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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6

    “이거, 어디서 구하셨어요?”

     

    그 질문에 루크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예르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알려줄 수 없어.”

     

    단호한 거절의 의사.

    그것을 납득할 수 없는 루크는 즉시 되물었다.

     

    “왜죠? 혹시 위험해서 그렇다고 하실 건가요? 그럴 리 없잖아요. 저는 강해요, 예르나에게 걱정을 끼칠 만큼 약하지 않다구요.”

     

    그렇다, 루크는 몇번이고 스스로의 무력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요즘은 딱히 숨기려고 한 적도 없었지.

     

    과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아티팩트의 힘을 휘두르는 딜런트의 앞에 나서서 정면으로 맞선 적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서클을 사용해 수많은 마법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실제로 다이튼은 이미 몇번이고 루크의 강함을 그 몸으로 체험했다.

     

    그러므로, ‘위험’하다는 것은 자신을 가로막을 이유가 될 수 없다.

    이 집 안에서, 아니. 이 시대에서 루크보다 무력적으로 강한 자를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예르나의 의사는 너무나 확고했다.

     

    “루크, 우리가 갔을 때 그곳에 자료는 그게 전부였어. 지금 다시 간다고 해도 무슨 단서가 남아있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내가 그 위치를 알려주면, 넌 어떻게 할 생각인데?”

    “그야…….”

     

    당연히, 그곳으로 찾아갈 생각이다.

    예르나가 가져온 자료가 전부라는 것을 믿지 못하기에 그런 것이 아니라, 혹시나 그들이 급박해서 놓친 어떤 단서가 있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고든이 그토록 심한 부상을 입고 돌아온 것을 보면, 결코 그곳이 호의적인 곳은 아닐 테지.

    이미 한번 침입이 있었던 만큼, 더욱 단단히 경계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자신이라면 단순히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될 일이다.

    솔직히 말해, 그곳에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뚫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으니까.

     

    그러나 예르나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손을 더럽힐 생각이잖아? 안돼.”

    “……예르나!”

     

    루크의 애원 섞인 목소리.

    하지만 예르나는 역시나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다.

     

    “네가 그 자료에 어떤 마음이 들었는 지는 알아, 너를 그렇게 만든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기에 그걸 허락해 줄 수 없어.”

    “복수심이라니? 예르나. 나는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뭔데?”

    “…….”

     

    루크는 입을 다물었다.

    복수에는 먼지 한 톨 만큼의 관심도 없고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으로는 예르나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르나는 크게 상심한 듯 보이는 루크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부탁이야, 루. 너는 계속 착하게 남아있어 줘.”

    삼켜진 뒷말은 아마도 그런 것은 내가 할 테니까, 이리라.

    “…….”

     

    루크는 계속 침묵했다.

    예르나의 바람과는 달리, 루크의 손은 이미 애저녁에 더렵혀졌으니까.

     

    5000년 전, 자신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생명의 꽃을 꺾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시체를 보는 것 정도로는 별다른 충격도 받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은 적이 있고, 생명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법을 알고 있으며, 실제로 누군가를 살해한 것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기에 이제와 순수한 어린아이행세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루크는 예르나의 말에 더 이상 반발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착한 아이로 남아달라, 그 말은 루크에게도 무척이나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그것은 전쟁이 끝난 이후 레니에가 아이들에게 바라던 소망이었고, 따라서 자신이 바라던 소망이기도 했다.

    그 마음을 알기에,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 역시 할 수 없는 것이다.

     

    “루, 그렇게 해 줄 거지?”

    “……네.”

    “응, 착하다.”

     

    예르나의 쓰다듬을 받으며 고개를 숙인 루크에게, 다이튼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잘 생각했다. 괜히 그런 데 찾아가서 좋을 거 하나 없어. 그래도 원한다면 그 자료는 너 줄게. 우리는 이미 하나 복사를 해 뒀으니까…….”

    “…….”

     

    루크는 대꾸하지 않았다.

    혹시 화가 난 걸까?

    무리도 아니지, 자신에게 무자비하게 실험을 행한 녀석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힘이 생긴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래도,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이튼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조금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예르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나저나, 예르나. 피곤하지 않아? 맞다, 루크가 너 생각해서 욕조에 피로 회복에 좋다는 약초를 넣어서 약초탕을 준비해 뒀거든? 빨리 가서 한번 푹 담궈봐. 나도 한번 들어가 봤는데, 진짜 피로가 싹 풀리더라니까?”

     

    그러자 예르나는 자신에게 말을 건넨 다이튼의 목소리에 담긴 텐션을 그대로 이어받듯이 한층 높아진 목소리로 루크에게 묻는다.

     

    “어머, 그래? 그게 정말이니, 루?”

     

    그것은 어떻게 보더라도 주제를 돌리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그에, 루크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어 일단은 맞장구를 쳐 주기로 했다.

     

    “네, 그랬죠. 엄마도 아마 만족하실 거예요.”

    “그거 상당히 기대가 되네. 고마워, 안 그래도 정말 피곤했거든.”

    “얼른 가봐, 진짜 온천이 따로 없어.”

     

    온천이라는 말에, 루크는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예르나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아, 맞다. 깜빡하고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는데요.”

    “응? 뭔데?”

    “저, 사실 어제 경품 뽑기로 온천 가족여행권에 당첨되었거든요. 나중에 시간 날 때 가요.”

    “정말? 그거 대단하네! 루는 운이 참 좋구나.”

    “헤헤…….”

     

    루크는 실없이 웃었다.

    ‘운이 좋다’라…….

    뭐, 됐다.

     

    “뭐야, 오늘 뭘 많이 깜빡하네, 너. 서드 얘기도 깜빡하고, 그것도 깜빡하고?”

     

    다이튼의 일침에 루크는 헛기침을 하며 변명했다.

     

    “크흠, 흠. 이건 그 힘을 쓴 후유증이야. 어쩔 수 없어.”

    “음.”

     

    다이튼은 루크가 몸집이 커지고 난 후, 평소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졌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건 정말 엄청난 부작용이었지…….

     

    예르나가 걱정스레 묻는다.

     

    “그 외에 별 이상은 없는 거지?”

    “예, 괜찮아요. 그냥 일시적인 거니까.”

     

    루크의 대답에 안심한 듯 한 예르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야. 무리한 일을 시킨 게 아니라서. 그나저나, 다이튼. 아까 무슨 얘기야? 서드가 왜?”

    “아, 그거 말이지? 아니 글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면…….”

     

    그렇게 무거웠던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예르나와 다이튼, 그리고 루크는 오늘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과, 디아나와 파이리스가 비를 맞으며 물장구를 치며 노는 이야기등, 오늘 있었던 다양한 일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말이지,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

     

    -털썩.

     

    무언가 땅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

    그것은 몸의 힘을 잃고 쓰러진 남성이 바닥에 쓰러지며 내는 소리였다.

     

    그 후, 조그만 구둣발 소리가 천천히 소리를 키우며 다가온다.

     

    -또각, 또각.

     

    그리고 어두운 공간에 나지막하게 울려퍼지는 소녀의 목소리, 루크였다.

     

    “역시 예상대로 경계가 심하군.”

     

    결국, 루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그 자료를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

    그 자료를 읽어보면 읽어볼 수록 무언가 위험한 것이 얽혀 있다는 게 느껴진다.

    직접 두 눈으로 반드시 확인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말이다.

     

    그래서 루크는 위치를 직접 알아냈다.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다.

    굳이 ‘예언자’를 해킹할 것도 없이, 이미 예르나의 휴대폰과 루크의 휴대폰은 서로 위치정보가 공유되도록 설정이 되어 있으니까.

    옛날에 루크가 예르나의 말을 안 듣고 멋대로 돌아다닐 때, 예르나가 루크의 휴대폰에 설정해 둔 것이었다.

    예르나가 휴대폰을 비롯한 마도 기기를 다루는 데에 별 지식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그것으로 루크가 역추적을 할 거라는 생각을 못 한 것인지, 잠깐 기록을 뒤져보면 그녀가 지나온 경로가 훤히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알려달라고 말하지도 않았을 텐데.’

    이미 지난 일이다.

    어쩔 수 있나.

    하여튼 그렇게, 루크는 예르나가 그 때 어디를 갔던 것인지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르나와 한 ‘손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길 수는 없다.

     

    그래서, 루크는 리브를 데려왔다.

    리브는 겉으로는 귀엽고 부드러운 곰 인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검기마저 운용가능한 소드마스터.

    손에 적당한 무기만 쥐어 주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너무나 쉽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손은 깨끗한 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좋아, 리브. 잘했다. 이대로만 하지.”

     

    -끄덕.

     

    작은 곰인형, 리브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투용 나이프를 휘둘러 묻은 피를 털어낸다.

    그 깔끔한 동작은, 아무리 작은 인형이 취한 것이라 해도 스산함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리브가 아닌 케이트도 살상능력은 충분하지만, 그 녀석은 마법사다.

    따라서 마력흔을 추적당할 가능성이 크기에, 이번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번 일에는 검흔을 제외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리브가 필요했다.

     

    “후우…….”

     

    문제는, 녀석이 자신에게 유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

    결국 루크는 저 아이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앞으로는 꼬박꼬박 잘 안아주겠다고 각서까지 써야 했다.

    아주 시간표까지 꼼꼼히 작성하는 것이, 이전처럼 내키는 대로 막 방치해 두면 정말로 큰일날 기세였다.

     

    ‘괜히 곰인형으로 만들었나…….’

     

    아무래도, 인챈트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챈트 이전에도 계속 품에 지니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그래도 덕분에 인챈트는 잘 되긴 했다만…….

     

    -또각, 또각.

     

    그렇게 루크는 뒷짐을 진 채로 천천히 복도를 걸어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는 말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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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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