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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1

   비앙카와의 단잠 속.

   크라슈는 꿈을 꾸고 있었다.

     

   꿈은 꽤 오래전 일이었다.

     

   창공의 세대가 한창 이름을 올릴 때쯤.

   크라슈는 어쩌다 보니 아서와 단둘이 한 방에 남아 있었다.

     

   때마침 다들 일이 생겨 잠시 자리를 비웠고, 내일을 준비하던 아서와 크라슈만이 한 방에 남은 것이다.

     

   아서와 크라슈는 서로 대화 없이 침묵했다.

     

   예전부터 그다지 대화를 많이 하는 사이도 아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긴 했다.

     

   「크라슈.」

     

   그러는 순간 말문을 먼저 연 건 아서였다.

   크라슈가 그를 보자 아서는 자기 손을 조용히 내려다본 채 물었다.

     

   「네가 보기에 창공의 세대는 어떻지.」

     

   갑작스러운 질문을 듣고, 크라슈는 아서를 바라보았다.

   아서는 늘 그렇듯 무표정하게 크라슈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저리들인데?」

     

   그리고 크라슈는 뭘 묻냐는 듯이 콧방귀를 내쉬었다.

     

   크라슈가 보기에 창공의 세대는 서로 뭉칠 줄도 모르는 머저리들이었다.

   개개인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다 보니 죄다 자기 자존심만 세울 줄 알지 협력을 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늘 창공의 세대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었다.

     

   「머저리들이라.」

     

   아서는 크라슈의 말을 곱씹고는 이내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확실히 그 말대로지.」

     

   아서 또한 창공의 세대를 그리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강하지만 그들이 뭉치기에는 너무 많은 제약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날아오르는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이다.」

     

   크라슈는 그 말이 아서가 창공의 세대에게 걸고 있는 기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 생각해 보면 회귀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과연, 지금의 창공의 세대는 아서가 보기에 어떨까.

   가장 하늘 높이 고고하게 날아오르고 있을까.

     

   크라슈는 이를 묻지 못한다.

   그때의 아서는 크라슈가 제 손으로 이 세상에서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아서 그라말테.’

     

   넌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지.

   크라슈는 갈 곳 잃은 질문과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한낮의 따스한 공기가 코를 타고 들어왔다.

   몸이 뻐근한 걸 보니 하루를 꼬박 잔 모양이다.

     

   크라슈가 옆을 더듬으니 비앙카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비앙카라도 하루를 옆에서 꼬박 잘 수는 없으니.

   이쪽이 깊게 잠든 틈을 타, 자기 할 일을 하러 간 모양이다.

     

   옆에서 괜히 잠을 깨우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크라슈는 더듬었던 손을 내린 채 천장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적어도 그때의 아서조차 이 정도로 익시온과 최흉의 씨앗 발화 시기가 앞당겨졌을 거라고는 예상 못 했을 것이다.

     

   본디 그들과 정면에서 맞서야 할 창공의 세대가 무르익지도 못 했을 때 이 사태가 터졌으니 말이다.

     

   여기에는 회귀를 한 크라슈가 익시온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며 훼방을 놓아 그들이 극단적 선택을 택하게 만든 것도 있을 테지만.

   크라슈보다도 아벨라가 익시온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탓이 가장 클 것이다.

     

   아벨라는 익시온이 세계 침식의 신을 창조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우며 갈피를 잡아줬으니까.

   그 결과, 익시온은 전에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세계 침식의 신을 완성 직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아직도 익시온의 잔당은 남아 있다.’

     

   수 세기 전부터 이어온 마법의 망령인 아벨라가 이렇게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터.

   분명히 노리는 바가 있을 것이다.

     

   크라슈는 쭈욱 몸을 피며 기지개 켰다.

   그래도 한숨을 자고 나니 꽤 개운해졌다.

     

   꼬르륵-

     

   동시에 굶주린 배가 울기 시작했다.

   온종일 잠만 잤으니 영양을 보충할 시간이었다.

     

   크라슈가 방문을 열었다.

   이카루스 임시 거점에는 식당도 준비되어 있다.

     

   식사할 생각으로 크라슈가 휴식 공간인 2층을 나와 1층으로 온 순간.

   크라슈의 눈에 뜻밖의 풍경이 보였다.

     

   “비앙카 님은 단맛을 너무 낸다니까요. 왜 이렇게 자꾸 달게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크라슈 님이 잘 먹어줬으니까요.”

   “크라슈 님은 단 거 별로 안 좋아했던 걸로 아는데요? 간식 먹는 것도 거의 본 적 없고.”

   “나랑은 항상 같이 간식을 먹어줬어요.”

   “……왜 이런 걸로 우쭐거리시는 건가요.”

     

   식당 안쪽, 요리를 하는 두 사람이 크라슈의 눈에 들어왔다.

   한쪽은 카란디스, 다른 한쪽은 비앙카였다.

     

   그들의 앞에는 시체쥐와 까마귀 한 마리가 있었다.

   보아하니 비앙카가 음식을 준 듯 둘 다 그릇에 든 먹이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앉은 하링이 무언가를 제조하고 있었다.

   앞에 늘어진 재료를 보아하니 대충 기력 회복과 관련된 영약을 제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쪽은 지금은 빼죠. 그 사람의 체질에는 이쪽이 더 나아요.”

   “응.”

     

   그녀의 옆에서 제조를 돕고 있는 건 아스트리아였다.

   크라슈를 그동안 가장 많이 치료한 만큼 그의 체질을 훤히 꿰고 있던 덕분에 할 수 있는 조언이었다.

     

   식당 다른 한쪽에서는 아슬란이 차를 한 모금 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화염 마법을 새롭게 연구하며 사용하고 있어서인지 손에는 붕대가 잔뜩이었지만, 그는 딱히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의 곁에선 리리나가 비앙카와 카란디스 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아슬란이 피식 웃었다.

     

   “가서 돕지, 그래.”

   “아뇨. 두 분이 하셔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가사로는 정평이 나있던 리리나는 이번에는 나서지 않았다.

     

   철컹-

     

   그러는 순간 외부 문이 열렸다.

   거기에 걸어 들어온 것은 바다 빛 머리카락의 소녀였다.

     

   그녀가 당찬 발걸음과 함께 걸어 들어오자 그녀의 등 뒤를 따라 세 사람이 보였다.

     

   평민의 영웅 펠레이, 그리고 최근 이름을 높인 글렌 다이아나.

     

   그리고 마지막 한쪽은 크라슈의 얼굴에 미묘한 기운을 서리게 했다.

   여전히 한껏 어깨가 움츠러들어 있는 그녀는 메리 다이아나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타난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1년 전에 졸업했던 전 백양단 인원들이 시즐리를 따라 나타난 것이다.

     

   “흐음, 동문이 이렇게까지 모이니, 꽤 떠들썩하구나.”

     

   시즐리는 그리 말하며 허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래도 고양이 손이라도 도움 되는 법이니. 이렇게 모으면 조금은 도움 되지 않겠어.”

   “우리가 고양이 손 취급받을 수준이야?”

     

   시즐리를 따라온 아르숄더가 거칠게 웃으며 말하였다.

     

   “거인의 숲을 막겠다고 버티다가 굴러떨어졌으면 고양이만도 못하긴 하죠.”

     

   그의 옆에 서 있던 전 백양단 소속이자 결벽증 사내, 몰그리드 판레아가 일갈하자 아르숄더가 콧방귀를 쉬었다.

     

   “몰그리드, 네놈도 자기 영지에 있는 금역을 못 막아 질질 짜면서 왔던 주제에.”

   “누가 질질 짰답니까!”

     

   여전히 사이가 안 좋은 둘은 티격태격하였다.

     

   “여전히 사이가 안 좋네. 시즐리 님, 이 두 명은 버리고 나만 쓰는 게 좋지 않아?”

     

   여자 좋아하기로 정평 난 하이젠 핸드릭슨이 천박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다 그쯤 하세요. 하이젠도 시즐리 님에게 그렇게 말하면 뒷 일 감당 어떻게 하시려는 건가요. 용왕의 약혼자세요.”

   “무섭구먼.”

     

   그러자 백양단 전 서기인 메이리가 셋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 말고도 여전히 안대로 눈을 가린 율 토파즈나 마왕, 마왕의 아들 바크람 아리오스 등.

   백양단 전 멤버들은 사실상 다 모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시그린 쪽을 완전히 흡수했군.’

     

   시그린이 쌓아 놓은 연까지 전부 집어삼킨 시즐리였다.

   시즐리답다면 시즐리다웠다.

     

   “그래서 낭군은 어디 가고, 다들 여기 있느냐.”

     

   그녀는 뒤늦게 온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분위기를 보며 눈치챈 듯 콧방귀를 내쉬었다.

     

   “그렇군. 슬슬 때가 됐겠거니 했더니 뻗은 모양이로군.”

     

   그녀는 모든 걸 이해한 눈치였다.

     

   이러면 모습을 드러낼 타이밍이 애매해지는데.

     

   “어, 크라슈 님.”

     

   크라슈가 고민하고 있던 찰나 크라슈는 자신을 부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크라슈의 직속 하녀인 알리샤가 있었다.

     

   세탁물을 잔뜩 들고 있는 그녀는 이카루스에서 다른 이들까지 적극적으로 시중을 돕고 있었다.

     

   그 순간 비앙카가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이쪽을 휙 하니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크라슈와 눈이 마주친 비앙카가 바로 입을 열었다.

     

   “크라슈 님, 내려와서 앉아요. 식사 준비할게요.”

     

   비앙카의 목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주목받는 시선은 크라슈마저도 조금 멋쩍게 했다.

     

   [ 저 아이는 네 이름만 불리면 누구보다 빨라지는구나. 뭐 감지기라도 달린 게냐. ]

     

   그건 조만간 확인해 봐야 할 듯싶다.

   크라슈는 쓴웃음을 한차례 짓고는 모두에게 손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

     

   “다 모여 있을 줄은 몰랐는데. 반가워. 오랜만이다.”

     

   크라슈는 모두에게 인사를 전했다.

     

   “당신, 다음부터 자기 건강 체크도 안 하면 덜 치료해서 강제로 쉬게 할 거야.”

   “크라슈, 이거 하나 먹어.”

   “이 몸의 낭군이라는 게 자기 몸 관리도 못 해서 쓰나.”

     

   크라슈가 내려오자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건 어딘지 모르게 크라슈에게 풍족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 모습을 보자 조금 전에 꿨던 꿈이 잠시 떠올랐다.

   서로서로 경쟁 상대로밖에 보지 않았던 창공의 세대가 말이다.

     

   이걸 보니 확실히 알았다.

   창공의 세대는 아서의 말대로 바뀌었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거면, 썩 나쁘지 않으려나.’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해온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겠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 상황이 변함없게 나아가는 것은 선두에선 크라슈의 몫일 것이다.

     

   ‘골치구만.’

     

   고비를 다 넘길 때쯤이면 조금 쉬어볼까 했더니.

   보아하니 아무리 해도 쉬는 것은 쉽지 않을 듯싶다.

     

   “다들 밥이나 먹자.”

     

   한창 점심시간.

   배부르게 먹고, 다시 다음을 위해 거침없이 움직일 시간이다.

     

   크라슈가 그렇게 모두와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원래 즐거운 시간은 짧은 법이랬던가.

     

   [ 크라슈, 문제가 생겼다. ]

     

   식사를 막 마친 크라슈에게 크림슨가든 쪽이 말을 걸어왔다.

     

   [ 붉은 마녀가 회귀자 놈의 앞에 나타났다. ]

     

   아벨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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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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