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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3

       길고도 긴 잠에서 깨어난 미친 대마법사는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눈을 뜨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눈동자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식은땀으로 젖어버린 손은 너머에 존재하는 대마법사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이전의 광경이 새겨지고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 세계를 찍어누르는 자. 자신의 권으로 세상의 경계를 부수는 자. 세상에 존재하는 규칙과 규율을 제멋대로 개찬할 수 있는 자.

       

       대마법사는 세계를 삼키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신이라 주장하는 존재를 수도 없이 만나 보았다.

       

       허나 그 모두가 그저 세계의 규칙 아래에서 인간을 초월한 자일 뿐. 세계의 규칙을 쥐고 흔드는 자는 존재치 아니했다.

       

       그렇기에 대마법사에게 잡아 먹혔다. 그 상대는 전지하지도 전능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허나. 허나. 방금 전에 보았던 그 괴물은 달랐다.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주물러 바라는 바를 이루어내던 그 괴물은 신을 자칭하던 쓰레기들과는 격을 달리했다.

       

       바란다면 세상 하나쯤은 가벼이 없애버릴 수 있을 그 악몽과도 같은 존재는 스스로 신이라 칭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신에 가까운 존재였다.

       

       “안녕하세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버뜩 고개를 든 대마법사는 수십의 마법진을 형성함과 동시에 상대를 확인했다.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은 남자였다. 어디 하나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

       

       세계를 집어삼켰던 때와 비교하자면 한없이 약해진 지금의 대마법사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으로 목을 꺾어버릴 수 있는 일반인.

       

       “대마법사님. 오랜만에 뵙네요.”

       “넌 누구지.”

       “하하. 오래 전에 한 번 당신의 세계에 방문했었습니다만.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오래 전. 빠르게 자신의 기억을 돌려 본 대마법사는 눈앞에 선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래. 기억났다. 차원을 열고서 처음으로 자신의 세계에 침입했던 무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던 녀석.

       

       아무런 능력도 없는 쓰레기가 어떻게 여러 능력 있는 이들의 한 가운데에 서 있나 싶었는데 이제 그 궁금증을 풀 수 있게 되었군.

       

       대마법사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남자의 정신에 개입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그의 마법이 형성되기 전에 방해받고 말았으니까.

       

       “지금의 네가 세계를 지배하던 때와 같다 생각하지 말도록.”

       “얌전히 저희의 일거리를 넘겨받으란 말입니다!”

       

       남자의 양 옆에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어느 쪽이라 할지언정 대마법사의 호칭이 부족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여기가 나의 세계였다면 모를까. 지금 상태로는 이 둘을 상대로 승리를 보장하기가 어렵군.

       

       뭣보다 시간을 길게 끌면 신이 이 곳에 찾아 올 터.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

       

       그리 판단을 내린 대마법사는 선선히 자신의 마법을 물렸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는 일이었으니까.

       

       “대마법사님께서 성질이 급하신 듯 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저희는 당신을 저희의 세상으로 데려왔습니다. 몇 가지 계약을 나누고 싶어서요.”

       “계약이라 함은?”

       “사축계약입니다.”

       “…사축?”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에 대마법사가 되물음을 던졌더니 남자가 웃음을 지었다.

       

       “네. 당신의 수명을 깎아가며 저희 회사를 위해 일 해주셔야겠습니다.”

       

       살벌한 말과 함께 남자가 내민 것은 계약서였다. 단순히 명문화된 문서가 아니라, 계약의 내용을 강제하는 힘이 담긴 문서.

       

       저기에 계약을 하는 순간 노예가 되는 것이 확정되는 악질적인 물건.

       

       “개수작을.”

       

       이런 것에 속을 성 싶으냐고 대마법사가 웃음을 흘렸지만 남자는 그 문서를 물리지 않았다.

       

       “그럼 뭐 어떻습니까. 당신께선 여기에 서명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내가? 하. 내가 뭣 때문에 그러겠…”

       “죽는 것보다는 노예로 사는 게 낫잖아요?”

       

       …아하. 그런 이야기인가.

       

       대마법사는 저 담백한 협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지금의 그가 아무리 발악을 해봐야 그 끝에 맞이할 것은 죽음이었으니까.

       

       “좋아. 서명하지.”

       “잘 선택하셨습니다.”

       “대신 하나 묻지. 훗날 그 괴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능한가?”

       

       그녀가 지닌 경지를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눈 후 저를 연구하여 그 경지를 재현하는 데 성공한다면.

       

       분명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 있을 터.

       

       남자는 대마법사가 지닌 욕망으로 가득한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는 고갤 끄덕였다.

       

       “불가능하진 않을 겁니다.”

       

       이 날. 아피스를 만든 회사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막내를 고용하는 데에 성공했다.

       

       일주일에 168시간을 근무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

       

       본인이 무림에 살면서 지녔던 소망은 여러 가지가 존재했다. 그 중 대부분은 본인의 능력을 이용해 스스로 해결을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들도 분명 있었다.

       

       예를 들어서 음식에 관한 일이 그러했다.

       

       본인은 그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했었으나 그 결과는 차라리 환단을 먹으며 살고 말지라는 결론이 되었지.

       

       왜냐하면 저는 본인 스스로 이루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환경이 부족했고, 본인의 지식이 부족했으며, 세상이 부족했으니 나 혼자 세상의 식문화를 발전시키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현대에 오고 나서는 이런 고민을 할 것이 없었지. 바란다면 전화 한 번으로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현대라는 세상이지 않나.

       

       이외에도 현대로 오며 본인은 여러 가지 소망을 이루어 내는 데에 성공을 했다만 여전히 한 가지.

       

       단 한 가지만큼은 이룰 수 없었고, 이룰 방법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그건 바로 동물의 사랑을 받는 일이었다.

       

       본인은 먼 과거부터. 그러니까 무림의 세계에 떨어졌을 무렵부터 여러 동물들에게 공포를 샀다.

       

       자그마한 강아지는 본인을 보면 기겁하고 도망치거나 배를 까뒤집은 채 살려 달라 빌기 마련이었고.

       

       좀 커다란 짐승은 얌전히 죽을 바에는 공격을 하겠단 식으로 달려들거나 도주하거나 였지.

       

       이는 동물의 종류의 크기나 나이, 성향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본인이 좋아하는 포근포근하고 복슬복슬한 이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본인이 억지로 껴안아봐야 공포심에 벌벌 떨면서 눈물을 흘릴 뿐이었던지라, 본인은 어쩔 수 없이 저들을 놓아주어야했지.

       

       이러한 현상은 현대에 왔다 하여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본인은 여러 짐승의 미움을 샀다.

       

       물론 바루를 만나 여태까지 지녔던 깊고도 긴 슬픔을 어느 정도 달래는 데 성공했다마는 그래도 완전히 아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막말로 이야기해서 말이다. 본인은 동물원에도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거기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이 공포에 질려 벌벌 떨 것이 분명한데 어찌 본인이 그 곳에 가겠는가.

       

       허나 작금에 이르러 이 아쉬움을 완전히 해소할 방법이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세상의 규칙을 뒤집어버리는 것.

       

       여전히 본인은 본인 스스로가 어떠한 연유에서 미움을 사는지 알지 못한다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인은 스스로 세상의 규율을 규정할 수 있는 자.

       

       여러 짐승들이 본인을 미워하는 게 본래의 세상이었다면 본인의 세상 아래에서 짐승들이 본인을 사랑하도록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후하하! 복슬복슬 보슬보슬 따끈따근 포근포근 천국이 나의 눈앞에 머무르는 듯 하구나!

       

       “규율을 재편하는 경지에 이르러 하겠단 일이 이런 짓이라니.”

       

       바루는 애견카페로 향하는 나를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지만 난 거기에 자그마한 마음의 상처조차도 입지 않았다.

       

       본인이 여태까지 보낸 사랑에 대한 보답을 받고자 한다는 데 이것이 어찌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있단 말이더냐!

       

       본인은 본인의 사랑에 한 치 부끄러움이 없느니라!

       

       “생각해보면 좀 그렇긴 하네요.”

       

       내가 어깨를 피기 무섭게 엔리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상대가 싫다는 데 억지로 좋게 만드는 거잖아요? 상대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좀 그.”

       “범죄지. 범죄.”

       

       말을 고르고 있는 엔리에게서 결론을 이끌어 낸 건 백호였다.

       

       녀석은 상대의 정신을 건드리는 건 어느 세상에 가더라도 중죄라는 이야기를 하다 이내 내 눈치를 보고는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어쩌란 말이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동물들이 날 사랑해주지 않는단 말이다!”

       

       나라고 해서 세상을 개편해가며 동물의 사랑을 받고자하는 내 행동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허나 어쩌란 말이더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들은 내게서 공포를 느낄 뿐이란 말이다!

       

       내가 무얼 잘못했느냐!

       

       내 언제나 동물들에게 사랑과 애정으로 대했을 터인데 무어가 문제란 말이더냐!

       

       왜 난 내 애정에 보답 받지 못한단 말인가!

       

       이런 내 성토에 바루는 한심함을 감추지 아니했고, 엔리는 어딘가 짠한 듯 나를 살폈으며, 백호에 이르러서는 징그럽다는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불편한 침묵이 지나간 후에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환기한 바루가 말을 꺼냈다.

       

       “일단은 말이다 아라야. 여러 동물들이 왜 그대를 미워하는 지부터 알아내는 게 수순이지 않겠느냐?”

       “그런 게 가능했더라면 내 진즉에 시도해보았을 것이다.”

       

       저들이 왜 나를 미워하는 지 알아낼 수 있었다면 내가 그걸 고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느냐.

       

       내 애정은 그리 가볍지 않다. 저들과 이야기가 통했더라면 그 모든 문제를 고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을 터!

       

       “지금은 알아낼 수 있지 않으냐.”

       “…흠?”

       “세상을 비틀어 저들의 마음을 가지기 전에 우선 네 능력으로 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우선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어. 그런가? 그것도 그렇구나.

       

       지금의 나는 바란다면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몸. 언어의 장벽 따위 본인의 앞에서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대의 입장에서도 거짓된 애정을 받는 것보다 제대로 된 애정을 얻는 편이 나을 터.”

       “바루. 그대의 말이 옳구나. 우선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우선일 것이야.”

       

       그래. 세상을 개편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어도 괜찮다.

       

       우선은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는 판단이 섰을 때에 움직여도 충분할 터.

       

       바루의 말에 설득이 된 나는 별 생각 하지 않고 애견 카페의 안으로 발을 들였다만.

       

       – 왈! 왈왈! 와아알! 왈!

       – 크르르! 컹! 컹컹! 컹!

       – 캥! 캥캥! 캥!

       

       “얘들아?! 얘들아?! 대체 왜 이러는 거니!”

       “진정해! 아니 얘네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난장판이 된 가게의 모습을 보고서 슬며시 발을 뒤로 물렸다.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구나.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시작부터 힘들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대의 감정을 고쳐쓴다니. 이거 완전 최ㅁ…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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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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