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75

       “대체 무어가 문제인지.”

       

       내기를 감추는 것으로 본능에 위협을 줄 만한 것을 지웠다.

       

       그 뿐일까. 바루의 기운을 흉내 내어 신성함을 겉에 둘렀지.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일반인의 움직임을 취하는 것으로 겁을 줄만한 것을 없앴다.

       

       이외에 다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향취를 지우고. 얼굴을 바꾸고. 목소리를 뒤바꾸고. 작금 내가 가능한 모든 일을 해보았거늘 어찌하여 내 앞에 있는 콩의 대답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인가.

       

       “짐작 가는 부분이 있느냐?”

       

       지금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물었지만 모두들 마땅한 답을 돌려주지 못했다.

       

       엔리는 일련의 검증과정을 머리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는지 눈을 끔뻑일 뿐이었고.

       

       바루와 백호 같은 경우에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현상을 해서하려 노력했지만 그런다고 마땅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결국 본인이 어찌하여 동물의 미움을 사는 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어줄 이는 존재치 아니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세계의 규칙을 고쳐 쓰는 것말고는 답이 없군.”

       

       무언가 해결책이 존재했더라면 본인도 이런 수단까지 쓰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어찌하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고민하고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질 않는 것을. 세계의 규칙을 뒤집어쓰기 위해 주변을 공으로 물들이고 있으려니 백호가 다급히 날 가로 막았다.

       

       “진정하십시오! 규율을 바꿨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습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아라님이 여러 동물들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닙니다. 무언가 뒤편에 숨겨져 있는 게 있단 것이지요.”

       

       그 숨겨져 있는 것의 정체도 모른 채 규율을 고쳐 썼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백호가 하고자 하는 말은 대충 그런 것이었다.

       

       “지금 아라님께서는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파악하고 계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쯧. 부정할 수 없는 게 짜증나는 군.”

       

       저의 말이 옳았다. 지금의 나는 아직 본인이 지닌 경지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러할 지언데 정상적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을 뒤집어버렸다가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본인이라는 인간은 대개 일을 저지르고서 생각을 하는 인간이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이번 같은 경우에는 저 귀엽고 포슬하고 포근거리는 강아지들이 연관되어 있었으니까.

       

       “백호. 그대의 회사에는 이 현상에 대해 그럴 듯한 답을 내어줄 수 있는 이가 존재하는가?”

       “일단 빠르게 알아보겠습니다만 기대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걱정마라.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으니.”

       

       그 미치광이 하나를 처리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곳이다. 저들이 어찌 본인조차 추측하지 못하는 바를 알아낼 수 있겠는가.

       

       이리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백호의 표정이 미묘해졌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은 사실인 것을.

       

       절로 차오르는 짜증에 무의식적으로 곰방대를 꺼내든 나는 실내에서 흡연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닫곤 한숨과 함께 다시 저를 집어넣었다.

       

       본인은 단순히 폭슬폭슬한 천국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싶을 뿐이거늘. 어찌하여 이 목표에 도달하는 일이 이토록 고되고 힘겨운 것일까.

       

       마음 편히 털을 쓰다듬겠다는 것이 이토록 허락받기 어려운 일이라는 말인가.

       

       “아라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시선을 내린 나는 어느새 여우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바루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웃음을 흘려버렸다.

       

       “어쩌겠느냐. 그대에게 손길을 허락하는 것이 본인 밖에 없는 것을. 이로써 만족하도록 하거라.”

       “하하. 그래. 그러도록 하마.”

       

       본인을 배려하는 바루의 움직임이 참으로 고마워 그 머리 위에 손을 가져다대며 보드라운 감촉을 느끼고 있으려니 바루가 기분 좋은 듯 웃음을 짓다가 갑작스레 목소리를 바꾸었다.

       “그런데 말이다. 민가야. 내 한 가지 그대에게 물을 것이 있다.”

       “흠?”

       “일상채널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본인을 쓰다듬는 영상은 또 뭐고.”

       

       …이런. 일전의 스쳐지나간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일이 귀찮게 되었음을 직감했지만 그런다고 본인에게 방법이 생기진 아니했다.

       

       지금 본인은 바루의 털에 사로잡혀 버렸으니까.

       

       바루. 이 여우 녀석.

       

       자신의 털을 내어줌으로써 나를 위로함과 동시에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다니. 이 얼마나 잔혹한 술수란 말인가!

       

       이 모든 것을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수많은 동물들에게 거절 당한 본인은 이 따스함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으니까.

       

       “자. 본인이 휙 도망쳐버리기 전에 빨리 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크윽! 이런 사악한!”

       

       *

       

       결국 본인은 바루에게 추궁당한 나머지 모든 것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바루의 반응이 생각보다 격하지 않았단 것이다.

       

       뭘 이런 걸 가지고서 호들갑이냐며. 평소에 노는 것이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것 정도야 별 신경쓰지 않는단 대답에 본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바루가 댓글을 볼 줄을 몰라서. 그리고 한글을 읽을 줄 몰라서. 그 아래에 정신 나간 것들이 해 놓은 써 놓은 글귀를 보았다면 분명 기겁을 했을 테니까.

       

       본인도 처음 보았을 때에 이 놈들이 제정신인가 싶었는데 당사자인 바루는 더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간에 일을 좋게 좋게 넘기고서 다음 날.

       

       처음 보는 이가 집의 문을 두드렸다. 배달원 몇과 함께 찾아온 그는 나를 만나자마자 눈웃음을 짓더니 대뜸 깊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언젠가 한 번 꼭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영광입니다!”

       “미안하네만. 누구지?”

       “아. 실례했습니다. 너무 기뻤던 지라. 저는 산일이라고 합니다. 아라님과는 다른 무림의 세상에 있던 사람이며, 현재는 회사에서 여러 무공의 자문과 검수를 맡고 있습니다.”

       

       허어. 어쩐지 저 안에서 정순하고도 고강한 내기가 보인다 했더니 무인이었던 것인가.

       

       꽤나 경지가 높구나. 최소한 화경은 되었을 터이고, 어디를 가더라도 강자 취급을 받을 만한 녀석이구나.

       

       “아라님께 곰방대를 보내드린 것도 저입니다!”

       “허?”

       

       곰방대라 함은. 본인이 과거 한 게임에서 처음으로 숨겨진 결말을 찾아낸 보상으로 얻은 물건이었던가.

       

       “그 게임을 만든 게 그대인가?”

       “예. 지난 번 회사에 오셨을 때 그 곰방대를 잘 쓰고 계신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이것 참. 고마워해야 하는 상대였군.”

       

       과거 본인이 받았던 곰방대는 상당히 질이 좋은 녀석이었다. 꽤 오랜 기간 썼음에도 불구하고 낡음이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이를 준 것이 진정 이 녀석이라면. 그래.

       

       “언제 한 번 날을 잡아서 본인을 찾아 오거라. 내 그대의 무공을 봐줄테니.”

       “…그게 정말입니까?! 영광입니다!”

       “뭐어. 그건 이제 되었고. 무얼 하러 온 것이냐.”

       “신형 VR기기를 배달하러 왔습니다!”

       

       아아. 뭔가 했더니 그것이었나.

       

       용무를 확인한 나는 선선히 저들을 안으로 들여보내려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이 걸려 산일에게 물음을 던졌다.

       

       “지금 안에 바루가 있다마는.”

       “괜찮습니다. 모두 회사의 사람이니까요.”

       

       그렇다면 바루를 보여도 아무 문제가 없겠군. 걱정을 떨치고 저들을 안으로 들였다.

       

       무거운 VR기기를 들고 온 배달원들은 이전에 있던 VR기기와 교체를 해주었다.

       

       이를 업으로 삼는 이들답게 손이 얼마나 빠른 것인지. 별 거 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거늘 어느새인가 VR기기의 분해와 설치가 완료되었더구나.

       

       그를 확인하며 본인이 감탄하고 있는 동안 산일이 전의 VR기기 내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떤 식으로 고장이 났는가 확인하고 단순한 문제라면 고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이야. 이건 안 되겠네요. 안의 기기가 모두 맛이 가버렸어요.”

       

       허나 수리는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이전에 본인이 세상을 굴복시키려 할 때에 일어났던 현상의 여파가 커다랬던 모양이야.

       

       하긴 백호가 다니는 회사의 서버를 터트릴 만큼의 일을 벌였으니 기기가 멀쩡한 게 이상하지.

       

       그 때 당시 본인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본인은 깨달음을 앞에 두고서 찾지 못하는 맹인이었으니까.

       

       허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안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당시 본인은 수많은 세상을 만든 것이었다.

       

       이미 세상이 본인의 아래에 굴복했음에도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고 나아간 것이다.

       

       당시에 존재했던 수많은 공백은 하나 하나가 세상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졸지에 수도 없이 많은 세상을 감당하게 된 백호네 회사가 저를 버티지 못한 것은 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고장난 기기를 직원들이 수거해 간 후 본인은 새로이 도착한 VR기기의 안을 확인했다.

       

       우선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는 나쁘지 않구나.

       

       안에 눕는 감촉도 꽤 괜찮고.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능이겠지.

       

       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VR세계에 접속을 하여 몸을 움직여 보아야 할 터.

       

       그래. 오랜만에 방송을 켜보도록 할까. 최근 며칠 간 바루와 함께 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아무 방송도 하지 않았으니.

       

       이 이상 저들을 기다리게 했다가는 또 다시 채팅창에 불이 날 터.

       

       아닌가? 이미 채팅창에 불이 나는 것은 확정이 되어 있는 것 아닐까?

       

       본인이 추측하기에는 그럴 것 같다마는.

       

       “이는 무어냐.”

       

       방송을 키고 싶지 않단 생각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무렵 여우의 모습을 취하고 있던 바루가 내 어깨 위로 훌쩍 뛰어올라 와서는 물음을 던졌다.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장치다마는.”

       “VR기기라는 것이다. 현대의 사람들이 다른 세상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고 보면 되겠지.”

       “아아. 외부인과 무림을 잇는 장치인 것인가.”

       

       이삼일 정도 현대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것에 익숙해진 바루는 내 설명을 듣고는 바로 납득을 해버렸다.

       

       나라는 상식 밖의 존재가 곁에 있으니 어지간한 것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겨버리는 모양이야.

       

       “흐음. 아라야.”

       “왜 그러느냐.”

       “본인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느냐?”

       “…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라? 후일담이 끝나지 않아.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