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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0

    <370 – 세 번째 아가씨>

     

    초대와 이대 아가씨들이 풍부한 감수성을 견디다 못해 훅 가버린 것이 그리도 마음이 쓰였는지 조나가 데려온 삼대 아가씨는 성격부터 확실하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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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체류 1일차.

    *집사가 제시한 장기계획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 실시.

    *이동경로 및 교내시설 파악.

    *공동숙소 내 룸메이트들과의 기본교류 진행.

    #아카데미 체류 2일차.

    *매점에서 0포인트 <식품폐기물> 발견.

    *식비절약 도전 결과, 배탈이 남.

    *치료비 절약을 위해 소화를 돕는 약초를 복용하여 자연치유시도.

    #아카데미 체류 3일차.

    *자연치유 성공.

    *원활한 약초수집을 위한 채집동아리 정보수집활동 중 연금술/화학동아리에 스카우트 받음.

    *룸메이트 세 명을 제물로 바쳐서 한 등급 높은 회원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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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 아가씨가 남긴 것은 편지의 탈을 쓴 활동기록.

    그녀는 이성과 논리를 견지한 지성인이었다.

    아니면 절약정신이 과한 괴짜거나.

     

    ‘흐응. 오크노디와 비슷한 느낌이 드네. 덜떨어진 모습은 티토를 닮은 것 같지만.’

     

    다만 모든 시도가 언제나 성공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삼대 괴짜 아가씨는 오크노디의 하위호환이었다.

    그래도 다른 두 아가씨에 비하면 적응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빨랐다.

    그래서인지 성적이 절대적으로 우수하며 상급반 진급이 확정된 이 아가씨는 조금씩 별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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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체류 32일차.

    *모든 학년의 진급에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정보입수.

    *원활한 수집을 위해 현지조달 실시.

    #아카데미 체류 33일차.

    *동아리선배로부터 마법시계의 포인트 전달기능을 이용한 포인트 약탈방법을 전수받음.

    *포인트징발을 거부하는 학생들의 과제제출 및 재료수집을 의도적으로 방해.

    *무력반발을 보다 수월하게 진압하기 위한 협력자 모집.

    #아카데미 체류 34일차.

    *유능한 협력자 벨로카시오 모집성공.

    *교관이 개입하지 않을 수준의 방해 행위 확인.

    *계약을 이용한 보다 전방위적인 수집 개시.

    ━━━

     

    계약사기꾼 벨로카시오.

    980기 선배들 사이에서 가장 앞장서서 즈앙이 속한 981기 1학년을 향한 수탈행위를 저질렀던 자.

    그 악인이 무려 세 번째 아가씨의 동료로 활동했다.

    심지어 그 수위는 지금의 벨로카시오가 장난을 하고 다녔나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

    #아카데미 체류 55일차.

    *중간고사에서 빚쟁이들의 지원을 받아 파벌 대부분의 시험합격 성공.

    *소모품으로 사용한 빚쟁이들의 일부 성적이 현저하게 저조.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해야 함.

    #아카데미 체류 56일차.

    *상급반 1년생, 백색의 성기사 루의 개입으로 빚쟁이 일부가 조직에서 이탈.

    *루의 대적자 영입필요.

    #아카데미 체류 57일차.

    *루의 대적자로서 정기적인 사냥감을 제공한다는 조건 하에 상급반의 데드캣 영입.

    *백색의 성기사 루 격퇴성공. 이탈한 빚쟁이들의 후속시험결과를 낙제로 만들어 본보기로 새김.

    ━━━

     

    같은 학생들의 포인트를 빼앗고 빚쟁이로 만들어 휘두르는 것도 모자라 통제를 따르지 않는 자들을 낙제시켜 본보기로 삼는다.

    인명을 경시하는 오크노디도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지, 주변에서 말리는 일은 대체로 저지르지 않는다.

    삼대 아가씨에게는 그런 자비심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크노디나 자신 이상으로 암살자의 자질을 지닌 자.

    그녀의 스승인 목숨도둑 륭 노사는 일찍이 말했다.

    최고의 암살자는 자신의 마음을 죽인 자.

    무엇에도 동요하지 않는 자.

    영원한 무감無感 속을 살아가는 자라고.

    아마도 저 아가씨는 무감에 한없이 가까운 인물이었을 것이다.

     

    ━━━

    #아카데미 체류 75일차.

    *집사와의 면회.

    *정기보고내용에 대한 문책진행.

    *재단장학생 신분발각의 위험성을 이유로 공격적인 세력확장의 중지를 지시받음.

    *내실을 다지기 위해 <비밀실험실>의 존재와 출입방법을 인계받음.

    #아카데미 체류 76일차.

    *실험실의 구조분석 중 <편지상자> 발견.

    *집사의 아가씨 선정기준을 인지.

    *내 방식은 옳았어. 집사도 곧 알게 될 거야.

    #아카데미 체류 77일차.

    *아카데미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1학년을 넘어선 먼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음.

    *장차 최대의 적이 될 <학생회>의 대항전략 수립요망.

    *대규모 계획 구상완료.

    *물적자원 및 인적자원을 총동원하여 계획진행.

    ━━━

     

    그런 인물조차도 인정을 갈구하게 만드는 조나의 집사력은 감탄스럽지만 이 흐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지 않았다.

    불길했던 예감은 끝내 현실이 되었다.

     

    ━━━

    #아카데미 체류 84일차.

    *학생회에 자원을 수급하고 경쟁자가 될 동급생이 생존의 걸림돌이 된다면 가능한 한 많은 동급생을 일시에 퇴학시킬 필요가 있음.

    *기말고사 기간을 맞이하여 공격적인 세력 확장을 대체할 ‘동급생줄이기’ 작전 개시.

    ━━━

     

    일지에는 삼대 아가씨가 어떤 수를 써서 학생들의 수를 줄이려고 했는지, 어떤 계획이 예정대로 실행되어 몇 명의 학생을 줄였는지를 적었다.

    980기 학생들의 단결력이 유독 높았던 것은 학년수석인 <만델라 카스테라>의 활약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도록 그들을 몰아붙였던 강력한 위험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

    #아카데미 체류 89일차.

    *만델라 카스테라의 광역능력에 의해 암시와 세뇌가 강제로 해제됨.

    *학생들을 집단퇴학 시키려던 계획의 진행불가.

    *대감옥에의 장기간 수감이 확정됨.

    *최우선 목표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의 지속수행불가능.

    *집사는 답을 제시하는 자.

    *생존 불가능한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허락한 자.

    *목표재설정을 위해 집사와의 대면 필요.

    *수감 이전 아카데미 탈주를 위해 암시와 세뇌와 별개로 작용하는 <암흑마나>를 이용한 고학년 장학생들의 강제폭주 발현.

    *이상으로 아카데미에서의 기록을 종료한다.

    ━━━

     

    삼대 빌런 아가씨의 행보는 그렇게 끝났다.

    아카데미를 나선 그녀가 집사와 마주쳤을지, 어떤 처분을 당했을지.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적혀있지 않았다.

    끝내 아카데미로 돌아오지 못했고 일지는 이것으로 끝났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

     

    입맛이 쓰다.

    쓰디쓴 블랙커피를 마신 뒤처럼.

    맛은 없지만 향은 진한 커피처럼 깊게 남은 여운을 따라 멈추었던 손이 뒤늦게 일지를 접었다.

     

    ‘거의 비슷했어. 오크노디의 사고방식하고.’

     

    이것은 어쩌면 오크노디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실패한 자의 흔적.

    만일 오크노디에게 아카데미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었다면, 그녀가 한 학년 먼저 입학했다면, 조금만 더 무자비했다면.

    그럼에도 조나를 향한 인정욕구가 남아있었다면 분명 삼대 빌런 아가씨와 다르지 않았겠지.

     

    세 명의 아가씨.

    그리고 네 번째 아가씨, 오크노디.

     

    이제는 이해가 간다.

    오크노디의 출처불명의 엄청난 정보력의 실체가.

    그것은 아가씨의 독단을 막기 위한 조나의 조치.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낸 그가 아가씨를 지킬 수단이었다.

    실제로 충분한 정보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 앞서나가며 오크노디는 잔인할 정도로 독하게 남을 견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조나가 위험을 눈감을수록 아가씨의 삶은 불행하다.

    조나가 위험을 무릅쓸수록 아가씨의 삶은 행복하다.

     

    ‘읽어서는 안 됐을지도 몰라.’

     

    돌려주자.

    편지상자를 들고 숙소를 벗어난 걸음이 복도 한복판에서 멈추었다.

    돌려준다면… 누구에게?

    오크노디의 숙소로 향했던 걸음이 끝내 돌아섰다.

    야심한 밤.

    그녀가 찾아간 곳은 조나의 집무실.

    잔등 주변의 장식이 어슴푸레한 그림자를 쇠창살처럼 펼쳐낸 실내에 그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마치 즈앙이 올 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역시 속이지 못했네. 방음마법의 해제로 눈치 챘다는 건 역시 핑계였지? 당신한텐 상급은신술도 감지할 수단이 있었어.”

    “유감스럽게도 이번 아가씨는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분이시기에. 집사인 저로서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필요최소한의 가구를 제외한 어떠한 장식도 존재하지 않는 살풍경한 집무실.

    탁자 위에 올려놓은 편지상자가 은은한 잔등의 빛을 받아 새로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가씨들의 편지상자. 이것도 이미 알고 있었지? 마지막 아가씨가 편지를 남기던 상황의 긴박함과 편지상자에 들어간 편지의 존재. 그 괴리를 설명하려면 다른 ‘재료’들이 그렇듯이 이 편지도 메탈쥐들의 ‘수집품’으로 분류되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어째서 그 사실을 함구하지 않고 제 앞에서 논하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상자의 존재를 알면서도 그 자리에 두었다는 것은 오크노디가 발견하기를 기대했던 거지?”

    “멋대로 가져간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는 방법은 떠올리지 못했습니까? 무슨 판단을 근거로 그것을 제게 가져왔는지 그 어리석음을 탓할 마음조차 들지 않는군요.”

    “제자리라는 건 어디를 말하는 거야? 그 실험실의 편지상자가 놓인 곳? 아니면… 오크노디의 숙실?”

     

    조나 교수, 아니 조나 집사의 싸늘한 검처럼 날카롭게 벼려내었던 기세가 한 차례 흔들렸다.

    검사의 마음 속 동요가 검 끝의 흔들림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이 편지를 오크노디가 보게 되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당신 정도 되는 남자가 모를 리가 없지. 하물며 재단이 모르지도 않을 테고.”

     

    즈앙의 가면 뒤의 얼굴에 미약한 슬픔이 스쳤다.

    그녀는 동정했다.

    재단의 집사를, 그리고 아가씨들을.

    언젠가 그들의 뒤를 따르게 될지도 모를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뭐든지 다 해내는 만능집사.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나만의 편. 그런 집사의 치부를 감추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재단이 당신에게 내린 벌이자 오크노디를 길들일 이사장의 계획이지?”

     

    이 편지상자는 두 사람의 관계와 신뢰를 근본부터 망가뜨릴 불신의 씨앗, 판도라의 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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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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