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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5

    <375 – 도서관원정대2>

     

    순찰을 도는 교관이라도 상급반이 섞인 1학년이 백 명 넘게 우르르 달려들면 당해낼 도리가 없다는 오크노디의 지론!

    들키면 까짓것 줘 패고 가면 그만이지 라는 공통의 인식이 생기자 학생들은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들을 인솔하는 도로시 역시 근심거리가 하나 줄어 부담없이 길잡이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즈앙은 무식한 해결책의 긍정적 효과에 감탄했다.

     

    ‘역시 암살자도 근력을 올려야하나 봐.’

     

    일단 힘이 세면 암살도 온몸 비틀어가면서 힘들게 할 필요가 없겠지.

    즈앙의 성장빌드에 작지만 커다란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엄청나게 많은 준비물들은 다 뭐야?”

    “원정대 보급품!”

    “어디 전쟁 가니?”

     

    도로시는 학생 여럿을 시켜서 120명의 학생들이 일주일 간 조난 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식량과 식수, 동굴탈출로프, 기름 먹인 횃불, 풀베기용 단검, 다용도 막대, 담요 등등을 골고루 챙겨왔다.

    내용물도 어찌나 알차게 꽉꽉 눌러 담았는지 배낭을 메자마자 하급반 학생들은 가볍게 인상을 썼다.

     

    “무거워.”

    “뭐가 이렇게 많아.”

    “밖에서 모험가 하다 왔는데 현역 시절에도 이렇게 A급으로 준비 다 하고 다닌 적이 없었어.”

     

    즈앙은 속으로 비웃었다.

    모험가란 본디 사람 목숨을 갈아 성립하는 존재.

    대충 몸으로 때우자는 의식이 만연한 막노동자들이 일당보다 큰 준비물들을 매번 꼬박꼬박 챙기고 다닐 리가 없었다.

    그런 하등한 이들도 지금은 조직의 일원.

    오크노디를 위해 그 노동력을 사용하고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처지다.

     

    “짐이 무거운 하급반 학생들을 지켜주는 보급대장 역할은 싱이 해줘!”

    “그런 귀찮은 일을 할 것 같은가. 보직을 다시 골라라. 교관이 달려들면 검으로 베는 일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이지.”

    “싱은 어둠의 보급관에 적성이 있다며? 자기 적성에 맞는 일도 한 번쯤은 해봐도 좋지 않겠어?”

    “무의미한 일은 질색이다.”

     

    어차피 낙오될 하급반 학생들을 챙기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싱의 차가운 말에도 도로시는 당차게 대답했다.

     

    “사람을 지키는 것도 연습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아! 오크노디를 지키고 싶지?”

    “똑똑히 기억해둬라. 네 소꿉놀이에 어울려주는 것은 이번 한 번 만이다.”

     

    싱의 서늘한 눈빛에 늘 도로시의 곁을 지키던 고속검의 록펠이 반사적으로 검집에 손을 올렸다.

     

    “정말 무시무시한 살기였어.”

    “으. 나 쟤한텐 앞으로 아무것도 안 시킬래. 우리 동네 그릉이만큼 사나운 사람은 처음이야.”

    “잡담은 나중에 하고 식량을 왜 이렇게 많이 챙겼는지, 보급품이 왜 이렇게 많은 지부터 설명해주지 않을래? 다들 궁금한 눈치인데.”

     

    즈앙의 재촉에 도로시가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아카데미의 미지의 장소에서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선배들이 말했거든. 그래서 조난당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A급으로 챙겨온 거야!”

    “일주일치 식량은? 금요일 저녁부터 아무리 길어도 월요일 아침까지 이틀 반이면 끝날 여정을 너무 과하게 잡은 거 아니야?”

    “진법과 환상에 걸려서 헤매다가 다른 차원에 흘러들어가기라도 하면 시간이 왕창 사라지잖아? 사실 한달 치까지 챙기고 싶었는데 오크노디가 있어서 참은 거야!”

     

    강의시간표 살벌하기로는 제일가는 오크노디가 동참할 정도면 그렇게까지 위험한 시간을 보내지는 않으리라는 도로시의 예상!

     

    “의문은 다들 풀렸어? 그럼 출발하자!”

    “어디로?”

    “매점 뒷문으로!”

     

    도서관원정대가 출발했다.

     

     

    * * *

     

     

    유이는 말했다.

     

    “도서관에서 나오는 책이 유통되는 유일한 창구는 매점이야. 매점에서부터 흔적을 역순으로 따라가면 도서관에 도달할 수 있어.”

     

    간단하지만 논리가 있는 주장에 헥토르가신단의 유이를 향한 신뢰도가 올랐다.

     

    “그럼 우리는 매점으로 가는 겁니까?”

    “아니. 매점조교를 맡은 분에게 책의 유통과 관련된 지름길을 들었어.”

     

    도서동아리.

    유이의 지도에 적힌 이름에 왕자를 대신해서 질문하던 충신 데이포보스가 당혹스러워했다.

     

    “그런 동아리도 있었습니까? 많은 동아리들의 이름을 듣고 위험한 동아리의 실태를 알아내기도 했지만 도서동아리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1학년은 들어갈 수도 없고 입부를 권해서도 안 되는 동아리야. 도서관은 그만큼 위험한 곳이랬어.”

     

    그런 곳에 제 발로 찾아가는 것이 대단히 어리석은 선택은 아닌지 후회가 들기 시작했지만 원정대는 이미 모집되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마냥 이미 일이 진행되었는데 발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와서 발을 빼려 들거든 데이포보스 본인이 아니라 왕자 헥토르가 겁쟁이라며 가신들에게 욕을 먹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왕자님의 위신을 욕보일 수는 없다.’

    “도서동아리로 가면 그들이 다음 길을 알려줍니까?”

    “비슷해. 선배들이 사용하는 길을 빌려주겠다고 하셨어. 이용료는 크게 지불했지만 엄한 곳에 돈을 뿌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도서관에 도달할 길은 보이기 시작했지만 도서동아리로 향하는 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쪽 복도는 안 돼. 여길 지나가야 해.”

     

    멀쩡한 길을 놔두고 <감금방>이라는 대놓고 수상하고 위험하게 보이는 방을 가리키는 유이.

    학생들은 동요했지만 유이도 이유가 있기에 수상한 곳을 가리켰다.

     

    “복도는 교관이 감시하고 있어. 발을 들이면 1학년은 바로 쫓겨나.”

    “흥. 상단주에 아녀자 따위가 뭘 안다고 지껄여? 난 겁쟁이가 아니야.”

     

    갑자기 급발진을 한 학생 한 명이 복도로 달려가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날아든 쇠말뚝에 맞고 벽면에 쿵 소리를 내며 처박혔다.

    놀란 마음에 딸꾹질을 하려는 입마저 틀어막은 학생들은 복도 한복판에서 유령처럼 스르륵 나타나 쓰러진 학생을 짊어지는 교관을 보고 까무러칠 뻔했다.

     

    ‘무조건 안내하는 길로만 가야겠다!’

     

    감금방의 내부는 마치 호텔 내부처럼 호화롭기 그지없었는데, 안에는 족쇄를 발에 차고 고급침대에 누운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어? 너희 1학년 아니야?”

    “선배님이세요?”

     

    서로가 벙찐 상황에서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침대에 누워있던 사람이었다.

     

    “이야. 한두 명도 아니고 무슨 서른 명이나 되는 1학년들이 야간에 돌아 다니냐? 981기수는 참 모험심도 대단하네.”

    “저희는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님을 모시는 헥토르가신단입니다. 선배님의 소개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976기, 생산학부 3학년 테트라포스.”

     

    학생들은 상대가 자신들보다 2학년이나 높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무려 다섯 기수 전에 입학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까마득한 선배님이 여기서 대체 뭘 하고 계시는 겁니까?”

    “보다시피 감금방에 감금되어 있지. 여긴 들어오면 한 명은 반드시 감금되어야 나머지가 나갈 수 있는 방이거든.”

    “불법 아닙니까?”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으면 일주일 뒤에는 풀려날 수 있어. 최소한의 구제조치이지.”

     

    영원히 갇히는 건 아니구나.

    학생들은 내심 안도했다.

    기프트 아카데미라면 백골이 된 해골 몇 구 정도는 감금방 구석에 굴러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마저 들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뭐 감금방 생활도 나쁘지 않아. 적어도 여기선 밥은 공짜로 먹을 수 있고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거든. 은신처로 써먹기는 딱이지. 나도 학생회의 눈을 피해서 잠깐 여기에 숨어든 것이고.”

    “학생회…?”

    “어이쿠. 혀가 너무 길었네. 곧 갇혀지낼 1학년 친구에게 안심하라고 이것저것 알려줬지만 학생회는 귀담아 듣지 마. 1학년이 엮여서 좋을 거 하나 없으니.”

     

    학생들은 어이없어했다.

    학생회야 그렇다고 쳐도 자신들 중 한 명은 반드시 감금될 거라는 기색이 아닌가.

     

    “저희가 거길 왜 갇혀야 합니까? 선배님이 갇혀계시는데. 족쇄도 채워져 있잖아요.”

    “아 이거? 방에 사람이 두 명이면 풀려.”

     

    달칵.

    정말로 족쇄를 풀어버린 테트라포스.

    손발을 푸는 그의 모습에 그제야 헥토르가신단은 상황을 깨닫고 공포에 떨었다.

    이건… 마치 늑대를 피해서 사자가 있는 방에 제 발로 들어온 양과 다름없는 형국이었다.

    심지어 도망칠 길도 없는 막다른 방에!

     

    “그래서, 어떻게 할래? 나랑 한 번 싸워보고 결정할래, 아니면 너희가 알아서 감금될 한 명을 골라볼래?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1학년들 실력이 궁금하기도 하고.”

     

    쪽수에서 밀려도 자신감 넘치는 선배의 모습은 1학년 한 명을 순식간에 쇠말뚝으로 담가버린 교관이 떠오를 정도였다.

    데이포보스는 원망어린 눈으로 유이를 흘겨보았다.

     

    “꼭 이런 곳으로 저흴 안내해야만 했습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여긴 한 명만 희생하면 끝이지만 다른 곳은 더 많이 희생해야 해.”

     

    결국 헥토르가신단은 헥토르와 충신 데이포보스, 길잡이 유이를 제외한 나머지가 제비뽑기를 통해서 감금될 한 명을 골랐다.

    3학년 선배 테트라포스가 신입생의 손발에 손수 족쇄를 채워주며 말했다.

     

    “너무 걱정은 말라고. 침대 밑에 야한 책도 있어.“

     

    성적이 박살 날 예정인 학생에게는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 * *

     

     

    감금방(10인실).

    도로시의 길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사람 열 명을 족쇄에 채운 채 두고 가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방이 나타났다.

    즈앙은 도로시가 대형사고를 쳤다고 생각했지만 도로시 본인은 남들보다 배는 커다란 배낭에서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인형 열 개를 꺼냈다.

     

    “자, 여기다 족쇄 채우고 가자!”

    “인형을 사람 대신에…? 너, 그런 건 대체 어떻게 준비한 거야?”

    “응? 숲에서 살다보면 누구나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길이 하나쯤 있지 않아? 사람 대신 바칠 제물용 인형을 구비하는 건 상식이잖아!”

     

    도로시의 말에 오크노디도 고개를 끄덕이며 배낭에서 인형을 꺼냈다.

     

    “도로시의 말이 맞아. 선배들이 가끔 파는 허접한 인형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거야!”

     

    준비성 철저한 길잡이 도로시와 대장 오크노디 덕분에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은 단 한 명의 손실도 없이 열 배는 더 위험한 10인실 감금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물공양이 상식인 숲의 숲지기 도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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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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