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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5

        

       ‘보석 기사.’

         

       생존에 특화되어 있던 그 무인은 그렇게 불렸다.

       프랑스의 보석이며, 보석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며, 보석처럼 찬란한 빛을 발하는 무인이라고.

         

       그렇기에 그 무인은 프랑스의 간판이었으며, 자존심이었으며, 자부심이었고, 그들이 휘두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국민은 유럽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한데다가 화려한 모습의 그 무인을 사랑했으며, 크게 대우해주었다.

         

       그리고 정부 역시 그 무인을 아주 요긴하게 써먹었다.

       어디에 보내도 살아 돌아오고,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해주고, 겉으로 내세우기도 좋고.

       이만한 보물이 어디에 있겠는가?

         

       게다가 조금 비윤리적인 것이라고 해도 군말 없이 수행하기까지 했다. 정말로 기사라도 되는 것처럼 주군인 정부의 명에 충실하게 따랐으며, 세계 3차 대전 당시 프랑스의 선봉에 서서 영토를 확장하는 선봉장이 되었다.

         

       성녀의 검.

       신성하게 느껴지는 하얀 빛과 화려한 빛 아래, 프랑스는 나아가고 또 나아갔다.

         

       옛 식민지 영토를 회복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약소국으로 향했고, 과거의 제국 시절을 그리워하며 확장에 확장을 거듭했다.

         

       인도차이나반도는 신이 인정해주신 프랑스의 고토라는 말과 함께 동남아시아로 향했고, 세상이 어지러운 지금 옛적처럼 남태평양에 프랑스의 영토를 회복해서 세계의 질서를 되돌려놓겠다는 명분으로 남태평양으로 진격했다. 그리고 옛날 제국주의가 판치던 시절처럼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기 위해 군사를 파견했다.

         

       잘 드는 검을 가진 프랑스는 거칠 것이 없었다.

       세계 3차 대전을 옛날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으며, 양면 전선은 물론이고 삼면, 사면 전선을 만드는 것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멍청하게도 말이다.

         

       알자스-로렌의 분쟁 요소를 없앤다는 명목하에 독일에 선전포고한 뒤 침략.

       남태평양에서 영국과 마찰, 그 후 영국과 선전포고.

       동남아시아에서 베트남-캄보디아 연합과의 전투.

       동남아시아는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과 무역전쟁.

       캐나다에 선전포고 후 퀘벡 점령.

         

       자부심에 먹혀서 뇌가 마비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행보였다.

         

       프랑스가 약소국은 아니었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능력자도 꽤 많은 편이었으며, 그들이 그렇게 추켜세우는 보석 기사는 세계에서도 이름을 떨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무인이었으니까.

         

       그런데 약소국이 아니다 뿐이지, 저렇게 수많은 곳에서 마찰을 일으키고도 멀쩡할 정도로 강한 국가는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수많은 국가는 갑자기 뭐 잘못 먹은 것처럼 날뛰는 프랑스에 황당함을 표했고, 프랑스의 공격에 얻어맞은 뒤로는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런 미친 짓을 하면서도 ‘지금 여러 국가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니, 내가 이렇게 때린다고 해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단정 지으며 계속해서 전쟁을 진행했다.

         

       그리고 전쟁하면서 침략한 곳의 자원을 철저하게 수탈했다.

       옛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기계와 시스템으로 광물 하나 남기지 않고 깡그리 긁어갔으며, 온갖 유적과 유물을 실어다가 프랑스로 옮겼다.

         

       바로 이 시점에서, 박진성은 프랑스와 얽히게 되었다.

         

       퀘벡주를 프랑스의 영토에 반강제적으로 편입한 프랑스는 그 지역의 자원을 말 그대로 긁어모으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유적 하나가 발견되었다.

         

       후기 청동기 시절의 기록으로 남아있던 존재들.

       당시 강대국이었던 히타이트를 멸망시키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그리스 등의 강대국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주었던 민족.

       파괴와 약탈을 자행하며 문명을 지우고 다녔던 이들.

         

       바다 민족(Sea Peoples)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나온 것이다.

         

       유물은 탄소연대측정으로 확인 결과 기원전 10세기에 만들어졌으며, 당시 미 대륙에 자생하고 있던 거대 동물들을 재료로 만든 옷가지와 장신구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약탈해서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타 대륙의 물건까지 발견되었다.

         

       당연하게도 프랑스는 눈이 뒤집히고 말았다.

         

       바다 민족이 어떤 존재인가.

       연구하고 싶어도 증거가 별로 없어서 연구하지 못하는 주제다.

       세계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있는 주술과 기록 덕분에 존재 자체는 인정되고 있기는 하나, 바다 민족이라는 이름답게 흔적을 모두 바다에 수장시키기라도 한 것인지 뭐 찾을만한 게 하나도 없어서 골치가 아프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게 나왔단다.

       심지어 다른 나라도 아니고, 프랑스가 발견한 것이다!

         

       이 세기의, 위대한 발견을 말이다!

         

       프랑스의 학계는 발광했고, 프랑스의 국민도 발광했고, 정부도 발광했다.

         

       이것을 발굴해서 연구하기 시작한다면,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가 될 수 있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분열되어서 신음하고 있는 미국조차도 따라올 수 없는 위대한 1위가 말이다!

       

       프랑스는 이 유적을 반드시 사수하라는 의미에서 보석 기사와 보석 기사를 추종하는 무인으로 이루어진 기사단을 퀘벡으로 보냈다. 철저하게 유적을 지키고, 외부인이 접근하면 가차 없이 베어버리는 말과 함께 말이다.

         

       진성은 바로 이 시점에서 퀘벡주로 향했다.

       바다 민족에 관련된 유적이 발견되었다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었을까.

       그는 유적을 살피고, 그 안에서 주술 기록이나 주물을 찾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게 도착했을 때 진성을 맞이한 것은 경고도 없는 일격.

         

       보석 기사는 진성이 접근하자마자 경고도,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검기를 날려서 그를 반으로 잘라버렸다.

         

       『 여기는 프랑스의 영토다. 』

         

       아니, 경고하기는 했다.

         

       검으로 진성의 몸을 반 토막을 낸 다음에 말이다.

         

       ‘참으로 무도한 자들이었으니.’

         

       유적을 점거해서 출입을 막은 것만으로도 못마땅한 일이거늘.

       접근하는 사람을 공격해서 죽이는 것에 주저가 없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 당시 행색이 딱 봐도 주술사였을 진성에게마저 선공을 가했으니.

         

       진성은 이 무뢰배들에게 기꺼이 주술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공격했다. 보석 기사와 무인들, 프랑스의 군인과 고고학자, 연구원들에게 공격을 가했으며, 진성 외의 다른 사람이 아예 유적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려고 그 지역 전체를 오염시켜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오염된 유적에서 그는 주술과 주물을 찾아낼 수 있었고, 유유히 그 자리를 떴다.

         

       보석 기사?

       참으로 안타깝게도 죽고 말았다.

         

       관상을 보아하니 아직 수명이 많이 남아있는 듯 보였지만….

       뭐 수명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수명 이상으로 사는 것은 어려워도, 그 이전에 죽는 것은 쉬운 것이 인생이었으니까.

         

       ‘이번 생에서는 그리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기를.’

         

       이번 생은 조금 다를 수도 있었다.

         

       회귀 전 보석 기사가 그렇게 죽은 것은 무례하게 행동하고, 힘을 신봉했으며, 폭력적이고 사람을 죽이는 데 거리낌이 없었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겠는가. 피 냄새를 풀풀 풍겨 맹수가 몰려든 격이요,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니 저승사자가 찾아와 친히 목을 날려버린 것과 같은 것이다.

        

       프랑스?

       보석기사의 뒤를 따라갔다.

       수많은 나라와 전쟁을 벌이던 프랑스는 점차 힘에 부치기 시작했으며, 국가의 모든 사람을 공장으로 몰고 군인으로 탈바꿈해도 전선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결국 패배하고 말았고, 지금까지 수탈했던 자원의 곱절에 이자까지 붙여서 다른 나라에 퍼주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프랑스의 자존심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다른 나라는 프랑스 국민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자존심을 잘 알고 있었고, 한계를 완전히 넘어서지만 않는다면 성실하게 배상할 것이라 여겼다. 그 덕분에 정말 죽지는 않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빚을 프랑스에 지웠으며, 프랑스의 명맥만 이어갈 수 있을 수준으로 권리를 죄다 빼앗아 갔다.

         

       프랑스는 빨대가 꽂혔고, 목숨을 부지한 채 다른 나라를 살찌워주는 숙주가 되었다.

       그리고 빨대를 꽂은 다른 나라는 기생충처럼 프랑스가 주는 양분으로 살을 찌우기 시작했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기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을 맺었다.

       프랑스 내부에서 다시 왕을 옹립하고 왕을 중심으로 나라를 재건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기 시작하더니, 프랑스에 내전이 터져버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거기에 종교 문제까지 얽히면서 개판이 되어버렸다.

         

       ‘잘린 머리가 굴러다녔지.’

         

       그때 프랑스는 정말로 엄청났다.

       조금 규모가 있는 광장마다 단두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사람 머리통이 이곳저곳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피는 배수로를 따라 밭으로 흘러가게 설계해서 피를 머금은 만드라고라를 재배했다.

         

       시체는 빈민들이 푼돈을 받고 알아서 치웠다.

       그 시체는 어디 야산에 묻히거나, 쓰레기장으로 가거나…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의 뱃속으로 갔으리라.

         

       시외로 나오면 곳곳에 참호가 파여있었으며, 철조망이 빼곡하게 둘러쳐졌다. 그리고 그 철조망 사이사이에는 장대가 매달려 있었는데, 탈영병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머리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대한민국처럼 사람 머리로 탑을 만들 것도 아닌데도 프랑스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 머리통을 자르고 다녔고, 마치 사람을 거름으로 삼아서 경제를 일으키기라도 하려는 듯 사형수의 피를 이용해 만드라고라를 재배해서 팔아먹었다.

         

       찬란했던 문명?

       대부분 박살 난 지 오래였다.

       전쟁 당시 박살 나고, 전쟁이 끝난 다음 빼앗기고 망했다.

       그리고 내전까지 발발하면서 다시 터져나갔다.

         

       무사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농업 기술은 오히려 발전했다.

       수많은 기술이 발견되었고, 발명되었다.

         

       그리고 개중에는 진성의 흥미를 끄는 것도 있었다.

         

       바로 지금 진성이 사용하고 있는 농사법.

         

       ‘인공영초 재배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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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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