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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7

    <377 – 도서관원정대4>

     

    게임에는 공략이 있다.

    이렇게 하면 편하게 깰 수 있음!

    이라는 경험론적인 지식을 기억하는 것이다.

    물론 원리는 있을 것이다.

    고인물에도 유형이 있다.

    두뇌파 플레이어는 그걸 파헤치기를 좋아한다.

    육체파 플레이어인 나와는 관련 없는 소리지만!

     

    ‘초상화퍼즐에 그런 기믹이 있는지는 몰랐네!’

     

    랜덤요소가 많은 게임에서도 도서관 가는 길에 나오는 초상화는 고정요소로 반드시 출현한다.

    오모시로이 드래곤교장이 회차가 바뀐다고 다른 드래곤으로 바뀌지 않듯이 메르세데스 백작부인이라는 존재가 그만큼이나 확고부동하고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그보다 아카디아 언니의 관찰력이 안목키우기 강의 때문인지 부쩍 좋아졌어.’

     

    변명을 생각하는 잠깐 사이에 거짓말이 다 들킨다.

    고인물 지식도 없이 비석을 읽고 지식을 토대로 퍼즐의 정체를 맞추는 것도 그렇고 자신이 없어도 다소의 시간을 들이면 결국 퍼즐을 맞췄겠지.

    이번 회차의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저력은 예사롭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해둬야겠다.

     

    “오크노디. 로프 잘 묶었어?”

    “응! 근데 그냥 일직선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부수면서 전진하면 되지 않아?”

    “그런 무식한 짓은 그릉이도 안 해! 가끔 보면 오크노디는 초대형 대괴수 같은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니깐?”

     

    힝. 뉴비한테 욕먹었어.

     

    “자, 다들 미로찾기의 철칙 3개만 외워.”

    “훗, 그거라면 나도 알고 있다.”

     

    하급반의 상식인 자쿠가 자신 있게 나섰다.

     

    “미로는 벽에 손을 짚고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갈림길에서 지나가는 방향마다 표식을 남기고, 표식이 더 적은 쪽으로만 움직이면 되지.”

    “아닌데? 다 틀렸어!”

    “이게 아니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럼 네가 말하는 미로찾기의 3원칙은 뭐냐.”

    “소리를 내지 않는다! 소리를 따라가지 않는다! 정해진 수신호 외에는 무시한다!”

    “…그거 정말로 미로찾기의 3원칙이 맞나? 그런 수칙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도로시는 정색하고 대답했다.

     

    “이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견습숲지기인 나라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어!”

    “…”

     

    형언할 수 없는 꺼림칙함에 몸서리를 치는 자쿠!

    학생들이 잔뜩 겁먹고 간청했다.

     

    “우리 이쯤 하고 돌아가지 않을래?”

    “솔직히 피크닉치곤 재밌었어.”

    “만족했으니까 그만 기숙사에 돌아가자.”

     

    물론 고인물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였다.

     

    ‘이 숲에 소리를 내면 안 되는 기믹도 있었나?’

     

    이상하네.

    그건 사다코 교수님이 키우는 애완나무 포피가 있는 소리를 먹는 침묵의 숲에서나 있는 일인데.

    의문과 함께 시작된 제 3 관문, 미로의 숲의 도전은 도로시의 열렬한 수신호와 함께 시작되었다.

     

    ‘따라와.’

    ‘여기 나무뿌리를 딛고 땅은 밟지 마.’

    ‘도토리 건들지 마. 폭발해!’

    ‘공중덤블링으로 나뭇가지를 타면서 따라와.’

    ‘여긴 쉽네. 나무를 30m만 타고 올라가자.’

    ‘미끄러지면 어떡해!’

     

    나무를 타다가 미끄러지고 공중덤블링을 하다가 추락하고 도토리를 건들다가 폭발음을 낸 학생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무슨 숲이 이렇게 살아있는 생물체에게 적대적이야!

    애를 먹는 하급반 학생들과 달리, 길잡이를 맡은 도로시는 점점 긴가민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크노디. 여기 우리가 전에 갔던 숲 맞지?’

    ‘응 맞아!’

    ‘어쩐지 저주가 느껴지더라!’

     

    ━━━

    <챕터 4 : 고요한 죽음, 침묵의 숲>

    등장 – 981기 입학식 이후

    이벤트 시기 – 2학년 여름방학

    설명 – 저주폐기물이 뭉쳐 탄생한 끔찍한 인재지변. 당연하게 여겼던 감각을 빼앗기는 순간, 당신은 인간들이 버린 저주가 돌아왔음을 알게 된다.

    특징1 – 숲의 권역에서는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특징2 – 숲은 소리를 내는 모든 생명체를 찾아가 집어삼킨다.

    특징3 – 숲의 성장도가 상승할 때마다 새로운 저주가 추가된다.

    ━━━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침묵의 숲의 상태는 이랬다.

    그런데 사다코 교수님이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셔서 그런지 침묵의 숲의 난이도가 좀 오른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시선이 느껴진다고 할까?

    사방 곳곳에서 이쪽을 염탐하는 느낌이 든다.

     

    ‘또 그 괴물나무가 나오는 거야!?’

    ‘괴물나무가 아니야. 사다코 교수님의 애완나무 포피야!’

    ‘그거나 그거나!’

     

    도로시는 일전에 본 포피의 괴기스러운 모습을 상상하며 덜덜 떨었다.

    그런데 정작 고인물인 내가 느끼는 체감은 전보다 쉬워졌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데.

    분위기는 진짜 불온한데.

    시선도 엄청 느껴지는데.

     

    “살았다. 출구야!”

    “힝잉잉.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아무 일도 없이 그대로 출구에 도착했다.

    모지??

     

    “티토도 많이 성장했네. 이런 무서운 숲을 겪어도 이젠 힝잉잉 선에서 참다니.”

    “치이, 그러는 즈앙도 무서워서 평소에는 쓰지도 않던 가면까지 썼으면서!”

    “무서워서 쓴 거 아니야.”

    “풉풉. 그러시겠지~”

    “…”

    “아야! 아파아아, 볼 땡기지마아아…”

    “못된 소리나 하는 볼따구는 이렇게 찹살떡처럼 괴롭힐 거야.”

     

    위험에 민감한 소동물 티토소가조차도 두려움이 사라지며 즈앙에게 농담을 건넬 정도였으니 상황이 종료된 것은 확실했다.

    뭐였던 걸까?

    도로시와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아무튼 날먹으로 3관문이 끝나서 다행이다!

     

     

    * * *

     

     

    “음? 관문이 바뀌었네.”

     

    제 3 관문의 지름길을 앞두고 테트라포스가 툭 던진 말에 유이가 깜짝 놀랐다.

     

    “정말? 세 번째로는 분명 미로의 숲이 나오고 지름길을 쓰면 미로라고 하기도 우스울 정도로 입구와 출구가 일직선인 길을 지나간다고 들었는데…”

    “아, 그건 맞을 거다. 단지 숲의 성질이 바뀌었어. 원래는 그 지름길에 사람을 잠재워서 납치하는 수면흡정초가 숨어있는데 지금은 다른 놈이 느껴져.”

    “흡정초!? 그거 인간형 식물몬스터의 베이스가 되는 녀석이잖아.”

     

    흡정초는 소위 인간의 형체를 지닌 몬스터들의 탄생에 필요한 남성의 정을 빨아먹는 아주 엉큼하고 에로한 19금 몬스터였다.

    나무의 요정 드라이어드Dryad나 꽃의 요정 알라우네Alraune가 흡정초로부터 탄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정인간이다.

    이중 가장 유명한 드라이어드를 하나 손에 꼽자면 기프트 아카데미 학생들은 가장 먼저 언제나 헐벗은 차림의 매혹적인 광인을 떠올린다.

    바로 위어드 교수님을.

     

    “선배. 흡정초를 놓아둔 사람은 설마…”

    “난 아무 말도 안했다?”

     

    역시 위어드 교수님이 담당하는 구역이었구나!

    드라이어드의 위대함과 자연마법의 우수함을 알려주지 못해 안달이 난 교수님답게 아주 음침하고 발칙한 함정몬스터였다.

    그런데 그 흡정초가 사라졌단다.

     

    “뭐 걱정 말아라. 대체로 이 동네 트랩에 당하는 최대기한은 일주일이라는 국룰이 있으니. 일주일 간 정을 착취당해도 요양만 잘하면 될 거야.”

    “걱정 되는 건 다른 쪽이야, 선배. 흡정초 대신 저 어두컴컴한 외길에 뭐가 있는 거야?”

     

    관문의 지름길은 밖에서 엿보기에도 사뭇 어두웠다.

    밤의 숲이라면 응당 어두운 것이 당연하건만 유이의 눈에는 저것이 보통 숲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불길하다.

    소름이 끼친다.

    접해서는 안 될 아주 소름 끼치는 무언가가 저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다.

    발로 뛰면 10초 내로 주파할 수 있어 보이는 거리.

    그 거리가 아주 무섭게 보였다.

     

    “먼저 갈래, 선배?”

    “레이디퍼스트. 좋은 일은 여자들이 먼저 겪어야지.”

     

    테트라포스는 휘파람만 불며 빈둥거렸다.

    유이가 마지못해 제비뽑기 통을 꺼냈다.

     

    “뽑기나 하자.”

     

    앞선 관문을 떠올리면 희생자가 나올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기에 모두가 죽을상을 지으며 제비뽑기에 응하려고 했다.

     

    “잠깐.”

     

    헥토르가신단의 일원 중 한 명이 심사가 단단히 뒤틀린 얼굴로 유이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너는 왜 안 뽑아?”

    “길잡이인 내가 왜 뽑아?”

    “길은 테트라포스 선배도 알잖아. 네 것보다 더 빠른 지름길까지.”

     

    길잡이라는 이유로 제비뽑기에서 줄곧 열외 되었던 유이였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모두의 표정이 곱지 않았다.

    유이는 낭패를 감추지 못했다.

     

     

    * * *

     

     

    “어라?”

     

    네 번째 관문의 길을 잡던 도로시가 걸음을 멈추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머해? 어디서 좋은 돈 냄새가 나?”

    “사람 수전노 취급하지 말아줄래…?”

    “그럼 무슨 냄새 맡았어?”

    “돈 냄새를 맡기는 했지만.”

    “수전노 맞잖아!”

    “내가 아니야. 이 냄새의 주인이 수전노지.”

     

    도로시가 못마땅한 얼굴로 지름길을 가리켰다.

     

    “저기서 돈을 밝히는 상인 특유의 돈 냄새가 났어. 그것도 아주 익숙한 상인의 냄새가.”

    “지젤은 암흑상회 일이 바쁘다고 못왔는데?”

    “지젤이 아니야. 유이상단의 상단주 유이. 입학시험에서 네가 떨어뜨린 그 못된 기지배의 냄새야.”

     

    이건 솔직히 놀랐다.

    유이는 상급반에도 못 올라오고 하급반으로나 간신히 아카데미에 빌붙은 처지였다.

    그런 애가 도로시가 잡은 길보다 훨씬 위험한 지름길을 어떻게 앞질러서 지나쳤지?

     

    “왜 못 하겠어? 하려면 당연히 할 수 있지. 걔는 우리 숲에도 거래를 하러 상행루트를 뚫었는데.”

     

    도로시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납득했다.

    시작시점에 이미 도로시의 숲에도 진출해서 함께 티켓을 얻고 입학시험장에 찾아오던 유이.

    도로시의 숲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유이의 유능함도 그에 비례하여 상승한다.

    록펠이라는 남자의 우수한 실력에 반한 두 여자의 치정싸움만 눈여겨보느라 미처 잊고 있었지만 유이와 록펠의 출신지로 손꼽히는 숲은 랜덤파파마냥 매 회차마다 장소가 랜덤스타팅으로 정해진다.

    어디 시골깡촌의 동네뒷산과 이어진 숲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의 출입을 금하는 금역으로 지정된 숲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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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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