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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2

       지금의 본인은 스스로가 규율이 된 사람이다. 무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발짓 하나 손짓 하나가 이치가 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것 참. 내 무의 극한에 이르러 모든 움직임이 자연스레 이치를 담게 되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았다만 움직이는 것으로 이치를 만들어내는 경지라.

       

       재미있지 않으냐? 이러한 깨우침을 얻은 나는 미치광이를 상대로 이런저런 일을 해보았다.

       

       저가 만들어낸 마법을 그대로 되돌려 준다거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 내지른 마법을 흡기하여 나의 기운으로 만든다거나.

       

       녀석을 이루고 있는 기운 자체에 타격을 주어 형체가 없는 것에 심대한 고통을 선사한다거나.

       

       정신을 짓누르는 것으로 마법을 구성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든다거나.

       

       도술과 무공을 결합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초목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거나.

       

       하늘이라는 것을 모두 다 박살내버리는 것으로 세상을 강제로 밤으로 바꾼다거나.

       

       부술 것이 많다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한 개를 부술 때마다 방법을 바꾸어 가면서 시험을 해볼 수 있지 않나.

       

       나름 최선을 다해서 반항을 하고. 부술 것도 많고. 거기에 내구도도 상당한 미치광이는 작금의 경지를 시험해보기에 최적의 상대였다만.

       

       그래봐야 장난감은 장난감이니 그 내구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야.

       

       처음 막 전투가 시작되었을 무렵. 미치광이라는 나란 인간을 쓰러트리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동원하여 본인의 생명을 앗아가고자 했지.

       

       허나 어느 순간이 지나고서부터 녀석은 자신의 세상을 지키는 데에 급급해졌다.

       

       본인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그리고 무너져 가는 세상을 부여잡는 것에 정신이 팔린 녀석은 그저 때리기 편한 표적이 되어버렸지.

       

       거기까지도 괜찮았다. 부술 곳은 많았고 시도할 것도 많았으니까.

       

       허나 그를 즐기는 것에도 한도가 있다. 이제는 슬슬 지루해져 가는지라.

       

       끝을 낼 때가 다가왔다는 것이겠지.

       

       일권으로 녀석이 필사적으로 내지른 마법을 날려버린 나는 곰방대를 문 채 대지에 내려섰다.

       

       그 곳은 한 때 나라의 중심이 되었을 곳이었다.

       

       벽돌이 깔린 도로. 중세 서양의 풍경에 어울리는 여러 건물들. 여러 휘황찬란한 동상들. 가게의 앞에 전시된 여러 물건들. 그리고 도시의 한 가운데에 존재하는 거대한 성.

       

       관리하는 자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성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과거에 박제되어버린 도시.

       

       나에게로 향하는 여러 마법을 집어삼키면서 그 풍경을 구경하던 나는 본 목적을 따라 발을 움직였다.

       

       미치광이가 세상이라면 그 세상을 부수겠노라 마음을 먹은 본인이 이 곳에 자리한 까닭은 어느 순간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지식에 잡아먹혀버린 탓에 마법을 전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 미치광이라는 존재이긴 하다만 그래봐야 녀석도 상식에서 아득히 벗어난 존재는 아니다.

       

       스스로의 중심이 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지.

       

       일전의 전투 속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여러 일들에 대한 감을 잡은 본인은 이 세계 전체로 기감을 뻗었고 그 끝에 미치광이가 지키고자 하는 핵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핵이 존재하는 곳은 바로 여기.

       

       왕궁이다.

       

       – 멈춰라! 멈추란 말이다!

       

       도시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왕궁의 모습을 감상했다.

       

       이 왕성 어디에 녀석이 여기는 게 있는지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긴 하다마는. 굳이 그런 수고를 들이고 싶진 않구나.

       

       그냥 왕성 채로 날려버리는 편이 낫지.

       

       무엇으로 끝을 낼까 생각을 하던 본인은 문득 한 가지 시험해볼 것이 남아있단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 지금이라면 저를 내 손으로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작금의 본인은 이치를 따르는 자가 아니라 만들어내는 자일지니. 심공의 차이 따위 별 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할 터.

       

       그리 판단을 내린 본인은 스스로의 내기로 검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분명 화산의 검이 지닌 모양새는 대충 이런 느낌이었지. 학영충이 사용하는 검을 떠올리며 그와 비슷한 녀석을 만들어 쥔 나는 그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매화의 향기는 천리 바깥까지도 퍼진다고 하였던가.

       

       그렇다면 이 성 전체를 매화로 가득 채우는 건 별 어려운 일이 아니겠구나.

       

       미치광이를 상대로 무공을 펼치면서 느낀 것이다만, 작금의 경지에 이르러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될지 안 될 지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규칙을 정하는 것이 본인일 지언데 어찌 성공과 실패에 대해 생각할 이유가 있단 말인가.

       

       믿어라.

       

       본인의 검 위에 자하신공의 보랏빛 내기가 스며들 것이라는 사실을.

       

       본인이 펼치는 검 끝에서 매화의 꽃잎이 흩날릴 것이라는 사실을.

       

       무수한 꽃잎의 아래에 선 본인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본인을 중심으로 하여 백리. 천리. 만리까지 매화의 향이 퍼져 모두가 이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 그만 둬. 멈춰! 멈추란 말이다!

       

       본인의 검 끝에 새겨진 기운이 심상치 않다 생각한 것일까.

       

       여지까지 보았던 것 중에서 가장 거대한 기운이 성의 앞에 자리하여 무엇인가를 그려낸다.

       

       본인은 여전히 마법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만 저 진에 담긴 생각이 무언지는 알 것 같구나.

       

       막아내겠다. 성을 지켜 내겠다.

       

       좋다. 어디 한 번 해보거라.

       

       본인의 검을 막아 보거라.

       

       네 뜻을 관철시켜 보거라.

       

       할 수 있다면 말이다.

       

       – 이 세상을. 나의 세상을. 부수지 말란 말이다!

       

       고함을 넘어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자 검로를 따라 자홍빛의 꽃잎이 흩날린다.

       

       하나의 자그마한 꽃잎에서 시작하여.

       

       그것이 주변으로 번져나감에 따라 꽃잎이 퍼지고. 왕성의 위를 자신의 색으로 가득 채우더니.

       

       이윽고 검로가 끝을 맞이했을 때에 본인의 앞에는 성을 중심으로 삼아 도시의 중앙을 지키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암. 세상은 이토록 다채로워야지.”

       

       본래의 매화검법은 이런 일격을 담아낸 검이 아니라 생각한다만 내 알바더냐.

       

       본인은 이치를 만드는 자일지니. 본인의 매화검법은 원래 이런 것이라고 우기겠노라.

       

       잠시나마 화려하게 피어났던 매화나무가 저물기 무섭게 반으로 갈라진 왕성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안 돼. 안 돼. 안 돼. 이럴 순 없어!

       

       이 세상을 집어 삼켰던 마법의 중심이 사라진 것이다.

       

       세계를 과거에 박제시켜두었던 것이 사라졌으니 모든 것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물어가기 시작한다.

       

       도시를 지탱하던 건물이 하나 둘 무너지고. 가판대에 있던 것들이 썩어가고. 성벽을 이루던 돌이 풍화되어 가루가 되고.

       

       과거가 현대로 넘어오는 풍경을 가만 지켜보고 있으려니 무너진 성벽의 가운데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이는 미치광이의 기운인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그마하구나.

       

       물론 어디까지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에 그렇다는 거지. 충분히 강자의 영역에 들어서 있는 것은 여전하다.

       

       내버려 두어도 괜찮을 것은 아니다. 처리를 부탁받았으니 만약의 후완까지도 없애는 것이 옳겠지. 그리 판단을 내린 나는 가벼이 발을 움직여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히익?!”

       

       그 곳에 있는 것은 초라하디 초라한 사내의 초상이었다.

       

       얇달막한 몸과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공포에 질린 눈동자. 그 어디에도 한 세계를 집어 삼켰던 대마법사의 위엄은 존재치 아니했다.

       

       쯧. 좀 가지고 놀까 생각을 했었는데 그럴 생각도 들지 않는구나.

       

       죽일 가치도 없어. 적당히 폐인으로 만들어둘까.

       

       그리 생각하고 걸음을 내딛었더니 미치광이가 땅에 머리를 박았다.

       

       “살려. 살려 주십시오. 전 아직 죽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이루어야 할 게 많단 말입니다!”

       “아해야. 한 가지 묻겠다. 어찌하여 모든 기운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을 쓸 수 있었느냐.”

       

       공으로 물든 세상에서 어떻게 마법을 쓴 것이냐. 내 다른 것은 그저 그렇다 생각한다만 그것만큼은 상당히 궁금하구나.

       내 그리 물었더니 남자가 다급히 입을 움직였다.

       

       “그. 그게. 당신께선 새로이 세상을 만들어내신 거니까요! 그렇다면 그 세상엔 또 다른 규칙이 있을 테고 그걸 찾아내면 마법을 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과연.”

       

       하기야. 그 도술은 세상을 굴복시킴으로써 주변을 나의 세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세상의 규율을 알아낼 수 있다면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겠구나.

       

       “고맙다. 덕분에 의문이 사라졌어.”

       “살…살려 주시는 겁니까?”

       “물론.”

       

       네 놈은 죽일 가치가 없으니 목숨을 빼앗진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하는 폐인이 되겠지만.

       

       흐음. 마력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내기와는 다른 종류의 기운인지라 적당한 방법은 모르는데.

       

       그냥 공포에 미쳐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만들어버릴까?

       

       그 쪽이 편하겠구나. 방법을 고안하고 고개를 끄덕인 내가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기려 하던 순간 하늘 위에서 용이 내려왔다.

       

       낙하하는 동안 자신의 거대한 육신을 인간의 것으로 바꾼 그녀는 가뿐하게 착지해선 다급히 목소리를 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아라님!”

       “무어냐. 용아. 지금 끝을 보려던 중이었다만.”

       “전언입니다.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상대이기에 제압만 하고서 데려와 달라더군요.”

       “이용할 수 있는 상대인가.”

       

       이 녀석이 지니고 있던 마법의 지식은 꽤 뛰어난 듯 했으니 나름의 가치가 있겠지.

       

       당장 본인이 굴복시켜버린 세상에서 마법을 펼쳐 보인 녀석이다. 분명 저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이 무척이나 많을 터.

       

       “제어할 자신이 있나?”

       

       당장 이 녀석을 처리하지 못해 본인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 그대들이지 않은가. 데리고 간다 쳐도 이 미치광이를 제어할 자신이 있느냐?

       

       그리 물었더니 용이 웃음을 지었다.

       

       “사장님께서는 미래를 보시니까요.”

       “과연.”

       

       무언가 방도가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이야 내 따로 할 말이 없지.

       

       알겠다. 그대들이 바라는 대로 제압을 해주도록 하마.

       

       적당히 혈을 눌러 미치광이를 기절시킨 나는 그 몸을 들어 용에게 넘겨주고서 차원을 열었다.

       

       “알아서 돌아갈 수 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난 따로 가보도록 하마. 가봐야 할 곳이 생겨서 말이다.”

       

       애견 카페에 다시 한 번 들려봐야겠어.

       

       작금 본인의 경지를 이용하면 동물들의 애정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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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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