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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2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이들은 모두 제압되었다.

         

       마스크를 벗었던 이들은 좁아지는 기도와 소뇌의 이상 증상을 견디다 못해 그대로 차디찬 엘리베이터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고, 마스크를 벗지 않은 이들은 악귀가 친히 기도를 좁게 만들어서 그들을 기절시켜주었다.

         

       주제도 모르고 주술사의 거처에 침입하려 한 어리석은 이들의 최후로는 참으로 알맞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계단으로 간 이들 역시 마찬가지.

         

       그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 흠. 건물을 만들 때 전파를 방해하는 자재라도 사용했나? 고작 벽 하나 넘어왔을 뿐인데,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리질 않아. ]

         

       [ 왜 그런 자재를 쓰겠어. 여기가 무슨 군사 시설도 아니고. 이런 일반적인 건물에서 통신이 되지 않게 하는 자재를 쓰면 오히려 항의를 받는 거 아니야? 통화도 안될 테고, 인터넷도 안될 테고, 계단에 나와서 잠시 휴식할 때 스마트폰도 못 쓸 텐데. ]

         

       [ 혹시 이거 그거 아냐? 실력이 딸린 거? ]

         

       [ 하긴 이 땅의 족속들은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녀석들이지. 장인 정신없이 그냥 빨리빨리 짓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상하게 지어서 결함이 생겼을 수도 있겠어. ]

         

       [ 아니면 혹시 몰라. 건설 비리가 있었을지. ]

         

       [ 흐흐. 그럴 수도 있겠지. ]

         

       계단으로 이동한 이들은 적당한 긴장감을 품고 경계하는 한편, 마스크로 상황을 파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엘리베이터 팀이 하는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부터 시작되었으나, 그 끝은 결국에는 언제나처럼 험담이었다.

         

       [ 근데 진짜 건설 비리라도 있었던 거 아냐? 무슨 계단이 이래? ]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단순히 험담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는 것이요, 분명히 증거가 있는 것이었다.

         

       증거가 뭐냐고?

         

       계단 곳곳에 붙어있는 창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 유리를 정말 싸구려를 썼나 보군. 아니면 거꾸로 붙였거나.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고,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놈의 건물은 무슨 거울처럼 창문이 반들거려? ]

         

       [ 우리 조카를 보는 것 같군. 장난감을 조립할 때 꼭 이상하게 조립하곤 했었지. ]

         

       [ 쯧쯧. 이런 건 우리 일본의 장인 정신을 배워야 해. 아니, 우리가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

         

       그들이 바라보는 창문은 거울처럼 변해있었다.

       그들이 있는 계단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으며, 그들이 움직여도 센서등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가로등이니 야근하는 빌딩의 불빛이니 하는 것들이 가득한 바깥의 풍경이 보여야 정상이었는데, 오히려 이 어설픈 빌딩은 그 반대였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바라보았을 때 잘 보여야 정상이건만.

       이놈의 빌딩은 오히려 밖이 밝고 안이 어두운데도, 창문이 거울이라도 된 것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비웃음을 참을 수 있을 리가.

         

       [ 2층이군. ]

         

       [ 간단하게 정찰대를 투입하지. ]

         

       [ 매뉴얼대로 2명. 신호가 오면 1명 추가로 투입. ]

         

       [ 오케이. ]

         

       그렇게 그들은 너무나도 평화롭게 계단을 올라 2층까지 도달했다.

         

       비상구의 은은한 불빛은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마치 포충기가 벌레를 끌어들이듯 불빛으로 유혹하며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끼익.

         

       그들은 2명을 뽑아 2층 안쪽으로 보냈다.

       마법사가 장비를 이용해서 간이 EMP를 사용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방범 장치를 무력화시켰고, 소음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마력 장막을 아티팩트를 사용해서 어설프게나마 전개했다.

       그리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2명을 투입했다.

         

       2명은 매뉴얼 그대로의 자세를 취한 뒤 번개같이 들어갔고,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어둠 속으로 용맹스럽게 몸을 던졌다. 몸에 달고 있는 어설픈 장비들은 특전사가 사용하는 장비처럼 멋있게 보였으며, 2명이 보법을 사용해서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은 노련한 용병과도 같아 보였다.

         

       믿음직스럽다.

         

       그들은 교과서로 사용해도 될 정도의 깔끔한 자세로 작전하는 둘의 모습을 보며 믿음을 가졌고,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저들보다도 더 완벽한 자세를 보여주어 다른 이들에게 선망의 시선을 받겠다는 다짐을 했다.

         

       [ 전부 비어있다. ]

         

       [ 2층은 꽝이다. ]

         

       2명은 오래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가장 먼저 투입되어서 부담을 가졌을 텐데도 그들의 얼굴에서는 그런 기색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담대하게 산책을 다녀오듯 가볍게 다녀오기라도 한 듯이 땀방울 하나 없이 뽀송뽀송했다.

         

       게다가 저들의 태도를 보라.

         

       2층을 둘러보고 왔음에도 끝까지 기척을 죽이는 수법을 사용하는 철두철미함까지.

         

       그야말로 무사의 귀감이요, 전투원으로서의 모범이 아닌가!

         

       [ 크흠. 다음 층은 내 차례다. ]

         

       3층을 수색해야 하는 이들은 둘이 너무 훌륭하게 스타트를 끊어서 그런지, 마치 라이벌이라도 되는 것처럼 경쟁심을 불태웠다. 저들보다 완벽하게 매뉴얼대로 수색하고, 보란 듯이 돌아와서 저들에게 자랑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2층을 수색하고 돌아온 이들과 합류해서 다시 3층으로 향했다.

       보법을 사용했기에 빠르고 가벼웠으며, 아주 신속했다.

         

       [ 가지. ]

         

       3층.

       비상구 표시.

       은은한 불빛.

         

       앞선 이들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둘이 3층으로 들어갔다.

         

       소리 없이 3층으로 들어갔고, 용감하게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휑한 복도와 불빛을 증폭시켜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어둠.

       어떤 함정이 기다릴지 모르는 위험한 장소.

         

       하지만 둘은 위험한 장소에도 겁을 먹지 않고 용감하게 몸을 던졌다.

         

       그리고 2층에서 온 이들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으로 수색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 이상 없다. ]

         

       위풍당당한 듯한 저들의 태도.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윤곽으로 보이는 저들 얼굴에 떠 있는 미소.

       다음 4층을 수색할 이들의 실력을 보겠다는 듯한, 호승심을 자극하는 저 표정이라니.

         

       다음 층을 담당하는 이들은 저들의 미소를 보고 발끈하며, 저들보다 더 완벽하게 수색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마치 게임을 하듯, 경쟁을 하듯 4층에 도착하기 무섭게 수색했다.

         

       4층.

       두 명 투입.

       이상 없음.

         

       5층.

       두 명 투입.

       이상 없음.

         

       6층.

       두 명 투입.

       이상 없음….

         

       그들은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고, 계속해서 수색했다.

         

       매뉴얼대로.

       매뉴얼에 적힌 그대로 말이다.

         

       [ …뭐지? ]

         

       무인 한 명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상하다.

       너무 순조롭고, 너무 평화롭다.

         

       평화로운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특별한 일도 없었다.

         

       이상할 건 없었다.

         

       이 건물에, 그들 동료 셋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제하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 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 거지? ]

         

       평화롭다고?

       그냥 일반적인 건물이라고?

         

       그럴 리가.

         

       일반적인 건물에도 방범 장치는 있고, 좀 비싼 건물에는 아티팩트를 사용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도둑을 발견하면 내공을 불어넣어도 쉽게 찢거나 부술 수 없을 정도로 두꺼운 방화벽이 내려오거나, 테이저건과 같은 비치사성 전기 충격 무기로 침입자를 무력화시키거나, 엄청나게 질긴 그물을 발사한다거나,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끈끈이로 붙잡는다거나….

         

       일반적인 건물이 이 정도다.

       그런데 주술사의 거처가 이렇다고?

         

       아무리 주술 불모지니, 애송이 주술사니, 뭐니 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보안을 어설프게 한 것이 아니라, 아예 보안이 없는 수준이다.

         

       수십 년 된 건물도 이것보다는 보안이 좋으리라.

         

       [ 이건 뭔가 이상해. ]

         

       계단은 그렇다 칠 수 있다.

       텅텅 비어있는 건물이니만큼, 이용하는 사람은 박진성 주술사 단 한 명.

       그렇다면 굳이 센서등을 켜놔서 전기세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센서라는 것이 조금 민감하면 벌레에도 반응해서 켜지지 않던가?

       박진성 주술사가 짠돌이라면 그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관리 자체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센서등이 고장 나는 것?

       흔한 일 아닌가.

       어쩌면 박진성 주술사가 들어오기 전, 화재 같은 사고가 있어서 센서등이 모두 망가졌고, 그것을 아직 교체하지 않은 것일 수도.

         

       가정할 것은 많았다.

         

       이상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계단 하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곳이 그렇다면 그건 이상한 것이다.

         

       2층부터 6층까지 올라오면서 단 하나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아무리 텅텅 비어있다고 해도, 가게도 없고 사무실도 없다고 해도.

         

       그래도 최소한 뭐 하나라도 나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방범 장치를 발견했다거나, 사람 흔적을 발견했다거나.

       하다못해 수색하면서 밖을 내다봤는데 인적이 어떻다거나.

         

       그런 것이라도 말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데…!

         

       [ 어? ]

         

       잠깐만.

       이상하다.

         

       건물도 이상하지만, 그게 아니라….

       사람이.

         

       ‘잠깐만….’

         

       사람이, 이상하다.

         

       7층의 비상구 앞에 선 저들이.

       이번에는 네 차례라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는 저들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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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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