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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5

       *** ***

         

       섬서분타 잠입작전.

         

       이 계획의 최대 변수는 바로 모용모였다.

         

       모용모가 나와 모용연화 사이의 연기에 어색함을 느끼거나 혹은 우리 둘 사이에서 오가는 연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할경우 상황이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었다.

         

       사랑을 핑계로 섬서분타 내에서 억지를 부리는 것이 이 작전의 개요.

         

       그만큼 나와 모용연화가 불타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섬서분타 내부에 견고하게 자리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을 빠르고 확실하게 퍼트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모용모였고.

         

       “하하하, 형님. 기침하셨습니까.”

         

       “아우님도 안녕하신가.”

         

       나는 모용모와 차를 마시며 슬쩍 한 마디를 흘렸다.

         

       “흠흠, 모용연화 소저께서는 잘 들어 가셨는가.”

         

       “궁금하십니까?”

         

       “궁금하기보다는 어제 자리를 함께 하였으니 응당…”

         

       모용모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님께서는 아마 오늘 연무장 쪽을 돌아보실겁니다.”

         

       “흠흠. 그렇구만…”

         

       내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나 모용모의 음충맞은 미소가 더 짙어졌다.

         

       “어어, 형님 어딜 가십니까?”

         

       “몸이 찌뿌둥해서 그런가 잠시 산책이나 갈까 하네.”

         

       “하하하! 제가 연무장까지 안내라도 해 드립니까?”

         

       “무슨 소리인가. 그저 산책일 뿐이니 따라오지 말게나!”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형님의 산책을 방해할 수는 없지요!”

         

       내 속셈 같은 건 다 안다는 듯이 히죽거리는 모용모. 모용모가 나와 연화를 함께 부른 자리에서 열심히 뜨거운 눈빛을 보낸 보람이 느껴졌다.

         

       모용모의 능글맞은 시선이 뒤통수를 따갑게 찌르는 것을 느끼며 거처를 나섰다.

         

       분타 내부에서 단독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붙잡은 것이다.

         

       어디부터 조사해야 할까.

         

       모용연화가 연무장에 있다는 정보를 듣고, 우연한 만남을 가장하려고 분타를 싸돌아다닌다는 설정을 잊으면 안 되니 조사를 할 수 있는 범위는 연무장 근처였다.

         

       연무장 근처라…

         

       연무장 근처에서 조사해볼만한 곳이라고는 역시 무인들의 숙소겠지.

         

       나는 휘적거리며 연무장 인근으로 향했다.

         

       내가 무인들의 숙소를 조사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로 모용연화가 연무장에 들렸으니 무인들이 연무장으로 모두 빠져 나갔으리라는 계산이었다.

         

       분타가 본가에게 적대적이면 적대적일수록 자신들의 힘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으니 무인들을 싹싹 긁어다가 연무장에 배치해 그 힘을 보여주려 하겠지.

         

       둘째 이유는 무인들의 숙소에는 경비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텅 빈 무인 숙소에 아무렇지 않게 잡입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흐으음…”

         

       많은 무인들이 생활하는 숙소를 나 홀로 싹싹 뒤져 볼 수는 없었지만 지붕위나 지하에 비밀 공간이 있다던가 하는 낌새는 없었다.

         

       애초에 불특정다수의 무인이 생활하는 이 무인숙소에 대단한 비밀을 숨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수상쩍은 기색이 많은 분타이니 무사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라도 한 두 가지 발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분타의 일반 무인들 전체가 얽힌 비밀은 없는 걸까.

         

       완전히 단정지을 수는 없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일반 무인들은 파 봐야 벌 것 없을 것 같으니 분타의 핵심인원이라 할 수 있는 방계들을 잘 살펴 봐야겠군.

         

       아무것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수사망은 좁혀졌다 할 수 있을까.

         

       결론을 내리자마자 서둘러 무인 숙소를 나와 연무장으로 접근했다.

         

       무인 숙소를 살펴보는동안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

         

       연무장 근처에서 어정거리고 있자 곧바로 날 발견한 무인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웬 놈이냐!”

         

       “수상한 자다!”

         

       우르르르르!!

         

       날 발견한 무인들의 외침을 듣고 순식간에 연무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인들! 모두가 나에게 흉흉한 기색을 발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전에 한번 마주친 적이 있었던 모용석질이었다.

         

       “모용모의 의형분이 아니십니까. 어쩐 일로 이 연무장에 오셨습니까?”

         

       “음…”

         

       내가 머뭇거리자 모용석질의 눈초리가 날카로웠다.

         

       “무인이시니 무림세가의 연무장에 드나들려 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아실 텐데요?”

         

       “…본인은 연무장 안에 들어가거나 모용세가의 무공을 엿보려는 의도는 아니었소.”

         

       내 변명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날 둘러싼 무인들의 공기가 험악해졌다.

         

       “허면 어째서 이렇게 오해받기 딱 좋은 행동을 하셨는지 필히 설명을 해 주셔야겠지요.”

         

       모용석질의 기세 역시 날카로워졌다.

         

       그 때였다.

         

       “이 무슨 소란입니까.”

         

       모용연화와 연화의 동생 찬경이 나타났다.

         

       “…수상한 자가 나타나 잠시 심문 중이었습니다.”

         

       “수상한 자?”

         

       나와 모용연화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모용연화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의도적으로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눈을 떨었다.

         

       누가 어떻게 봐도 모용연화와 시선이 마주친 것만으로 좋아 죽겠다는 표정!

         

       모용연화 역시 살짝 눈을 떨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모용석질이 나와 모용연화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을 때 모용연화가 입을 열었다.

         

       “어찌하여 예까지 오셨습니까?”

         

       “크,크흠..도리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우가 열어준 자리가 파한 뒤 소저께서 잘 들어갔는지 걱정이 되어…”

         

       “제 걱정을…”

         

       수줍은 듯이 살짝 시선을 내리깔며 중얼거리는 모용연화.

         

       일반인이라면 못 들을 작은 목소리였지만 지금 이곳은 긴장감을 끌어올린 무인들이 한가득 있는 곳이었다.

         

       그런 무인들의 귀에 모용연화의 중얼거림이 들리지 않았을까.

         

       모용석질과 더불어 수많은 모용세가의 무사들이 눈을 크게 떴다.

         

       모용연화가 뒤늣게 정신을 차렸다는 듯이 눈에 힘을 주고는 나를 꾸짖었다.

         

       “도리가 아닌 줄 알면서 어찌 행하셨습니까.”

         

       “미, 미안하오…난 그저…”

         

       내가 어쩔 줄 모르자 모용연화는 냉정하게 뒤돌아서며 말했다.

         

       “오해받을 행동은 삼가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소…”

         

       “…사담은 시찰이 끝난 뒤 나누시지요.”

         

       “그, 그럼!”

         

       내가 눈을 크게 뜨자 모용연화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 정자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내 외침에 잠시 멈칫한 모용연화는 들리지 않았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지만 그 뒷모습에서 부끄러움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니겠지.

         

       “…그럼 오해도 풀렸으니 이만 저희는 돌아가보겠습니다.”

         

       좋아 죽는 표정을 짓는 나와 떠나는 모용연화를 번갈아 보던 무인들은 이내 김이 팍 샌 얼굴로 우르르 연무장으로 돌아갔다.

         

       싱글벙글 웃는 표정을 연기하며 분타의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곁눈질로 염탐을 한 뒤 정자에 도착.

         

       그 정자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자니 모용연화가 나타났다.

         

       우리 둘은 잠시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응시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구려. 잠시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겠소.”

         

       “예.”

         

       멀리서 보기에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기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인 짝이었지만 우리 둘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냉철했다.

         

       “용케 혼자 빠져 나오셨습니다.”

         

       “모용모는 완전히 우리 둘을 이어준다는 생각에 신이 나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소. 오늘의 일로 분타 사람들에게 소문이 퍼지는 것도 시간 문제일 테니 연인 행세는 어렵지 않겠구려.”

         

       “다행입니다. 분타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거든요.”

         

       역시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나.

         

       일단은 가볍게 오늘 무인 숙소를 뒤진 것과 느낀 점을 말해주었다. 모용연화는 살짝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대담하시군요.”

         

       “다 모용 소저께서 확실히 이목을 끌어 주신 덕이 아니겠소.”

         

       “과찬이십니다.”

         

       “분타 소속 무인들도 계속 살펴볼 것이나 아무래도 방계들의 행동을 주시해야 할 듯 하오.”

         

       이번에는 모용연화가 오늘의 일을 보고했다.

         

       “호천안 대협의 말을 듣고 나니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오늘 연무장에서 무공을 시연한 자들은 모두 일반 무인들이었지요. 기선 제압차 방계들이 나서 무공을 보여 줄법도 했는데 말입니다.”

         

       “음.”

         

       “또한, 첫날 얼굴을 마주한 분타주님과 분타의 중진분들의 혈색이 꽤 좋지 않더군요. 높은 경지의 무인이 온전히 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다는 증거인데…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 감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것을 조사해 가면 되겠구려.”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손가락을 움직여 신호를 주었다.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힌 자들이 쉽사리 들키지 않을 곳에 자리를 잡는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나와 모용연화가 보여준 행동이 누군가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

         

       내 신호를 눈치챈 모용연화가 다시 눈빛을 바꾸는 것을 확인한 나는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흠흠, 오늘 아우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생각인데…혹여 괜찮으시다면 함께 식사라도 하지 않으시겠소? 전날 아우가 무척 기뻐하던 것이 떠올라 권유해 본 것 뿐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후후.”

         

       모용연화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어디까지나 부끄러워하는 요조숙녀를 연기하던 모용연화의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오늘 제 생각을 하시며 연무장까지 한달음에 달려오신 분이 이리 조악한 변명을 하시다니요.”

         

       “소, 소저..?”

         

       나는 진심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모용연화가 내 손등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히기 시작했으니까!

         

       은근슬쩍 숨어든 감시자들이 깜짝 놀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인 변화였다.

         

       그 손가락 놀림이 손등을 넘어서 팔뚝까지 타고 올라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였다.

         

       “이리 강건한 신체를 지니신 분이 자신감이 이리 없으셔야 쓰겠습니까.”

         

       잠시 당황해서 말을 잊고 있었더니 모용연화가 한쪽 눈을 감으며 말했다.

         

       “금일 밤, 기대하겠습니다.”

         

       “바, 밤…?”

         

       “물론, 식.사. 말입니다.”

         

       “아….하하하! 식사! 그렇지요! 하하하!”

         

       *** ***

         

       모용연화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호천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인 숙소에 잠입한 호천안.

         

       대담하면서도 동시에 핵심을 찌르는 한 수였다. 분타의 핵심 인원들의 낌새가 이상하다는 정보를 전해주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렇게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지.

         

       조사는 조사대로 하면서 분타 사람들 전체에게 한번에 연인 인식을 심어준 깔끔한 일석이조의 계략에 모용연화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뇌검낭인님을 더 풀어줄 필요가 있겠어.’

         

       그런 생각을 품고 있던 모용연화에게 감시자가 붙었다는 호천안의 신호는 일종의 기폭제가 되었다.

         

       호천안을 어떻게 해야 이 분타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까.

         

       모용연화의 머릿속에는 금방 해답이 떠올랐다.

         

       ‘여자의 매력에 휘둘려, 정신을 못 차리는 사내…라는 인식을 심어주자.’

         

       그런 모습을 보이는 사내만큼 무해해 보이는 존재가 있을까. 모용연화는 관제묘에서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호천안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풋 하고 웃었다.

         

       귀계라 할 수 있는 계책과 실행력을 보이고도 호감도가 단번에 뚝 떨어졌던 모습.

         

       모용연화는 그런 호천안의 모습이 이 섬서분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모용연화는 행동거지를 단번에 바꾸었다.

         

       여자에게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여자 역시 남정네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요염해야 말이 되지 않겠는가.

         

       “그럼. 다음 만남을 고대하겠습니다.”

         

       “아,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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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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