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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2

    명상을 할 때마다 닥쳐오는 수마와 싸워가며 끈질기게 명상을 이어나간 결과, 루크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확실히,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두번째는 빠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명상도 익숙하다고 해서 피로가 전혀 누적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집중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행하는 장시간에 걸친 집중은 아무리 루크라고 해도 피로감이 쌓이게 마련이었던 것이다.

     

    그에 루크는 차라도 타서 마실까, 하는 생각을 하며 방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이미 누군가 식사를 마치고 나간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부엌에 놓여진 설거지감을 확인해 보면, 그 식사를 한 것은 아마 예르나일 것이다.

    그릇과 식기에 남은 흔적에, 기름기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무래도 그녀는 아침부터 급히 나갈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 자신이 상처를 고쳐 준 그 노인을 만나러 간 걸까?

     

    그럼 다이튼은 뭘 하고 있나 해서 방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그는 아직 곤히 자고 있었다.

    루크는 그를 깨워야 하나 생각을 하다, 오늘은 다이튼의 휴일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고 다시 방문을 닫았다.

     

    평소보다 너무 늦게 일어나는 것 같지만, 그냥 두자.

    어제는 아침부터 그토록 바쁘게 움직였으니, 아마 오늘은 늦장을 부리고 싶겠지.

    많이 피곤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루크는 찻잎을 담은 통을 열고,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물은 금방 끓어오른다.

     

    -보글보글.

     

    “하아암…….”

     

    루크는 하품을 하며 생각했다.

    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면 어째서 이리도 나른해지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반대로 몸이 나른할 때에 물 끓는 소리를 듣는 것일지도 모른다.

     

    -쪼르륵-.

     

    생각을 하던 루크는 이내 차를 잔에 따르며 생각을 접었다.

    그게 뭐 그리 생산적인 고민이라고 고작 그런 것을 깊게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가?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었든, 지금의 자신이 나른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 않나.

     

    루크는 따듯하게 채워진 잔을 들어 한 모금을 하며 창 밖을 보았다.

    창 밖의 날씨는 어제 비가 내리려던 것을 미뤄서 그런지, 그닥 화창하지는 않았다.

     

    -후룹.

     

    “헌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군.”

     

    날씨 때문일까?

    뭔가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웬만해서는 자신이 잊어버리는 일이 없는데…….

     

    그 순간이었다.

     

    -멈칫.

     

    “잠깐만.”

     

    그러고보니 서드의 학부모 면담, 그게 오늘이라고 하지 않았나?

     

    ‘분명히 어제 기준으로 내일이라고 했으니, 그 말은 즉, 오늘이라는 얘기 아닌가!’

     

    “크, 큰일이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예르나에게 미리 서드의 면담에 대해 언질을 한다고 한 것이 어제 그런 일들로 인해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하필이면 예르나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

     

    급히 연락을 보내도, 일이 급한지 받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막상 그녀가 연락을 받고 돌아온다 하더라도 면담 시간을 맞출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

     

    이제 방법은 하나였다.

     

    ——

     

    루크는 즉시 안방으로 달려가, 자고 있는 다이튼을 흔들어 깨웠다.

     

    “다이튼! 일어나서 나 좀 보게!”

     

    다이튼은 루크가 자신을 보라는 말에 루크를 슬쩍 바라봤다.

    루크는 어느새 어젯밤의 모습은 마치 꿈이었다는 것 처럼 오늘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에 다이튼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궁시렁거리듯 대꾸했다.

    “으응-. 그래, 네 말대로 오늘은 다시 귀여워졌네, 응. 다행이야, 우리 딸 최고 최고-.”

     

    그렇게 말한 뒤, 다이튼은 깨우지 말라는 듯 루크를 등지며 몸을 반바퀴 돌렸다.

    그러자 그의 넓은 등이 마치 벽처럼 솟아올라 루크를 당혹시켰다.

     

    혹시 그는 ‘나를 좀 보라’ 고 했다고, 정말로 얼굴만 보고 도로 자려는 걸까?

    솔직히 그 가능성은 높다.

     

    “……다이튼! 나를 보라는 게 그 뜻이 아닐세! 얼른 일어나보게! 내 모습이 귀엽든, 말든 그건 상관이 없단 말이네!”

     

    그런 그를 루크는 다시 흔들어 깨운다.

    그러자 다이튼은 약간의 짜증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 알았으니까, 오늘은 나 좀 자게 냅둬. 나 지금 너무 피곤해서 못 놀아주겠다.”

     

    루크는 그가 피곤한 이유야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그를 자게 놔둘 수도 없어서 그를 더욱 흔들며 외쳤다.

     

    “아니! 내가 그런 말을 들으려고 나를 보라는 게 아니라! 지금 큰일이 났단 말일세! 그대가 예르나 대신 테네간 아카데미에 출석을 해 줘야 한단 말이네! 내가 어제 말을 했어야 했는데, 깜빡했어!”

    “뭐? 아카데미……? 갑자기 그게 무슨 일인데…….”

     

    웬만하면 무시하려던 다이튼은, 아카데미라는 말에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아카데미 문제는 루크 혼자서는 못 할 테니까.

     

    ——-

     

    서드가 교내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위원회가 열렸다.

    때문에 서드는 자신의 법적 보호자를 데려와야 하는데, 법적으로 그의 보호자는 예르나로 되어있는 상황.

    이에, 예르나가 출석을 해야 하지만, 그녀는 오늘 자리를 비웠다.

    따라서, 그 출석의 의무는 그녀의 남편인 자신에게 이양되었다…….

     

    “그게 그렇게 된 거로구만.”

    “그래, 내가 잘 얘기해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단 말이네.”

     

    루크에게 서드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다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내폭력 위원회라…….

     

    ‘하, 요즘은 애들끼리 좀 싸운 걸로도 교내폭력 위원회가 열린다더니, 정말인가보네.’

     

    일방적인 괴롭힘도 아니고 애들끼리 서로 싸운 걸로 교내폭력 위원회를 연다니, 세상 참 달라졌다고 느낀다.

    자신이 아카데미에 다닐 때에는 쪽팔려서 어디가서 맞았다고 말도 못 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들어보니까 딱히 그 서드라는 녀석이 크게 뭘 잘못 한 것 같지도 않다.

    약자를 지키기 위한 정신,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한 일.

    그런데 자칫하면 퇴학까지 당할 수 있다고 하면 그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그렇기에 다이튼은 루크의 부탁을 승낙했다.

     

    “하암……. 뭐, 그런 거라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지.”

    “정말인가? 고맙다! 큰 도움이 됐어!”

    “나 정장좀 가져다 줄래? 아무래도 편하게 입고 가면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래, 그래! 금방 갖고 오지!”

     

    루크는 후다닥 옷장으로 달려가 다이튼의 정장을 꺼내왔다.

     

    “그런데, 다이튼. 이거 좀 작은 것 같은데.”

    “아, 그거 숲지기 면접보려고 맞춘 거라, 작기는 할거야.”

     

    지금처럼 근육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예르나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한 거니까.

    그래도, 예전에도 이미 덩치가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아주 안 맞을 정도는 또 아니었다.

    그 때에 비해 크게 발달한 대흉근 때문에 상의 단추가 잠기지는 않는 것 같지만.

     

    “흠.”

     

    루크는 다이튼이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정장이 어울리는 자리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장을 저렇게 입으니, 오히려 더 불량해 보이는 느낌이 든달까…….

     

    “혹시 이거 말고 다른 단정한 의상은 없나?”

    “없어. 숲지기한테 정장이 뭐 얼마나 필요하겠냐.”

    “그건 또 그렇지만…….”

     

    이럴 바에야 차라리 숲지기 제복을 입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지만, 그건 그냥 넘기기로 했다.

    자신 보다는 다이튼이 이 시대상의 문화와 예절에는 더 익숙할 테니까…….

     

    이내, 루크는 다이튼이 옷 매무새를 정돈하는 모습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정말 괜찮겠는가? 상당히 피곤한 것 같은데…….”

     

    눈 밑에 피곤함이 잔뜩 내려앉은 다이튼의 표정은 빈 말로라도 생기있다고 표현하기 힘들다.

    지금도 피로감에 눈꺼풀이 감기려는 것을 가까스로 붙들고 있다는 느낌이 만연하다.

    하지만, 다이튼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어보였다.

     

    “괜찮아, 임마. 아까 네가 내어준 차를 마셔서 좀 버틸만 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루크는 걱정이 되었다.

    자신의 차가 피로 회복에 효과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피로를 완전히 분해시키는 영약은 아니었다.

    차의 원본이 되는 영약이라면 한달간 어떤 피로도 누적시키지 않고 전투 최전선에서 맞서도 문제없는 성능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행동력과 호전성이 크게 늘어나는 점이 문제였다.

    상담을 하러 갔다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킬 수야 없는 노릇.

    때문에 현재 루크의 차는 기껏해야 피로를 좀 덜 느끼도록 보조하는 역할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건강을 전혀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호전성이 늘어나는 부분을 희석하고 희석하다보니, 결국 피로회복의 효과는 줄어들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몸에 쌓인 피로는 약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풀어주는 것이 당연히 몸에 더 좋다.

    이런 것으로 가족의 건강을 해하는 약을 권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괜찮다니까. 그럼 나 금방 갔다올게.”

    “잘 다녀오게. 다녀오면 바로 목욕하고 잘 수 있게 준비해 두겠네.”

    “그래. 부탁한다.”

     

    다이튼은 ‘읏샤’ 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신발장 앞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떠올라 고개를 돌리며 루크에게 물었다.

     

    “아, 그런데 그 서드라는 친구가 어떻게 생긴 친구지?”

     

    예전에 봤던가? 얼굴이 기억이 안나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 서드랑 나란히 서면 이거 완전 나쁜 인상 듀오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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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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