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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2

   아서 그라말테.

   영웅왕, 승리의 전사, 그리고 회귀자.

     

   수많은 이름으로 불렸던 그녀는 지금.

   대륙과 그리 떨어지지 않은 섬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불어온 바닷바람이 그녀의 금발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지나갔다.

     

   원래 했던 남장도 집어치운 채 그녀는 그렇게 바닷가에 홀로 앉아 있었다.

     

   저벅-

     

   그녀의 귀에 발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아서는 천천히 옆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붉은 머리칼의 한 소녀가 보였다.

     

   “……아서 님.”

     

   자신의 이름을 부른 소녀.

   붉은 마녀, 아벨라가 아서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기껏 혼자 있는 외딴섬으로 왔더니, 어떻게 찾아낸 건지.

   그녀를 잠깐 바라보던 아서는 입을 열었다.

     

   “무슨 볼일이야?”

     

   아서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는 아벨라를 향한 거부감이 드러나 있었다.

   그 거부감을 느꼈음에도 아벨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위를 보며 물었다.

     

   “아서 님이야말로 이런 곳에서 무슨 볼일인가요.”

     

   이 섬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터.

     

   “갑자기 없어지셔서 제가 얼마나 놀라 찾아다녔는지 아시나요?”

     

   그 말을 들은 아서는 조용히 코웃음 쳤다.

     

   “놀랐다라.”

     

   아서는 입에 그린 경멸의 웃음과 함께 아벨라를 돌아보았다.

     

   “아벨라, 난 네가 원하는 아서가 아니란 건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아벨라가 조용히 침묵한 채 아서를 바라보았다.

     

   아서는 알고 있다.

   아벨라가 원하는 아서는 이전 회차에 자기 연인인 아서였음을 말이다.

     

   “난 네가 원하는 아서가 되지 못해.”

     

   지금의 아서가 가지고 있는 회귀의 기억은 전부 불완전한 것들 뿐이다.

   그는 회귀를 거듭한 게 아니라 회귀의 기억을 일부 강제로 심은 것에 불과하니까.

     

   아벨라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

     

   “이제 나를 내버려 둘 때도 되지 않았어?”

     

   아벨라는 이미 지금의 아서로 실패를 겪었다.

   그러니 그녀가 익시온과 손잡고, 세계 침식의 신 같은 걸 창조하려고 한다는 것도 아서는 알았다.

     

   아서가 이를 방치한 것은 그녀가 기억을 통해 이 세상에 환멸이 났기 때문이다.

     

   이는 아서의 기억이 빈틈투성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온전한 기억을 이었다면 달랐을 테지만.

   지금의 그녀는 세상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는 회귀의 망령일 뿐이었다.

     

   “아서 님, 아니에요. 아서 님이 있어야 이 세상은…….”

   “그러니까 나는 네가 알던 아서가 아니라고!”

     

   아서가 크게 소리쳤다.

   아벨라는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몸을 돌렸다.

     

   “네가 그렇게나 따르는 아서는 내게 없어. 그놈의 아서 님 소리 좀 집어치워.”

     

   아벨라는 떠나가는 아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언뜻 시련의 상처를 입은 소녀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들어 올린 손을 본다면 아니었다.

     

   “그러네요. 이런 건 이쯤 하자.”

     

   그리고 그녀의 공손했던 말투가 바뀌었다.

     

   아벨라의 손아귀에서 아카샤 문자 배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먼 고대에서 이어진 마법이었다.

     

   뒤늦게 마법의 흐름을 느낀 아서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곧 눈앞을 새하얗게 물들이는 빛을 보고는 반사적으로 검을 뽑았다.

     

   쿵!

     

   그리고 곧 아서는 이 섬 전체의 공간이 뒤틀렸음을 깨달았다.

     

   하늘 위, 시침이 비틀린 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는 아벨라가 자신을 이 공간에 가뒀음을 눈치챘다.

     

   “아벨라, 너.”

     

   아서의 눈에서 아벨라를 향한 적의가 드러났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벨라는 공간을 열어 그곳을 뒤적였다.

     

   그녀가 꺼내 든 것은 조그마한 구슬 하나였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구슬이 아니었다.

     

   라그렌 가문의 독혈전.

   신성왕국 프리만의 성배.

   하덴하르츠의 지하실에 아무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복화사.

   바이오렌이 지니고 있던 특성 기문과 결계사의 결계술.

   흑마녀의 칠흑 공간.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재료와 비술들이 집대성된 초월석(超越石)이다.

     

   익시온이 성배라 부르는 이것을 그녀는 손에 쥔 채 아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이는 회귀의 기억이 파편이라고는 하나 아서 조차 본 적 없는 물건이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건 아벨라가 이번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낸 물건이니까.

     

   그러나 아서는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물건은 무척이나 위험하다.

     

   어쩌면 아벨라의 꿈을 실현 시킬지도 모르는 위험한 도구였다.

     

   “……너 그걸로 뭘 할 속셈이야.”

     

   아서가 침을 꿀꺽 삼킨 채 물었다.

     

   지금 아벨라에게서 느껴지던 기운은 이전과 달랐다.

   저 모습은 아서의 회귀 기억 속, 세상을 멸망시켰던 아벨라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벨라는 감정 없이 아서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초월석을 돌아봤다.

     

   “그러게. 나도 아직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의미 모를 말은 한 아벨라는 다시금 천천히 아서를 돌아봤다.

     

   오싹!

     

   그 순간 아서의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지금 아서의 눈에 비친 아벨라의 눈동자 속, 깊디깊은 공허가 순식간에 아서에게 들이닥쳐 왔다.

     

   아서는 순간 모든 시야가 뒤집힌 감각을 받았다.

     

   숨이 막혀왔다.

   정신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즐거운 거 아니겠어?”

     

   이윽고, 다시금 아벨라의 목소리가 새어 들어온 그 순간.

     

   번쩍!

     

   아서의 몸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아벨라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곧 그녀는 아서가 사라졌음을 눈치챘다.

     

   “흐음, 이건 못 써먹겠네.”

     

   아벨라는 카피해서 사용했던 흑마녀의 세뇌에 아쉬움을 표했다.

     

   유용할 거 같아서 써먹어 봤더니.

   흑마녀는 마법에 너무 이성을 담는다.

     

   “상관없나.”

     

   아벨라는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어차피 시간을 들여 기다릴 생각이었다.

   다른 재료가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술래잡기가 얼마 만이더라.”

     

   아벨라는 감정 없는 눈으로 섬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 술래잡기를 떠올린 채 말이다.

     

     

   * * *

     

     

   아벨라의 세뇌에 당할뻔한 이후.

   아서는 숲 한편에 들어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몸에 닿는 모든 빛을 굴절시켜 투명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아서는 자기 가슴을 눌렀다.

     

   ‘방금 건 흑마녀의 세뇌였어.’

     

   대체 언제 그런 걸 배운 걸까.

     

   기억 속에서 아벨라가 마법의 천재라는 것은 몇 번이고 강조된 사항이지만.

   설마하니 흑마녀의 세뇌까지 배워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게다가.’

     

   아서도 회귀의 기억을 얻고, 단련하지 않은 게 아니다.

     

   제멋대로 휘둘리는 건 사양이었던 만큼.

   그동안 계속해서 단련을 해왔다.

     

   그런데도 너무나 손쉽게 세뇌에 당할뻔했다.

     

   ‘그년, 분명히 눈이 돌아갔어.’

     

   아벨라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지닌 아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서는 아벨라를 처음부터 아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줄곧 옆에서 늘 경계하고 있었다.

     

   ‘결국 터질 래야 터질 일이 터진 것뿐이야.’

     

   아서가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여전히 일그러진 시침이 돌아가고 있는 시계가 보였다.

     

   저 공간은 지금 자신을 가둬둔 아벨라의 마법이다.

     

   과연, 뚫을 수 있을까.

   아서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딴 세계 망가지든지 말든지 아서는 알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자신이 휘둘리는 건 질색이었다.

     

   ‘뚫어낼 거야.’

     

   아서가 손에 쥔 검에 빛을 부어 넣은 순간이었다.

     

   “아서, 도망쳐 봤자. 이런 작은 섬에서는 무의미한 짓이야.”

     

   아서의 귀에 아벨라의 목소리가 하늘 위에서 들려왔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너를 잘 아는 건 나니까.”

     

   그 말을 끝으로 아벨라가 하늘 위에서 지팡이를 펼쳤다.

   그 순간 하늘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아벨라의 옆에 수십 마리의 붉은 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개들은 곧장 하늘을 박차며 섬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차라리 나랑 대화해보는 건 어때.”

     

   그 말을 들은 아서는 코웃음 쳤다.

   미치광이 마법사와 대화하려는 사람은 없다.

     

   컹컹!

     

   숲속 여기저기에서 붉은 개들의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의 냄새를 맡고 쫓아 오는 것이었다.

     

   아서는 검을 꽉 쥐고는 이내 바닥을 박차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럼과 동시에 아서의 모습이 대뜸 분열했다.

     

   정확히는 빛의 굴절을 이용해 아서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허상은 그대로 쭉 일직선으로 달려 나가 이내 바닷가까지 뛰었다.

   그러자 붉은 개들이 일제히 아서의 허상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 반대편에는 아서가 검에 빛을 응축시킨 채 질주하고 있었다.

   아서의 황금색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아서의 황금색 눈동자에는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다.

     

   성안(星眼).

   모든 힘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특별한 눈동자다.

     

   이는 마법의 흐름 또한 당연히 구분할 수 있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을 구사해봤자.’

     

   마법 또한 결국 힘으로 유지되는 것.

   이러한 공간을 가두는 형식의 마법에는 틈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서가 지닌 빛의 검은 마법과 상성이 최악이다.

   아서의 빛의 검은 마법조차 물리적으로 베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흑마녀를 몇 번이나 죽여봤다고 생각하는 거야.’

     

   공간 마법의 대가 흑마녀의 공간 마법을 베기 위해 만들어낸 빛의 검이다.

   자신을 가둘 때 공간 마법을 쓰는 것처럼 멍청한 짓은 없었다.

     

   아서는 빛무리와 함께 이윽고, 섬광으로 변하며 질주했다.

   순식간에 질주한 그녀가 바다의 끝에 있는 공간의 벽에 닿았다.

     

   성안으로 힘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본 아서는 즉시 공간의 벽을 베어버렸다.

     

   서걱!

     

   빛무리가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며 공간이 갈라졌다.

   그것을 확인한 아서가 즉시 박차 나가려던 순간.

     

   쿵!

     

   그녀는 무언가에 막히며 멈춰서야 했다.

     

   그 순간 아서의 눈에 공간 벽 너머에 또 다른 공간 벽을 발견했다.

     

   조금 전 아서가 벤 공간 벽과는 명백히 다른 벽이었다.

   그것을 본 아서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아벨라는 아서의 성안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만큼 일부러 공간 벽을 이중으로 쳐놨다.

     

   당했다.

   아서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스친 순간 뒤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서가 급히 몸을 돌리자 거기에는 붉은 개들이 아서의 주위를 빙 두르고 있었다.

     

   더불어 붉은 개의 위에 아벨라 또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술래잡기는 다 한 모양이네.”

     

   아벨라는 그리 말하고는 아서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아서, 조용히 따라와 준다면 좋겠어. 난 딱히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래?”

     

   아벨라의 말을 들은 아서는 검을 늘어뜨렸다.

   그러고는 이내 발아래부터 빛무리를 거세게 일으켰다.

     

   “어쩌나. 난 널 다치게 하고 싶은데.”

     

   아서의 적의를 본 아벨라는 한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대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화해도 통하지 않는 상대가 너무 많으니 말이다.

     

   “알았어. 그럼.”

     

   아벨라가 아서를 끝내기 위해 지팡이에 마법을 불어 넣을 때였다.

     

   푸욱!

     

   그 순간 갑자기 이중으로 쳐뒀던 공간벽 너머에서 검 한 자루가 불쑥 튀어나왔다.

   새까만 흑염을 머금고 있는 검을 본 아벨라는 천천히 눈썹을 치켜떴다.

     

   “올 게 온 모양이네.”

     

   아벨라가 그 말을 한순간 아서도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서걱!

     

   그 순간 흑염을 머금은 검이 휘둘러짐과 함께 공간 째로 갈라 버렸다.

     

   쿠구구궁!

   뚜벅-

     

   이윽고, 갈라진 벽 사이로 누군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서의 두 눈이 서서히 커져 나가기 시작했다.

     

   걸어 들어온 이는 검푸른 머리카락의 사내였다.

     

   크라슈 발하임.

   지금은 용왕이라 불리며 세계 최초의 연합 이카루스를 이끄는 이였다.

     

   그는 아서를 힐끗 보고는 아벨라를 노려봤다.

     

   “아벨라.”

     

   크라슈가 목을 두둑하니 풀었다.

     

   “잘 만났다. 넌 좀 뒤지게 처맞자.”

     

   크라슈가 아벨라를 패러 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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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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