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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1

    다이튼은 예르나에게 가격당한 얼굴부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프다.

    오해는 어떻게 풀렸지만, 아무리 오해가 풀렸다 한들 이미 그의 얼굴에는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상태.

    심지어 콧구멍은 흐르는 코피를 막기 위해 휴지까지 꽂아두어서 추하기 그지없다.

    다이튼은 예르나에게 투덜거렸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주먹부터 날리는 거야? 내가 루크한테 손을 댈 리가 없잖아.”

    “미, 미안해. 그냥, 무심코…….”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이 모습이 되면 왠지 자꾸만 친한 사람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게 되어버리는 탓에…….”

    “아, 아냐! 네 잘못은 아니고, 내가 성급했던 거니까!”

     

    루크의 눈물을 보자마자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툭, 끊어지는 것 같았다고 할까, 예르나는 기본적으로 생각이 깊은 여성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루크와 관련되면 사고가 성급해지고 만다.

    어쩔 수 없는 팔불출이었다.

    루크가 먼저 달려들다니. 

    사실 예르나는 루크가 과거에도 한번 그런 모습을 보였던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게 다이튼에게도 나타나는 경향인 것은 오늘 처음 알았지만.

     

    “그나저나, 루크. 그 상태는 얼마나 지속되는 거야?”

     

    다이튼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루크의 몸이 자라는 것은 분명 기쁘고 축하할 일이지만, 이 정도로 급격한 성장은 양 측 모두에게 당황스러울 뿐이다.

    이건 너무 크다.

    10살 짜리 치곤, 여러모로…….

     

    루크는 안 그래도 또래보다 성숙한 모습 때문에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무려 오늘 아침도 그러지 않았는가?

     

    안 그래도 어디가면 ‘이 아이가 정말로 당신의 딸이 맞느냐’ 하는 의심이나 사고 다니는데, 저런 루크랑 같이 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대체 뭐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런 고민은 예르나도 동일했다.

     

    “그러게, 저번에는 돌아오는 데에 이틀이나 걸렸었지?”

     

    이미 한번 루크가 성장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예르나였다.

    그 때는 무려 이틀동안 앉아서 끙끙거리고 힘들어하다가 겨우 다시 예전처럼 되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또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 갈지.

     

    “그랬죠……. 하지만 이번엔 아마 제가 진정만 되면 금방 될 거에요.”

    “그건 다행이네.”

     

    그에 다이튼과 예르나는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 상태가 오래되면 오래 될 수록, 모두가 곤란해질 뿐이니 말이다.

    ‘이건 뭐, 예르나가 동생으로 보일 정도잖아…….’

     

    이건 단지 몸매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한 루크의 키는 여성치고 굉장히 큰 편이었다.

    원래도 키가 아담한 편이던 예르나는, 현재 대충봐도180cm는 족히 넘을 법한 루크와 비교하면 너무나 왜소해 보였다.

    심지어는 꽤 몸집이 큰 자신과 나란히 서도 루크는 크게 위축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몸으로 10살이라니, 이건 우기는 것도 정도껏이다.

    루크가 키메라가 아니었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었으리라.

     

    “애들이 자고 있어서 망정이지, 정말…….”

     

    이 모습을 디아나가 본다면, 대체 뭐라고 할까?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언니야? 오빠야?”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

    아차, 아까 전 소란으로 깨어난 모양이다.

     

    “““!!!”””

     

    ——-

     

    안 그래도 언니와 오빠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던 디아나는 소란이 들리자마자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디아나는 막 깨서 비몽사몽한 눈동자로, 눈을 부비며 거실에 모습을 비추었다.

    디아나의 품에는 루크에게 삐쳐서 디아나에게 안긴 리브가 있었고, 자기 전 감은 머리는 그 새에 눌려서 이리저리 삐쳐 있었다.

     

    그리고 디아나는 어색하게 서로를 안고 있는 다이튼 오빠와 예르나 언니를 보게 됐다.

    “어, 어머. 깼니?”

    “어, 거실엔 어쩐 일이야? 디아나.”

     

    그 어색함은, 막 자다 깬 디아나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언니 오빠들, 왜 밥 먹는 테이블에 서있어?”

     

    좋은 질문이었다.

    보통 테이블이 있으면 앉아있지, 어째서 이렇게 테이블 앞에 나란히 서있어야 하는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비논리적인 행동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분명히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 터.

     

    그러나, 학생의 좋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좋은 선생은 여기에 없었다.

     

    “아, 그건 말이지.”

    “이건, 그러니까…….”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들이 아닌 학생의 입에서 나왔다.

     

    “아, 알겠다. 잘자, 뽀뽀구나?”

    “으, 응?”

    “잘자, 뽀뽀?”

     

    어른들이 설마 그것도 모르나? 디아나는 설명했다.

     

    “응. 자기전에 애기들한테 잘 자라고 뽀뽀해주는 거 있잖아. 그거 때문에 그러고 있는 거지?”

     

    디아나의 말에 예르나와 다이튼은 잠시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 맞아. 그거야.”

    “하하, 들켜버렸네.”

     

    그 모습에 디아나는 피식, 마주 웃으며 말했다.

     

    “뭐야아, 언니랑 오빠들도 자기 전에 뽀뽀 안 받으면 잠이 안 오는거야? 애기들 같네.”

     

    그건 옛날 고아원에 있을 때 선생님들이 잠 못 자는 아기들한테나 해 주던 일종의 의식이었다.

    옛날엔 자신도 받아야지 잠이 잘 오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깔끔히 졸업했다.

    그것은 이젠 뽀뽀 없이도 잘 자는 어른이라는 뜻으로, 다 컸다는 얘기를 의미한다.

     

    그런데, 언니하고 오빠는 여전히 아기인가보다.

     

    “그, 그런가봐. 하하하. 부끄럽네에-.”

     

    디아나의 말에 예르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맞장구쳤지만, 다이튼은 조금 단호하게 답했다.

     

    “임마, 원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아기가 되는 거야.”

    “……다이튼?”

     

    여기서 그런 말을?

     

    ‘무슨 의미야, 그거?’

     

    다이튼은 그렇게 잠시 예르나가 여러가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것을 감상한 뒤, 디아나에게 말했다.

     

    “됐고, 얼른 다시 올라가서 자. 일찍 자야 키도 큰다.”

    “흐아암. 알겠어. 언니하고 오빠도 잘자.”

    “그, 그래. 잘 자렴.”

     

    그렇게 디아나는 몸을 돌려 자신의 방을 향해 다시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

    “…….”

     

    그렇게 디아나가 사라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두 사람은, 이내 완전히 디아나가 자취를 감추게 된 순간 테이블을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디아나는 갔어. 이제 나와도 돼, 루크.”

     

    그러자, 테이블 밑에 빼꼼히 드러나 있던 꼬리가 쏙 들어가며 루크가 식탁보를 걷고 얼굴을 비췄다.

     

    “하아, 큰일이었구나. 하마터면 들켜서 설명하기 굉장히 복잡해질 뻔했어.”

    “하하하, 그러게……. 식탁보를 긴 걸 써서 다행이지.”

     

    루크는 예르나의 말에 동의했다.

    사실 몇번이고 바꾸려고 했다가 디아나와 파이리스가 숨바꼭질을 할 때 여기로 숨는 걸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냥 뒀는데, 그게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줄이야.

     

    자신의 이런 모습을 디아나가 보면,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감도 안온다.

    방금 전까지 같이 놀던 언니가 이렇게 거대해졌다고 하면 애가 믿기나 할지.

     

    “하아…….”

     

    루크는 안심한만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별 일 없이 지나갔다는 것에 감사를 담아서.

     

    하지만 그런 루크에게, 다이튼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야, 근데 너 아까보니까 식탁보 밑으로 꼬리 빠져 나와있더라.”

    “으에, 뭐라고? 제, 제대로 숨은 줄 알았는데……!”

     

    그러자, 루크는 평소답지 않게 크게 당황하며 제 꼬리를 붙잡았다.

    그 모습은 몸집에 맞지 않게 참 귀여웠다.

    그에 다이튼과 예르나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몸이 커서 그게 다 안 들어갔나 봐?”

    “푸흡, 이미 늦었어, 루크야.”

    “아, 알았으면 진작에 말을 좀 해주지……!” 

    다이튼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얘는 몸이 크니까 더 애 같아졌네.’

     

    원래는 애 같은 몸으로 어른스러운 척을 하니까 어색했는데, 지금은 어른같이 보이는 몸으로 저러니까, 또 색다르게 어색하다.

    아무래도 루크는 어떻게해도 어색한 것 같다.

     

     

    그나저나, 오늘 진짜로 엄청 피곤한 날이다. 베개에 머리 닿으면 바로 자버릴 것 같아.

     

     

    ——

     

    그 시각, 어딘가.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드래곤하트는 제대로 공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실험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것.

     

    비록 놓친 샘플을 다시 찾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사실 드래곤하트를 생물에 이식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이미 그것의 쓸모는 다했던 상황이다.

    처음부터 샘플에 목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안정성이……. 초기 예상치보다 떨어집니다. 깨어났을 때 종종 폭주를 일으키고 있어서…….”

    “흠. 안정성인가.”

     

    아쉽지만, 안정성 문제는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그 때와 지금은 재료가 다르니까.

    제대로 배합될 수 없으니 폭주를 일으키는 것도 상정 내다.

     

    보고를 듣던 그는 테이블에 놓인 서류들을 흩트리며 생각했다.

     

    ‘운명을 최대한 끌어와 사용해도, 내게는 이것이 한계인가?’

     

    이가 갈릴 정도로 원망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는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어차피 운명은 자신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리라는 것 쯤,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계획을 수정하면 될 일이다.

    여태껏 그래왔듯이.

     

    “헌데,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뭐지?”

    “금일, 시설 내에 침입자가 있었습니다.”

    “……뭐라고?”

     

    이건, 심각해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이번에는 신중을 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운명이 또 가로막는 것인가?

     

    그렇게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일렀는데 설마 이것으로 계획이 틀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관련자의 목을 모조리 쳐내고 언데드로 만들어 부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겠다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피해는 없었습니다. 사상자가 있었을 뿐.”

    “흠.”

     

    이어진 보고에 그의 목소리에 섞인 노기가 살짝 가라앉는다.

    프로젝트만 괜찮다면, 사상자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뭐, 그렇다면 상관없다. 차원의 봉합시기는 예정대로인가.”

    “그것은 계획대로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계획은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어, 계획의 순서를 뒤집지.”

    “그 말씀은…….”

     

    그는 테이블에 놓인 서류철을 하나 집어들며 중얼거렸다.

     

    “이제는 묵혀둔 술을 꺼내, 새 잔에 담을 때다.”

     

    니드호그.

    세계수의 뿌리를 갉아먹는 짐승.

    그것이, 그의 서류철에 쓰여진 글자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근데 오늘의 삽화는 왠지 이어지는 것 같아서 4컷만화로 봐도 될듯 하지 않나요??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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