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77

       오늘의 방송은 켜자마자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이 바로 느껴졌다.

        

       우리 콘텐츠가 평소와 다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클레어님 홍대다녀오셨나요]

        

       제일 먼저 보인 채팅이 그것이었다.

        

       보통은 들어오면 인사부터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작하자마자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뭔가 일이 터진 모양이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어떻게 아셨습니까?”

        

       [영상보셨어요?]

       [영상떴음]

       [클레어 노래]

        

       “…….”

        

       음.

        

       아무래도 오늘 낮에 클레어가 노래하던 것이 영상으로 찍힌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 클레어를 검색해보았다.

        

       [길 가다가 붙잡은 외국계 한국인의 미친 노래 실력]

        

       ……이라는 영상이 나왔다.

        

       이런 영상의 섬네일이 으래 그렇듯, 영상의 주인공인듯한 남자의 얼굴이 크게 나와 있었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크게 클레어가 나와 있었다.

        

       “이거 내 영상이야?”

        

       “그런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사람 앞에 카메라가 있는 것 같더라.”

        

       앨리스가 참 태평하게도 말했다.

        

       “이분, 유명한 분이십니까?”

        

       [몰?루]

       [우리가 저런 영상을 보실 것이라 생각함?]

       [솔직히 클레어 안나왔으면 안봤음ㅋㅋㅋㅋ]

        

       그건 그래.

        

       인싸용, 아싸용 컨텐츠가 따로 구분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 사람 취향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법이라 게임 컨텐츠 보는 사람은 게임 컨텐츠만 보고, 저런 식으로 노는 영상 보는 사람들은 노는 영상만 보는 법이다. 물론 양쪽을 모두 보는 사람이야 있겠지만, 적어도 방송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들어온 사람 중에는 없는 모양이었다.

        

       일단 영상을 클릭해 조회수를 보았다.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 이제 한 시간 정도.

        

       영상 내용은 노래가 나오는 만큼 그렇게 대단한 편집이 들어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조회수는 벌써 1만 회가 넘었다.

        

       내가 이런 쪽의 영상 조회수가 얼마나 나오는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수와 비교하자면 한참 많은 조회수라고 할 수 있었다.

        

       “보자, 보자!”

        

       “잠깐.”

        

       바로 마우스를 빼앗으려는 클레어를 제지했다.

        

       “영상이나 노래에는 저작권이 있어서 방송 중 함부로 틀면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생방송중에 그런걸 따짐?]

        

       그야 따져야지.

        

       우리는 대단한 편집 인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영상을 올리더라도 거의 무편집 본을 올리게 될 텐데, 그렇다면 저작권은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기껏 올린 영상의 수익 창출이 막힐 수 있으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방송만으로 뻐기고 싶었다. 괜히 일거리 찾으러 다니면 스트레스 쌓인다고. 일하는 것보다 일 구하는 게 훨씬 귀찮다는 것은 이미 구직활동을 해봐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일을 하게 되면 우리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시간대에 일하게 될지 모른다. 원래 구하기 쉬운 아르바이트일수록 일반적인 회사원 근무 시간과는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난 그게 싫었다. 여기 있는 이상 기왕이면 그냥 다 같이 지내고 싶다고.

        

       “일단 저희는 저희끼리 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마이크는 끌 테니, 여러분은 여러분이 직접 보십시오.”

        

       나는 영상의 링크를 긁어서 채팅창에 올렸다.

        

       몇몇은 그래도 틀어달라고 칭얼거리고, 꽤 많은 사람은 알았다는 답변을 달았다.

        

       “그런데, 내가 나온 영상인데도 그런 걸 따져야 해?”

        

       “영상은 만든 사람 쪽에 저작권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초상권이니 뭐니 해서 이래저래 따져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굳이 그런 것으로 머리 아프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보겠습니다.”

        

       내가 영상을 클릭하자—

        

       [오늘도 무사히 거리 공연을 마친 후……]

        

       이제 막 노래를 마친 남자의 모습이 나오고, 간단한 자막이 떴다.

        

       영상 자체는 VLOG 형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밖에서 공연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올리는 것이 주 컨텐츠인 모양이다.

        

       카메라는 고정되어있었다. 남자가 오른쪽에 약간 치우쳐 있는 것을 봐서, 애초부터 게스트를 염두에 두고 찍는 영상인 모양이었다.

        

       우리 기억 속 그대로, 남자가 클레어를 부르고, [관객분들 중 너무 예쁘신 분을 발견해 말을 걸어보았습니다.]라고 자막이 올라왔다.

        

       [노래는 그냥 제가 아는 것으로 불러도 될까요?]

        

       [물론이죠. 기타로 적당히 따라 쳐보도록 할게요.]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했다.

        

       잠깐 준비하던 시간은 편집한 듯, 화면이 조금 끊어지듯 전환되고, 클레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그런 자막이 화면에 떴다.

        

       ……이렇게 보니 잘 부르긴 진짜 잘 부르네.

        

       물론 보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던가, 박수 소리나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리도 들렸고, 마이크 음질 자체도 그리 좋지 못했지만, 그걸 감안하고 들어보더라도 클레어는 충분히 노래를 잘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영상으로 보니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반응이 얼마나 좋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클레어가 노래를 마치고,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들렸다.

        

       노래가 끝나고, 남자가 클레어에게 이름을 물었다.

        

       [클레어입니다!]

        

       남자의 질문에 클레어는 그렇게 대답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방송하시는 분 같더라고요. 노래 방송도 하시면 좋을 텐데……]

        

       라는 말로, 영상은 끝났다.

        

       생각해보니 이게 점심시간에서 그리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으니, 몇 시간 정도 편집할 시간이 있기는 했다. 우리는 그 뒤로도 노래방에 갔다가 식사까지 하고 돌아왔으니까. 남자가 그때 공연을 끝마쳤다면 이 시간에 올라오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음.”

        

       나는 다시 마이크를 켰다.

        

       “확실히, 클레어가 노래를 잘 부르긴 합니다.”

        

       [노래방송 해줘]

       [세 분은 노래방송 하실 생각 없나요?]

        

       “생각은 있습니다만, 아직은 생각만 하는 중입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해나갈 생각입니다.”

        

       [오]

       [기대된다]

        

       대놓고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알아서 해석했다.

        

       뭐, 나도 할 생각 자체는 있으니 딱히 오해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다.

        

       “오늘따라 방송에 사람이 많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군요. 모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클레어가 그렇게 활기차게 외쳤다.

        

       [ㄱㅇㅇ]

       [ㄱㅇㅇ]

       [700]

        

       사람들의 반응이 격하게 올라왔다. 개중에는 캐릭터보다 좋다는 말도 있었다.

        

       그럴 수밖에. 이쪽은 그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진짜였으니까.

        

       “그럼 영상 이야기는 이만하고, 오늘의 컨텐츠입니다…… 지난번 방송은 클레어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만, 이번에는 앨리스 쪽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앨리스, 이쪽으로.”

        

       “어…… 어? 뭐야, 내가 하는 거야?”

        

       “물건을 준비한 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사면서도 방송에서 쓸 생각이라고 하셨고요.”

        

       “아니,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생각이라는 말은 안 했는데.”

        

       “앨리스 돈으로 샀으니 앨리스가 해야죠.”

        

       나는 강하게 밀어붙였다.

        

       사실 내가 해도 괜찮겠지만, 이렇게 보여도 피규어니 뭐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 자주 보아온 오타쿠다. 내가 피규어를 뜯어봐야 무덤덤한 반응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억텐을 짜내면 그건 그것대로 부자연스럽게 보일 거고.

        

       원래 이런 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한테 맡기는 게 재밌다.

        

       매운 떡볶이도 한국인이 먹는 것보다는 외국인이 먹는 영상이 더 재미있지 않은가? 똑같은 거다. 물론 이 피규어는 중국 공장에 일본 기업이 의뢰를 넣어 만든 거긴 하지만, 아무튼.

        

       “……좋아.”

        

       내가 강하게 밀어붙이자, 앨리스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비켜준 자리로 왔다.

        

       [앨리스 ㅎㅇ]

       [황녀님 오신다]

        

       [황녀전하 납시오오옹오오오]

        

       아주 타이밍 좋게 도네가 터졌다.

        

       “아까부터 여기 있었는데 무슨.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여기 세 사람 모두 황녀잖아.”

        

       “나는 아닌데?”

        

       클레어가 칼같이 부정했다.

        

       “저도 엄밀히 따지자면 피가 섞여 있지는 않죠.”

        

       “그래도 제도적으로는 황녀잖아.”

        

       앨리스는 나를 흘겨보았다.

        

       그래도 그런 대화가 오고 간 뒤에는 나름대로 마음이 편해졌는지, 우리가 탁자 밑에 준비해두었던 물건을 꺼냈다.

        

       나는 빈 앨리스의 자리 쪽으로 가, 오는 길에 사 온 5천 원짜리 접이식 탁자를 꺼내 우리와 컴퓨터 사이에 펼쳐두었다.

        

       [오 뭐임]

       [황녀가 황녀 피규어를ㅋㅋㅋㅋㅋㅋ]

       [이걸 돈주고 산거임?]

        

       “사면 안 되는 건가?”

        

       [그건 아닌데]

       [그러게 사면 안되나?]

        

       “황궁에도 황제 흉상 같은 것이 있고, 광장에도 초대 황제의 동상이나 석상이 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그건 그러네ㅋㅋㅋㅋㅋ]

       [아 아무튼 맞다고 ㅋㅋㅋㅋㅋ]

        

       앨리스는 꽤 진지하게 말한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방송 보는 사람들은 개드립으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야 당연히 그럴 수밖에. 실제로도 있는 드립이기도 했으니까. 고대에 만들어진 다산의 상징이나 그런 걸 보고 ‘실제로는 씹덕이 만든 피규어같은 거 아님?’ 하는 드립은 오타쿠라면 한 번쯤은 직접 쳐보거나 들어본 적 있으리라.

        

       “그럼…… 우선 상자부터 볼까.”

        

       평소와 거의 완전히 똑같은 페이스를 되찾은 앨리스는, 상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렇게 보여도 비싼 거거든. 상자 가격도 포함이라고 봐야지.”

        

       아주 정확한 평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저는 피규어 상자는 죄다 버립니다.

    작은 피규어는 괜찮았는데, 이게 1/8 스케일 이상 되는 피규어를 사니 상자 부피가 너무 커져서 도저히 보관이 안되겠더라고요.

    비싼 상자는 프린팅도 괜찮고 해서 아깝긴 하지만 피규어를 중고로 파는 성격도 아니라 그냥 과감하게 버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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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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