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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1

       미치광이의 대응은 빨랐다.

       

       녀석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자신의 막대한 마력으로 수십 개의 진을 그렸으니까.

       

       그것은 현학적이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복잡하고도 아름다웠으니 그만큼의 위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본래라면 본인의 성격상 저를 모두 다 받아내 주며 상대의 실력을 시험해 볼 터이다마는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일단은 이 오만한 녀석에게 본인이 어떤 존재인가를 알려주는 것이 우선일 테니까.

       

       수많은 마법진이 형성되는 것을 구경하며 본인도 세상의 위에 그림을 그렸다.

       

       그에 따라 세상에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본인의 아래에 굴복하며 자취를 감추었으니 미치광이가 그리던 마법진도 마찬가지로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녀석을 하늘 위에 머무르게 하던 마법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의 몸이 저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 생각한 본인이었다만 저는 내 예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법을 잃고 낙하하던 녀석이 마구잡이로 마력을 움직이다 다시금 괴상한 모양새의 마법진을 그려내더니 부양에 성공한 것이다.

       

       “호오?”

       

       신기한 일이었다. 본인이 세상의 규율을 지워버렸을 터인데 어찌하여 그 곳에서 마법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한 세계를 집어삼킨 자라 이것인가. 이 도술에 대응하는 자를 처음으로 보았던 지라 신기해하고 있으려니 미치광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 넌 뭐지?

       “보면 알지 않나. 인간이지.”

       – 그런 걸 묻는 게 아님을 알 텐데.

       

       목소리가 격양된 것이 방금 전의 일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던 모양이야. 그런 생각이 들어 키득거리고 있으려니 점차 상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궁금하더냐?”

       – …그래.

       “알고 싶다면 직접 입을 열어 보거라.”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도술을 풀었더니 미치광이가 다시금 낙하하다가 균형을 잡았다.

       

       두 번에 걸친 낙하가 치욕스러웠던 것일까. 그는 세상의 규율이 돌아오기 무섭게 내 주변에 수십의 마법진을 그렸다.

       

       방금 전의 일이 마음에 걸렸던 것인지 이번에 장대한 준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마법이 즉발적으로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목을 날리려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몸을 짓눌러 비틀어 버리려는 무언가.

       

       정신에 간섭하려는 무언가. 본인의 생기를 뽑아내려는 무언가.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마법들이 본인의 주변에 자리하여 펼쳐졌다.

       

       어느 하나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지만 별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 마법들은 빠르게 준비되는 대신 그만큼이나 나약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따로 대응할 가치도 없다.

       

       이 따위 것들에 꿰뚫릴 정도로 본인의 강기는 허술하지 않으니까.

       

       나는 모든 것을 가뿐히 받아내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충분히 놀아준 것 같으니 이번에는 이 쪽에서 공격하도록 하겠다.”

       

       본인을 하늘에서 내려다 볼 정도의 실력을 지녔는지 한 번 시험해 보겠다.

       

       어디 한 번 버텨보도록 하라. 가뿐하게 주먹을 내질러 주었더니 녀석이 자신의 앞에 방어벽을 형성했지만.

       

       무르구나. 그 정도로 본인의 일권을 막아내려 하다니.

       

       상대의 얼굴을 향하여 올곧게 나아간 권격은 너무도 간단히 방어벽을 부수고 미치광이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무어냐. 이게 다인가?

       

       사장 녀석이 잔뜩 겁을 주기에 더 대단한 것을 생각했다마는.

       

       실망스럽다는 생각을 하던 중 나는 문득 주변의 기운이 그대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치광이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여전히 박제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이 세상을 녀석의 마법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 놀랍군.

       

       뇌에 목소리가 울렸다. 그 어디에도 마법사의 형체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 세상의 규칙을 제멋대로 다루는 자라니.

       

       그제야 나는 이 세상이 어떤 것인지. 저 미치광이가 어떤 존재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그러고 보면 사장은 저 녀석을 보고 세계를 집어삼켰다고 이야기를 했었지.

       

       – 그대와 같은 존재는 내 처음 보는 군. 탐구할 가치가 있어.

       

       설마 그 이야기가 이 세계 그 자체가 되었다는 이야기일 줄은.

       

       이야. 본인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일이구나.

       

       본인이 이를 처음부터 눈치 채지 못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설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저 것의 부산물일 것이라 어찌 예상을 하겠는가. 당연히 이 세상의 기운이 본래부터 그런 식일 것이라 생각을 하지.

       

       – 그대에 관해 조사한다면 나의 지식도 한 층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을 터.

       

       그렇다면 이 녀석을 상대하는 일은 세계 그 자체를 상대하는 일이 되는 것인가.

       

       이는 또 새로운 경험이구나. 사장의 부탁을 받기를 잘했어.

       

       다만 미리 설명을 제대로 해주었으면 참 좋았겠단 생각이 드는 구나. 그랬다면 이리 자잘자잘하게 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을 것 아닌가.

       

       – 그러고 보면 그대는 처음에 공간을 넘었었지. 그대에 관해 조사한다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법조차 알게 되는 것인가. 좋아. 좋군.

       

       뭐어. 되었다. 그에 관해서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지금은 이 곳에 있는 상대를 박살내는 것이나 생각하자꾸나.

       

       …근데 세계를 상대로 싸울 때는 어찌 해야 하는가? 애초에 세상이라는 것이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는 존재인가?

       

       만약 세상을 지워버린다 치자. 그럼 이 곳에 있는 본인이나 용은 어찌되는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속에서 침음성을 흘리던 나는 이내 이런 고민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인이 어디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인간이었던가. 일단 움직이고서 생각을 하는 인간이었지.

       

       – 부디 마법의 진보를 위한 연구에 협조해 주겠나?

       “협조를 시키고 싶다면 그대의 힘으로 본인을 굴복시켜보아라.”

       

       여전히 본인에게 세상이란 강자존일지어니. 어디 한 번 그대의 전력을 다해 본인을 짓눌러보도록 하라.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미치광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은 본인의 머릿속에서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전체에서 울리는 광소였다.

       

       웃음이 그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주변에 거대한 기운이 소용돌이 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 기운은 방금 전 자잘한 기운들과는 격을 달리했다. 이 세상의 의지가 본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

       

       아아. 그래. 이 정도는 되어줘야지. 그래야 본인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겠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미로운 감각에 웃음을 짓던 나는 주변에 펼쳐지는 수많은 마법진을 보고서 다시금 공을 그렸다.

       

       자아. 그대는 이것을 파훼할 수 있는가?

       

       – 한 번 보여준 이상 그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오호라. 해결책을 찾았나? 어찌하여 그대의 마법진이 흩어지지 않는 것이지?

       

       주변의 모든 기운이 사라지고 이 세상이 본인이 뜻 아래에 굴복했거늘 어찌하여 그대의 마법이 남아있단 말인가.

       

       – 얌전히 사로잡혀서.

       “좋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을 사용하도록 하마.”

       

       그대가 이를 어찌 파훼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본인은 마법이라는 것을 거의 알지 못하니까.

       

       허나 도술이 통하지 않는다면 본래 본인의 방식을 사용하면 그만이지 않나.

       

       무인의 방식을 말이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생각을 해보았다. 세계를 상대하려면 어찌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

       

       이런 경험이 존재하지 않는지라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가 스쳐지나가고는 했지.

       

       “그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일단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박살내 버리면 되지 않겠냐는 것.”

       

       어찌되었든 네 놈도 살아 숨쉬고 있는 존재이지 않으냐. 때려 부수다보면 언젠가는 죽겠지.

       

       “미리 사과를 하마. 본인이 새로운 경지에 오른 지가 얼마 안 되어서 말이다. 힘조절에 서투르거든.”

       – 무슨 소리를.

       “일단 전력으로 후려치겠다.”

       

       무어. 세상 그 자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는 녀석이 일권에 박살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내 부디 그대가 튼튼하기를 바라겠다. 작금이 본인이 언제 어디서 전력을 다해 보겠느냐. 이런 때에라도 시험을 해봐야지.

       

       “알아서 버티거라.”

       

       단전에 쌓아두던 내기를 풀어 발 끝에 집약 시킨다.

       

       진각을 밟을 땅은 존재하지 않으나 상관없다. 이 세상 어디라도 본인의 뜻이 있다면 굳건한 땅이 될 지어니.

       

       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진각을 밟고.

       

       발에서. 무릎에서. 허벅지에서. 허리에서. 어깨에서. 팔로 향하여.

       

       증폭되기를 반복한 끝에 거대해진 기운을 담아 주먹을 내질르는 그 순간 확신했다.

       

       나의 권이 이 놈의 하늘을 부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

       

       과거 아라가 귀환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피스의 세상에 막 발을 들인 그녀가 처음으로 알려진 계기인 외신과의 대결은 회사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낱 인간이 자신의 무위로 격을 뛰어넘어 신을 무너트리는 그 장면을 보고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를 무인이라 생각하는 자들은 무의 극한을 보고서 눈을 반짝였고,

       

       세상에 기적을 그리는 이들은 인간이 자신의 주먹으로 이루어 낸 결과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으며,

       

       인간보다 뛰어난 격을 지닌 이들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서 전율하고 말았다.

       

       아라를 이 곳까지 데리고 온 용도 아라의 무위에 전율한 존재 중 하나였다.

       

       그녀는 그 풍경을 보고서 아라라는 무인에게 매혹되었으며 저 인간의 무위를 더욱 더 많이 자주 보고 싶다고 간절히 소원했다.

       

       그래서 아라가 방송을 켰을 때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검 한 자루로 위대한 악룡을 떨어트리는 모습을 보곤 경악스러운 마음을 품으면서도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 뒤로도 아라가 방송을 켤 때면 항상 그 방송을 시청했고, 아라가 마이튜브에 올린 영상도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 보던 샤인이었지만.

       

       지금 저 위에서 펼쳐진 광경은 그녀의 입장에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늘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단순히 구름이 갈라졌다는 것이 아니다.

       

       하늘이 부서짐에 따라 생겨난 검은 색의 거대한 균열이 하늘을 반토막 내버린 것이다.

       

       그 압도적인 광경을 눈에 담은 샤인은 녹아내릴 듯한 웃음과 함께 중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억지를 부려가면서 아라 씨의 에스코트를 자청하길 잘했네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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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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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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