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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6

   1년.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빨리 간 시기.

     

   그 시기 동안 크라슈는 정말 죽어라 금역만을 다녔다.

     

   크라슈가 닫아낸 금역은 무수히 많아 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남은 금역 두 개는 세계를 거세게 위협하고 있었다.

     

   하나는 마경, 또 다른 하나는 거인의 숲.

   이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처치 곤란한 금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크라슈는 마경을 막기 위해 마경 앞 들판에 와있었다.

     

   예전과 다르게 붉은색 하늘이 바깥까지 뻗어 오는게 보인다.

   세계 침식이 최대치로 폭주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거인의 숲은 제국이 전병력을 투입해 틀어막고 있다.’

     

   반대로 마경은 4왕국과 각 도시가 힘을 모아 어떻게든 전장을 유지 시키고 있는 장소였다.

     

   벌써 이곳에서 꽤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거나 죽었다.

   하루빨리 마경을 지우고, 거인의 숲으로 넘어가 마무리 해야 한다.

     

   “가자.”

     

   크라슈가 이카루스를 이끌고, 곧바로 마경의 진입을 시작했다.

     

   하늘에서 추적추적 검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광경은 꽤 눈에 익은 광경이었다.

     

   그도 그럴 게 아가레스를 무찌르던 당시, 마경에서 본 풍경이었으니까.

     

   그러나 예전과 다르다면 이제 그때와 같이 마경이 마냥 두려운 곳은 아니게 된 점이라는 것이다.

     

   금역과 맞선 근 1년간.

   19살을 맞이한 크라슈는 수없이 많은 금역을 삼켜내며 더더욱 강인해졌기 때문이다.

     

   ‘금역을 흡수해 담아낼수록 내 몸은 세계 침식의 힘과의 감응도가 올라가고 있다.’

     

   그 덕분이지 크라슈는 출력을 올리는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는 크라슈의 내면의 힘을 신기로 바꾸는 것도 더 빨라졌다는 소리다.

     

   ‘세이블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금역의 세계 침식과 아우라가 뒤섞여 있어.’

     

   신기로 치환하는 속도가 빠른 만큼.

   크라슈가 쏟아낼 수 있는 출력도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폭주하고 있는 금역을 상대로 알맞았다.

     

   금역의 폭주에 따라 세계 침식종도 그 세기가 강해지고 있으니.

   일격필살이야말로 세계 침식종을 쓰러뜨리는 데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크라슈, 저기 전선이야.”

     

   그 순간 크라슈는 하링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말대로 저 앞, 몰려오는 악마계 침식종과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전선이 보였다.

     

   4왕국과 각 도시의 연합 세력이다.

     

   “모두 다 일단 저거부터 정리하자.”

     

   크라슈는 뒤쪽에 따라온 이카루스를 향해 말을 전했다.

     

   이제는 다들 매일 같이 금역을 다녔던 덕분일까.

   순식간에 정렬을 마침과 동시에 대열을 짰다.

     

   “마법사 부대 포격 시작합니다.”

     

   리더 마법사의 명령에 따라 각기 다른 속성의 마법이 하늘을 날아 악마계 침식종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덕분에 침식종들의 수가 극도로 줄었다.

   하지만 아직 전선 쪽에 가까운 침식종들이 많다.

     

   여기까지 다가온 놈들은 원거리 마법으로 요격하면 아군도 피해 본다.

     

   그 사실을 알기에 크라슈가 우뢰성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가자.”

   “이카루스 진격이다!”

     

   크라슈의 명령에 수호검과 절검이 동시에 외쳤다.

   그들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이카루스가 전선을 향해 질주했다.

     

   “이카루스의 지원이다!”

   “전선을 지켜!”

   “용왕이 왔다!”

     

   이카루스가 등장하자 사기가 한 번에 올라갔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카루스는 금역에서 광명이다.

     

   금역을 닫아낼 수 있는 그들의 등장은 전장의 판도를 한순간에 바꿔 놓았다.

     

   이카루스와 마경 전선 부대가 악마계 침식종 군단을 무찔렀다.

   결국 그들은 이번 전선을 뚫지 못한 채 남은 몇 마리는 줄행랑을 쳐야 했다.

     

   “흐으으, 살았다.”

   “가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전선의 병사들이 안도하며 주저앉았다.

   이 정도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사람이 갈려 나갔을지 눈에 보일 지경이다.

     

   하물며 마경이 최흉의 씨앗을 피우며 검은 비의 저주도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여기 있는 대부분이 각 나라에서 나름의 이름 있는 기사들일 터.

   그런 그들조차 저렇게 처량하게 만든 것이 바로 지금의 마경이었다.

     

   “마경 전선 대장은?”

     

   크라슈는 대장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기에 근처에 주저앉아 있던 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크라슈의 질문을 들은 이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커다랗게 외쳤다.

     

   “전선 대장님께서는 지금 상위 악마계의 등장에 막고자 교전하러 갔습니다!”

     

   발하임 소속이군.

     

   최근 크라슈를 마주하는 이들 대부분이 이런 느낌이긴 하지만.

   이 정도 과함은 그가 발하임 소속 말고는 설명이 안 됐다.

     

   그 증거로 연합군 상징 너머 안쪽에 발하임의 주천 기사단 문양이 보였다.

     

   ‘릴리쉬 누님 소속인가.’

     

   크라슈는 둘째 누나를 잠시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이만 휴식해라.”

   “감사합니다!”

     

   크라슈는 괜히 전선 병사들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물러서 줬다.

   그러고는 이카루스의 부단장인 수호검과 절검을 찾았다.

     

   “전선 대장께서는 상위 악마와 조우 중이라 합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상위 악마와 조우.

   폭주한 마경에서 상위 악마란 그야말로 폭군이다.

     

   그와의 조우는 분명 큰 문제겠지만.

     

   번쩍!

     

   크라슈는 저 멀리서 떨어진 푸른 빛과 함께 잠잠해진 것을 보고는 헛웃음을 삼켰다.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네요.”

     

   저쪽도 끝난 모양이다.

     

   크라슈가 기다리자 얼마 후 지평선 끝에서 먼지구름 하나가 보였다.

   그게 누구인지 잘 아는 크라슈는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크라슈 님.”

     

   그 순간 비앙카가 크라슈 곁에 다가왔다.

   그녀는 크라슈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곤 넥타이를 꼼꼼히 매주었다.

     

   “됐어요.”

   “고마워.”

     

   크라슈가 비앙카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시선을 힐끗 옮기니 아스트리아나 하링도 이쪽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건 비앙카에게 맡기기로 한 모양이다.

     

   검은 빗속.

   크라슈가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 후 먼지구름이 이쪽에 도달하며 드디어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 선두에는 검푸른 머리카락의 사내가 있었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주위 모든 공기가 일순간에 바뀌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의 별호는 무황.

   세계에서 가장 강한 무인이라 일컫는 이.

     

   발하임의 가주.

   발록 발하임이다.

     

   수호검이 자세를 바로 했다.

   절검도 이번에는 기꺼이 그에게 자리를 비켰다.

     

   발하임의 가주를 만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크라슈와 수호검이 우선 되어야 옳다.

     

   절검의 배려에 크라슈는 눈짓으로 감사하고는 이내 그쪽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전선을 지난 발록 발하임이 일검을 이끌고 나타났다.

     

   그리고 곧 크라슈와 눈이 마주쳤다.

     

   “크라슈.”

     

   그가 이름을 부른 순간 크라슈가 발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발하임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에 올려 보는 인사말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발록이 있는 금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그러니 크라슈는 최대한 마지막에 이르러 마경에 도착한 것이다.

     

   “인사치레는 됐다.”

     

   발록은 크라슈를 눈으로 훑었다.

     

   “많이 컸군.”

   “예, 이제 19살이나 됐으니까요.”

     

   내년이면 벌써 이십 대다.

   회귀했던 시절의 나이에 점차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크라슈의 뒤에 있는 이들을 힐끗 보았다.

     

   이카루스의 소속으로 들어온 수많은 이들과 함께 크라슈와 동년배인 이들이 보였다.

   이제는 성인의 모습이 꽤 물씬 느껴지기 시작한 그들은 하나같이 정예 일원이었다.

     

   크라슈와 함께 금역을 전전한 결과 그들도 엄청난 성장을 이룩한 덕이다.

   만약, 1년 전에 그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놀랄 지경이었다.

     

   “꽤 큰 걸 이끌게 됐어.”

   “과분하죠.”

   “발하임의 일원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크라슈가 헛웃음을 삼켰다.

   발하임의 평균치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한 발록은 크라슈가 지금까지 본 발록 중 가장 기분이 좋아 보였다.

     

   늘 감정 없어 보여 두려웠던 아버지였는데.

   크라슈 또한 반신의 영역을 돌파하고 있기 때문일까.

     

   발록과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마경을 돌파할 생각이겠지.”

   “예.”

     

   발록의 질문에 크라슈는 힘주어 대답했다.

     

   모든 금역을 닫겠다.

   크라슈가 처음으로 금역을 닫은 시점부터 결심한 일이었다.

     

   크라슈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일을 수행할 작정이었다.

     

   “길을 내주겠다.”

     

   그리고 다음 말을 들은 순간 크라슈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럴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발록이 직접 길을 내주겠다는 말이 왜인지 크라슈에게 벅찬 감정을 느끼게 했다.

     

   아버지가 직접 자신을 인정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크라슈의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

     

   아주 잠시 반푼이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에 크라슈는 발록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거란 걸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그래서인지 크라슈조차 조금은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직접 보여줬으니까.

     

   “예.”

     

   크라슈가 대답하자 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 준비를 마쳤을 때 말하거라. 전선을 둘러볼 테니.”

     

   전선의 대장답게 그는 돌아오자마자 전선부터 점검했다.

   모두가 발록을 믿고 이 전선을 유지했던 것은 저런 면모도 있는 덕분이겠지.

     

   ‘어쩌면.’

     

   크라슈는 처음으로 의외로 자신은 아버지와 닮은 구석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록을 따라 4왕국 소속 천하십강 몇 명이 크라슈와 눈인사를 나누고 지나갔다.

   다들 마경을 막아내기 위해 모여준 이들이었다.

     

   크라슈는 그들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를 담아 고개 숙여 인사했다.

     

   천상사강들은 그 수가 적어 가장 위험한 금역에만 배치되었지만.

   천하십강들은 크라슈가 올 때까지 금역을 지켜낸 뒤, 또다시 다음 금역으로 계속 파견됐었다.

     

   그러니 그동안 크라슈와 꽤 면식이 쌓인 만큼.

   이제는 눈인사 정도로도 서로의 안부를 물을 사이가 됐다.

     

   그만큼 크라슈가 천하십강으로서 자리 잡았다는 소리기도 했다.

     

   “오랜만이구나. 동생아.”

     

   그 순간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크라슈의 입에는 바로 미소가 그려졌다.

     

   “샬롯 누님.”

     

   거기에는 샬롯이 있었다.

   로브를 눌러쓴 그녀는 검은 비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검푸른 머리카락이 선명히 빛났다.

     

   그런 그녀의 뒤에는 크라슈의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릴리쉬 누님.”

     

   그녀는 다름 아닌 크라슈의 둘째 누나 릴리쉬 발하임이었다.

     

   “크라슈, 조금 수척해진 거 같은데. 괜찮니.”

     

   보자마자 크라슈 몸을 걱정해주는 그녀의 말에 크라슈가 쌩쌩하게 웃었다.

     

   “예, 누구 덕분에 휴식 하나는 기막히게 취하고 있거든요.”

     

   크라슈는 비앙카와 하링, 아스트리아, 에벨아스크까지 같이 떠올렸다.

   크라슈가 무리를 하나 싶으면 넷 중 누군가는 무조건 눈치채서 강제 휴식시켰다.

     

   덕분에 크라슈는 휴식 하나는 정말 잘 취하고 있다.

   제국 일로 바빠 가끔 나타나는 시즐리마저 얼굴 좋아 보인다며 말할 지경이니 말 다했다.

     

   “그럼 다행이구나.”

     

   릴리쉬는 안도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보다 네 아내들은 언제쯤 소개해주는 거니.”

     

   어디서 들은 게 있는 건가.

   크라슈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경에 가기 전에 소개해주겠다고 전해주고, 샬롯을 돌아봤다.

     

   “누나가 바로 앞에 있는데 다른 누나랑 그렇게 즐겁게 대화하다니. 못 본 사이에 누나의 질투심을 유발할 줄 알게 되었구나.”

     

   샬롯은 특유의 입꼬리만을 올리는 미소를 머금은 채 그리 말했다.

     

   누가 봐도 질투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크라슈도 이제는 샬롯과 지낸 시간이 있다.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는다지 않습니까.”

   “누나와의 대화가 그렇게 기대됐니.”

   “물론이죠.”

     

   샬롯이 흐응하고 콧소리를 내었다.

     

   “꽤 능글맞아졌구나.”

     

   그래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누님, 따로 이야기해 드릴 게 있습니다.”

     

   크라슈는 샬롯에게 따로 부탁할 게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허리춤에 있는 성검에 크라슈는 볼 일이 있었다.

     

   아벨라에게 대항하기 위해 성검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릴리쉬가 눈치껏 자리를 비켜줬다.

   두 사람만 남게 되자 크라슈는 샬롯에게 성검으로 하게 될 일을 설명해 주었다.

     

   그녀에게 선물한 성검을 다시 되돌려 받게 되는 만큼.

   크라슈 또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한참을 듣던 샬롯은 한동안 가만히 침묵했다.

   그러고는 이내 크라슈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너는 그걸로 괜찮니.”

     

   크라슈가 두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곧 크라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꽤나 오래전에 내린 결단이니까요.”

     

   샬롯은 크라슈의 눈에 차오른 의지를 보았다.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음을 깨달은 샬롯은 성검을 뽑았다.

     

   “그럼 내가 성검을 주기 전에 한판 붙자.”

     

   그리고 지극히 샬롯다운 말이 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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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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