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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3

     

    -쏴아아-.

     

    테네간 아카데미에 도착한 순간, 밖에는 이제 비가 오고 있었다.

    가끔씩 ‘콰릉-.’ 하고 천둥도 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적당히 내리다가 말 빗줄기는 아니다.

     

    루크가 오늘 날씨가 안 좋을 거라고 해서 우산이야 챙겨오긴 했지만, 비가 오기 때문에 분명 시간은 낮인데도 조금 어둡다.

    어두운 아카데미는 왠지 미묘하게 으스스하고 축 늘어지는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안 그래도 피곤한 다이튼에게는 꽤 치명적이었다.

     

    ‘으으, 어제 그렇게 몸을 많이 움직였더니, 피곤해서 눈이 자꾸 감기네.’

     

    어제는 루크의 아카데미에 도시락을 가져다주고 난 후 아는 동생에게 연락을 받아 예르나를 찾아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녔으며, 그러다 마지막엔 졸지에 웬 이상한 시설까지 잠입했다.

    다이튼의 인생에서 어제처럼 여러가지로 바빴던 역사는 여태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그런 일을 다 겪고도 아무렇지 않게 일찍 일어나서 또 누굴 만나는 예르나가 대단한 것이다.

    인간과 엘프라는 종족적인 차이를 감안해도, 예르나가 초인 수준의 체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다이튼은 고작 이런 걸로 위원회를 소집하는 요즘 학부모들과 선생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마구 샘솟을 것 같았다.

    애들끼리 싸운 것 가지고 교내폭력이라니, 우습지 않은가.

     

    ‘나 땐 진짜 어느 한 놈이 맞고 돌아와도 이런 거 없어서 직접 복수해주는 수밖에 없었는데.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래도 교내폭력 위원회 자체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은 동의하는 바이다.

    제대로 사용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지금 같이 패싸움 걸어서 오히려 진 쪽이 돈 뜯어낼 용도로 사용되는 게 아니라.

     

    “하아.”

     

    피로는 온갖 나쁜 생각의 온상이다.

    아무래도 머리가 아프니,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는 사람 생각이나 해보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테네간 아카데미면 테너 녀석도 있을 텐데. 이따가 찾아서 말이나 걸어볼까.’

     

    너무 피곤하니까 오래 보진 못하겠지만.

    아니, 역시 귀찮으니까 그만두자.

    어차피 평소에도 테너 녀석은 자주 보고 있고, 지금은 아는 얼굴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 보다는 침대가 너무 그리운 상태다.

     

     

    그렇게 가까스로 졸음을 쫓으며 복도를 걷던 중, 코너에서 걸어나오던 학생 한명에게 부딪히고 만다.

     

    -퍽.

     

    평소라면 충분히 반응했겠지만, 지금은 피곤함 때문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 학생 역시도 좁은 복도에서 갑자기 나타난 다이튼의 거대한 몸을 피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다이튼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고, 오히려 부딪힌 학생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그것은 압도적인 중량의 차이에 의한 당연한 현상이었다.

     

     

    “아.”

     

    하지만 그 충격에 다이튼은 살짝 졸음이 가시는 듯 했다.

    역시, 졸음을 쫓는 데엔 충격요법이 제일인가.

     

    그에, 다이튼은 그 학생에게 속으로 감사하며 일으켜주기 위해 손을 내민다.

     

    “괜찮아? 앞을 잘 보고 다녀야지.”

    “히, 히익!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앞에 잘 보고 다닐게요!”

     

    하지만 학생은 다이튼의 손을 붙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눈을 감고 어떻게든 시선을 피하려는 모습.

     

    “음…….”

     

    그에 다이튼은 학생이 넘어진 것이 쪽팔려서 못 일어나나 싶은 마음에 학생의 팔을 붙잡아 힘을 주어 일으켜주며 말했다

     

    “앞으론 조심해, 알겠지?”

    “네!”

     

    하지만 그렇게 대꾸하자마자 그 아이는 다시 도망치듯 뛰었다.

    그러다 제 발에 걸려서 성대하게 넘어졌지만.

     

    -콰당!

     

    그 모습을 본 다이튼이 그를 다시 일으켜주러 가려하니, 이번에는 스스로 벌떡 일어나더니 또 뛰었다.

    마치, 뭔가에 쫓기는 것 같았다.

     

    다이튼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혹시 술래잡기 하나?”

     

    그렇다고 하면 딱히 이해하지 못 할 건 아니었다.

    어릴 땐 뛰는 게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그래도 조심하라니까…….”

     

    저러다 애 무릎이 나가지 않으면 좋으련만.

     

    —–

     

    다이튼과 서드는 그렇게 조우하게 되었다.

    서로의 첫인상은, 솔직히 긍정적이지 않다.

     

    ‘이 사람이 내 법적 보호자……?

    ‘이 녀석이 정말 학생이라고……?’

     

    그렇게 서로의 인상에 서로가 감탄하고 있을 무렵, 다이튼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네가 그 서드……. 맞지? 요?”

    “그, 그렇긴 한데, 듣기로는 예르나라는 숲지기가 온다고…….”

    서드는 괴물 같은 다이튼의 피지컬에 순수하게 질릴 지경이었다.

    숲지기들이 기본적으로 육체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상식이다만, 이 거구는 상식을 벗어나 있다.

     

    보통의 숲지기들은 오히려 보안상의 이유로 옆집에 사는 평범한 이웃과도 같이 보이기를 선호하기에 스스로의 몸을 크게 키우려하지 않는다.

    숲지기에게 요구되는 것은 타인을 휘어잡을 수 있는 위압감이나 운동선수와 같은 압도적인 육체능력이 아닌, 정확한 임무수행능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육신은 마치 그런 사소한 것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듯 보인다.

     

    ‘그분께서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이런 느낌인가? 이건 예르나 못지않은 괴물이 아닌가!’

     

    “아아, 무슨 일이 생겨서……. 내가 대신 왔…….지,요.”

    그리고 서드의 얼굴을 본 다이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루크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느낌이 색다르다.

    이 얼굴로 15살이라니?

     

    다이튼은 15세의 그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서드의 외모에 당황했다.

    다이튼은 그가 자신보다 어리다는 걸 알지만서도, 뭔가 편하게 말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세상의 풍파는 혼자서 다 맞아버린 것 같은 그 몰골은, 그가 교복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최소 20대 중반정도)로 보이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덩치 역시 또래의 아이들보다는 훨씬 컸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하다.

     

    ‘이건 15살 치곤 너무 삭은 거 아니냐? 뭔가 찔려서 말을 쉽게 못 하겠네…….’

     

    그래서 다이튼의 말투는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도 아니었고, 어른을 대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느낌이었다.

    사복으로 밖에서 만났다면 영락없이 어른으로 보고 더욱 예의를 차려서 말하지 않았을까.

     

    “그, 그럼 일단 안내를 좀 해주겠……어? 어디로 가야 하는거야?”

    “이, 이쪽입니다.”

    “저기, 그래서 정말 그쪽이 잘못 한 건 없는 거지……요?”

    “그렇습니다만……. 왜 그렇게 말씀하시죠?”

    “그……, 내가 좀 불편해서…….”

    “……? 예…….”

     

    말이 끊기자 이어지는 숨막힐 듯한 어색함.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 채, 이야기는 시작된다.

     

    —–

     

    그 시각, 학생들은 다이튼과 서드의 등장에 황급히 몸을 피하며 쑥덕대기 시작했다.

    다이튼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반응이었다.

    서드라면 모를까, 다이튼의 몸집은 절대 못 보고 지나치거나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두꺼운 팔뚝이 그대로 드러나다시피 할 정도로 몸에 딱 맞는 앞섬을 풀어헤친 수트에 얼굴은 마치, 건드리면 누구든 반으로 접어버리겠다는 듯한 살벌한 표정.

    그것은, 평범한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저, 저거. 서드의 보호자 맞지?”

    “미친 거 아냐? 괴물이잖아, 저건!”

    “아니, 진짜 저건 사람이 아니라 무슨 골렘아니냐?”

    “뭔가 엄청 화난 것 같은데…….”

    “바보야, 당연하지. 이런 일로 불려왔는데, 기분이 좋겠냐?”

    “그건 그렇겠지……?”

     

    그나저나, 서드와 나란히 서니 그들의 조합은 그야말로 조직폭력배가 따로 없었다.

    그 모습에 한 학생이 막 떠오른 듯이 말한다.

     

    “아까 들어보니까, 저 사람, 서드한테 예의차리면서 말하던데? 서드한테 뭔가 있는 거 아냐?”

     

    그 말은 학생들 사이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뭐? 그럼 설마, 그 소문이 진짜인건가?”

    “무슨 소문?”

    “못 들었어? 서드 쟤, 뒷골목이랑 관련 있다는 소문 있잖아. 어쩌면 그쪽 사람이 보호자라고 온 거 아니야?”

    “진짜야? 그 소문?”

    “마, 말도안돼, 그건 그냥 소문이잖아.”

     

    학생이 뒷골목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평소라면 그냥 헛소문이라 치부할 만한 유언비어에 가까운 가치없는 이야기였으나, 지금의 상황을 놓고 보면 그 소문의 현실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다.

     

    “저걸 보면 그냥 소문인 것 같진 않은데…….”

     

    그 아이는 교실의 창문을 통해 복도를 걷는 두 인영을 살핀다.

     

    날씨도 어두워서 그런지, 그야말로 폭력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그대로 따온 것 같이 보인다.

     

    서드도 절대 왜소한 체격은 아니나, 곁에서 걷는 저 마왕과도 같은 모습의 살인병기의 곁에 서니 확실히 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앞을 걷는 서드라고 절대 그 공포스런 분위기가 죽지 않는 것이, 마치 사자를 거느린 조련사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을 본 학생들은 확신했다.

    서드는,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녀석이라는 것을.

     

    -콰릉-.

     

    때마침 천둥이 친다.

     

    그들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하는 것 뿐이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ㄹㅇ 마피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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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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