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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6

    <376 – 도서관원정대3>

     

    도로시의 길안내를 받으면서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조직원들은 아쉬움을 느꼈다.

     

    “아, 저기 샛길 있다.”

    “푯말도 있는데?”

    “저쪽은 10인실 감금방 말고 5인실 감금방 나온다고 푯말에 적혀있어.”

    “우리 이렇게 빙 돌아가는 거 맞아?”

    “푯말도 있는데 굳이 왜 더 힘들게 가야해?”

     

    도로시의 능력을 아직 믿지 못하는 학생들의 불만!

    평소에는 얼굴을 쉽게 비치지 않지만 특별히 이번 원정에 따라온 싱도 무심한 얼굴 아래로 의구심을 품기는 마찬가지였다.

     

    “다 이유가 있어!”

     

    모두의 원성이 커지려들자 오크노디가 재빨리 화제진압에 나섰다.

     

    “도서관에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편한 지름길을 쓰고 싶은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겠죠?”

    “그래 말 잘했다 쥐방울아. 그 쉬운 길을 왜 우리만 못 쓰는 거냐?”

    “아이 참. 그 쉬운 길의 혜택을 보려는 사람이 1학년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죠.”

     

    투덜거리던 손오천이 흠칫 놀랐다.

     

    “뭐야. 설마 저리로 가면 선배들이 나오는 거냐?”

    “저희보다 더 절박하고 더 많이 조사한 선배님들과 마주치겠죠! 더 짧고 더 편리한 길일수록 정보입수 난이도는 높고 경쟁도 치열할걸요?”

    “그럼 만일 1인실 정도 되는 감금방이 있으면 거기에는…”

     

    오크노디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엄청엄청엄청나게 위험한 선배님이 있겠죠?”

     

    학생들의 불만이 쏙 들어갔다.

     

     

    * * *

     

     

    헥토르가신단은 무척이나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도서관원정을 이어나갔다.

    그 원인은 무리의 선두에서 유유자적하게 모두와 운신을 함께 하는 한 남학생 때문이었다.

     

    “저, 선배님은 언제 돌아가십니까?”

    “오해들 하지 마. 가는 길이 같을 뿐이니까.”

    “혹시 먼저 가시겠습니까?”

    “후배들 걱정이 되어서 발걸음이 떨어져야지. 이것도 행운이니 좋게 좋게 생각해.”

    “정 그러시다면야…”

     

    겉으로는 온정을 베푸는 척 하고 있는 3학년 선배 테트라포스.

    처음에는 그 말에 껌뻑 속아 넘어갔다.

    유이와 함께 선두에서 길을 보다가 아참, 하고 테트라포스가 던진 운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도서관으로 가는 제 1 관문이 감금방이라면 제 2 관문은 마나퍼즐 맞추기다. 당연히 대로로 갈수록 퍼즐의 크기는 커지고 지름길의 소로로 갈수록 퍼즐의 크기도 작아지지.”

    “앗, 선배는 혹시 가장 작은 퍼즐이 있는 길을 알아? 내가 입수한 정보는 25×25까지였는데.”

     

    아니 그것도 존나 많은데?

    당황한 눈으로 쳐다보는 학생들의 시선과 달리, 테트라포스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숭배하라. 여기 2×2퍼즐이 있는 지름길을 아는 선배님께서 계시니.”

    “와아!”

    “대박 아니야?”

    “그냥 놓기만 하면 무조건 맞추는 퍼즐이잖아.”

    “오크노디 패거리 녀석들이 아무리 퍼즐을 잘 맞춰도 이 속도는 절대로 못 따라오겠지!”

    “테트라포스 선배 만세!”

    “테트라포스 선배 만만세!”

     

    헥토르가신단의 사기는 최고조로 솟구쳤다.

     

    “테트라포스 선배님! 선배님을 위해 이 퍼즐을 제가 맞추어도 되겠습니까?”

    “하하. 나를 위해서 부디 맞추어주시게.”

     

    반쯤은 장난삼아서, 반쯤은 진심으로 테트라포스를 존경해서 나서는 학생마저 있을 정도로.

     

    딸칵.

    슈슉.

     

    “어어?”

    “저 녀석, 왜 몸이 흐려… 허어억!?”

     

    2×2 퍼즐이 맞춘 사람은 어디론가 순간이동 한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니, 백스 이 친구가 어디로 사라졌지?”

    “순간이동이야. 자의로 사라진 게 아니라 납치당한 거라고!”

    “선배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테트라포스는 반짝이는 이를 드러내며 시원스레 웃어보였다.

     

    “순간이동 트랩이네. 퍼즐을 맞추는 순간 지정된 장소로 맞춘 사람을 날리도록 되어있지.”

    “아니, 그런 위험한 퍼즐을 맞추도록 그냥 두신 겁니까? 심지어 백스는 선배님을 존경하는 눈치였는데!”

    “그래서 더 기특하지 않은가? 이 선배를 위해서 친히 교수의 연구실로 순간이동하는 퍼즐을 자진해서 나서서 맞추다니.”

    “세상에!”

    “맙소사!”

    “교수의 연구실이라고!?”

    “우리 3학년들이었으면 가장 빠르게 눈치 채는 사람이 은밀한 암계를 꾸며서 한 명을 속박시키고 강제로 퍼즐을 맞추도록 조작했을 텐데 말이야. 하하하.”

     

    헥토르가신단의 사기는 직전의 높은 사기를 몰라보도록 바닥을 기었다.

    3학년이 위험하다는 말이야 많이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였다니!

     

    “자자. 숭고한 백스 군의 희생을 기리며 어서 3관문으로 가도록 하세. 다음 길도 알려주면 좋겠나?”

    “아니. 선배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돼.”

     

    유이는 정색하며 거절했다.

     

     

    * * *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일동은 진심으로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우오오옷, 굉장해! 퍼즐이 한 번에 맞춰졌어!”

    “1000×1000피스 퍼즐이 어떻게 3초 만에 맞춰지지!?”

    “오. 쥐방울 녀석. 꽤 치잖아?”

     

    감탄하는 학생들 사이로 싱만큼이나 묵묵히 일행을 따라왔던 아이린이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어떤 마술을 쓴 거야?”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에요!”

     

    오크노디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무슨 마법?”

    “메모라이즈! 기억을 형상으로 구현하는 마법이요.”

     

    그림을 관찰하던 아카디아가 앗 하고 놀랐다.

     

    “이 퍼즐 위에 새겨진 그림, 세계명화 100선에 손꼽히는 <미소 짓는 메르세데스 백작부인의 초상화>예요! 설마 퍼즐조각의 일부만을 보고도 그 색채와 분위기를 조합해서 원본을 그려낸 건가요!?”

    “…맞아요! 저는 천재니까 척 보고 알아챘어요!”

    “그건 아닌가보군요. 어딘가에 명화의 존재를 알아차릴만한 힌트가 있었나요? 음, 눈의 떨림을 보니 저쪽 비석에 무언가 새겨져 있나보네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오크노디를 돌본지 3개월이 넘은 아카디아는 단숨에 오크노디가 발휘한 마법의 실체에 도달했다.

     

    ━━━

    그대는 한여름에 내리는 눈

    그대는 한겨울에 헐벗은 설산

    그대는 기적에서 신비를 찾아 헤매던 자

     

    여기에 만찬을 바친다.

    신비의 추종자를 기리며…

    ━━━

     

    비석에 새겨진 글귀를 가리키며 아카디아는 자신의 학식을 드러내었다.

     

    “메르세데스가는 예로부터 시대를 뛰어넘는 기술력과 마법으로 유명한 유서 깊은 마도가문이었죠. 오늘날의 음식의 이름을 성으로 삼은 귀족가문들이 득세하기 전, 기원 전 시대의 가문이에요.”

    “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메르세데스를 가리키는 증표다 이거냐?”

    “그런 셈이죠. 로지니, 샌드쿠커. 마법사인 당신들은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메르세데스의 이름을.”

     

    남몰래 구석에서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시선을 피해 급히 서로 떨어졌다.

     

    “부러워죽겠네.”

    “또 지들끼리 꽁냥거렸어.”

    “그냥 결혼해.”

     

    이미 늦었다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야유에 로지니가 제 마탑의 적색마냥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자 샌드쿠커가 로지니 대신 급히 앞에 나섰다.

     

    “크흠. 메르세데스 가문은 고대의 마도가문을 논하면 빼놓을 수 없죠. 특히 메르세데스의 가주는 용의 화신이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로 장생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명화에 대해서는 한 가지 의혹도 있죠.”

    “요즘 마탑은 교육수준이 높네요. 설마 그 의혹까지 알고 계셨다니.”

    “메르세데스 가문의 자식은 모두 재능을 보고 입양한 아이들이며 가주의 슬하에 친자식은 단 하나도 두지 않았으며, 평생 부인은커녕 첩조차 들인 적 없었죠. 그러니 메르세데스 백작부인은 그 존재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불가해한 인물입니다.”

     

    손오천이 시큰둥한 얼굴로 재촉했다.

     

    “거 천년도 더 전에 뒤진 사람이 아내가 있는지 없는지가 뭐 그리 중요하냐? 도서관 찾느라 날 바뀌다가 강의 놓칠지가 더 신경 쓰이는 판에.”

    “당연히 문제가 있을 수밖에요. 원래 저 명화는 미소 짓는 메르세데스 백작의 초상화였으니까요. 고명한 마법사가 원본 초상화를 연구하다가 그림의 실체를 파헤친 끝에 드러난 이면의 그림이 이것입니다. 마탑에서는 신비의 단서가 되리라 여겨 그림의 실체는 제자들에게도 쉬이 공개하지 않죠.”

     

    고위계 대마도사들이나 그림에 숨겨진 신비를 쫓아 탐구하는 그림의 존재와 그 실체를 알아보기란 어지간한 학식과 권력이 있지 않고서야 힘든 일.

    아카디아는 명망 높은 세비체 공작가문의 공녀였으니 그렇다고 쳐도 고작 11살인 오크노디의 식견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재단에는 이 초상화의 베일을 벗은 형상을 그린 사본이 보관된 건가요?”

    “…맞아요! 파파가 보여줬어요!”

     

    언제나 그렇듯 파파의 핑계를 대는 오크노디와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부와 권력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학생들.

    그러나 아카디아만큼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했다.

     

    ‘참 이상하네요. 오크노디의 눈의 떨림과 어색한 시선은 거짓말을 할 때의 반응인데. 어째서 사실을 숨기려 드는 거죠?’

     

    재단이 아니면 또 어디에서 이만한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까.

    오크노디는 또 그 사실을 왜 감추려 드는가.

    커져가는 아카디아의 의구심을 그림과 마법에는 쥐뿔도 관심이 없는 손오천이 툭 잘랐다.

     

    “그래서 도서관 갈겨 안 갈겨?”

    “빨리 와. 다음 관문은 빡세서 단단히 준비해야해!”

     

    도로시의 재촉에 모두의 관심이 <미소 짓는 메르세데스 백작부인의 초상화> 명화에서 멀어졌다.

     

    “무슨 관문이 나오는데 그리 호들갑이냐?”

    “숲이야!”

     

    오크노디를 제외한 모두의 표정이 해괴하게 변했다.

     

    “건물 안에서 숲이 왜 나와?”

    “이 미친 도서관은 가는 길이 왜 이따위야?”

    “뭐가 나오는 숲인데?”

     

    통로 너머를 발꿈치를 들어 엿보던 도로시가 해맑게 외쳤다.

     

    “길을 모르면 자기 힘으로는 절대로 못 빠져나오는 미로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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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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