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71

       스트리머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은 그 이유가 보통 두 가지다.

        

       한가지는 워낙 명작이고 유명해서 게임을 켜기만 하면 시청자가 모여드는 경우.

        

       나머지 하나는 게임이 더럽게 어렵거나, 무섭거나, 지독한 똥 같은 게임이라 플레이어가 고통받는 경우. 그래서 시청자를 늘리기 좋은 경우.

        

       그리고 공포게임들은 종종 게임 내부의 분위기뿐만이 아니라 불합리함에서 오는 게임 외적인 불안함 또한 공포 요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좀비들을 쏴 죽여야 하는 게임에서 무빙샷이 되지 않는다던가.

        

       세이브에 아이템이 필요하도록 만들어 횟수 제한을 걸거나, 동시에 특정 장소에서만 세이브를 할 수 있게 만들거나.

        

       배경이 상당히 어두운 주제에 광원을 만드는 수단을 아이템으로 작동하게 만들어 어두운 상태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강제한다던가.

        

       이 게임은 무기가 등장하지 않는 게임이니 첫 번째 조건에는 부합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조건에는 전부 부합했다.

        

       게다가 세이브 포인트는 각 챕터 시작부에 있어서 저장을 위해선 내가 시작한 곳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게임은 ‘미로’를 표방하므로, 지도 같은 것은 제공하지 않는다.

        

       그 미로 안에 괴물들이 돌아다니니 느긋하게 좌수법이나 우수법을 이용해 미로를 답파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리고 세이브 포인트가 시작 부분에 있다는 것은, 일단 진행 상황은 저장되어도 저 멀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단 ‘미로의 시작 부분’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 번 죽으면 저 먼 곳에서 다시 살아난다.

        

       “……똥겜…….”

        

       [어허 똥겜은 아닙니다]

       [그래도 점수 높게받은게임임]

       [똥겜이었으면 그렇게 팔렸을까ㅋㅋㅋㅋㅋ]

        

       내 중얼거림에 수많은 시청자가 반응했다.

        

       그래, 알고는 있다. 레벨 디자인이 꽤 개성 있게 잘 되어있고, 중간중간 오브젝트도 많아서 일단 지나온 길은 대충 머릿속에 남는다는 것을.

        

       괴물들이 끈질기게 따라오지만 그래도 숨을만한 곳들이 그럭저럭 있다는 것을.

        

       그 피부 벗겨진 헬창 몬스터만 아니라면 내가 한 방에 죽는 것은 아니고, 체력도 자동 회복식이라 적응하기만 하면 그럭저럭 미로를 탐험할만하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고통받고 있으니까!

        

       “으꺅!”

        

       [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일부러 내는 소리임?]

        

       일부러 내는 소리겠냐고.

        

       나도 이런 컨셉충 같은 비명 지르고 싶지 않다고!

        

       우둑.

        

       다시 한번, 내 캐릭터의 목이 꺾였다.

        

       게다가—

        

       “어?”

        

       세이브 타이밍이 좋지 않았는지, 캐릭터가 리스폰되자마자 근처에서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 챕터에서부터 처음 나온, 발에 사슬을 달고 다니는 괴물이었다.

        

       [킹부러]

       [도네 더 받을려고]

        

       도네 두 개가 연속으로 왔다.

        

       일부러겠냐고.

        

       지금 미션에 걸린 금액은 두 개를 합쳐서 15만 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 미션 금액과 지금까지 받은 도네 금액을 다 합치면 우리가 며칠 동안 방송한 것 중 가장 많은 액수의 돈이었다.

        

       그런데 내가 굳이 그런 짓을 하겠냐고!

        

       “어디…… 어디로 가야 합니까? 길이 막혔습니다만!?”

        

       [읍읍읍]

       [훈수하면 밴입니다]

        

       “밴 안 시킵니다!”

        

       [띠링띠링]

       [훈수벨을 울려주세요]

        

       이익……!

        

       예전에 방송을 봤을 때는 왜 스트리머들이 훈수벨 울리는 걸 싫어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애초에 스트리머와 시청자는 섞일 수가 없는 족속이었어.

        

       멱살 잡고 싸우는 상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자존심상 용납할 수 없다.

        

       물론 굳이 저쪽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면 그 도움을 거절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쪽에서 먼저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는 않았다.

        

       “흡!”

        

       으꺅, 이라는 소리를 지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로부터 뒤로 돌아서서 있는 힘을 다해 달려, 겨우 사물함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Esc 키를 향해 손을 움직이다가 손을 내렸다.

        

       게임에는 시간제한이 있어서, 일정한 구간—아마도 스테이지—를 지나지 않고 뭉그적거리면 플레이어 시야 바깥에서 피부가 벗겨진 근육질 괴물이 스폰된다.

        

       그 괴물의 걸음 속도는 플레이어보다 느리지만, 다른 괴물들과는 다르게 플레이어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고 따라온다.

        

       게다가 위치를 알고 있으니 사물함에 숨어있어도 소용이 없다.

        

       문제가 있다면, 내가 게임 내에서 그 괴물이 나오는 타이밍을 모른다는 것이다. 근처에 오면 다른 괴물들과는 다른 평범한 발소리 때문에 오히려 괴물을 특정할 수는 있었지만, 스폰되는 위치는 무작위인 데다가 발소리가 들리는 거리가 아니었다.

        

       직접 만나기 전에는 스폰되었는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Esc 키를 눌러 메뉴를 띄우면 게임의 시간도 멈추지만—

        

       [어어 손봐라 손]

       [팔 움직이는 거 보여요]

        

       ……그런 꼴을 시청자들이 그냥 보고 있을 리가 없지.

        

       사실 내가 메뉴를 불러오면 어차피 들키긴 하겠지만, 그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언니. 너무 어려우면 바꿔줄 수도 있는데.”

        

       “맞아. 번갈아 가면서 하면 조금 마음 놓고 할 수 있을 거야.”

        

       처음에는 조금 무서워하던 둘도, 무서운 장면을 계속 보고 있었더니 면역이 되어버렸는지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니, 평소의 표정이라기보다는 나를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네 시간 연속으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평소의 게임은 두 시간 조금 넘는 시간으로 끊어서 해왔으니 그럴만도 했지만, 이건 어느 정도는 자존심 싸움이었다.

        

       아니,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오늘 안에 이거 못 끝내면 내일도 이어서 해야 할 거 아냐.

        

       그건 진짜 싫다.

        

       어떻게든 오늘 안에 끝내서, 확실하게 마무리 짓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 정말.

        

       하다못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라도 그대로 있었다면.

        

       *

        

       수많은 억까를 겪었다.

        

       “으꺅!?”

        

       시간을 너무 끄는 바람에 뒤에서는 헬창이 쫓아오는데, 앞에서는 거기를 빳빳하게 세운 변태 새끼가 달려들지 않나.

        

       “아니……?”

        

       아주 작은 오브젝트에 걸려서 뒤에 오는 괴물에게 잡혀버리질 않나,

        

       “으갸악!”

        

       계단 앞에서 괴물에게 잡혀버리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건 뒤에서 괴물이 오는데도 내가 앞에 있는 계단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다 잡힌 거라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어찌 되었건, 그런 수많은 억까를 버티고서, 다시 한 시간 정도 후.

        

       “깼……다.”

        

       [인간승리]

       [와]

       [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깨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클리어했다.

        

       유명한 게임이라고 해서 스토리라도 대단한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내가 끝까지 플레이한 결과, 이 게임의 유명함은 아마 게임 특유의 진행방식 덕뿐이었으리라.

        

       병원을 탈출하기 위해 계단을 찾는다는 극도로 단순한 목표. 그 와중에 플레이어가 만나는 절묘한 함정들.

        

       당연히 길을 가는 와중 막혀있는 것을 뚫거나 우회하는 과정도 있었다.

        

       그러니까, 게임만 따지면 온전히 게임성으로만 승부를 본 훌륭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이브 포인트가 지랄맞은 건 솔직히 조금 억지였지만.

        

       늘어지는 걸 피하려고 주인공의 위치를 아는 괴물을 넣어둔 것은,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별거 아니었습니다.”

        

       [?]

       [?]

       [ㅔ?]

        

       무수한 갈고리를 무시하고 말했다.

        

       “게임 하나에 다섯 시간 정도면 그래도 깰 만하지 않습니까?”

        

       “언니…… 추해…….”

        

       “…….”

        

       [엌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클레어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냐 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무려 클레어가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할 정도면 내가 좀 추하긴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다섯 시간 만에 깼다고는 하지만 지금 새벽 2시잖아. 평소에 자는 시간을 한참 지났다고.”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하품했다.

        

       “…….”

        

       음.

        

       사실 내가 쫄보플레이를 하느라 세이브를 너무 여러 번 해서 더 오래 걸린 것도 있긴 했다.

        

       있긴 했지만……!

        

       “아무튼 클리어했으니 되지 않았습니까? 평소보다 방송도 길게 했으니 여러분의 이득 아닙니까?”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렇게 주장했다.

        

       [씁]

       [그건 그런듯?]

       [실비아님 저 내일 출근 어찌하나요?]

        

       “누가 방송 보라고 총 겨누고 협박이라도 했습니까?”

        

       [으꺆으로 협박하긴 한듯]

        

       너는 10분 채금이다.

        

       “그렇다면, 게임 클리어할 때까지 불을 끄고 있었고, 저 혼자 끝까지 플레이했으니 미션은 모두 성공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미션 수익은 둘 합쳐서 거의 4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되어있었다.

        

       한동안 마음 놓고 지낼 수 있겠구만.

        

       나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다음에도 해주세요]

        

       하겠냐.

        

       그렇게 방송을 종료하고 주변을 정리하는데,

        

       “언니.”

        

       “…….”

        

       문득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봤더니, 클레어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고 있었다.

        

       “다음에도 또 해줄 거지?”

        

       “…….”

        

       그 순진무구한 표정에 순간 얼이 빠졌다.

        

       앨리스를 보았더니,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웃었다.

        

       저쪽은 찬성이구만.

        

       내가 고통받는 걸 보는 게 재밌나?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게 자매의 본능일 것 같긴 해. 원래 형제자매는 서로 담그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으니까.

        

       “다음에는 두 사람이 플레이한다고 약속하면, 저도 제 차례 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사실 나도 조금 궁금했으니까. 미션 때문에 끝까지 보기만 했지만.”

        

       “흥미는 있으니, 뭐.”

        

       좋아.

        

       다음 게임은 내가 골라야겠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게임으로 골라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중의 게임은 아웃라스트와 그림자복도를 적당히 참고하였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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