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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4

    <374 – 도서관원정대1>

     

    “이렇게 됐대요!”

     

    즈앙와 같이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정령에게 맞고 있던 친구를 구해 지젤에게 건네주었다.

     

    “허어.”

     

    지젤은 탄식했다.

     

    “교수님에게 납치당했다니 이걸 탓할 수도 없고… 용케도 살아서 돌아오셨군요. 아무튼 고생이 많았습니다. 치료비는 산재보험 격으로 대납해드리죠.”

    “감사합니다, 지젤 님!”

    “밤새도록 정령들에게 얻어맞느라 많이 지치셨을 텐데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지친 학생을 잠이라도 푹 자라고 보낸 지젤의 마음씨는 곱다만 때가 좋지 않았다.

     

    “나라면 안 돌아갈 텐데~”

     

    슬쩍 던진 운에 집무실을 나가려던 도비가 고장 난 기계처럼 삐걱 멈추었다.

     

    “왜,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

    “도비는 약속했잖아? 정령들하고.”

    “약속은 지킬 겁니다.”

    “정령들은 시간관념이 인간하고 달라!”

    “한번 잠들면 10년씩 자기도 한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눈을 떠있는 시간은 1분 1초가 소중해! 그런 시간에 얌전히 약속이 지켜지길 기다리고 있으면 하루만에 인내심이 바닥날지도 모를걸?”

    “그럼 당장 오늘밤에 잠을 자면…”

    “인내심이 다한 정령부터 위어드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탈출하고 도비의 목을 따러 찾아가지 않을까?”

    “히익!”

     

    듣고 있던 즈앙이 어이없어했다.

     

    “그땐 왜 안 알려줬어?”

    “안 물어봤잖아!”

    “…”

     

    물어보면 알려주려고 했지!

     

    “선물이야 아무거나 줘도 좋아할 테고 잘잤어요 공주님 인사도 까짓것 하면 되겠지만 동화책은 꽤 힘들걸?”

    “동화책 정도야 외부에서 배달주문을 넣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루 사이에 도착하지는 못할걸?”

    “헉! 그, 그럼 저는 이대로 정령이 찾아와 목을 따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겁니까!?”

    “도비는 바보구나? 대신에 아카데미에는 도서관이 있잖아!”

    “아! 그, 그렇죠. 책이 없으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되죠.”

    “그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지젤이 심각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도서관의 실제 위치는 1학년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매점에서 책의 정확한 제목을 ‘주문’해서 일정기간 임대를 할 수 있을 뿐이죠.”

    “!!”

    “운 좋게 도서관을 찾아내더라도 빌려온 동화책을 반납해야 할 때, 정령들이 떼를 쓰며 반환을 거부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연체료는 도비군이 모조리 지불해야 할 겁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였다.

    도비의 얼굴이 잠깐 사이에 심히 수척해졌다.

     

    “…었어. 교수님의 유혹 따위에 넘어가는 게 아니었어… 어흑흑. 이제 내 인생은 끝장이야!!”

     

    본인 탓은 아니지만 자기가 시킨 일 때문에 학생 한 명의 인생이 꼬였다고 부채의식을 느낀 탓일까.

    지젤이 굉장히 미안해하며 도비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즈앙. 오크노디.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디 도비 군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사례라면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임대료는 저희가 못 내는데요!”

    “암흑상회에서 자체적으로 수집한 도서관의 위치로 추정되는 장소가 있습니다. 두 분은 그곳을 돌파해주기만 하시면 됩니다. 임대료는 제가 지불하고 추후에 해당 동화책을 외부에서 매입하여 도서관에 제출하는 식으로 해결할 작정입니다.”

     

    돈이 많은 지젤이라서 가능한 방법이었다.

    솔직히 도비라는 엑스트라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도서관 가는 길도 언제 한 번은 뚫어야하긴 했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겸사겸사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 * *

     

     

    헥토르가신단.

    다른 1학년 조직에 비해 조직의 장이 되는 헥토르가 상급반 일원이 아니고 뚜렷한 무력을 지니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큰 약점을 지닌 조직이다.

    그렇지만 소외되고 낙오된 이들을 하나씩 집어삼키며 그 오크노디를 향한 적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열정만큼은 모든 조직을 뛰어넘었다.

     

    “오크노디 패거리가 도서관 가는 길을 뚫을 파티를 모집한다… 그 말이 사실이냐?”

    “틀림없습니다.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충신 데이포보스가 전해온 소식에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는 초조함을 느꼈다.

     

    “오크노디 일파는 꾸준히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점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정된 수량의 서적만을 빌릴 수 있는 기존의 시스템과 달리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을 뚫고 자유롭게 책을 대여할 수 있으면 조직원들이 누리는 혜택의 차이가 더욱 커질 겁니다.”

    “그만! 나도 알고 있다. 도서관의 중요성을 모르면 과제에 치여 본 적이 없는 재능충이지. 그런 대단한 재능을 지녔으면 헥토르가신단에 들어올 리도 없고.”

     

    헥토르는 알고 있다.

    아직 자신들은 부족하다.

    실력도 재능도 인재도 모든 방면에서 오크노디가 장난처럼 만든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에게도 크게 밀리고 있음을.

    그렇지만 이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멀어지려는 징조가 보이는 지금,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두 번 다시 오크노디에게 복수한다는 열정을 불사르지 못하고 하얗게 태워버린 잿더미만이 남게 될 테니.

    야구의 콜드게임Called Game이 그렇듯이 9회 말, 경기종료까지 가지도 못하고 대량득점을 당해 경기를 계속하는 게 무의미한 꼴이 된다.

     

    “소집령을 내려라. 우리도 당장 도서관원정대를 결성한다. 이번만큼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오크노디의 뒤를 쫓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인원은 충분히 모였다.

    꼭 필요한 참고서적을 빌리지 못해 과제에서 불이익을 겪는 학생은 얼마든지 널려있으니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참고자료이지, 부족한 지혜를 쥐어짜내며 억지로 과제의 답안을 늘려 쓸 고통과 자학의 시간이 아니었다.

     

    “저기, 필요하다던 정보는 구해왔어. 암흑상회와 겹치지 않는 선에서 구하느라 비용은 높아졌지만…”

    “충분하다, 유이.”

    “이걸로 도로시 그 못된 년에게도 한방 먹여줘. 그년은 내가 있을 자리를 빼앗았어!”

     

    헥토르는 유능한 검사 록펠을 제 뜻대로 이용하려 그에게 접근했던 유이의 과거를 알고 있다.

    그는 지나간 추태를 굳이 지적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유이의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놈들은 도로시를 길잡이로 세운다고 하더군. 우리가 성과를 거두면 도로시에게도 한 방 먹이는 결과가 될 거다.”

    “…숲도 아닌 곳에서 도로시가 직접 길잡이를? 우리쪽 길잡이, 나한테 맡겨줘.”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무리하게 해줘. 내가 가져온 정보를 가장 잘 이해하는 건 나야. 내 록펠, 내 상급반, 내 인기를 가져간 도로시를 특기분야에서 꺾을 기회는 놓칠 수 없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겠군.

    헥토르는 원정대의 길잡이를 유이에게 맡겼다.

     

    “유이는 입학시험에서 도로시에게 밀린 전적이 있습니다. 복수심은 강한 동기가 되겠지만 명색이 길잡이인 도로시를 상대로 이길 수 있겠습니까?”

    “이길 거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하면 어찌…”

    “확인해보고 싶어졌을 뿐이다.”

    “유이의 복수심을 말입니까?”

    “아니. 오크노디의, 재단의 정보력을.”

     

    헥토르의 큰 그림은 눈앞의 승부 그 너머를 내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모르고 저들만 아는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에 접근 가능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이번 원정이 끝난 뒤에 알아볼 수 있다. 그리하면 재단의 협력자가 누구인지 추려낼 수 있지.”

    “소신 데이포보스, 진심으로 탄복했습니다. 왕자님의 지혜가 실로 영민하니 트로이의 미래는 필시 광명이 함께 할 것입니다!”

     

    헥토르는 속으로 실소했다.

    망국의 광명은 재단 아가씨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에 있는가.

    그런 나라에 정녕 내일이 있다 한들, 그 내일은 재단이 보여주는 미래라 할 수 있을 터.

    그런 미래가 과연 옳은 미래일까.

    아카데미 입학 전부터 자신을 따르던 충신에게는 차마 들려주지 못할 진심이었다.

     

     

    * * *

     

     

    도로시는 원정대의 규모를 듣고 깜짝 놀랐다.

    사실상 전조직원이 총집결했다고 해도 무방할 백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모인 도서관원정대.

    자신이 길을 이끌기에 따라 수많은 이들의 편이와 행복이 판가름 난다.

     

    “정말? 내가 길잡이를 해도 돼?”

    “응. 도로시의 500% 버프는 쿨타임이지만 성능 자체는 준수한 편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칭찬이지? 열심히 해볼게!”

     

    방방 뛰며 조직의 활동자금으로 100인분의 보급품과 모험용품을 준비하는 도로시.

    즈앙은 신이 난 도로시의 행동이 영 탐탁찮았다.

     

    “쟤가 그렇게 길을 잘 봐?”

    “대체로 내가 알고 있는 길로 가던데?”

    “검증을 했다면 실력이야 믿겠다만… 이겨낼 수 있을까? 이만한 규모의 원정대의 길을 책임지는 중대한 일을.”

     

    즈앙의 우려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이번 원정, 한두 시간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며?”

    “응!”

    “주말을 끼고 행동하기는 해도 늦은 오후부터 시작해서 밤새 진행되는 원정이고.”

    “맞아!”

    “일정이 지체되거나 까딱 순찰을 도는 교관들에게 걸리면 그 자리에서 출입금지구역을 어슬렁거린 죄, 기숙사를 빠져나간 죄로 벌금을 물어낼 테고.”

    “한 번은 지젤이 내준대.”

    “그래, 지젤이 내준다고 치고. 만일 강제로 기숙사로 돌아가라고 명령 받으면 그때는 어쩔 거야?”

     

    기껏 큰맘 먹고 시간을 들여 모두가 같이 나가는 원정이 도중에 무산될지도 모른다.

    즈앙이 생각하는 경우는 모두가 복귀하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교관의 눈을 피해 일행을 쪼개어 소수정예를 도서관원정을 속행하게 만드는 것.

    그런 사태에 처하면 소수정예는 도착하더라도 도서관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의 원성은 도로시에게 향할 것이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무조건 욕을 먹는 자리. 그런 부담스러운 임무를 지형적응이 끝난 숲도 아닌 곳에서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담감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지며 실수를 연발하거나 지레 겁을 먹고 중도에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오크노디의 답은 즈앙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명쾌했다.

     

    “들키면 교관을 기절시키고 진행하면 돼!”

    “…”

     

    잔머리는 힘이 부족할 때나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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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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