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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5

    베리튼의 세계수, 위그드라실.

     

    그것은 세계에 남겨진 유일한 승천자이자, 모든 지성체의 발전의 가능성을 암시하며, 현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세계수 타입의 어미와도 같은 존재이나, 지금은 간신히 그 생을 붙들고 있을 뿐인 기념물에 불과하다.

     

    그 찬란한 위명을 자랑하던 세계수를 현재의 모습으로 전락시킨 것은 전 대륙을 덮쳤던 거대한 전화였다.

     

    과거 전설로나 전해지는 마계전쟁을 제외하면 역사에 유래 없는 대 전쟁이었다.

    모든 목숨을 자원으로 보고, 누군가의 목숨을 끊는 행위에 효율을 찾는 시대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전쟁은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고, 또 수많은 증오를 낳았다.

    수많은 선한 자들이 타락했고, 또 수많은 어린 자들이 인간성을 잃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베리튼이었다.

    압도적인 수적 열세 앞에서 다른 나라보다 조금 더 높은 마법기술력을 가지고는 기껏해야 시간을 버는 정도에 불과했으니…….

    마침내, 세상이 끝날 때 까지 건재하리라 여겨지던 베리튼의 신성한 세계수마저 불타오르게 된다.

     

    그 때 세계수를 불태운 파괴자는 신화시대 대륙의 조율자였던 것의 유해.

    과거 신화시대의 조율자로서 모든 종족과 물질의 우위에 있던 종족의 유해를 일으키는 사령술의 극의이자 모든 것의 정점이었던 것으로 만들어진, 궁극의 파괴병기.

     

    본 드래곤.

     

    그것은 분명 강력한 흑마술이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발전한 지금도, 드래곤의 뼈보다 단단하고 효율이 높은 소재를 만들지 못한 상태이며, 드래곤이 남긴 비늘은 여전히 최고급 방마튜닉에 사용되는데다, 드래곤 하트는 아직도 수많은 세계수 아종들의 코어 구조체로 쓰임 받고 있으니, 300년 전의 본 드래곤은 그야말로 재앙과도 같았다.

     

     

    이후 사람들이 공포와 경외를 담아 그 괴물에 이름을 붙이기를.

    증오에 차 조소하는 학살자, 니드호그라 칭했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많은 마법과 신성한 원리로 보호받는 세계수를 부술 수 있을 리 없다.

     

    베리튼의 세계수는 승천자.

    그렇기에 일반적인 생물과는 달리 불사이며, 따라서 죽일 수 없는 존재.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그 법칙과 원리를 무시한 채, 세계수를 찢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이미 일반적인 본 드래곤이라고 부를 수 없는, 압도적인 무언가였다.

    심지어 처음부터 세계수를 노리고 설계한 것인지, 그것은 술자가 아닌 세계수의 마력을 양분삼아 더욱 더 강해지며 날뛰었다.

     

    결국,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베리튼은 결정을 내려야했다.

    세계수의 죽음은, 곧 세계의 멸망일지니.

     

    고민 끝에 그들은 세계수에 ADF를 터트리기로 한다.

    문제는 ADF를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3명 이상의 원로회가 허가를 해야 한다는 것과, 그것이 뿜어내는 강력한 마력간섭에 의해 외부에서는 절대 ADF를 활성화시킬 수 없다는 것.

    그 외에도 이 계획의 문제점은 너무도 많았지만 결국 방법이 없었다.

     

    결국 작전은 승인되었고, 많은 희생 끝에 성공했다.

     

    다행히 그 괴물조차도 물체의 구조체 자체를 붕괴시키는 ADF의 영향에서 물질로 이루어진 이상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작전으로 엘프들은 3명의 원로를 잃었으며, 세계수의 약화로인해 숲 대부분을 잃는 엄청난 피해를 받게된다.

    그 영향으로 100년의 경제적, 마법적 암흑기를 겪게 되었다.

     

    어떤 마법사들도 그 본 드래곤이 어떤 원리로 세계수의 뿌리를 갉아먹고 불태울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알아낸 바가 없다.

    애초에 그것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 생명의 수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알려진 관계자나 자료가 전혀 없기에 그것이 제대로 계획된 작전의 일환인지, 아니면 그저 제3의 세력이 전쟁을 틈타 행한 테러행위인지조차도 사실 명확하지 않다.

     

    본 드래곤은 당시 ADF로 흔적도 없이 소멸한 탓에 증거도 남지 않았고, 구조해석도 불가능했으니까.

     

    때문에 아직까지 니드호그에 대한 정보는 단편적이었다.

    전쟁 중에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았을리도 만무하고, 그 당시에 대한 자세한 사건 개요는 민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알려질 수 없었던 기밀사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밀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전쟁으로부터 300년이나 지난 지금은 어떤 국가도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하고, 베리튼 역시 자국의, 그것도 자신들의 수도 한가운데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루며 ADF를 터트려야했던 부끄러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니드호그’의 실체를 아는 존재는 굉장히 적다.

     

    그런데 하필이면 세계수를 죽여버릴 뻔했던 본 드래곤의 이름을 사용하다니…….

     

    ‘이유가 뭘까?’

     

    설마, 우연인가?

    그저 우연히 같은 이름을 따왔을 뿐?

    그것도 아니라면 그들은 정말 니드호그와 비슷한 것을 만드려고 한 건가?

     

    모르겠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이상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사안이 되어버리는데…….

     

    “……예르나, 예르나!”

    “으, 응?”

     

    예르나는 계속된 부름에 겨우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토록 애타게 그녀의 이름을 부른 이는 다이튼, 그녀의 남편되는 자다.

     

    “왜 그래, 아까부터 멍하니……. 너도 피곤해서 그래? 하긴,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에 예르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좀 그런가봐. 음, 아까 무슨 말 했지?”

    “고든이라는 영감님 상태는 어떠냐고 물었어. 그 영감님 댁에 갔었다며.”

    “그래, 그건 저도 궁금하네요.”

     

    그에 루크도 다가와서 차를 따라 건네며 묻는다.

    아마 루크도 자신이 치료한 사람의 상태가 궁금한 모양이다.

    예르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물었다.

     

    “괜찮으신 것 같아. 아마 금방 팔팔해지실 거야. 루크, 그건 정말 대단한 힘이었어. 고마워, 루.”

     

    확실히 루크의 힘은 대단했다.

    그냥 단순히 팔팔해진 정도가 아니라, 관절통이나 요통 등, 늙어서 병들었던 몸 전체가 마치 다시 태어난 것 처럼 싹 나았다고 할 정도였다.

    실제로, 피부마저 약간 탱탱해지신 것 같더라.

     

    그렇게 예르나가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루크는 쑥쓰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훗, 별 말씀을요.”

     

    치료하는 김에, 그냥 병은 모조리 치료해 봤다.

    애초에 그는 연습상대였고……. 이왕 힘을 사용하기로 한 마당에 굳이 있는 병을 방치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그 사람은 절 기억하던가요?”

    “아니, 내가 보기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던데.”

    “다행이네요.”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너무 오랜만에 사용한 정신조작 마법이라 약간 불안했는데, 기억을 지우는 것은 성공했던 모양이다.

     

    루크가 고든이 깨어나는 것을 기다린 이유는 단지 정신이 제대로 드는지, 혹여 치료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그에게 직접확인하기 위한 절차였을 뿐, 사실은 처음부터 그가 자신을 본 기억은 지워버릴 속셈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만약 예르나와 아는 사이라면 이후에 또 몇 번 만남을 가질 일이 생길 지 모르는데 어떻게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더 복잡해져서 기억을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어버리기 전에 손을 쓰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기억제거, 또는 기억변환술은 그것을 원하던 시루드에게 한차례 설명했듯이 위험하기 짝이없는 방법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기억으로 이뤄지고, 때문에 영구적인 기억의 손실은 필연적으로 자아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니 말이다.

     

    그러니 일반적으로는 시전해서도, 시전하려해서도 안되는 금기이지만 그는 어차피 죽을 날도 머지않은 노인이었다.

    원래라면 죽을 목숨을 살려준 것이니, 그도 사소한 부작용 정도는 감수해야지.

     

     

    “일단 두분 모두 오셨으니 물어볼게요. 이야기해 주신다고 하셨죠? 그렇게 다친 그를 제게 데려온 이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아아, 그래. 이야기해 주기로 했지…….”

     

    루크는 결국 자신이 어영부영 넘어가려 했던 것을 파고들었다.

     

    “정말 알고 싶어?”

     

    루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족끼리 비밀은 없어야 한다고 한 건 어머니세요.”

    “…….”

     

    자신이 한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니, 할 말이 없었다.

    정말, 루크는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

     

    그에 다이튼도 체념한 듯 말했다.

     

    “말해주자, 예르나.”

    “응, 어쩔 수 없지. 계속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예르나는 테이블 위에 서류철 하나를 툭 내려놓았다.

    그러자 루크는 그 서류철을 집어들며 묻는다.

     

    “이건 뭐죠?”

    “그건,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네 과거야. 나하고 다이튼이 찾았지. 그걸 찾느라 고든이 다쳤어.”

    “……이걸요?”

     

    루크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라, 그건 정말이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고보면 온갖 기억이 떠오른 지금도, 이 몸이 되기 전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루크 이루시라는 대마법사의 기억, 마계의 마수로 생활하던 기억, 해츨링으로 인간에게 죽임당한 기억 등의, 재료 본연이 지닌 기억은 있으나 이 몸으로 이 시대에 루크 이루시로서 눈 뜨기 이전의 기억은 여전히 공백상태였다.

     

    그러니 어찌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루크는 찬찬히 서류철을 열어 한장 한장 종이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흥미로 가득했던 표정은 미묘한 표정으로 서서히 변화해갔다.

    그 내용은 루크를 당혹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저기, 예르나. 이건…….”

    “응, 네가 만들어진…… 실험기록이야.”

     

    실험기록이라니, 대체 무슨?

     

    이 몸은 분명 5000년 전에 이미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자료는 무엇인가?

     

    하지만 뿔 달린 고양이가 묶인 채로 고문과도 같은 각종 검사를 받는 사진과 해부도, 그 곁에 상세하게 적힌 설명문들은, 그것이 틀림없이 자신의 몸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보였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에 사진 속 고양이는 생김새부터 자신과 연관지을 수 있을 정도로 닮은 특징을 지녔다.

    그러니 사진 속의 고양이는, 적어도 자신과 연관이 있음은 자명하다.

     

    이 몸이, 현대에와서 만들어진 거라고?

    그럴리가.

     

    예르나는 굳어버린 루크의 표정에,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그동안 널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누군지 찾아보고 있었어. 물론 네가 내가 그러길 바라지 않는 단 건 알지만……. 그래도 무시하기가 힘들어서.”

     

    루크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감옥 같은 철창이 자신의 첫 기억이라는 점에서 심상치않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혼란스럽다.

    그리고 동시에, 흥미롭다.

    그것은 그동안 루크가 굳이 답을 찾으려 노력하지도 않았던 질문이었다.

     

    이 기억의 공백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가?

    단서가 주어진 이상, 탐구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이 자료에 쓰인 것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루크는 예르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어디서 구하셨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 : 내가 직접 가면 다 뿌셨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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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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