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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4

       말 그래도 개판이 된 애견 카페의 모습을 확인한 우리는 우선 카페 측의 양해를 구해야 한단 사실부터 깨닫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애견 카페 안에 점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 그리고 애견 카페의 점장이 나와 엔리 두 사람을 알고 있단 점이었다.

       

       “세상에! 엔리님?!”

       “네. 맞아요. 엔리입니다! 혹시 마이튜브 구독자?!”

       “당연하죠! 저 진짜 완전 장난 아니게 팬이에요! 엔리님 마이튜브 구독자 1만명일 때부터 봤다니까요?!”

       “진짜요?! 와. 그 때는 진짜 보는 사람만 보던 때인데!”

       

       강아지들이 만들어낸 소란에 안에서 무언갈 준비하다가 다급히 달려 나온 그녀는 다급하게 강아지들을 진정시키다 엔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호들갑을 떨어댔다.

       

       수십 년 만에 만난 친구마냥 목소리를 높이며 대화를 하던 그녀는 엔리와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하고 나중에 사진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다 이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본인의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가 위 아래로 훑어보고서 다시 한 번 굳어버렸다가 휙하고 엔리의 어깨를 붙잡았다.

       

       “저기. 엔리님이 옆에 계시다는 건 저 분이.”

       “네. 화령 씨에요.”

       “안녕하세요.”

       “와. 와. 와아. 완전 VR아바타랑 똑같으세요! 아니 그것보다 더 예쁘고 멋지세요!”

       

       방송으로만 보던 우리의 모습을 직접 마주했다는 것이 얼마나 기뻤던 것일까.

       

       애견카페의 점장은 여전히 공포에 질린 개들이 왈왈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아니했다.

       

       그 대신 왈왈거리는 소리 사이에서도 선명한 목소리로 날 얼마나 좋아하고, 오랫동안 봐왔는지에 대해서 떠들어 댈 뿐.

       

       “진짜 항상 너무 너무 멋있으신데 또 일상채널에 올라오는 모습으로 보면 또 너무 귀엽기도 하시고. 일상채널에서 바루님 쓰다듬는 영상 보면 진짜.”

       “누굴 쓰다듬어? 일상채널?”

       

       자신의 이름이 들려온 게 신경 쓰였던 것일까. 바루가 이야기 사이에 끼어들었다. 애견 카페의 점장은 바루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대답을 해주려다 말고 고갤 갸웃거렸다.

       

       “어라? 이 분도 어쩐지 바루님을 닮은 것 같은.”

       

       이거야 원. 여우 귀를 감추고 현대의 복장을 입고 거기에 머리 모양까지 갖춰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루의 귀여움을 지울 수는 없는가.

       

       하하. 바루야. 너무 귀여운 것도 죄가 되는 모양이구나. 내 마음 같아서는 바루가 현대에 있음을 자랑하고 싶기는 하다마는 그래선 여러모로 일이 귀찮아지는지라.

       

       어쩔 수 없이 바루를 슬쩍 뒤로 물리며 인식을 흐리게 만들려면 그 순간 백호가 앞으로 나섰다.

       

       “점장님. 잠시 실례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그가 도술을 펼쳤다.

       

       나로써는 해석하기 버거운 고위의 도술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저 안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추측하는 게 가능했다.

       

       미치광이와 싸우는 과정에서 얻은 깨우침 중 하나지.

       

       우선 하나. 이 애견 카페로 오는 사람을 물리는 도술. 과거 검선이 대나무 숲에 펼쳤던 것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을 지닌 것.

       

       다른 하나는 이 애견 카페의 직원들을 향한 도술이었다. 아마 저들의 정신에 개입하는 종류인 듯 싶구나. 위화감을 지우거나 이상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당연하게 여기도록 하는 종류일까.

       

       그리고 마지막은 이 안의 애견들을 향한 것. 백호 자신의 기운을 활용하여 강아지들을 강제로 굴복시킨 것이다.

       

       그에 따라 시끄럽게 짓던 강아지들이 일순에 조용해졌다. 그 모든 작업을 일순에 끝마친 백호는 살짝 멍해진 눈빛을 한 점장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오늘 이 카페를 대여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전세를 내신다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물론 가능하죠. 제대로 값만 치러주신다면이야.”

       “그야 당연한 일입니다. 나중에 이 쪽으로 청구해 주십시오.”

       

       그는 점장에게 명함을 건네주고는 다시금 내 옆으로 돌아왔다.

       

       “안에서 강아지와 대화를 나눌 것인데 주변에 보는 사람이 있으면 곤란할테니까요. 전세를 내는 것이 옳다 판단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재력과 권력을 휘두르는 것에 능해 보이는 것이 이런 일을 한 두 번 해본 게 아닌 모양이구나.

       

       하기야 본인과 처음 만났을 적에도 일단 굴복을 시키려던 녀석이니. 위의 입장에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하겠지.

       

       “저를 부려먹는다고 하셨잖습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이런 일을 모두 전임해 주시지요.”

       

       덕분에 애견 카페에 진입하는 일이 손쉬워졌으니 나로썬 감사해야 할 일이다만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백호야.”

       “예?”

       

       내가 엄한 목소리를 내자 백호가 슬며시 내 눈치를 보았다.

       

       “어디서 위압감을 형성하느냐. 저 안의 동물들이 무서워하지 않나.”

       

       네 놈은 애견인으로써의 마음가짐이 되어 있지 않다.

       

       애완동물은 사랑으로 대해야 하는 법일 지언데 조금 시끄럽게 군다 하여서 위압을 선사하다니. 그것이 맞는 행동이라 생각하느냐?

       

       “…예? 아니. 저. 그.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됐다.”

       

       애견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강아지들의 불안 섞인 시선들이 이 쪽을 향했다.

       

       모두들 겁에 질려 있구나. 본인이 당장에라도 자신들을 집어 삼킬 것이라 여기고 있는 게야.

       

       어찌하여 저들이 저런 불안을 품고 있는 것일까. 그를 슬피 여기며 적당히 자리를 잡은 나는 바루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자그마한 질투를 느끼게 되었다.

       

       본인에게서 두려움을 느낀 녀석들이 모두들 바루의 근처로 모여 벌벌 떨고 있었던 것이다.

       

       무어냐. 무슨 차이더냐. 본인과 바루 사이에 무슨 격차가 존재하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이더냐!

       

       “…저어. 민가야? 그 시선이.”

       “아라다.”

       “어쨌든 시선이 실로 따갑구나. 부담스럽다. 이 놈아. 이 광경이 그토록 샘이 나더냐?”

       “…크흠.”

       

       진정. 진정하자.

       

       항시 겪어왔던 일이지 않나. 여러 동물들에게 자연스레 공포를 사는 본인과 자연에서 태어나 그를 수호하는 존재이기에 자연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바루.

       

       우리 둘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실로. 실로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말이다. 이제부터 달라질 것이지 않나. 저들에게 이야기를 듣고서 본인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바루처럼은 아니어도 평범한 사람처럼 애견들의 애정을 얻을 수 있을 터.

       

       “본인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다니 실로 탐욕스러운 인간이구나.”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이상하게 들리지 않나.”

       “어쨌든 일단은 시험을 해보자꾸나. 네가 강아지의 말을 들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

       “그래. 거기부터 시작을 해야겠지.”

       

       심호흡을 하고서 세계의 규율을 고쳐 썼다. 저들의 이야기가 내게 닿고, 나의 이야기가 저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그러자 방금 전까지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나의 귓가에 닿았다.

       

       “무서워.”

       “잡아 먹힐 것 같아.”

       “무서워.”

       “가까이 안 왔으면 좋겠어.”

       “도망치고 싶어.”

       

       …가끔은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단 사실이 절절하게 느껴지는군. 저들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이마를 붙잡고 있으려니 바루가 저들에게 엄한 목소리를 냈다.

       

       “어허. 사람에게 그런 무례를 내뱉어서야 쓰겠느냐.”

       “그치만.”

       “신성하신 분. 무서운 걸요.”

       “맞아요. 저 눈을 봐요. 우리를 먹잇감으로 보고 있어요.”

       “도망쳐야 해요.”

       “기운이 무섭다는 것은 인정하겠으나 저 녀석은 좋은 녀석이다.”

       “말도 안 돼요.”

       “저런 기운을 가진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 없어요.”

       

       나의 안에 심마가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쓴웃음을 짓고 있던 중 문득 한 가지 진기한 사실을 깨우쳤다.

       

       본인은 방금 전에 만들어낸 규율은 강아지와 나만의 소통이다. 그 사이에 바루는 존재하지 않을 터. 설마 싶기는 하다마는.

       

       “바루야. 그대는 본래부터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냐?”

       “당연한 것을 묻는 구나. 자연에서 태어나 저들을 지키는 것을 업으로 삼은 본인이다. 대화를 하지 못할 리 없잖은가.”

       “…허?!”

       

       아니.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말이다.

       

       “내 그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마는.”

       “물어본 적도 없지 않으냐.”

       “…그건 그렇지만 으음.”

       “되었다. 지금 그게 중요하더냐? 그대가 어찌하여 미움을 받고있는 가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지.”

       

       하아. 그래. 그것이 정론이구나. 내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더니 바루가 강아지들에게 말을 걸어 나와 대화를 할 사람을 모집했다.

       

       허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강아지들이 하나 같이 나와 대화하는 것을 거절했던 것이다.

       

       저 앞에 서기에 무섭다면서. 다가가는 순간 그대로 잡아먹힐 것 같다면서.

       

       이런 수모를 겪을 바에야 차라리 세계를 개편하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한 강아지가 앞으로 나왔다.

       

       “제가 하죠. 죽더라도 늙은 놈이 죽는 게 낫지 않습니까.”

       

       죽일 생각이 없다만. 잡아먹지도 않는다만. 어찌하여 그리 비장한 얼굴과 목소리를 내는 것이더냐. 억울함이 몸서리가 쳐지는구나.

       

       꼬리를 치켜세운 채 힘 있는 발걸음으로 나의 앞에 다가 온 노견은 고개를 바짝 든 채로 목소리를 냈다.

       

       “콩이라고 합니다. 물어보실 것이 있으시다죠.”

       

       녀석의 어투는 무척이나 진중했으나 그 초롱초롱한 눈빛과 조막만한 얼굴, 그리고 보들보들한 털은 그 모든 진중함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누가 저를 보고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멋있는 척 하는 것 봐! 귀여워! 라는 생각이나 하지.

       

       “그래. 한 가지 묻자꾸나. 그대들은 어찌하여 본인을 두려워하는가.”

       “본능이 위험을 경고하니까요.”

       “본능이라.”

       

       본능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비과학적인 무언가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다르다.

       

       저는 몸이 발하는 경고다. 뜨거운 것에 닿으면 통증이 느껴지듯 위험한 것 근처에 서면 본능이 경고를 하는 것이다.

       

       “조금만 더 어울려다오. 몇 가지 시험을 해 볼 테니.”

       

       저들의 두려움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 근거 있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쉽다.

       

       그 근거를 제거해버린다면 두려움이 사라질 터이니. 우선은 천마신공의 내기를 주변에서 완전히 감추어 보자꾸나.

       

       “지금도 두려운가?”

       “예. 그렇습니다.”

       

       이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본인의 자취를 아예 감추어 보자꾸나. 이번에는 어떨까.

       

       “여전히 두려운가?”

       “그렇습니다.”

       

       아직도 그렇다고? 본인은 눈살을 찌푸렸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금 이것저것을 감추어 보았다마는 그래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콩이의 대답은 언제나 여전히 두렵습니다로 귀결되었으니까.

       

       “지금 본인은 평범한 이보다 못하게 비칠 터인데 여전히 두렵다고?”

       “예.”

       “얼굴도 바꾸어보았다만 그래도 두려운 것이야?”

       “예. 그렇습니다.”

       “…어찌하면 두렵지 않을 듯 싶으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답이 없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서운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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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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