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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4

       

        

        

        

        

        

        

       “등대라. 딱히 등대가 메인이 아닌 것 같은데.”

        

        

        

        차르륵, 찰칵찰칵.

        

        단장에게 받은 탄을 작업대 위에 흩어놓은 뒤 탄창에 하나씩 끼워넣는다. 그러나 탄창 자체가 네 개밖에 없었고, 따라서 남은 35발은…가져가야 하나. 일단 30발 정도만 더 가져가도록 하자. 방향을 한 쪽으로 정렬해둔 뒤 케이블타이로 잘 묶어놓으면 유사시 하나씩 빼기도 편했고 잘각거리지도 않는다.

        

        그 외에 가져갈 건…딱히 없었다. 기껏해야 몇 개 정도 있는 응급치료 키트 정도. 물은 이미 마셨기에 딱히 갈증은 없었고, 포만감 역시도 마찬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면 나는 음식을 꽤 여러 개 먹어야 포만감이 채워진다는 점이었다. 이런 것까지 고증을 지킬 필요가 있나 싶긴 했는데.

        

        좌우지간, 다시 돌아와서. 백수십 만에 달하는 시청자들의 추천 중 가장 많은 투표수를 받은 맵은 다름아닌 등대였다. 제대로 된 이름은 해안 복합 기지였지만 남서쪽에 존재하는 등대 때문에 다들 등대라 부른다나 뭐라나.

        

        

        

       “맵 구조는 꽤 단순한 편이네요. 섹션이 딱딱 나눠져있어서 편하다고 해야 할지.”

        

        

        

        남서쪽에 등대.

        

        하부 절반은 별장 및 버려진 마을이었고, 북쪽 일부는 아르테미스 기지였다. 그 위에는 기차역으로 보이는 곳이 있다.

        

        세부적으로 파들어가면 꽤나 복잡하긴 하겠지만, 주변에 감제고지로 쓰일 수 있는 바윗더미도 많았으니 전체적인 맵 구조 파악에 큰 문제는 없을 확률이 높았다.

        

        물론 나보다도 먼저 온 유저가 자리를 먼저 선점해버리면 그건 상당히 골치 아프겠지만…뭐어, 세상이 내 생각대로만 돌아가던 적이 있기나 할까. 내가 달성한 거의 모든 결과는 대개 오만가지 고생을 겪은 후에나 간신히 얻어낸 것이었으니.

        

        

        좌우지간 계획은 간단할수록 좋다. 탈출구가 어느 쪽에든 있었으니 스폰 지점을 어림짐작하고, 눈을 뜬 지점이 북쪽인지와 남쪽인지를 확인한 뒤 핫스팟을 돌고 나가면 되겠지.

        

        그러던 와중 이어지는 궁금증.

        

        

        

       “근데 저 말고도 다들 이렇게 게임하나요?”

        

        

        

       -씌1부랄 그럴리가있나요

       -이렇게 게임하는사람밖에 없으면 EU에 유입은 하나도 없을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일반적인 유저는 매판마다 제투히를 할 수가 없어요

       -이사람이한짓)대략5판만에보스뚝배기접어버리고3인헌터레이드성공했으며모든파밍을사람시체로때웠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파밍을사람시체로때웠다는게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닌가보구나.

        

        여하간 슬슬 움직일 시간이었다. 슬슬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게 귀찮아졌기 때문에 스크립트 생략을 누르자 눈 앞이 검어진다. 이대로 투입하겠냐는 내용의 간단한 메시지를 뒤로 하고 눈을 감았다가 뜨자, 귓전에 나지막한 음색이 들려왔다.

        

        

        

       -[알림 : 현 시간부로 해안 복합 기지에 투입됩니다.]

        

        

        

        그리고 눈이 떠졌다.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풀숲과 물의 냄새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오른쪽에는 무슨 자그마한 호수 같은 게 있었고, 등 뒤는 꽤나 높은 바위절벽이었다. 몇 가지 키워드를 조합하면 예상 투입 지점을 확인 가능했으며, 그 결과 내가 맵의 북동쪽 언저리에서 눈을 떴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바로 오른쪽에 호수가 없었더라면 주변을 싸돌아다니며 지형지물을 파악했어야만 했겠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시청자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오

       -저격런하기 딱좋은 곳에서 스폰했네 ㅋㅋ

       -리빙포인트)이사람이 들고온 총은 무려 AP탄 물린 묠니르다

       -저격바위쪽에서 대포쏘는 소리 나면 다들 도망가라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싯팔 진짜 토르가 강림했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그냥 난리도 아니다.

        

        아무튼 오늘 내 목표는 30킬 채우기, 그리고 보스가 있다면 죽인 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텔 같은 걸 회수하여 단장이란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시간이 있다면 획득한 후 요모조모 뜯어보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저격바위라. 일단 내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았으니 감제고지로 가야겠지. 주머니에 꾸깃꾸깃 접혀진 채 들어있는 해안 복합 기지의 지도를 펴들었다. 여러 번 접혔다 펴지며 뭉개진 부분도 있었던 탓에 제대로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대략적인 구조와 고지의 위치는 알았다.

        

        그렇게 30초 가량을 지도를 펴고 고심하던 와중,

        

        

        

       ───피잉!

        

        

        

       “어으, 뭐야.”

        

        

        

        풀숲에 잘 숨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왔다. 다리 바로 옆의 부드러운 땅이 패이는 사이 눈동자가 이리저리 휘돈다. 소음기를 통과했는지 총소리는 꽤나 먹먹했-으나, 다행히도 땅이 패인 각도와 흩뿌려진 흙의 방향을 통해 적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대충 어림짐작하고 쏜 건가 싶었기에 잠시간 대기, 그리하여 시선은 북쪽에 둔 채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고 있자, 저 위쪽에서 아주 작게 들리는 사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인영이 왼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친구가 오늘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리라.

        

        다음부턴 조금 더 잘 숨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따라가보죠. 가이드 한 명 생겼다고 칩시다.”

        

        

        

       -도대체 어느 가이드가 토사구팽이 국룰이 됨???????????????

       -가이드(시한부)

       -미치겠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중 아무도 비얌이 따라가다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중www

       -이벤트)유진을 잡으면 당신도 500만 크레딧의 주인공!

        

        

        

        사박사박.

        

        작은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올라간 뒤 다시 지도를 확인하여 지뢰지대를 회피한다. 그러자마자 보이는 바위. 사전 맵 확인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걸 저격바위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아르테미스 기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접근하기도 편했기에.

        

        일단 따라 올라가봐야겠다.

        

        

        지뢰지대를 왼쪽에 낀 채 새롭게 드러나는 전경을 확인하던 와중, 대략 50미터 가량 앞에서 누군가가 나무 사이를 오가며 뭔가를 부지런하게 찾고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 총기에 소음기가 달려있지 않았기에 어떻게 잡을지 고민해야만 할 필요성이 존재했다.

        

        다음에는 기어 박스에 쟁여놓았던 MP7이라도 한 정 가져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 생각하며 총기에 달린 LPVO로 가만히 적을 지켜보고 있었을까, 땅바닥에서 몇 가지 아이템을 꺼낸 그가 이쯤하면 됐단 듯 등반을 시작했다. 들고 있는 총기의 색을 보아하니 SV-98이 확실했다.

        

        

        

       -진짜 저격런 원툴이네

       -쟤 잡을라고 한발이상 쏘는 순간 가성비 나락행일듯 ㅋㅋ

       -총쏘는순간 근방에 있는 모든 유저들이라 아르테미스 로그들 다몰려든다에 한표 건다

       -달려드는 애들 다 잡고 나가야 얼추 총알값이랑 비슷할 거 같은데ㅋㅋㅋ

       -공짜로준 AP탄을 싹 다 들고오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탄환 가격밖에 안 보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하루종일 저 이야기로 떠들 정도면 아마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아직 플리마켓조차 안 열린 시점이었으니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탄환을 어느 정도 남겨서 돌아가게 된다면 그건 비상금 개념으로 쟁여두자고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뒤를 밟았다.

        

        그 전에, 도대체 뭐가 땅에 묻혀있나 싶었더니 땅 안에 무언가 아이템 박스 같은 게 있었다.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찾아낸건가 싶었더니, 최신 지도에서는 이런 땅 밑에 있는 아이템도 표시되어 있다나 뭐라나. 지도를 적당적당하게 고른 게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뭐어, 반대로 생각해보면 파밍이 메인이 아닌 나 같은 사람들은 신경쓸 필요가 없단 뜻이기도 하겠지.

        

        그렇게 계속해서 뒤를 밟고 있었을까-

        

        

        

       “…어으. 이게 뭐래.”

        

        

        

        누가 봐도 수상해보이는 인계철선이 바위 틈새 사이에 절묘하게 가려져있었다.

        

        내딛으려던 발을 멈춤과 동시에 근원지를 확인했다. 나무 안쪽에 보이는 부채꼴 형태의 무언가 – 클레이모어였다. 실로 전문가의 솜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가 말하길, 남의 폭발물은 잘만 만지면 내 폭발물이 될 수도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인계철선을 사용했다는 것은 트랩의 구조를 조금 생각해봐야만 한다는 소리일수도 있었고 – 아니나 다를까, 인계철선은 클레이모어 본체에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지뢰의 오목한 부분에 붙어있는 작은 기계 뒤에 붙어있었는데, 이게 무어냐 하니, 누군가 인계철선을 건드리게 되면 뇌관에 전기 신호를 보내는 장치였다. 다시 말해 이걸 적당히 만져주는 순간 클레이모어는 꽤나 무해하게 된단 소리였다.

        

        물론 실패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잘못 건드려서 폭발하면 제 아이템은 누군가가 주워가겠죠, 뭐. 유용하게 쓰시길.”

        

        

        

       -진짜 이세상 쿨가이가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00만 공중분해라니 생각만해도 등짝에 소름돋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나는 이렇게 들고 두번만 죽어도 알거지되겠다

       -팩트)어느쪽이든 편집자한테는 크나큰 일거리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좌우지간, 놀랍게도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클레이모어 간이조준기 옆의 뇌관을 빼버리면 끝이었으니까.

        

        물론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충 나사를 빙빙 돌려서 푸는 것보다는 조금 더 정교하고도 알려져선 안 되는 – 인계철선 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기계장치로부터 뻗어나온 피복이 벗겨진 전선을 물려놓은 나사를 푸는 뭐 그런 – 몇 가지 작업이 필요했기에, 잠시 송출을 끄고는 지뢰 해체 작업에 몰두했다. 

        

        그렇게 20초 정도 지났을까, 이중 트리거까지 전부 해체되어 반쯤 무력화된 클레이모어가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분명히 나중에 쓸모가 있을 확률이 높았으므로, 뇌관과 인계철선을 모두 잘 쟁여둔 뒤 송출을 재시작. 그 후 드디어 저격바위로 올라갔다.

        

        대략 1분 전부터 픽픽 하고 사격음이 반복적으로 들려왔으니 아직 있겠지.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적의 빵댕이가 보였다.

        

        톡톡.

        

        

        

       “배달 왔습니다.”

        

       “아니…헉!?”

        

       “딱밤 수령하셔야죠.”

        

        

        

        깡!

        

        그와 동시에 Mk.18의 개머리판이 상대의 얼굴을 덮쳤다.

        

        바위가 적막으로 물드는 순간이었다.

        

        

        

        

       

        

        

        

        

        

        

        

        

        

        

        

        

       ───콰앙! 콰앙! 콰앙!

        

        

        

       “쓰읍, 이거 좀 위험한데….”

        

        

        

       -와 저격바위 소리 살벌하네 ㅋㅋㅋ

       -무슨 대포 소리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뭐더라? 대구경 저격총 뭐있지? AXMC인가?

       -가성비가 하나도 안맞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사람이 제일 무섭다 증말루….

        

        

        

        다크 존 전문 공략 스트리머 언리얼, 일생일대의 고민에 처하다.

        

        스나이퍼 라이플 한 자루를 손에, 자그마한 서브머신 건 하나를 등 뒤에 멘 그가 아르테미스 기지의 동쪽에서부터 초소를 향해 접근한다. 빌리지 다리를 건너 기름통을 넘어간 뒤, 그 자리에서 무릎을 땅에 대고 지면을 지지한 채 기관총을 잡은 로그를 스코프의 십자선에 놓았다.

        

        픽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탄환이 기관총을 붙잡고 있는 적군을 꿰뚫었고, 피해자는 힘빠진 마리오네트 인형마냥 그 자리에 픽 주저앉는다.

        

        그러던 와중 저격바위 쪽에서 난 굉음이었다.

        

        

        

       “시선은 저쪽으로 다 쏠리긴 했는데…저거 발사속도 보니 분명히 Mk.18일 것 같거든요? 누군지는 몰라도 이거 빼먹을 것만 빼먹고 잽싸게 도망가야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 ㅋㅋ 어떻게 사람이 천둥의 신한테 개길 수가 있겠어

       -템파밍이 문제가 아니게됐죠?

       -1창만 털고 즉각 빤쓰런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건 죽으면 안 튀고 개기던 사람 잘못임 ㅋㅋㅋ

        

        

        

        그 말이 맞았다.

        

        저런 살벌한 무기를 소음기도 안 달고 쏘고 있는 사람이 버젓이 있음에도 밍기적거린다면 죽어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자연재해가 다가오는데 집 안에서 뻐팅기는 사람이 태풍한테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좌우지간, 그것과는 별개로 상황은 의외로 좋은 방향으로 풀리고 있었다. 옥상에 있는 로그들은 허겁지겁 기관총 위치를 바꾸며 바위 방향을 향해 대응사격 중이었고, 순찰조는 근원지로 향했다 – 그리고 그는 소음의 근원지로부터 남서쪽으로 수백 미터 정도 떨어진 상태.

        

        요컨대 운신이 좀 더 자유로워졌다.

        

        그렇기에 그는 그 사이를 틈타 동쪽으로 이동했고, 기관총을 잡고 있는 두 번째 로그의 머리통을 빠르게 날렸다. 드물게도 근방을 돌아다니는 밴딧이 없었기에 얌전히 1번 창고의 옥상에 위치한 기관총사수에 시선을 돌릴 수 있기도 했고.

        

        

        

       “후우….”

        

        

        

        픽!

        

        머리에서 금빛의 폴리곤을 흩뿌린 AI가 뒤로 나자빠진다.

        

        그 와중 이어지는 여러 생각. 본래라면 기지를 돌아다니는 3인 1조의 순찰팀도 확인해야만 했으나, 저렇게 소음으로 어그로를 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해당 방향으로 몰려갈 확률이 높았다.

        

        

        

       “방금 잡은 애들만 후딱 파밍하고 나가야겠다.”

        

        

        

        침을 꿀꺽 삼키고, 옆으로 돌아 들어간다. 붉은색 컨테이너와 연결된 계단을 한 칸씩 빠르게 오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고, 몸을 푹 숙인 채 시체를 끌어당겨 아이템을 가방 안에 집어넣는 손길이 갈수록 빨라졌다.

        

        서방 특유의 AR-15 모딩, 내구도는 좀 떨어졌어도 괜찮은 방탄복, 그 외 여러 잡템까지. 여유가 있다면 탄창 안에 든 탄환도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슬슬 사격 소음이 잦아들긴 했어도 저렇게 대놓고 어그로를 끄는 사람이라면 실력이 대단하거나, 광기가 있거나, 혹은 둘 다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으니.

        

        

        그리고 그 말대로였다.

        

        

        

       “…저 사람이 벌써 3번 창고랑 2번 창고 옥상을 그대로 밀어버린 것 같은데, 이거 그냥 지금 나갈게요. 로그런 교육 방송 하려고 왔는데 원하는 대로 안 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돔 황 챠 ~ ~ ~ ~

       -와 저거 2번창고 로그 아닌가? 머리가 없는데???

       -후…이번만 봐드리겠습니다

       -저격바위에서 내려오는거면 3창고 2창고 털고 1창 올거같은데 지금 빨리 나가는게 맞어

        

        

        

        이 역시도 맞는 말이었다.

        

        그리하여 언리얼은 즉각 몸에 힘을 주었고, 그 상태에서 북쪽으로 쭉 뻗은 도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이동한 후 1층 창고 위에서 북쪽을 향해 기관총을 겨눈 로그를 처리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숨을 참고 옥상을 겨눈다.

        

        그러나,

        

        

        

       ‘…여기도 죽어있어.’

        

        

        

        머리가 통째로 증발한 적이 기관총 위에 풀썩 쓰러진 채 금빛 액체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다시 말해 언리얼이 죽인 옥상의 적은 단 한 명.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는 몰라도, 핵이라는 개념이 진즉 증발해버린 현 시점의 다크 존에서라면…저 정도의 일을 벌인 사람이 저격바위 쪽, 혹은 그 아래로 내려와 언리얼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을 가능성도 있단 소리였다.

        

        그리하여 그는 인기척 숨기기고 뭐고 전부 내팽개친 채 줄행랑을 쳤고, 이내 기차역 언저리에 도달하여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그가 파밍을 시작한 지 고작해야 3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탈출 지점인 북쪽 체크포인트까지 고작해야 수십 미터 가량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그가 방금 지나온 도로를 스코프로 체크했다. 혹시나 몰라 킬플래시까지 앞에 씌워둔 건 당연했다.

        

        

        그렇게 20초나 지났을까.

        

        

        

       “…힉.”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엉덩이에 뱀꼬리 ㅋㅋㅋㅋㅋㅋㅋ

       -진자 주옥될뻔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공포게임이지!이게 공포게임이지!이게 공포게임이지!이게 공포게임이지!이게 공포게임이지!이게 공포게임이지!이게 공포게임이지!이게 공포게임이지!이게 공포게임이지!이게 공포게임이지!

       -EU 역사상 가장 무서운 5초 ㅋㅋㅋㅋ

        

        

        

        

        스산한 움직임과 함께, 자신의 몸만한 총기를 든 익숙한 실루엣이 길다란 꼬리를 살랑대며 1층 창고를 향해 들어갔다.

        

        그제서야 언리얼은 탈출구를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등대 공포증 걸리겠다, 진짜.”

        

        

        

        세상엔 무서운 것이 참으로 많았다.

        

        

        

        

        

        

        

        

        

        

        

        

        

        

       “뭔가 북쪽에 인기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에이 설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층 창고 옥상에 누구 죽은 거 보니까 누가 있는 건 확실한듯

       -밴딧 있나? 한 번 확인해봐도 될 거 같은데

       -템파밍은 안하고 로그 죽이러만 다니네 이 비얌쉑 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18발 쐈으니 거의 150만 크레딧임ㅋㅋ

        

        

        

        착각인가?

        

        착각이겠지, 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라푸아 발사기(자연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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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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