대로지. 자네가 예측하는 것보다도 한층 더 지랄맞은 곳이기도 하고.”

        

        

        

        쇼핑몰.

        

        단 세 개의 글자, 그리고 상당히 넓은 부지를 통째로 차지한 대형 건물까지. 총 네 개의 각기 다른 물품을 취급하고 있던 곳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꽤나 빠르게 아득해졌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맵의 구조를 외우기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점일까.

        

        건물 자체는 중앙을 중심으로 상하 대칭 구조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점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직접 투입되지 않은 현 시점에선 아무런 것도 속단할 수 없었다.

        

        그럼 이제부터 두 번째 퀘스트의 전말을 들어보도록 할까.

        

        

        

       “침투 지역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초짜에게 맡기는 일은 아니지만, 마침 잘 됐군. 벌레가 잔뜩 꼬여있을 것 같긴 하지만, 쇼핑몰 산책이라도 조금 하고 오는 건 어떤가? 벌레잡이용 도구는 좀 챙겨주지. 주변에 떨어진 짤짤이들도 좀 챙겨오면 더할나위 없겠어.”

        

       “샷건 탄이나 좀 넉넉하게 주시죠. 슬러그 계열로.”

        

       “그 정도라면야 어렵지 않군. 얼마나 많이 필요한가?”

        

       “15명을 확실히 죽일 수 있을 만큼.”

        

        

        

       -비상)>>>>쇼핑몰<<<< 비얌 급습 예정!!!!!!!!!!!!!!

       -이사람은 말을 해도 드럽게 살벌하게 말하는 특징이 있어

       -플리마켓 열기까지 13렙이나 남은 뉴비가 하는 말치고는 너무 무서운데요ww

       -휴 유딧 *유저 밴딧으로 쇼핑몰 깔짝댈라했는데 바로 매칭취소눌렀다 ㅋㅋ

       -뱀윅메타 드걔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나는 평범한 슬러그 탄 100발을 받았다.

        

        쇼핑몰로 향하는 트럭에 올라타는 와중 몇 가지 사전 작업을 끝내놓는다. 구체적으로는 샷건 셀의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관형 탄창을 쓰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가방 안에 쑤셔박아놓게 되면 막상 장전을 하려고 탄을 집어들었을 때 크나큰 애로사항이 꽃피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막상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뇌관이 하늘을 보도록 정리해두면 될 뿐이었으니. 여기서 조금 더 편의성을 고려한다면 허리춤에 샷건 탄을 수납 가능하도록 쿼드로더 벨트 같은 걸 착용해도 되지만, 여긴 그런 것도 다 돈이었다.

        

        

        좌우지간, 트럭이 멈춰선다. 여기까지는 스크립트 진행이었기에 특정 위치에서 시작하고 싶다고 해서 그쪽에 내려주는 것도 아니었고, 말 그대로 랜덤. 그렇기에 주변 지형지물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하차했다.

        

        쓸데없이 적당히 따사로운 햇살을 뒤로 한 채, 흙먼지와 매연을 내뿜으며 왔던 길로 그대로 사라지는 트럭을 뒤로 한 채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그래서 이제 여기가 어디라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찮은 건 귀찮은거라고 ㅋㅋ

       -딱보니 남쪽고속도로네

       -올리브 드걔쟤~~~~~~~~~~~

       -선생님 전판에 모가지수거 많이했으니 이번엔 제발 템파밍좀 해주십쇼

        

        

        

        사박사박.

        

        천천히 걷는 사이에도 바람과 공기, 그리고 지면을 통해 은은하게 전해지는 부자연스러운 진동이 이 근방에 한두 명 정도의 적대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미약하게 알리고 있었다.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북동쪽으로 대략 150m. 완전한 어림짐작이다. 그래도 이번 판은 맵이 상당히 커서 그런지 이전 판보다는 조금 덜 급하게 플레이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꽤나 여유롭게 걷기를 1분 가량, 이곳저곳에서 콩 볶는 소리가 자잘하게 울려퍼진다.

        

        

        

       ‘일단 이 올리브인지 뭔지 하는 곳으로 들어가볼까.’

        

        

        

        정면에 보이는 입구, 벽면에 붙은 초록색 벽지.

        

        네 개의 대형 마트를 하나에 붙여놓다니 실로 발칙하기 그지없는 구조물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쉽사리 보기 힘든 형태. 하지만 미국에서도 그렇고, 해외에서는 은근히 이런 형태가 보편적인 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살살 걸어 건물벽과 마주했다. 머릿속에 박아두다시피 한 맵의 지도와 건물의 형태, 그리고 구조를 대충 감안해보니 지하 주차장, 좀 더 오른쪽으로 가면 지하 터미널로 가는 방향이었다. 대충 기동 루트는 생각해뒀기에 망설임없이 진입.

        

        그러던 와중에도 채팅창은 연신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었다.

        

        

        

       -너무 쉬엄쉬엄 가는 거 아님? 이러다 올라가면 템 다 사라졌겠다 ㅋㅋㅋ

       -아이템? 사람을 파밍하면 아이템이 나오는데 뭣하러 아이템을 주워야하지?

       -무지성 사람때려잡기컨텐츠 뭐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 터미네이터 BGM 들리냐? ㅋㅋㅋㅋㅋ

       -슬러그탄이면 대가리 뇌진탕메타 아니면 골절메타네 ㅋㅋㅋ

        

        

        

        실로 그 말대로.

        

        이미 안쪽에서는 슬슬 교전 사운드가 들리고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진입. 내부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괴상하게 생겼다. 정제된 난잡함이라고 해야 할까. 더군다나 간간이 보이는 2층 발코니에서의 사격각도 있었기에 조금 루트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불꺼진 텅 빈 매장을 몇 번이고 들쑤시며 이동한다. 어느 쪽이든 일장일단이 있었으나, 일단 확실한 건 바깥 통로를 대놓고 돌아다닐 경우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실로 높았다.

        

        그렇다고 해서 두 번째가 완벽한 작전은 아니었던 것이,

        

        

        

       “인기척이다!”

        

       “이 새끼, 딱 걸렸어!”

        

        

        

       스폰된 밴딧이 한두 명씩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현혹하는 법은 실로 간단했다. 거리가 가까워지기 전에 바닥에 떨어진 돌 조각이나 나사못 같은 걸 적당히 벽이나 기둥, 혹은 잡동사니에 던지면 그쪽으로 고개를 휙 돌린다.

        

        그 사이,

        

        

        

       ───으직!

        

        

        

       “커흑…!”

        

        

        

        개머리판을 턱에 얻어맞아 공중에 붕 뜬 밴딧을 잡아 사뿐히 바닥에 내려놓은 뒤, 후두를 재차 개머리판으로 갈겨 일격사. 비명 한 번 지르지도 못한 채 꺽꺽거리다 힘이 풀리는 친구를 뒤로 한 채 점차 다가오는 두 번째 밴딧의 위치를 어림짐작.

        

        가운데에 진열대 하나만을 남겨뒀을 때 그것을 발로 슬쩍 밀었다.

        

        사격음보다는 훨씬 작은 소음과 함께 으아악 하는 밴딧의 비명이 일었다.

        

        

        

       “아아악!”

        

        

        

        쿠웅.

        

        통짜 쇳더미인 진열대에 깔림과 동시에 낮은 신음성이 들렸다. 그리 무겁지는 않았기에 아래에서 파닥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위에서 점프를 뛰는 순간 컥 하는 소음과 함께 아래에서 뭔가 널빤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후로는 아무 소리도 없었고.

        

        그리하여 최소한의 노력과 소음 발생으로 두 NPC를 골로 보냈고, 이전과 동일하게 킬 카운트에 두 명이 새로이 올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아까처럼 여유롭게 전투에 임하기는 어려운 듯했다.

        

        

        

       ───카카캉!

        

        

        

       “어으.”

        

        

        

        날아든 탄환이 벽면, 골조, 기둥, 철판 등등을 가리지 않고 꿰뚫는다. 플래시가 보이지 않은 것도 그렇거니와 반쯤 뭉개진 음색으로 미루어봤을 때 – 당연하게도 소음기 달린 총이 확실했다.

        

         그러나 총알이 적중하며 부서진 파편의 형태, 철판을 관통하며 난 흔적 등을 확인하면 탄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를 즉각 파악할 수 있었다.

        

        거리는 대략 50미터. 간격이 꽤 있었기에 마음 놓고 간단한 치료 절차를 밟고 있자니 – 물론 주변으로 이동하는 듯한 블러핑을 걸고, 몇 가지 파편을 던져 인기척을 적당히 모사했다 – 대략 십수 미터 떨어진 좌측으로 수류탄이 데구르르 굴러온다.

        

        즉시 기둥 뒤에 몸을 숨어 파편 회피.

        

        그리고-

        

        

        

       “…흐음.”

        

        

        

        대놓고 푸시하면 머리에 슬러그를 3연속으로 박아 뇌진탕을 띄워주려고 했건만, 거리만 좁히고 상황을 확인한다.

        

        아무래도 누군지 모를 적 유저와의 교전은 꽤나 쉽지 않아보였다.

        

        두 번째 전투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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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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