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74

        

         

       지하가 북적거렸다.

       그다지 작지 않았던 공간이었지만 사람이 열이 넘게 모이니 꽤 들어찬 듯한 느낌을 주었고, 이것저것 이상한 것들이 많이 놓여 있는 터라 지하는 더더욱 좁게 느껴졌다.

         

       “참으로 좋은 일이로다.”

         

       얼마 전까지 어둠으로 가득 들어차 있던 지하에는 조명이 켜져 있었다.

       강렬한 빛을 발하는 조명이었는데, 그 크기가 매우 작았다. 조명은 지하의 벽 한쪽에 설치가 되어있었는데, 마치 자신이 태양이라도 되는 것처럼 쨍쨍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조명의 아래, 꿉꿉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지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맑은 물이 찰랑이고 있는 수조가 있었다.

       벽면에 따로 설치되어 있는 선풍기와 수면 아래에 설치되어있는 여과기 때문에 마치 실제 연못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찰랑찰랑 움직이고 있었으며, 일정 주기로 파도를 치듯 물결이 일기도 했다.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티 하나 없는 맑은 물.

       여러 번 반복해서 정수해도 저렇게 투명한 물은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맑은 물의 위쪽에, 식물이 있었다.

         

       그 식물의 생김새는 매우 특이했다.

       맑은 물 위에 널찍한 이파리를 띄우고 있는 그것은 진흙탕에서 볼 수 있는 연잎의 형태를 닮아 있었는데, 그 크기가 일반적인 연꽃에 비해서 매우 작았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부레옥잠을 연상시키는 둥그스름한 구체가 물에 둥둥 떠 있었는데, 그 구체의 크기가 일반적인 사람의 손바닥 크기 정도 되어 보이는 듯했다.

         

       찰랑.

         

       물이 찰랑거릴 때마다 이파리와 구체는 물결에 따라 흔들흔들 움직였는데, 파도가 치듯 물이 높이 솟구치면 이파리는 비스듬하게 움직이며 수면과 닿아있는 밑부분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파리의 밑부분은 반투명한 돌기들이 잔뜩 솟아 있었는데, 그 형태가 흔히들 ‘뽁뽁이’라고 부르는 에어캡을 떠오르게 했다.

         

       이파리와 부레옥잠의 아래로는 길게 줄기가 뻗어 있었다.

       줄기는 꽤 굵은 편이었는데, 마치 연근을 그대로 잘라서 줄기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이파리와 구체처럼 초록색이 아닌 갈색이었으며, 묘하게 광택이 흐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중요한 뿌리는, 수조의 밖으로 이어져 있었다.

         

       뿌리는 수조 아래에 깔아두었던 흙 속으로 파묻히는 대신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듯 수조 밖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으며, 바싹 마른 땅을 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계속해서 어디론가 이어져 있었다.

         

       그 뿌리가 이어진 곳은 바로 수조 근처.

       먼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곳이었다.

         

       뿌리는 사람을 감고 있었다.

         

       “생명력과 내공이 이리도 훌륭하니, 참으로 좋은 것이 나오겠어.”

         

       진성은 뿌리에 감긴 무인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무인들은 전부 제압이 되어있었다.

       팔다리에 구속이 되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손가락 하나 옴짝달싹할 수 없도록 손가락 사이사이를 주술로 내구성을 강화한 가죽으로 묶어놓았다. 게다가 곳곳에 전극을 꽂아놔서 조금만 이상해도 전기로 지져서 기절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마약성 물질을 분비하는 식물이 그들이 제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방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팔뚝에 링거 하나씩이 꽂혀있었는데, 거기서 아주 느릿한 속도로 약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역시 무인들이 제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하는 약물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바이크 헬멧 비슷한 것이 씌워져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투명해야 할 바이저(visor)에서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귀 쪽에 설치된 자그마한 스피커에서는 영상에 맞춰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좀 특이했다.

         

        – 우우우우우웅….

         

       마치 엔진이 진동하는 듯한, 무언가가 공명하면서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바이저 부분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영상은 이러한 공명음에 맞춰 총천연색의 색채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패턴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것이 불규칙적으로 보이면서도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듯 보였다.

         

       ‘이렇게 쉽게 제압된 것에는 경험의 부족도 있지만, 마음이 굳건하지 못하여 그러한 것이니. 이 기회에 명상을 통하여 마음을 갈고닦는 것이 좋을 것이로다.’

         

       헬멧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명상을 돕는 영상과 음성이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명상과 세뇌의 중간지점에 있는 강력한 것이었다.

         

       그가 한창 용병으로 일하고 있을 당시, 어떤 사이비 종교가 부서지면서 그 사이비 종교의 유산이 퍼지게 되었다. 그때 사이비 종교가 신도들을 세뇌할 때 사용했던 세뇌 영상 역시 인터넷을 통해 퍼지게 되었는데, 명상에 관심이 있던 한 무인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인도의 명상법과 결합해서 만든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사이비 종교에서 세뇌에 사용했던 영상에 기반을 둔 것인 만큼 그 효과는 아주 강력했으며, 사람의 무의식에 작용하는 효과가 있었다. 사이비 종교가 했던 것처럼 무의식을 주물러서 세뇌하거나 특정 메시지를 강하게 각인하는 대신, 그냥 무의식에 오래 머무르게 도와주기만 했다.

         

       박진성은 이 훌륭한 명상을, 붙잡은 무인들에게 강제로 체험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과한 효과를 가진 약물을 사용해서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아도 되었으며, 혹시 무인이 정신을 차려서 탈출할 위험을 한없이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명상이 조금 과격하기는 하나 분명히 이로운 것이니, 무인의 신체나 내공이 절로 움직여서 위협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 역시 막을 수 있었다.

         

       무인이라는 족속들은 경지가 높아질수록 생명력이 질겨지고, 경지를 넘은 무인은 정말 바퀴벌레가 떠오를 정도로 잘 죽지를 않는다. 생명력이 강해지거나 재생력이 강해지는 무공을 익힌 무인의 경우에는 잘린 신체 부위를 재생시키기도 하니…. 지긋지긋한 족속들이 아닐 수가 없다.

       게다가 의식이 없어도 몸이 알아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위협을 알아서 배제하려고까지 한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 3차 대전 당시 영국에서 프랑스의 무인 한 명을 노린 적이 있었다.

       그 무인은 검을 사용했는데, 특이하게도 그 무인이 익힌 무공은 정말 신성하게 보일 정도로 하얀빛을 냈었다. 게다가 보석이나 금속에 반응해서 찬란한 빛을 발하기까지 해서, 프랑스에서는 그 무인이 익힌 무공을 ‘성녀의 검’이라면서 떠받들어주었다.

         

       이러한 프랑스의 호들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영국에서는 프랑스의 콧대를 눌러줄 필요가 있다고 여긴 것인지, 기회가 왔을 때 그 무인을 암살하려고 했었다. 그 무인이 배를 타고 이동할 때 기회를 노려서 배를 침몰시켰고, 미리 해저에 설치해두었던 폭탄을 터뜨려버렸다. 게다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아티팩트를 이용해서 지속해서 공격을 가했고, 조류의 흐름을 바꿔서 기절해도 육지로 이동하지 못하고 바다에서 죽음을 맞게 하려고 했다.

         

       이러한 영국의 계획은 거의 성공했다.

       무인은 폭발 때문에 온몸의 뼈가 바스러졌고, 아티팩트로 인한 공격으로 인해 몸의 반쪽은 타버리고 독에 중독이 되었다. 거기다가 배에 구멍이 크게 뚫린데다가 내장 일부는 소실되었고, 뚫린 구멍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가 무인의 생명력을 갉아먹었다.

       게다가 요행을 바랄 수도 없도록 조류까지 조종해놓은 상태였으니…. 결국 무인은 바닷속에 가라앉았다.

         

       영국은 무인이 심각한 상처를 입고 바다에 가라앉자 안심했다.

         

       역사적인 라이벌 국가인 프랑스의 보물을 부수는 데 성공했다고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철수했고, 프랑스의 무인은 ‘불행한 사고’로 인해 바다 한가운데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끝을 맺나 싶었으나….

         

       놀랍게도 그 무인은 살아남았다.

         

       몸 대부분이 망가지고, 바다에 가라앉기까지 했음에도 살아남은 것이다.

         

       심지어 살아남은 것도, 간신히 살아남은 것도 아니다.

       몸을 완벽하게 복구까지 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무인이 살아남은 이유는 두 가지.

         

       무공과 환골탈태였다.

         

       프랑스의 무인이 익히고 있는 무공은 생명력을 증가시켜주는 무공이었다. 가볍게 익힌 것만으로 잔병치레가 싹 사라질 정도이며, 일정 경지를 넘어서면 목기(木氣)를 이용하는 무공에 버금갈 정도의 재생력을 얻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무인은 이 끈질긴 생명력을 주는 무공을 익힌 것에 더불어, 환골탈태까지 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무인은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에 걸맞은 신체로 변형이 되었다.

         

       그렇게 변형된 형태는 어느 곳에서나 생존할 수 있는 형태.

         

       피부가 질기고 강해진 것은 기본이었고, 점액을 뿜어서 불에서 몸을 보호할 수도 있었다.

       아가미까지 돋아서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었다.

       

       게다가 혈관에서는 일반적인 사람의 피 대신에 파란색의 피가 흘렀다.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아니라 헤모시아닌(Hemocyanin) 혈액이 흐르게 된 것이다.

         

       마치 무척추동물처럼 말이다.

         

       프랑스의 무인은 환골탈태를 통해 붉은 피에 비해서는 효율이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대신에 생존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가진 피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할 시 자체적으로 가사 상태에 빠질 수도 있었다. 다른 동물이 그러하듯, 여름잠이나 겨울잠을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가사 상태의 효율이 어찌나 높은지, 학자들은 지구가 멸망해도 이 사람은 살아남을 거라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실제로, 이 무인은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안타깝게도 천수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끈질긴 것이 바로 무인이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