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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6

        

         

       인프라가 죄다 파괴되어버린 프랑스 국민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바로 식량 생산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이 판매하기 위한 작물을 기르는 것이었는데, 고가치 작물을 키워 팔아서 다시 프랑스를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작물을 키우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손을 잘못 타면 픽픽 죽어 나가는 것이 약초고, 환경에 따라 약효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사람이 하도 많이 죽어 나가서 국토 곳곳에 시체 거름이 가득한 상황이었으니, 빈말로라도 제대로 된 작물을 기르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으리라.

         

       그나마 나이 든 이들은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았기에 살아남은 상태였고, 그들을 주축으로 농업을 어찌어찌 재건해서 굶지는 않았으나…. 단지 굶지 않는 것에 만족하기에는 프랑스의 옛 문명의 찬란함이 너무 반짝였고, 프랑스 국민의 자존심이 너무 강했다.

         

       프랑스 국민은 원했다.

       다시 찬란한 영광을, 세계에 떨치는 열강의 지위를 복구하기를!

         

       프랑스 국민은 다시 단결했다.

       다시 프랑스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어디 구석에 처박아둔 기록을 뒤적거리기 시작했고, 기업인들은 박물관이나 유물을 뒤적거리며 어떻게든 좋은 방법을 찾았다. 민간인들은 가보니 비전이니 하는 것들을 들고 와서 이것을 사용해서 재건해달라고 했다.

         

       이러한 프랑스인들의 간절함을 하늘이 들어주었던 까닭일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몇몇 쓸만해 보이는 방법을 얻을 수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만드라고라 재배법.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주술 재료로서의 가치가 있는 ‘특상품 만드라고라’를 재배하는 방법이었다.

       본래라면 야생 만드라고라가 우연히 사형장 아래에 피게 되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피와 체액을 빨아먹으며 자라나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주술 재료로서의 만드라고라였다. 이렇게 자라난 만드라고라는 성분 자체는 일반적인 만드라고라와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주술 재료로 사용한다면 평범한 만드라고라와는 다른 효능을 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사랑의 묘약’이라고 불리는, 집시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오던 최음제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었고, 동물 모양을 닮은 특상품 만드라고라를 재료로 사용했을 경우 해당 동물을 길들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주물을 만들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 특상품 만드라고라는 단순히 주술에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연금술사들은 일찍이 이 특상품 만드라고라를 이용해 호문쿨루스를 만들려고 시도하였고, 중세 시대의 신비학에 심취한 연금술사들이 연구 과정에서 주술 의식을 정리해 ‘호문쿨루스 생성 주술 의식’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물론 주술 의식이라고 하면 이단이랍시고 잡혀갈 수도 있었으니, 이들은 이것을 ‘호문쿨루스 생성 공식’이나 ‘엘릭서(Elixir)의 중요 재료 연성 방법’이라고 돌려서 표현하곤 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실제로 효과를 보기는 했다.

       연금술사가 이단으로 지목되어서 화형을 당하지 않은 것만 보아도, 그들의 계책이 효과를 보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그렇게 연금술사는 무사히 명맥을 이어 현대까지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신비학이 점점 외면받기 시작하였고, 과학의 발전과 함께 신비학은 연금술에서 그냥 역사의 일부로만 취급되게 되었다. 주술 같은 불확실한 것에 의지하는 대신에 그들은 신비학을 토대로 학문을 만들고 에너지를 다루는 방법을 찾아내었고, 마법사가 마력을 학파마다 특정 에너지를 사용해서 이능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과학과 화학을 연구하여 진리를 탐구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결실은 현대에 들어서 화려하게 꽃이 피었다.

         

       현대 과학은, 현대 문명의 발전은 연금술사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은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끼치고 있었다.

         

       이는 미래에도 마찬가지.

       세계 3차 대전 당시에도 그들의 영향력은 세계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프랑스는 특상품 만드라고라 재배법을 발견하자 거품을 물고 그것을 추진했다.

         

       주술 재료로서의 가치가 있는 특상품 만드라고라를 재배하는 데 성공한다면, 열강은커녕 농업 국가로서 수탈만 당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프랑스를 살릴 수 있었으니까.

       특상품 만드라고라가 필요한 주술사는 물론, 세계 곳곳에 있는 연금술사들과도 연을 맺을 수 있었으니까!

         

       성공만 하면 그들은 살아날 수 있었다.

       이 기나긴 절망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찾을 수 있었고, 이 끔찍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밧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프랑스는 재배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광장 몇몇을 골라서 거대한 단두대를 설치했고, 열악한 환경의 감옥에 그냥 처박아둔 채 생명만 부지시켜두었던 범죄자들을 끌고 와서 모가지를 잘라서 그들의 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재료는 많았다.

       넘치는 게 범죄자였고, 뒤지면 나오는 게 범죄자였다.

         

       막말로 빈민가를 한 번 훑기만 하면 무더기로 나오는 것이 범죄자였으니, 재료가 부족할 일은 없었다. 전쟁을 거치면서 도덕과 윤리는 땅에 떨어져 있었고, 나라가 폭삭 망하면서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온갖 범법행위를 마다하지 않았으니까.

         

       처음엔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잡아다가 목을 잘랐다.

       그다음에는 조금 덜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잡아다가 목을 잘랐다.

       목을 자르고, 자르고, 또 잘랐다.

         

       거부감?

       그런 건 없었다.

         

       범죄자들을 잡아서 모가지를 자르는 것만으로도 돈이 생기고 연줄이 생긴다.

       게다가 자르는 건 일단은 범죄자들이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은 범죄자가 잡혀서 처형당하는 것을 보면서 ‘정부가 일한다.’, ‘프랑스의 치안은 훌륭하다.’, ‘정부에서는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게다가 오락으로서도 유용했다.

       나라가 폭삭 망해서 제대로 된 여가생활은 즐기지도 못하는 프랑스 국민에게 사형수의 모가지가 잘려 나가는 것은 훌륭한 쇼였으며, 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자극적인 오락이었으니까.

         

       그렇게 프랑스는 광기에 잠겼고, 그 광기 속에서 특상품 만드라고라 재배에 성공했다.

         

       프랑스는 이렇게 재배한 만드라고라를 팔아서 재정을 어떻게든 충당했으며, 연금술사와 연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더해서 투자를 받는 것까지 성공했고, 번 돈과 투자금을 때려 부어서 다른 기록들도 시험해보기 시작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던 아프리카에서 약탈해왔던 기록물을 토대로 무인이 운기를 할 때 안정성을 약간 높여주는 효능을 가진 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식민지에서 가져온 유물 기록에서 특정 물고기의 뇌기(雷氣)를 증폭시킬 수 있는 영약을 찾아내었다.

       퀘벡에서 약탈해온 기록에서 특정 동물을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는 향을 풍기는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프랑스는 열강 시절의 유산을 통해 계속해서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을 재배해 팔아먹으면서 인프라를 서서히 복구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국민은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다시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고,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해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프랑스가 희망에 젖어있을 때, 대박이 터졌다.

         

       프랑스 식민 제국 시절, 인도차이나 지역에서 여러 조각으로 잘라서 프랑스에 가지고 온 유적에서 어마어마한 기록이 발견이 된 것이다.

         

       익선청련(翼蟬淸蓮).

         

       약으로 사용한다면 내장에 생긴 병마와 암을 낫게 해주고, 영약으로 사용한다면 양기(陽氣)를 주력으로 삼는 무인의 내공을 증폭시켜주는 영초였다.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나며, 숲속의 깊숙한 곳에서만 잠깐 피어나기에 얻기가 극히 힘든 영초.

         

       그런 영초를 대량으로 재배할 방법이라니!

         

       프랑스는 이 재배법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열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었다.

         

       물론 그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우연으로 흥한다면 우연으로 망할 수도 있는 법.’

         

       이 우연한 발견은 안타깝게도 프랑스 공화국이 아니라, 프랑스 공화국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왕정복고 집단인 ‘프랑스 왕국’에서 이루어졌다. 프랑스 왕국의 왕은 유능함을 발휘해 이 농사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영약들을 팔아치운 자금으로 군사력을 키웠고, 그대로 프랑스 공화국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시도는…성공했다.

         

       그들은 대통령의 모가지를 썰었고, 공직자들 역시 죄다 썰었다.

       그렇게 비어버린 공직자의 자리는 모두 ‘혁명’의 공신들에게 돌아갔고, 왕은 프랑스 공화국이 프랑스 왕국이 되었음을 선포함과 함께 프랑스의 머리이자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왕위에 오른 지 26시간 만에 죽었다.

         

       세계 3차 대전 최악의 암살자.

       수백 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공간을 잘라 사람을 토막 낼 수 있는 무인.

       사람 위에 군림하는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신병자 아나키스트 무인의 칼에 의해서 모가지가 잘려버린 것이다.

         

       그렇게 내전은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공화국은 멸망했고, 공화국을 이끌던 사람은 다 죽었다.

       새롭게 그 자리를 차지한 왕국은 왕이 모가지가 썰렸고, 수뇌부도 죄다 토막이 났다.

         

       남은 건 시민들 뿐.

         

       그렇게 내전은 끝났고, 프랑스는 다시 망했다.

         

       블랙 코미디 같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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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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