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70

       미쳐버린 대마법사.

       

       사장은 그 존재를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자신의 지식에 잡아 먹혀버린 불쌍한 존재.

       

       “인간이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인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자신의 존재를 퍼트리기 위해서.”

       

       온 세상을 자신의 지식으로 가득 채워버리는 데 성공한 마법사이지만 그는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미쳐버린 대마법사는 세상을 넘어 다른 차원에도 자신의 지식을 퍼트리기 위해 차원을 넘을 방법을 강구했다.

       

       회사 측에서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 까닭도 이 곳에 있었다.

       

       저가 먼저 차원의 장벽을 건드렸기에 이 곳에서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아직은 불완전합니다만 언젠가는 큰 재앙이 될 이입니다. 빠르게 처분을 해야 합니다.”

       

       대마법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내 머릿속에 자리한 생각은 재밌겠다는 것이었다.

       

       한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강자라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분명 저와의 전투는 즐거운 일이 될 터.

       

       어쩌면 본인이 죽일 가치가 있는 존재일지도 모르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데 거기에 보상까지 주어진다라.

       

       거절할 이유가 없군.

       

       “알겠다. 처리해주지.”

       “정말 감사합니다. 아라님.”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고서 바깥으로 나가니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성이 목소리를 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라님. 이번에 동행하게 된 샤인이라고 합니다. 아라님을 그 세계까지 안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을 끝마칠 때까지 아라님을 보조하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적인 양복을 걸친 그녀는 허리를 숙이며 정중한 인사를 건넸지만 내 관심사는 그녀의 예의에 있지 아니했다.

       

       그보다는 그녀의 머리 위에 있는 것과 어깨 뒤편에 있는 것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던지라.

       

       일단 머리 위에 있는 저것은 뿔이구나. 곧게 뻗은 딱딱한 뿔. 저 안에 마력이라 부르는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아 평범한 장식은 아닌 듯하구나.

       

       어깨 뒤편에 자리한 것은 날개다. 새의 것처럼 털로 감싸진 것이 아니라 파충류의 피부마냥 거칠어 보이는 녀석.

       

       이외에도 목 안 쪽으로 보이는 비늘 같은 것이라던가, 심장에 모여 있는 막대한 양의 기운이라던가 하는 것을 종합해 본다면 이 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구나.

       

       “용인가?”

       “예. 그렇습니다. 아라님.”

       

       용이라. 여지까지 본인이 보아온 용이라는 족속들은 대개 넘치는 자만심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실력을 지닌 자들이었다.

       

       내 눈에 담았던 놈들이 그러했고, 게임에서 보았던 놈들이 그러했지.

       

       이 녀석은 어떨까. 정중함이라는 가면 아래에 힘을 감춘 이 용은 본인이 생각하는 용의 기대치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인가.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전 아라님께 감히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합니다. 그러니 싸움을 청하신다하여도 살려달라는 요청 이외에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용 같지가 않군.”

       “여러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기 주제를 파악하게 되니까요.”

       “호오. 많은 세계를 둘러보았나?”

       “예. 초기 회사의 주력 중 하나였던지라.”

       

       지금은 퇴물이 다 되었다며 자조하던 용은 가면서 여러 이야기를 드리겠다며 발을 움직였다.

       

       이 회사라는 곳은 이전부터 이런저런 세계를 다니며 그 곳에 존재하는 위협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는 모양이다.

       

       언젠가 세계가 합쳐졌을 때에 펼쳐질 재앙을 막기 위해서.

       

       그 과정에 속해 있었던 용은 수많은 세계를 돌아다녔다면서 내게 여러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외계의 생명에 잡아먹힌 세계. 좀비들에 의해 멸망한 세계. 용사와 마왕이 공멸하여 재액만이 남은 세계.

       

       가만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던 나는 이 자라면 본인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물음을 던졌다.

       

       “용아. 그대가 보았던 수많은 강자 중에서 본인은 어느 위치에 존재하는가?”

       

       본인과 비슷하거나 그 위에 이른 자가 존재했느냐? 그렇다면 꼭 한 번 눈으로 보고 싶구나.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야기라도 들어보고파.

       

       내 물음을 들은 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모르겠습니다.”

       “허?”

       “저 따위가 감히 짐작하기에 아라님께서는 너무도 높은 곳에 계시는지라.”

       “뭐어. 그거야 그렇겠지.”

       “실례를 무릅쓰고 감히 평가를 드리자면 전 자신의 뜻으로 세상을 뒤덮는 존재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며는 본인의 경지에 대한 조언을 얻긴 어렵겠구나.

       

       아쉬운 일이야. 결국에 단서가 될만한 것은 하나. 본인의 화룡무인 계정에 존재하는 그 서적뿐이겠구나. 과거 열지 못했던 그 곳의 뒷장에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승강기를 타고서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의 풍광은 지상과는 달랐다.

       

       지상의 풍경이 평범한 회사 같았다면 지하는 일종의 비밀기지, 혹은 연구소처럼 보였다.

       

       간단히 말해 수상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장소란 이야기다.

       

       경비도 삼엄하고, 보안도 여러 개가 존재하는데다가, 마법이나 주술적 장치가 수도 없이 존재하고, 본인을 관찰하는 시선은 어찌 그리 많은지 그 시선이 따가워 절로 미간이 찌푸려질 지경이었다.

       

       “이 곳의 벌레들은 참으로 호기심이 많구나.”

       “죄송합니다. 아라님의 이름이 워낙 이 회사의 인원들 사이에 유명한지라.”

       “그대들의 야근을 만든 재앙으로?”

       “부정하진 않겠습니다만 그보단 방송인 화령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본인의 방송을 보는 이들이 많은가?”

       “네. 저희들이 만들어 낸 게임에 여러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셨잖습니까.”

       

       회사에 재직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본인이 방송을 통해 보여준 광경이 유명한 모양이었다.

       

       백호를 압도한 이가 방송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생겨난 호기심은, 내가 방송에서 펼친 여러 모습을 통해 경탄을 이끌어냈고,

       

       작금에 이르러서는 꾸준히 내 방송을 지켜보며 내 방송이 켜지기만을 기다리는 이도 있다는 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저희 입장에선 아라님의 방송이 더 신기한 거죠.”

       “…흐음.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벌레라는 말은 과했구나.”

       

       아예 접점이 없는 이들이 아니라면 벌레라는 단어는 심한 느낌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다들 관종이라 자길 알아채줬다면서 기뻐하고 있을 테니까요.”

       “허어. 그것 참.”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용의 뒤를 따라가다 보니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그 곳에는 수십 개의 거대한 기계가 존재했는데 그것들은 모두 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복잡한 모양새가 신기해 가만 바라보고 있었더니 용이 저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다른 세상으로 건너갈 때 쓰는 문입니다. 저희도 저걸 이용해서 건너갈 예정입니다.”

       “그래? 그냥 본인이 하듯 훌쩍 차원을 넘을거라 생각했다만.”

       “…그런 일은 아라님이나 가능한 일이랍니다.”

       

       용이 나를 데리고서 문 앞에 서기 무섭게 문의 가운데에서 푸른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면 되는 것인가?”

       “예.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마는.”

       “되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

       

       이것이 오작동을 해서 날 이상한 곳으로 보내건, 아니면 네 놈들이 나라는 존재를 위협적으로 생각하여 함정에 빠트리건. 아무런 문제도 없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하늘을 부수고서 이 곳에 돌아와 그대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과를 치르게 해주면 그만이니까.

       

       그리 단언을 해 준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짓는 용을 뒤로 한 채 푸른색으로 발을 들였다.

       

       문을 지나자 주변의 풍경이 뒤바뀐다.

       

       삼엄하고 무겁던 연구실에서 무채색으로 물든 세상으로.

       

       “신기하군.”

       

       흐릿한 푸른색으로 물든 하늘에서는 음울함이 느껴진다.

       

       흙바닥 위에 자리한 초목은 오래 전에 생기를 잃은 게 분명함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흙 아래에서는 그 어떤 생명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기감을 저 멀리로 넓혀 보아도 마찬가지다.

       

       이 세계는 오래 전에 죽어버렸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죽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생명의 흔적은 생명이 살아있었을 때처럼 그 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이 세상은 누군가에 의해 박제되어버린 장소였다.

       

       미쳐버린 대마법사인가. 그 말이 옳은 듯 하구나.

       

       정신이 나간 게 아니라면 이런 일을 벌일 리가 없으니까.

       

       “언제 보더라도 기분 나쁜 곳입니다.”

       

       그를 구경하고 있으려니 뒤편에서 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건너 온 차원의 문을 닫은 그녀는 시선에서 기분 나쁜 티를 조금도 감추지 아니했다.

       

       “준비하십시오. 아라님. 녀석은 저희가 차원을 뛰어 넘은 것을 감지했을 겁니다. 곧 이 곳에.”

       “이미 왔다.”

       “예?”

       

       손등을 휘두르는 것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를 쳐날렸다. 인사가 과격하군 그래. 아예 우리를 쳐죽여 버릴 생각으로 가득하지 않은가.

       

       – 오랜만이군. 침입자여.

       

       전음마냥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으며 고개를 들었다.

       

       저 위 쪽에 자리한 거대한 기운. 내 마력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만 저것이 심상치 않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저 기운의 양만을 따진다면 이미 하나의 세계라 봐도 무방할 지경이구나. 이 세상을 박제함에 따라 그들이 원래 품었던 것을 자신이 지니게 된 것인가.

       

       혈교주의 비슷한 작자로구나.

       

       규모가 좀 더 거대하긴 하다만 근간이 비슷하지 않나.

       

       – 그대들이 떠나고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르겠어. 물어볼 것이 참으로 많았거든.

       

       저 기운을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재밌을 것 같기는 하구나.

       

       다만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

       

       –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 그대들이 지닌 모든 것을.

       “이 놈아. 시선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 않으냐?”

       

       저가 무어라고 드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것인가.

       

       건방지구나.

       

       손님이 찾아왔을 때에는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전하는 것이 예의일 터인데.

       

       가졍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분명해.

       

       어쩔 수 없지. 내 친히 예의를 알려주는 수밖에.

       

       가뿐히 앞으로 걸으며 공간과 공간을 연결한다.

       

       저 아래에 있는 지상에서 구름의 위에. 건방진 미치광이가 자리한 곳으로.

       

       그에 따라 당혹이 서린 미치광이의 눈이 무심한 나의 눈동자와 마주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