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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6

       “하려면 할 수야 있죠.”

       

       바루가 VR게임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물었더니 백호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인간이 아닌 신령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에게 명확한 육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VR기기가 인식할 수 있는 육신만 존재한다면 VR게임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설명한 백호는 그 뒤에 이렇게 말을 덧붙였다.

       

       “VR게임을 하는 거야 좋습니다마는 부디 이 일을 신령이 발설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시스템적으로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유저와 달리 그녀의 입은 저희가 제어할 수 없으니까요.”

       

       다른 차원에 대한 비밀만 지켜 준다면 뭘 하든 상관없다는 게로구나. 그리 확언을 받은 나는 바루를 새로 온 VR기기 안에 뉘어 주었다.

       

       그리고는 바루에게 VR기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하나 하나 알려 주었지.

       

       이전에는 엔리에게 하나하나 배워야 했던 본인이 지금에 와서는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인가. 감개가 무량하군.

       

       이제는 본인도 어엿한 현대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겠지. VR에 접속하기 위하여 눈을 감은 바루를 보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으려니 갑자기 바루가 눈을 떴다.

       

       “아라야.”

       “왜 그러느냐?”

       “무엇인가가 잘못된 듯 하다만.”

       “…흠?”

       

       *

       

       그 브이아르라는 기계를 만지작거리면서 이게 대체 왜 안 되는 걸까 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아라의 모습에 바루가 헛웃음을 흘렸다.

       

       절로 믿음직스럽지 못하단 생각이 들게 만드는구나. 분명 전능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렀을 녀석이 어찌 저 작은 기계 하나를 다루지 못하는 것인지 원.

       

       침음성을 흘리는 아라를 살피던 바루는 일 이 분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근처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바루가 아라의 손에 이끌려 현대에 온 지도 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혹여 이곳이 또 다른 신선계인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선사하던 현대의 풍경은 항상 바루의 입에서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길가를 걸어 다니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행렬.

       

       그들 하나하나가 입고 있던 질 좋은 옷들.

       

       잘 먹고 다니는 티가 나는 얼굴들.

       

       여러 귀금속들.

       

       흙 하나 보이지 않는 말끔한 바닥. 기이한 재질로 되어 있는 여러 건물들.

       

       도를 보는 눈으로도 그 구조를 파악하기 힘든 말없이 다니는 마차.

       

       거대한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영상이라는 것.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으며 그 안에 수많은 기능을 내포한 통신 도구.

       

       언젠가 아라가 이야기했던 현대의 풍경은 흙 위로 드러난 나무 뿌리에 불과했다. 그 아래에는 훨씬 더 많고 놀라운 것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덕분에 요 며칠 간 바루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현대의 풍경을 눈에 담고 해석하는 데에 열중했다.

       

       아라 덕분에 신수님의 보필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무척이나 좋았다.

       

       신수님께서는 단순히 현상을 설명해주실 뿐만이 아니라 도술적 관점에서 그 현상을 해석해주기까지 한 것이다.

       

       덕분에 바루는 단순히 현대의 풍경을 머리에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도술의 발전에 있어서도 커다란 발전을 이루어냈다.

       

       지식적인 부분에 있어 놀람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분명한 즐거움도 있었다.

       

       바루는 기억했다. 첫 날에 먹었던 떢복이란 음식을 비롯하여 이 가게 저 가게에 방문하며 즐겼던 미식의 경험을.

       

       미식을 즐기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여러 유희들. 그러니까 동물의 애정을 받지 못해 울부짖는 아라의 모습이라던가. 마이 튜브라는 곳에서 보았던 수많은 영상들이라던가. 인간이라는 생물이 수천 년의 기간 동안 쌓아온 수많은 창작물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 모든 경험은 의무를 지키기 위해 산에 틀어 박혔던 길고도 긴 세월 동안 쌓아온 바루의 외로움을 날려버릴 정도로 즐거운 것들뿐이었다.

       

       그래서 바루는 아라에게 감사했다.

       

       아라가 아니었더라면 여전히 바루는 아무것도 없는 돌산에 처박혀 있었을 것이고. 즐거움이라는 단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 곳에서 신령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었을 테니까.

       

       현상이 이러하기에 어지간하면 아라가 하는 일을 좋게 해석해주려는 바루이지만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박살내고 있는 듯한 아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새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아라야. 모르겠으면 그냥 다른 이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어떠냐. 백호님께서 답답해 죽을 것 같다는 얼굴로 그대를 보고 있다만.”

       “기다려 봐라. 이제 무어가 문제인지 알 것 같단 말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 보래도!”

       

       무림에 있을 적에는 참으로 믿음직스러운 자였거늘 어찌하여 이 곳에선 저리 허술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일까.

       

       바루가 기억하는 무림의 아라는 일종의 절대자였다. 자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무어라도 이루고 보는 강단 있는 사람이었지.

       

       허나 바깥의 아라는 달랐다. 무림 바깥으로 나온 그녀는 수도 없이 실수를 반복했다.

       

       길을 착각하여 다른 곳으로 간다거나, 당당히 바루에게 알려준 것이 사실은 틀린 것이었다거나, 무언가 실수를 하여 골머리를 앓다가 엔리에게 부탁을 한다거나.

       

       무림의 아라라 하여 허술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 자신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

       

       허나 현대의 그녀는 달랐다. 여전히 그녀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했지만 그 자신감을 실현시킬 실력이 없었다. 그래서 아라의 자신감은 자연스레 고집이 되기 마련이었다.

       

       지금 저러는 것처럼.

       

       “좋아. 해결했다. 이제는 될 것이다.”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기계를 매만지던 아라가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폈지만 그 어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쭈그러들고 말았다. 팩트라는 이름의 폭력이 백호의 입에서 튀어나왔기에.

       

       “아뇨. 안 됐습니다. 기기의 문제가 아니라 유저 설정을 변경해야 하는 거라서요.”

       “…시스템 상의 문제였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가 했던 모든 일이 헛수고였다 그것인가?”

       “그렇게 되네요”

       “그럼 미리 말을 해주었어야지!”

       “도울 필요 없다고… 아니.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바루는 드높은 격을 지닌 신수가 바닥을 기어다니는 풍경에 익숙해져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을 품었지만. 이미 저 모습을 자신이 당연시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이내 고민을 치워버렸다.

       

       아직 죽고 싶지 않았던 백호의 결사적인 사죄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고 바루는 그제서야 VR기기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다.”

       

       아라의 목소리가 그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눈 앞의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서 바루가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에 그녀는 새하얀 색으로 물든 공간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이 그 VR이라는 세계인가. 신기하군. 생물이 지닌 모든 감각이 살아있으니 꼭 내 육신 그대로 어딘가에 납치를 당한 듯 하다마는. 이것이 내 육신이 아니라는 것인가.

       

       [VR이 처음이신가요?]

       “흠?”

       

       바루가 VR속의 육신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려니 그녀의 앞에 푸른 색으로 된 창이 떠올랐다.

       

       아아. 이는 신수님에게 들었다.

       

       서 뭐시기 하는 기능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진행을 도와준다고 하던가.

       

       “그래. 처음이다.”

       [튜토리얼을 수행하시겠습니까?]

       [튜토리얼은 VR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능을 당신에게 알려줍니다. 분명 VR세계에 익숙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튜토리얼? 그러니까 일종의 설명서 같은 것인가. 푸른 창에 적힌 말을 빠르게 이해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새하얀 풍광으로 가득하던 장소에서 목재로 지어진 나름 그럴 듯한 집으로.

       

       [우선 기능창에 대해 알아 봅시다!]

       [기능창이란…]

       

       *

       

       바루가 VR세계에 성공적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나는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 고민했다.

       

       바로 방송을 켤지 말지에 대해서였다.

       

       본인이 공지 하나 올리지 않고 잠적한 지 벌써 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슬쩍 게시판을 둘러보니 그 쪽은 이미 본인이 방송을 키자마자 불을 태우겠다는 의견으로 가득 차 있었지.

       

       가끔씩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일단 방송만 켜달라는 이들도 존재했으나 저는 소수일 뿐.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더 채팅창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그 개판을 무시하고자 한다면 무시할 수는 있다만. 그래서야 불이 진화되지 않을 터.

       

       흐으. 미래가 보인다.

       

       본인이 방송을 키자마자 나락이니 뭐니 하는 글자를 도배할 녀석들이.

       

       본인이 무어라 이야기를 하건 듣지 않을 녀석들이.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식으로건 본인에게 벌칙을 선사하고자 할 녀석들이.

       

       그는 곤란하다. 언젠가 또 다시 벌칙 룰렛을 돌리게 될 거라며 본인이 싫어할 법한 종류의 게임을 잔뜩 모아놓은 걸 보았단 말이다!

       

       난 그 룰렛을 돌리고 싶지 않다!

       

       본인의 존엄을 내다버리고 싶지 않단 말이다!

       

       흐으. 룰렛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불태우겠다는 생각조차도 잊을만큼 대단한 것을 보여주어야 할 터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무공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백호네 회사의 게임에 접속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소리이지.

       

       “백호야. 아직도 계정복구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냐?”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아라님께서 제압하신 그 마법사가 생각보다 유용한 녀석이라서 말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기껏해봐야 앞으로 5일 정도면 적당할 듯 하군요.”

       

       그래?

       

       5일이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기는 하구나.

       

       그렇다면 짧은 휴가를 내는 셈치고 가뿐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할까.

       

       계정이 열리기 전에 방송을 켜봐야 거센 비난 속에서 벌칙 룰렛을 돌리게 될 뿐일 터.

       

       아아. 그래. 아무런 말 없이 쉬기만 하면 불만이 가속화 될 터이니 짧은 공지도 남기자꾸나.

       

       좋아. 이 정도면 할 것은 다 했고 당분간은 미뤄두었던 여러 일들을 처리하는 데 주력하도록 할까.

       

       *

       

       [공지]

       

       [조금 쉬다가 돌아오겠습니다.]

       

       깨달음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요. 앞으로 5일간 휴방을 하고 오겠습니다.

       

       – ???

       

       – 이왜진.

       

       – 깨달음이요?

       

       – 살아있었구나!

       

       – 깨달음이라니. 지금보다 더 강해지겠다는 소리야?

       └ 진짜 신이라도 되려고 그러시나.

       └ 다음 방송은 천치창조방송인가.

       └ 엌ㅋㅋㅋ. 재밌긴 하겠네.

       

       – 눈나. 빨리 돌아와. 나 진짜 죽어.

       

       – 아니 이 사람. 뭔 배짱임? 일주일을 내리 쉬겠다고?

       └ 그래서 화령 방송 안 볼 거야?

       └ 아ㅋㅋ 대체재가 없다고.

       

       – 내. 내 귀중한 화령 방송이 5일 후에나 온다니…

       

       – 폭동이다!

       └ 엎어.

       └ 불태워!

       └ 벌칙 룰렛이다아아아!

       

       – 살아있으면 됐어. 쉬다가 와요.

       

       – 휴우. 그냥 휴가였구나. 다행.

       

       – 그럼 저희는 벌칙 룰렛에 뭐 넣을 지나 정하죠?

       └ 마법소녀 어떤가요?

       └ 전쟁루트 말고 진짜 미연시 공략 방송은?

       └ 난 병기 조립겜 하는 거 보고 싶어.

       └ 퍼즐겜. 퍼즐겜.

       

       – 허허. 저희가 화령님 방송이 없어도 괜찮다는 걸 깨닫는 데는 5일이 안 걸릴 것 같습니다만.

       └ 진짜로?

       └ 화령 방송 없음 앙대.

       └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 실은 나도 안 괜찮아! 빨리 돌아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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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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